2012년 3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3월 29일과 3월 30일 양일간 전화로, 메일로 사내근로복지기금 결산과 법인세신고에 대한 질문들이 많이 있었지만 여러가지 업무가 겹쳐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일일히 응답하지를 못했습니다. 회사에서 회의가 개최되고 이를 준비하고 참석하고, 회의 후엔 자료 정리를 하느라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른 사내근로복지기금 실무자들 만큼이나 저도 속이 타들어가고 답답한 심정입니다. 어디 문의를 할 곳도 없고, 상담을 할만한 곳도 없다보니 오죽 답답하고 시간이 촉박하면 나에게 SOS를 했을까? 얼마나 많은 고민 끝에 전화를 했을 것인가? 이메일로 자료검토를 요청했을까를 생각하면 일일히 상담을 해드려야 하지만 저 역시 제가 맡은 바를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처지라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없음이 안타까웠습니다.
올해 2월부터는 사내근로복지기금 관련 외부 교육을 중지한 상태에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관련 지식에 의지하고 제 답변을 기다리는 많은 사내근로복지기금 실무자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속상할 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사내근로복지기금 실무자로서 업무처리를 한다는 것이 참 힘든 자리이고 이런 제약들이 결국은 사내근로복지기금 전도사가 되어야 할 사내근로복지기금실무자들이 "사내근로복지기금제도는 어디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도 없고 관련 서적들도 없고, 문의할 곳도 제대로 없다", "제도 취지는 좋은 것 같은데 너무 복잡하여 매번 까다롭고 번거로운 보고사항들이 많다", "무얼 어떻게 어느 방식으로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곳이나 사람이 없는 것 같다", "회사 내에서 업무를 맡기면서도 누구 하나 신경써주지 않고 체계적인 인수인계조차도 못하는 상황에서 나중에는 알지 못하여 잘못 처리된 일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만 지우는 제도이다" 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사내근로복지기금실무자들이 기금업무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고,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업무 미숙으로 인한 실수에 대해 변상에 대한 책임을 떠안고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게 된다면 결국은 업무에 대한 기피와 거부감으로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고 회사 내외부 동료나 친구들과의 대화 중에, 사내근로복지기금제도를 도입하려는 다른 회사에서 사내근로복지기금제도에 대해 문의를 했을 때 결코 긍정적인 방향으로 안내를 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은 사내근로복지기금제도를 이 땅에서 확산시키고 뿌리내려서 많은 근로자들이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에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제도 발전을 위해서는 열정을 가진 누군가 먼저 걸어가며 감내해야 할 희생 봉사가 있어주어야 하는데 "왜 굳이 당신이어야 하느냐?", "그저 당신은 나서지 말고 따라가는 시늉만 하고 뒤에 서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료가 필요할 때가 오면 "당신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니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타 회사들의 실정을 잘 알 수 있지 않겠느냐? 자료조사를 해서 보고해 주면 좋겠다" 라고 말하는 분들을 볼 때면 노력은 하지 않고 과실만 따먹겠다는 마음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면 씁쓸할 때가 있습니다.
힘을 합치지 않으면, 누군가가 구심점이 되어 그 역할을 하지 않으면 그나마 사내근로복지기금제도가 가진 세법상 조세혜택이나 근로복지제도에서 주는 많은 혜택들이 하나 둘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제가 사내근로복지기금 실무자들과 멘토링을 하면서 실무자들을 다독이고, 의견을과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주무관청에 건의하며 문제를 해결을 해주는 이유도 사내근로복지기금제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일이 요즘은 점점 지치고 힘들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카페지기 김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