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 "정말 후회없겠니?"
명 : "네, 가겠습니다"
나 : "윤이 너는?"
윤 : "저도 가겠습니다"
나 : "이번에 떠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 그래도 괜찮겠니?"
명, 윤 : "알고 있습니다"
나 : "아직 시간이 있으니 마음이 변하거든 언제든지 이야기해라"
명, 윤 : "여기보다야 공부하기에는 나을 것 같아요. 그냥 가겠습니다"
나 : "알았다. 결심이 그리 확고하다면 떠나거라"


10월말, 여권과 중국 비자를 만들며 쌍둥이들에게 묻고 또 물었다. 쌍둥이들과 7개월동안 지긋지긋한 컴게임중독과의 전쟁도 끝나가던 무렵, 아내가 평소 알고 지내던 주변 교회의 어느 집사님의 소개로 중국 정주국제학교를 소개받았다. 우리나라 제주도도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중국이라니?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다. 말로만 듣던 유학! 그것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으로... 돈도 돈이지만 처음으로 쌍둥이들을 그것도 너무도 빨리 애비 품안에서 밖으로 내보낸다는 것이 두려웠다.

문득, 내가 어릴적 할아버지와 부모 곁을 떠나 자취를 처음 시작했던 시절이 떠올려졌다. 1970년 3월초, 당시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자마자 나는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집을 떠나 처음으로 낯선 진도읍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후 대학을 마칠때까지 장장 11년간이나 기나긴 자취생활은 하게 되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전기밥솥도 없었고, 가스렌지나 냉장도, 선풍기, 에어컨도 전기장판도 없던 시기였다. 취사도 근처 산에 올라가 소나무 잎을 긁어다가 또는 억새풀을 베어다가 만든 땔감으로 해결해야 했다. 근처 우물에서 물을 길러 쌀과 보리를 씻어 아궁이에 불을 때고 밥을 해먹는데 겨울에는 손이 시려 호호 불며 쌀과 보리를 씻었다. 겨울에는 냉골인 방에서 이불을 깔고 자는데 추우니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잤다. 그나마 중학교 2학년 초에 광주로 전학을 오니 연탄을 피우고 석유곤로로 밥을 해먹을 수 있어 그나마 형편이 나아졌다.

내가 지닌 지금의 강인함과 부지런함 그리고 열정이 어쩌면 지난 그 힘들었던 시절을 헤쳐오며 몸에 배인 결과물인지 모른다. 고생도 때론 선물이라고 했던가 일찍부터 나는 홀로서기를 통해 나를 관리하며 스스로를 추스리며 경영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참고 기다리는 법도 배웠고, 돈의 소중함도 느꼈고, 결국은 내가 내 자신의 주인임을 깨닫게 되었다. 쌍둥이들이 중학교 2학년이면, 나는 그때 다시 광주로 전학하여 공부하던 때인데....

'자식들이 자라면 언젠가는 내 품에서 세상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그 시기가 빨리 왔구나~', '쌍둥이들을 지금 이 상태로 두는 것이 과연 현명한 결정일까?', '녀석들이 대학을 졸업하는 10년 이후에 우리나라 인력시장이 어떤 모습일까?'와 우리나라의 무너진 공교육을 고민해보니 쉽게 결론을 낼 수 있었다. 그래 보내자! 좁은 우리나라에서 아웅다웅하기 보다는 더 큰 중국으로 보내 녀석들의 시야를 넓혀주고 꿈을 키워주자! 한 녀석이 아닌 쌍둥이들이니 서로 도우며 힘을 합쳐 잘 이겨내겠지! 

10월 31일 국제정주학교 이사장님과 통화를 하고, 곧바로 쌍둥이들 여권사진을 찍고 여권서류를 준비해서 11월 3일, 여권과 중국비자를 발급받았고 11월 17일 중국 하남성 정주국제학교로 쌍둥이들을 보냈다. 마음이 결정되니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시켰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자기 스스로 절망하고 포기하기 때문에 패배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 끝까지 절망하지도 포기하지 않았어!"

지난 11일 마포아트센터에서 마을친구들과 연말 송년모임으로 보았던 '노인과 바다' 연극에서 바다로 나가 2박 3일의 사투를 벌여 대어를 낚아서 가지고 오다 상어떼에게 모두 뜯기고 뼈만 앙상히 남은 고기를 가지고 돌아오면서 노인이 내뱉은 말이다.

2011년은 참 많은 일들이 내 신변에 일어났었다. 1월 중순에 결혼 후 22년 8개월간 모시고 살다시피 했던 장모님과의 결별, 이후 두달간 쌍둥이자식들을 데리고 싱글대디로 홀로서기 생활, 3월 중순 18년간 살았던 일산에서 목2동으로 이사, 4월 중순에 재혼, 4월말에는 지난 5년간의 힘들었던 채무가 정리되고 7월에 면책판정을 받았다. 

올해 초에는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에 진학하여 3월부터는 일과 학업을 병행해 나갔고 5월부터 9월까지는 고용노동부 제3기 근로복지TF에 참석하여 업무 활동영역을 넓혀나갔으며, 4월부터는 지난 3년간 게임중독에 빠져지냈던 쌍둥이자식들과 본격적으로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한 끝에 마음을 돌리게 하여 11월 17일 중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힘들 때는 여유를 가지고 한발 물러나 쉬어가면서 일을 하라는 조언과 격려를 해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 나이에 무슨 박사과정이냐고, 이제는 그만 편히 살지 그리 아둥버둥 사느냐고, 생활하기도 힘들텐데 무슨 돈으로 자식들을 중국까지 유학을 보내느냐, 그것도 둘씩이나......

그래도 지금껏 중도에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처음 계획한 바대로 살아올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힘들었던 시간만큼 이상의 보람이 늘 느껴졌다. 힘들 때마다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 내 스스로를 위안삼으며 나 자신에게 했던 말이 있었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10년 뒤 쌍둥이들이 애비의 결정을 감사하게 생각할 날이 있으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 10월25일 오후 7시경.(결혼 후 처음 맞는 내 생일)
'신목동역 출발했어요. 짐이 많아서 그러니 쌍둥이들 염창역으로 보내줘요!'
저녁밥을 준비하고 있으니 문자메시지 소리가 폰에서 울린다.

"너희들 아빠가 염창역으로 나오라시네. 짐이 있으신가봐. 카센터에 가셔서
수리 다 된 차도 찾으셔야 하신단다!"
".........."
"들었니? 어여 둘 중 아무나 빨리 나가거라, 신목동에서 염창역은 한 코스니 금방이다!"

방안에서 가위바위보 소리가 난다.
뭐지? 아빠 마중은 안나가고... 쌍둥이들 방을 들여다보니 한참 가위바위보 중이다.
"너희들 뭐하냐? 지금  내가 나갈 수가 없다. 가스렌지 위에 국을 올려놨거든. 어여 안가니?"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대답은 않고 계속 가위바위보 질이다.

또 속이 슬슬 달구어지려 한다.
"지금 뭐하는 거니?"
"누가 나갈지 가위바위보로 정하고 있어요. 재윤이가 졌는데 안나갈거라고 버텨요!"
"뭐!"
나의 두통이 또 시작하려 폼을 잡는다.
"벌써 역에 도착했겠다. 너희들 너무하는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빠가 짐을 가지러 나오라고 하시는 마당에 너희가 한가하게 이런 짓을 하고 있을 때냐?"

나는 가스렌지를 끄고 냅다 외투를 손에 들고서 총총히 3층에서 1층으로 걸어내려가며
핸드폰 시계를 확인한다. 역으로 가니 내 짝은 무거운 가방과 짐을 들고 자식들이 내려오나 엉뚱한 곳에서 아빠를 찿지는 않는지 싶어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있다.

내 짝은 쌍둥이들이 방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느라 나오지를 못했다니 퍽이나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어깨가 축 쳐진다. 우리는 둘이서 짐을 나눠들고서 근처 카센터로 가서 차를 찾고 주차장에 차를 제자리 놓고서 집으로 왔다.

쌍둥이들은 아직도 둘이서 씩씩~~대며 서로를 쳐다보며 그야말로 진짜 싸움같지도 않은 기싸움질을 하고 있다.
'오늘 저녁 밥을 굶길까보다 그냥 에고~~오!' 부글부글 속이 끓어서 한마디 하려고 하는데 내 짝이 먼저 소리친다.
"니들 내 자식 맞냐?  정말 이럴거냐? 오늘 정말 실망이다!"

저녁 식탁엔 내 짝이 사온 생일 치즈케익에 불을 켜고 가족이 마주보며 앉았건만
멋적은 정적이 흐른다. 오늘 만큼은 부모 속을 안 썩일거라, 아니 덜 썩이겠지 하던 기대가 무너졌다. 어김없이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하기 전에 또 사고를 치는 쌍둥이들.... 정말 부모하기 힘들다!!! 언제나 속을 차리고 부모 얼굴을 환하게 만들어줄꼬?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10월 중순 즈음 내 짝과 나는 일을 보고 오느라 귀가를 오후 8시경에 하게 되었다. 매일 집에서 하교시간에 맞춰 간식을 주어 학원 가는 것을 챙긴다.(아직도 챙겨줘야 하니 답답할 노릇이고 조금은 창피한 일...ㅠ)

그날은 마침 학원을 가지 않는 날이어서 집에 오면 하라고 아침 식사시간에 이것저것
얘기를 해주고 나갔었다. 하교 후 걸려온 전화....
"저요! 이번 중간고사 전교등수가 무지 올랐는데요. 계산기 어디 있나요?"
재명이가 아주 다급하고 들뜬 목소리로 소리친다.
"계산기는 왜?"
"정확하게 다시 계산해보려구요!"
"아빠 책상 위에 있을게다. 쓰고 제 자리에 두거라!"

좀 있다 다시 막내 재윤이도 전화가 온다.
둘이 이번 시험에서 예전보다 많이 향상되어 내심 기뻐하고 있던 터였는데, 기특하기도 하고 솔직히 자식이 시험 잘 보고 왔다는데 그것도 성적이 많이 올라 등수도 더 올랐다는 말에 뛸듯이 기뻤다. 일을 보는 중간 중간에 입가에 미소가 슬며서 흐르는 것이 꽤 기분이 업 되었다. 아마 내짝도 내가 슬쩍 귀뜸해 준 걸 듣고 내심 나보다 더 기뻐했을 것이다.
"그래! 조금만 기다리거라 곧 집에 도착할거니까 너희가 노력하여 얻은 것이니 엄마아빠도 아주 흡족하구나, 오늘은 엄마아빠는 밖에서 저녁을 먹었으니 가서 치킨이라도 시켜주마, 한문숙제 해두고 있거라!"

집에 도착하니 위풍당당한 두 녀석은 집에 마련해뒀던 간식은 손도 안대고 치킨 먹을
생각에 쭈~욱 기다리고 있었단다. 배가 고플 때 먹어야 치킨이 제 맛이고 꿀맛이라나.... 맛은 어찌나 잘아는지....ㅎ

얼른 지갑을 꺼냈다. 내짝도 나도 현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치킨을 살 만큼 남아있지 않아서 선뜻 카드를 주었다.
"이 카드는 생활비가 들어있는 것이니 치킨을 사면 곧장 집으로 오너라. 어지간하면 내가 나가서 현금을 찾아서 주겠건만 오늘은 일을 보느라 엄마아빠가 무지 피곤하니 너희 둘이서 가서 치킨을 사고 조심해서 챙겨오너라 믿어도 되겠지?"
"네! 걱정마셔요. 저희를 그렇게 못믿으시나요?"
뜨끔했다. 자식을 못믿는 어미의 속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듯... 평소에 믿음을 덜 준 녀석들을 행동 탓이기도 하지만.....ㅎ

치킨 집으로 간지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올 생각이 없나보다.
이상하네~ 우리 동네 치킨 집을 초벌로 튀겨놓았다가 주문하면 곧장 다시 바짝 튀겨주는 거라 거의 5분 안에 끝나건만.... 무슨 사단이 난게 틀림이 없다. 학교 앞이나 가게 입구에서 학생들이 사복을 입고서 학년에 관계없이 이래저래 돈을 뜯는다는 얘기들을 들은 바가 있은지라... 살살 걱정이 되어 나가보기로 했다.

치킨집 여사장의 말에 따르면 15분 후에 오겠다며 어디로 둘이서 가더라고 일러준다.
눈을 들어 맞은 편을 보니 간판이 PC게임방이다. 어이쿠~~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 냅다 그 PC방으로 달려갔다.

지하에 새로 생긴 아주 넓은 곳이라 일일이 어두운 불빛에서 녀석들을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 저기 저 구석에... 눈에 익은 두 녀석....씩~~~씨~~~ㄲ 난 화가 나기 시작하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지려 한다. 그런 줄도 모르는 두 녀석은 화려한 잠깐의 외출로 아주 신이 나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너희 둘 다 일어나!"
"..............."
"따라와!"
"..............."

말없이 집으로 따라왔다. 물론 치킨을 찾지 못한채로.....
현금이 없어 카드를 준 나 자신을 속으로 자책해 본다. 잠시 그 틈을 이기지 못하고 또 게임의 유혹이 도졌는지 앞서가는 녀석들의  뒤꼭지를 보니 한대 후려 쥐어박기라도  하고 싶고..... 혼이 난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날 저녁 우리 부부는 너무도 실망스러워 힘이 빠져서 축 늘어진 채로 저녁을 보냈다. 그렇게 거짓말 하지 않았어도 치킨을 사다 먹고 나면 기특하고 예뻐서 컴을 켜주고 비밀번호도 해제해 해줘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건만.....

그 다음날 누나인 인이가 물었단다.
"너희들 왜 그랬니? 엄마아빠가 얼마나 속상해 하시는지 아니? 어떻게 된거냐?"
라고 물으니 둘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치킨을 주문해 놓고 눈을 마주 보고서
냅다 게임을 하러 달려갔다는 것이란다. 아주 익숙한 모습으로...자신들도 빨려들어가는 듯 그렇게 행동이 되더란다. 그렇게 엄마가 찾으러 빨리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그때 진짜 간이 오그라들더라나~ 뭐라나~~

어이쿠.....!@ 지끈~지끈 두통이 또 시작이다.
"내 아들들 쌍둥이를 데려간 PC게임아 너 나좀 보자! 너 좀 나와봐 세상밖으루....!!!"
그날 후 나는 아직도 마음이 회복되지 않고 우울하다. 그렇게 여러 수십번을 다짐하고 용서를 구하고 또 거짓말 하고를 반복하고서도 아직도 게임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쌍둥이자식들이 너무도 걱정이다.
"PC게임아! 너 나 좀 살려주는 셈치고, 제발 내 아들들 더 이상 유혹하지 말고 그냥 두면 안되겠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매일 아침 깨워야 겨우 일어나는 쌍둥이자식들을 바라보며 며칠전 타개한 미국 애플 전CEO였던 스티브잡스가 스텐포드 대학 졸업식장에서 했다는 연설이 불현듯 생각났습니다.

"(생략) 나(스티브잡스)는 17살 때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매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의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 글에 감명 받은 저는 그 이후로 지난 33년간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제 자신에게 묻곤 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 며칠 연속 'No'라는 답을 얻을 때 마다 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인생의 결단을 내릴 때마다 가장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모든 외부의 기대, 자부심, 수치스러움과 실패의 두려움은 '죽음' 앞에선 모두 떨어져나가고 오직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이 남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길입니다. 여러분은 죽을 몸입니다.
그러므로 가슴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후략)"

이런 진지한 자세로 하루하루 삶을 살아온 그였기에 전 세계 모두가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습니다. 그가 변화시켰던 것은 IT를 통한 인류문명이었습니다. 똑같은 사람인데 삶을 마친 후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이리도 큰 것을 보며 다시 한번 삶의 고삐를 죄어 봅니다.

사람이나 회사나 모든 것이 때가 있습니다. 어제 모 사내근로복지기금 실무자분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작년에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설립했는데(1억원 출연,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1천만원 설정) 올해 준비금 1천원을을 모두 의료비지원사업으로 소진해버려 재원이 바닥이 났는데 기본재산 9천만원에서 추가로 지출할 수 없느냐? 기본재산을 사용하고 나서 고용노동부에 기본재산변동내역 신고만 해주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기본재산을 사용하게 되면 원금잠식에 해당되며 근로복지기본법 제62조를 위반하게 되므로 무거운 처벌대상이 됩니다.

근로복지기본법령에서 기본재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 것은 당해연도 출연금의 100분의 50인데 그 사내근로복지기금은 100분의 10만을 사용하겠다고 복지기금협의회에서 의결하는 바람에 연도가 바뀌어 이제는 추가로 사용할 수 있었던 사용한도 100분의 40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발을 동동 구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올해 기금출연을 하면 되지만, 회사가 손익이 어찌 될 줄 몰라 출연을 해준다는 답변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 아쉬움을 남깁니다. 항상 멀리 보고,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여 대비했더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카페지기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재윤 : "우리 중간고사 끝난 날은 (학원을) 쉬어도 되죠?
아내 : "뭔소리고?"
재윤 : "시험이 끝난 날은 학원을 안갔는데요?"
아내 : "언제부터 그랬는데?"
재명 : "전에부터 그랬어요"
아내 : "그럼 시험보는 날 딱 올100점 나오고 거기서 모든 시험이 끝나는건가? 그러고 시험이 끝난 날은 학원비 안주는거냐?"

쌍둥이들이 오는 9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중간고사를 치른다. 오늘이 놀토이고 추석연휴가 시작되었는 날인데도 쌍둥이들은 아침부터 아침밥을 챙겨먹고 일찌감치 도서관으로 공부를 하러 간다고 나갔고, 오후에는 학원보충을 받으러 가야 한다.

작년까지는 일산에서 살면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나면 그 날은 학원을 가지 않고 곧장 학교 같은 반 친구들과 영화도 보고, 노래방도 가고 하며 나름대로 시험스트레스를 풀게 해주었다. 시험이 끝나면 늘상 그래왔기에 시험결과에 상관없이 이루어진 행사이기에 알아서 영화비며, 교통비, 식사비, 노래방비를 주곤 했다.

그러나 올 4월에 내가 재혼을 한 이후 녀석들의 이런 자유분방한 행동들이 아내에 의해 하나씩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놀더라도 시험결과, 즉 성과에 따라 행동이 차별화되고 사전에 계획된 학원수업을 빼먹는 것은 절대 용납되지 않았다. 녀석들이 항의를 해도 아내는 요지부동이었다.

핸드폰도 없고 집에서 맘대로 PC게임도 못하게하고 더군다나 얼마전 방학 마지막날 있었던 게임방 출입사건으로 이 달은 용돈도 지급하지 않으니 공부 외에는 할 것이 따로 없고, 이번 중간고사 결과에 따라 용돈 지급과 점수와 등수에 따라 MP3와 핸드폰이 다시 지급될 수 있다고 일부 약속한 것이 있으니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하겠다고 단단히 다짐을 한 모양이다.

그리고 아내가 며칠전 나의 대장용종 제거수술 사실을 쌍둥이들에게 알리면서 아빠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고, 힘들게 하지 말자고 많은 얘기를 나눈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철이 좀 난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도서관과 학원을 다녀와서는 오늘 100문제를 다 풀었다고 스스로 대견해 한다. 이번 중간고사는 성적이 더 오르려나 내심 기대가 된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아내는 단조로운 신혼생활에 지루해 했다. 1년 9개월전 마산에 살 때에는 무악산을 다람쥐처럼 날라다녔다며 등산을 무척 가고싶어 했다.

나와 아내, 쌍둥이자식 네 식구가 8월 28일 일요일 오후 1시에 의기투합하여 서울성곽으로 등산을 떠났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앞에서 내려 자하문입구 가는 시내버스를 환승하여 자하문터널 입구에서 내려 올라갔다. 올라가는 도중 사슴을 발견하고 몇 컷 찍었다.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집에 가면 아내가 쌍둥이들과 하룻동안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나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지난주에 내가 녀석들이 학교 도서관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몰래 PC게임을 하는 것을 알고 녀석들을 호되게 야단치고 회초리까지 든 이후 나와 녀석들 간에는 아직 서먹함이 남아있는데 아내는 나름대로 쌍둥이들과 소통을 하며 사는 편이다. 쌍둥이들도 아내에게는 스스럼없이 대화를 잘 나눈다.

아내 : "애들아~ 너희들 행동을 자꾸 아빠에게 고자질하여 너희를 혼내고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하고 귀찮게 하는 새엄마가 밉지 않니?"

재윤 : "아뇨. 엄마가 그러시는 것은 저희들 공부하라고, 잘되라고 그러시는 거잖아요. 우리도 그정도는 알고있기 때문에 괜찮아요"

아내 : "그럼 이제부터는 공부하자~ 응~ 왜그렇게 자꾸 다른데 신경을 쓰는데?"

재명 : "아시잖아요~ 저희가 지금 질풍노도의 시기라는거~~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예요."

아내 : "........"

재명이가 지금 자신들이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말했단다. 이 말을 전하는 아내도 웃기는지 막 웃는다. 질풍노도의 시기라..... 하긴 사춘기이니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한참 신체적으로도 커가는 시기이니 먹기도 많이 먹으니 힘이 넘치고 몸도 근질근질하겠지. 이성보다는 욱~하는 감성이 지배하는 시기.

요즘에는 방학이라고 밤 12시에 잠이 들어 다음말 오전 11시가 되어야 겨우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먹으니 잠은 실컷 자고 있다. 올해 들어서 키가 참 많이 자랐다. 문제는 신체적으로 쑥쑥 크는 만큼 책도 읽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졌으면 좋으련만...

그런다고 엊저녁 같이 3층 안방 창문에서 아래 도로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을 뿌려대는 그런 초딩같은 유치한 장난은 아무리 보아도 질풍노도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질풍노도인지 뭔지 하는 시기인 너희들 때문에 애비는 어제 너희가 밤새 또 무슨 사고를 칠지 몰라 감시하느라 엄마와 다로 각방을 써야 했거든...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새벽에 눈을 떠 열린 창문 사이로 밖을 내다보니 비가 세차게 내린다. 기상대 예보가 장마가 북상중이라더니 중부권까지 올라온 모양이다. 아직 기상시간이 일러 30분을 더 자다 일어난다.

아침은 전가족이 모여 어제 만들어놓은 닭죽 한 그릇에, 토마토 쥬스와 양배추 쥬스 두 잔으로 가볍게 마친다. 식사시간은 엊저녁에 공부를 하며 날밤을 세던 뭐든 전가족이 일어나 식탁 앞에서 얼굴을 마주보며 식사를 한다. 또 가족들끼리 대화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혁이는 엊저녁 밤 늦게까지 게임을 하느라 거실에서 계속 달그락거리고, 쌍둥이들은 지난주 학교 기말시험이 끝나자 마음이 흐트러지는 것 같아 어제 내가 미장원에 직접 데리고 가서 덥수룩한 머리를 짧게 깎았더니 오늘 아침까지도 입이 부어있다.

"명아 윤아, 4년 반 동안만 아빠 엄마 말대로 따라다오. 모든 원망은 그때 가서 듣겠다. 지금 너희는 중학생 신분이고 오직 공부를 해야 할 시기이다. 대신 대학에 가면 아빠 엄마는 지금 혁이 형처럼 게임을 하던 뭐를 하던 간섭하지 않을거야~ 공부는 때가 있단다. 애비와 어미는 자식들이 그 공부해야 할 시기를 놓쳐 나중에 평생 후회하며 부모를 원망하는 모습으로 살게 하고 싶지는 않구나"

"그리고 요즘 엄마가 너희들 뒷바라지에 너무 힘들어 한다. 아빠도 발목이 완쾌되지 않았고 책도 써야지 많이 바쁘고, 인이도 다쳐 계속 병원 데리고 다니며 치료를 해야지... 그제는 저녁식사만 무려 5번을 차리더구나. 가급적 식사시간에는 가족들이 다 모여 한번에 식사를 끝내 엄마를 힘들지 않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가족과 아내의 배웅을 받고 출근하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는 발길이 가볍다. 가족의 배웅과 사랑은 내게는 세상 그 어느 응원보다도 강력함이 느껴지고 내 열정의 원천이기도 하다. 편히 쉴 수 있는 가정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일 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하다. 월요일 아침, 비까지 내리니 지하철 9호선이 초만원이지만 밀리는 지하철에서도 가족과 오늘 출근하여 처리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직장에 도착하여 내가 직접 만든 연한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이번주와 오늘 해야 할 일을 챙긴다. 이번주말부터는 콘도여름성수기가 시작되니 그 전에 상반기 결산도 끝내야 한다. 사내근로복지기금 회계프로그램도 미진한 부분을 정리하여 7월말 안으로는 수정을 마쳐야 한다.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일, 내가 해야 하는 일, 나 만이 할 수 있는 전문분야 일이 있다는 즐거움이 이번 한 주를 또 새롭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개성이 각자 다른 다섯 자식들과 부디끼며 때론 줄다리기를 하기도 하고, 고집을 피울 때는 어르고 달래가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내게 삶은 늘 꿈이 있고 즐거움이다.

김승훈

'김승훈의열정과도전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미가 왜 중요한가?  (1) 2011.09.16
하루를 시작하며...  (0) 2011.07.12
대학원 기말시험  (0) 2011.06.18
시간이 흐르면 무언가는 남겠지...  (0) 2011.06.12
내일이면 늦으리~  (0) 2011.06.08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부터 쌍둥이자식 기말시험이다. 시험기간은 집안이 초긴장 상태가 된다. 화를 내고 싶어도 참아야 하고, 시험을 망친 과목이라도 생기면 빨이 잊고 다음 과목을 준비하도록 달래야 한다. 점심식사 후 오늘은 수학, 기술가정, 한문을 치렀는데 이전 1학기 중간고사 보다는 성적이 많이 오른 모양이다. 아내와 통화하는 사이 서로 중간고사보다 성적이 많이 오른 과목 점수를 큰소리로 외치는 걸 보니....

나와 아내는 요 며칠동안 딸 인이가 다치고, 명이가 학원에서 말썽을 부리고, 아직 해결되지 아니한 채무문제 등으로 마음이 무거웠는데 첫날 시험이었지만 성적이 많이 올랐다니 위안이 되고 기분이 전환되는 것 같다. 자식은 자신의 분신이라 했던가? 자식이 공부를 잘하면 괜히 우쭐해지고, 자식이 공부를 못하면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우리 사무실에서는 회사 직원들의 대학생자녀 학자금을 장학금형태로 지원해주고 있는데 학자금을 신청시 성적증명서를 첨부하도록 되어 있다. 자식이 공부를 잘하여 명문대에 다니고 있거나 장학금을 받은 직원은 당당하게 와서 신청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직원들은 여직원을 대신 보내거나 슬그머니 들어와 청구서만 쓰고 간다. 자식이 공부를 못했음에도 부모가 대신 창피해하고 부끄러워들 한다.

지난 중간고사 이후부터 아내가 매일 쌍둥이들을 볶아댄 효과가 컸던 것 같다. 한달반을 지나면서 철이 든 것도 같고 아님 이번 기말고사 결과에 따라 7월 28일부터 시작되는 교회 청소년 여름성령수양회에 가고 못가고를 결정하겠다고 한 것도 일조를 한 것 같고.....
 
매일 시험때만 되면 졸음을 쫓는다고 평소 마시지도 않던 커피를 하룻밤에 몇잔을 마셔대며 날밤을 새고, 노트정리를 잘하는 친구들 노트를 복사해서 공부를 하는 걸보면서 만사불여튼튼이라고 제발 평소에 지금처럼 열심히 하래도 시험만 끝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이번 금요일이면 기말고사가 끝나니 또 마음이 풀어지겠지... 공부를 마치 부모를 위해 해주는 것 같이 생색내는 요즘 자식들의 보고 있노라니 그냥 한대 쥐어박으며 '공부가 하기 싫으면 당장 때려치워라~'하고 싶지만 그래도 꾹 참고 어르고 타이르고 때론 읍소까지 하는 나를 보면서 '나도 별 수 없는 대한민국 아버지이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하여간 이번 기말고사는 늘 시험때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던 참고서 다툼없이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성적까지 잘 나오면 금상첨화이겠고...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달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