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염창역으로 향한다. 하늘이 뚫린 듯 비가 연신 퍼붓는다. 오른쪽 어깨에는 묵직한 가방을, 왼쪽 손에는 스크랩을 하기 위한 이코노미스트와 오늘 신문을 들고 오른손에는 우산을 챙겨 들었다.

일간지를 구독하고 1년간 무료로 받는 주간지이지만 읽다보면 간혹 쓸만한 스크랩거리가 있다. 어제 아내가 분리수거하려고 내놓은 것을 내가 보고 버리겠다고 챙겨놓았다. 요즘 신문이나 주간지들에게 정도(正道)니, 공익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광고물이 넘치고 기사나 논조도 자사 이기주의가 심하여 돈을 지불하고 구독하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빗속을 뚫고 염창역에 들어서니 마침 일반열차가 다가오고, 이어 마치 거대한 진공청소기에 빨려들어가듯 인파에 밀려 열차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오늘 열차는 유난히 동남아인들이 많다. 내 바로 앞에는 연인인 듯한 젋은 동남아인 남녀가 다정하게 열차 안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여자 손에는 영어로 Rich man, Poor man이라는 제목으로 보아 재테크에 관한 책이 들려있다. 책에 손때가 묻은 걸 보니 즐겨 읽는 모양이다. 아내 모습이 떠오른다. 아내도 책을 즐겨읽는다.

들고 있는 신문을 읽고 싶지만 사람들 틈에 끼어 공간확보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신문이 아니라 책이 딱인데, 가방에 책은 없다. 다음에는 이럴 때 읽을 수 있게 가방에 책을 준비해 넣어가지고 다녀야겠다. 지하철 안에 있는 10분이 참 길게 느껴진다. 일터로 학교로 향하는 다른 사람들의 지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니 나도 함께 동화되어 가는 것 같아 싫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시간이 금새 지나가는데 목표가 없거나 좋아서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고 무기력해진다.

국회의사당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걸어와 계단 앞에 선다. 바로 옆에 에스컬레이터가 있지만 오늘도 건강을 위해 계단을 택한다. 국회의사당역 5번출구 계단은 105개이고 경사가 심하다. 40개까지는 그럭저럭 오르지만 40이 넘으면 슬슬 다리가 뻐근해지며 잠시나마 남들처럼 편하게 에스컬레이터로 갈 껄(?)하는 후회도 생긴다. 60이 넘으면 다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하고 호흡이 가빠진다. 가장 힘든 고비는 80이다. 80을 넘기면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라는 희망이 있기에 힘들어도 참고 이겨내게 된다. 이 작은 계단 하나를 오르는 짧은 시간 안에서도 편함과 힘듬, 유혹과 타협 그리고 뿌리침이 함게 공존하는 것을 보니 이것이 어쩌면 우리네 사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후들거리는 다리와 가뿐 호흡을 가다듬으며 사무실로 걸어오는 중에도
비는 계속 쏟아진다. 도로는 내린 비가 고여 곳곳이 수로를 이루고 차가 지나갈 때마다 물보라는 만들며 인도까지 튀어오른다. 사무실에 도착하여 커피 한잔을 타먹으며 오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프림과 설탕을 넣지 않고 아메리카노 스타일로 만들어 먹는 커피가 내 입맛에는 딱이다. 삶은 가능성과 변화, 선택과 집중, 그리고 그 안에 기회가 있기에 늘 가슴이 설레이고 열정을 품고 도전하며 살아볼만 한 것 같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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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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