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20분전, 나는 아내에게 깜짝 점심식사 데이트를 신청한다.
"여보! 점심식사는 했어요?"
당연히 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알면서 넌즈시 묻는다.
"아직 안했죠. 당신은요?"
"나도 안했지~ 그럼 오늘 함께 점심식사 할래요?"
"밖에 비도 오는데~~ 그냥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지 그래요?"
"전에 우리 식사했던 선유도역 근처 추어탕 어때요?"

아내는 바깥을 보는지 말끝을 흐린다. 여자들은 외출을 하려면 화장을 해야 하고 밖에는 장마비가 내리고 있으니 심난할 수 밖에.... 회사와 집이 가까우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점심시간을 이용해 아내와 이런 깜짝 식사 데이트가 가능하다.

작년까지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다 올해 결혼하여 전업주부가 된 아내는 하루종일 집에서 지내려니 따분한 모양이다. 늦은 나이에 재혼하여 집안에서 우리 일곱식구 뒷바라지를 하며 저녁때 퇴근하는 남편만 기다리고 있으려니 답답하겠지. 또 이사후 지난 석달동안 야생마와 같던 쌍둥이자식들을 길들이기 위해 기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요즘 부쩍 힘들어 한다. 그제는 "이제 결혼했다고, 잡아놓은 고기가 어딜 가겠느냐 싶어 호프 한잔 하자는 말도 안해요?"하며 서운해 한다. 변화가 필요하다.

예기치 않은 데이트 신청을 받고 일순간 머뭇거리더니 이내 목소리가 밝아지며 나오겠단다. 서둘러 오전 11시 56분 지하철 9호선 계화행 열차를 타기 위해 뛰어 나간다. 내가 먼저 식당에 도착하고 5분후 아내가 들어왔다.

식사후 식당 내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씩을 뽑아들고 선유도역까지 내려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점심시간 한시간이 금새 지나간다. 12시 50분, 나는 신논현행 열차를 아내는 반대쪽에서 계화행 열차를 탄다. 열차 안에서 오늘 점심시간에 깜짝 우중데이트 즐거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나니 금새 국회의사당역이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어제 저녁 마을 친구들 모임을 치르고 나서 늦게 잠자리에 든 탓인지 아내의 아침밥을 먹자는 채근에 못이겨 눈을 떴다. 아내가 시골 집으로 전화를 걸어 나를 바꾸어 준다. 꼼짝없이 일어나 전화를 받는다. 아버지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온다.

어버이날인데도 찿아가 뵙지도 못함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 아버지는 연신 허허~ 웃기만 하신다. 아내를 바꾸어주니 수화기를 타고 아버지의 너털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형제는 5남. 딸자식이 없는 탓인지 아버지는 며느리를 이뻐해 주신다. 지난 설날에 아내와 결혼소식을 전하기 위해 고향집을 방문했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흡족해 하시며 喪妻한 후 혼자가 되어 자식을 키우는 나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는데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며 매우 좋아하셨다. 부모님 걱정을 덜어드리고 부모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도 효도이겠지....  

어려서 엄마를 잃으면 평생 슬프고, 어려서 아버지를 잃으면 평생 외롭다고 한다. 나는 어머니의 얼굴을 모른다. 나를 낳고 나서 1년 2개월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나에게 '어머니'라는 단어는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반반씩 섞여 있다. 오늘 한소망교회 류영모담임목사님 주일설교도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육신의 어머니에 대한 은혜를 상기시키는 내용이 많다. 막내 재윤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요즘 전도사가 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부모와 대립각을 세우며 속을 태우고 있다. 좀 더 공부에 집중하여 큰 인물이 되어 하나님께 쓰임받았으면 좋겠다고 설득을 하지만 요지부동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도사가 되겠다는 녀석의 꿈이 못마땅한 것이 아니고 공부를 뒷전으로 하고 찬양팀에 올인하며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녀석이 안타깝다. 일주일 중 토요일과 이틀을 서울 목동에서 파주에 있는 교회까지 왕복하며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그렇게 찬양팀에 시간을 보내면 언제 공부를 할꺼니?" 물어도 찬양팀에서 활동하고 싶단다. 재윤이의 거듭된 부정에도 불구하고 마치 공부에 대한 도피처로 전도사가 되겠다는 것은 아닌지하는 의구심이 든다. 오늘 셀모임에서 김민숙집사가 고3인 딸 성적 때문에 요즘 자주 다투게 된다며  속상하다는 울먹임을 듣고 나서일까 나도 공부를 해야 할 시기에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내 주장을 녀석에게 꺾이고 싶지 않다.  
 
형인 명이는 이제 수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확실히 새기고 차근차근 공부를 하는데 방황하는 막내가 안타깝다. 주일만되면 꼭두새벽부터 교회를 혼자라도 가겠다고 고집부리며 도끼눈을 하고 빨리 하라고 채근하는 녀석 때문에 온 가족이 바늘방석이 된다. 자식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 길을 가겠다면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잡아주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어버이날인 오늘 오후에 언성이 높아지고 말았다. 정신 차리고 공부에 집중하라고, 좀 더 크게 쓰임받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라고, 전도사가 되고 싶으면 더 공부를 열심히 해서 네 결정이 현실의 도피처가 아니라는 것을 성적으로 증명해 보이라고...아내도 "재윤이 네가 앞으로도 공부를 등한시 한 체 계속 교회 찬양팀을 기웃거린다면 다음주부터 한소망교회를 나가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어버이날에 부모 속을 뒤집고 제고집을 피우는 막내 윤이도 나와 아내가 사랑과 원칙을 가지고 임한다면 시간이 흐르면 결국은 삐걱거림도 바로잡아지겠지. 끝없이 나와 아내를 시험하려 드는 막내녀석..... 나중에 실패한 자식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나와 아내는 오늘도 머리를 맞대고 녀석과 신경전을 벌인다. 훗날 윤이와 웃으면서 추억이야기로 2011년 중2학년 때의 전도사의 꿈 이야기를 하는 날이 오겠지...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아빠, 오늘 어린이날인데 선물 없어요?"
"왠 선물 타령? 너희 어린이니? 어린이 할래?"
"아뇨. 그냥 어린이날인데 선물이나 좋은일 없나 해서요~"
"정신 차리세요. 그리고 윤아 명아 5월 8일은 무슨 날?"
"........."

갑자기 녀석들이 꿀먹은 벙어리가 되며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버린다. 명이와 윤이가 중학교에 진학한 작년부터 지긋지긋했던 어린이날 선물고통에서 해방됐다. 초등학교까지만 해도 어린이날이면 녀석들에게 끌려다니며 선물에 영화관람, 외식 코스까지 돌고나면 저녁이면 파김치가 되곤 했다. 중학교에 입학한 작년부터 우리집은 평온을 되찿았다.

"이마트나 갈까?"
"살꺼 있어요?"
"쥬스기가 고장났으니 쥬스기도 사고, 야채도 사야 할 것 같은데...."
"오늘같은 날은 밖에 나가면 고생이니 참았다가 토요일에나 갑시다"
"그럴까?"

녀석들도 하루종일 집에 있으려니 엉덩이가 근질근질한 모양이다. 돼지고기 부침개가 먹고 싶다고 하여 아내는 점심때 돼지고기를 사다가 부침개를 해먹었다. 입이 근질근질하다고 하여 아이스크림을 사다주니 잽싸게 먹어치운다. 쉬는 날이면 집 냉장고가 불이난다. 명이는 친구가 놀러와서 PC방에서 한시간 30분을 보내고.....

아내가 명이와 윤이랑 자주 대화를 하며 필요한 것을 눈치껏 챙겨주니 아내를 잘 따른다. 재혼을 하면서 두 가정이 인위적으로 하나로 합쳐졌으나 자식들이 큰 갈등없이 잘 화합하며 잘 지내고 있으니 다행이다. 아내도 명이와 윤이가 잘못을 하면 따끔하게 혼을 내고, 나도 혁이와 인이가 잘못을 하면 따끔하게 나무라는데  자식들이 반항하지 않고 잘 따라준다. 

부모의 솔선수범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나와 아내는 집에 있으면 글을 쓰거나 책이나 신문을 읽고,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TV가 거실에 있지만 휴일이 아니면 잘 켜지 않는다. 아내도 세탁기가 있는데도 손빨래를 하며 절전을 손수 실천하니 자식들도 전등끄기나 TV시청을 자제하는 등 협조를 잘 해준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이번주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쌍둥이들 중간고사날이다. 수험생을 둔 집안은 학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치르는 날이면 온 집안이 폭풍전야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고등학교나 대학을 진학할 때 갈수록 내신비중이 높아지다보니 시험결과에 따라 수험생인 자식들의 진로가 달라지다보니 수험생은 물론 부모들 가분과 표정까지 일희일비 변하게 만든다.

한달째 막내 윤이와는 진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윤이는 아직도 전도사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어제 최종적으로 교회 청소년부 담당 전도사님과 교회 찬양팀에서 윤이를 제외시켜 달라고 요청을 하고 교회 찬양팀에 대한 정리를 마쳤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두녀석 모두 어제 치른 한문과목 시험을 망쳤다는 소리에 속이 상하다. 일산 정발중학교 1학년 때는 한문을 배우지 않았는데 새로 전학한 목동 양동중학교 2학년에서는 1학년에 이어 한문을 계속 공부하니 기초가 없는 녀석들이 시험을 잘 치를 리가 있나~~공부에 대한 열정이 아직도 확고하지 않은 입장에서 더구나 지난 3월초에 전학을 하여 새로운 학교분위기와 친구들간 적응을 하려니 힘들었을 테지....

그제에 이어 어제도 명이와 윤이가 다투고 싸우는데 평소 같으면 당장 회초리로 엉덩이를 때려주었겠지만 시험기간 중에는 꾹 참고 그냥 모른척 지나가고 있다. 시험기간에는 자식이 상전이다. 기분을 망치지 않도록 먹고 싶다는 것도 얼른 사서 대령하고 방 청소도 해주고 이부자리도 개주고 말도 부드럽게 해준다. 누굴 위해서 공부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공부해서 남주고 부모를 위해서 공부하나???

그나저나 두녀석이 쌍둥이이니 싸우지말고 서로 시험정보도 교환하며 돕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지를 못하니 답답하다. 서로 힘을 합해 살아도 힘들텐데 만나면 으르렁대고 다투는 날이 더 많으니 두 녀석을 어덯게 사이좋게 화합시켜야 할지도 큰 숙제이다. 그제도 어제도 참고서와 교과서를 가지고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시간에 티격태격 다투고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니.... 하긴 그 정도로 철이 들었으면 어른이겠지...  

회사에서도 녀석들이 시험을 잘 치렀는지, 내일 치를 과목의 공부는 잘 하고 있는지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된다. 이번 중간고사는 아내가 많이 도와주고 다툼에도 현명하게 중재를 해주며 적극적으로 뒷바라지를 해주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 자식들 공부와 시험성적에 연연해하며 가슴을 졸이며 스트레스 받고 사는 것을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의 소심한 애비인가 보다. 어서 중간고사 시험이 끝났으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간고사 결과가 내심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니 에효~~~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윤아 아빠는 네가 전도사가 된다는 것을 찬성할 수 없다. 그리고 네가 토요일마다 찬양팀에서 활동하는 것을 허락한 적도 없다"

지난 1월달에 막내 윤이가 교회 찬양팀에 들어가겠다고 해서 별 생각없이 허락을 했는데 설마 장래 희망까지 변하게 될 줄이야 미처 생각치 못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난 한달 반동안 윤이와 나, 그리고 정아 셋은 지루하고도 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윤아! 네 꿈이 뭐니?"
"저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엄마를 하늘나라로 데려간 암을 정복하고, 암치료제를 만들어내고 싶어요"

이러던 막내가 어느날
"아빠! 제 꿈이 변했어요"
"뭔데?"
"전도사가 되고 싶어요."
"뭐? 의사가 아니고? 꿈이 왜 변했니?"
"주님을 찬양하고 찬송하는 것이 좋아졌어요?"
"그 일은 나이들어서도 얼마든지 할 수가 있는데, 굳이 꿈까지 바꿀 필요가 있겠니?"
"......"
"그리고 정 교회일이 하고 싶거든 전교에서 1등을 해서 공부를 하기 싫어서가 아니고 공부와 네 꿈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히 아빠한테 결과로서 증명해 보이거라"

나는 윤이를 더 크게 세상에, 주님앞에 쓰임받게 하고 싶었는데.... 중학교 2학년인데 한참 공부를 해야 할 시기에 일산에서 목동으로 이사를 온 이후에도 일주일에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파주에 있는 교회까지 대중교통으로 오가며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안타까워 결단을 내렸다. 부모는 자식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을 때는 과감히 바로잡아주어야 한다. 교회 찬양일이 공부를 하기 싫어서 하는 현실의 도피처가 되어서는 안된다.

애비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젯밤 앞으로는 토요일 찬양연습에 가지 말라고 했더니 속상한지 글썽글썽 눈물을 보이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들었다. 자식의 눈물을 보는 애비 마음은 그보다 몇배나 아니 수백배나 더 아프거늘.... 에고~ 마음이 아프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막내 윤이가 모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어제 혁이가 재윤이에게 전해주라고 뉴욕양키스 로고가 새겨진 모자 두개를 놓고 갔단다. 어제 학교를 마치고 정아가 모자를 주겠다고 하자 재명이 왈,
"저는 아빠차럼 되길 싫어 모자 안써요"

헐~~~ 아빠도 결혼전에는 머리숱이 무지 많았거든~~~ 힘들게 살다보니 힘들어서, 특히 니들 둘 낳아서 키우느라 아빠가 스트레스를 받고 고생하는 바람에 탈모가 더 진행이 됐거늘~~ 너희를 낳자마자 일주일만에 우리나라가 IMF구제금융 신청하는 바람에 환율이 두배, 세배 뛰는 바람에 분유값 배로 올랐지, 기저귀값 배로 올랐지, 각종 물가 뛰었지..... 어휴 그때를 생각만 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지는데...

쌍둥이들 낳았던 1997년 1학기부터 늦었지만 석사과정 대학원을 다녔었다. 대학원에 입학한지 두달만에 애가 들어선 것 같다는 아내의 말을 듣도 얼마나 놀랐던지, 그리고 낳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고민했던 속사정을 녀석들은 짐작이나 할까? 지금의 내 모습에 속상하기 보다는 그저 살아있다는 사실, 지금 아내를 빼고는 나머지 가족들이 흩어지지 않고 한 집에서 모여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는 애비 마음을 녀석들은 짐작이나 알까?

애비 머리숱이 많이 빠지는 것을 보고 지들 탈모를 걱정하는 것은 어찌 생각하면 당연지사처럼 생각되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왜 그리 서운하던지~~~ 시골 아버지도 그렇고 내 동생들도 한결같이 탈모가 심하니 유전이 아니냐며 걱정하며 애비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녀석들~ 그저 웃어야지.

이 반찬은 탈모예방에 좋다고 하면 젖가락이 한번이라도 더 가는 걸 보니 쌍둥이들도 탈모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모양이다. 3일전 모자를 쓰면 탈모예방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재명이가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다. 외모가 그만큼 중요해져 간다는 사회 흐름인데 어이하나? 그러면서 차에 타자마자 명이가 맘에 드는 모자 하나를 잽싸게 손에 집는 바람에 두녀석간 20분정도 실랑이를 벌렸다니, 그저 웃어야지....그러나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고 가족간의 사랑인데~~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두달만에 쌍둥이양육일기를 쓴다. 그동안 너무 정신없이 보냈다. 되돌아보니 두 달이 마치 2년을 압축해 놓은 것처럼 격변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결혼때부터 모시고 함께 살던 장모님의 이사, 내 결혼계획이 급진전되고 결혼 결정, 이사계획 등 두달 사이에 너무나도 큰 일들이 진행되어 갔다. 쌍둥이들을 이사 일정에 맞추어 서울 목동에 있는 양동중학교로 전학을 시켰다. 5일째 학교를 가는데 나름 잘 적응을 하는 것 같다.

명 : "아빠 빨리 이사갔으면 좋겠어요"
나 : "왜?"
명 : "아침에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나가려니 넘 힘들어요. 목동으로 이사가면 7시 넘어서 일어나도 되잖아요"
나 : "그렇겠지......."

일산에서 태어나 일산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입학하여 졸업하고 정발중학교에 입학하여 1년간 다녔던, 태어나서부터 지금껏 일산을 떠난 적이 없었는데 처음에는 전학이야기를 꺼내자 꽤나 심난해 하며 울적해하여 이 애비를 걱정시켰는데 오늘 아침에는 이제는 빨리 목동으로 이사가고 싶다고 서스럼없이 말을 할 정도가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도 초등학교 6학년 때 시골 읍으로 전학, 다시 중학교 2학년초에 광주로 전학을 하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친구들을 사귀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터라 내심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쌍둥이이다보니 보이지 않게 두녀석들이 서로 의지하고 상의해가며 적응해 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새엄마가 될 정아의 도움이 컸다. 노련함으로 녀석들과 잘 어울려주고 녀석들을 편하게 대해주며 심리적으로 안정을 찿도록 하며 하이스트 학원을 등록하고 연세대의대를 다니는 혁이형이랑 비교하며 너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기를 북돋아주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도록 적절히 자극도 가해준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감정의 복원력이 빠른 녀석들이라 새로운 한경에 잘 적응하리라 본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재윤 : "아빠! 다꼬야끼가 먹고 싶어요"
나 : "왠 다꼬야끼? 어디서 파는데?"
재윤 : "그건 모르겠어요. 요즘 다꼬야끼가 너무 먹고 싶어요"

요즘 쌍둥이들이 한참 크려는지 먹거리 타령이 부쩍 잦아졌다. 과외선생님이 내주는 숙제 때문에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하느라 배가 고픈지 밤 열시가 넘으면 냉장고가 불이 난다. 냉장고를 뒤져 참치캔을 꺼내 먹는가 하면, 우유에 제티를 타먹고도 모자라 요거트까지 하나씩 먹고서야 잠을 잔다. 요 며칠전부터는 재윤이가 느닫없이 다꼬야끼 타령이다. 예전에 고속도로 휴게소와 동네 아파트 야시장에서 다꼬야끼를 사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났나보다.

자식이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는데 모른체 그냥 지나칠 부모가 어디 있으랴~ 그런데 이 한 겨울에 어디서 다꼬야끼를 산단 말인가? 일단 저녁을 챙겨먹고 호수공원으로 운동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혹시나 싶어 뉴코아백화점 지하에 있는 식품코너에 들렀다. 식품코너가 많이 몰려있는 곳이라면 그 중에 한 곳이라도 다꼬야끼를 파는 코너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두 바퀴를 돌았는데도 다꼬야끼를 파는 코너를 찿을 수가 없다. 마침 식품가게를 관리하는 여직원이 있어 물으니 다꼬야끼 가게는 다음달에나 입점이 된단다. 할 수 없이 킴스클럽에 들러 참치캔과 제티 한 통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닭을 튀겨주는 포장마차를 보았다. 돌아보니 큰 것 2마리에 12,000원이란다. 동네 치킨체인점에서는 양념프라이치킨 한마리에 16,000원인데, 두마리에 12,000원이라면 가격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걸 보니 맛도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겨 다꼬야끼는 사지 못한 대신 프라이치킨이라도 한마리씩 먹도록 해주고 싶어 녀석들에게 전화를 하니 좋다고 환호성을 지른다. 10분을 기다려 사가지고 오니 이왕이면 콜라나 사이다까지 한 병 사가지고 와달랜다. 헐~~

통닭 한마리씩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금새 맛있게 뚝딱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니 흡족함과 함께 부쩍 성장한 얼굴과 키, 체격에 든든함이 느껴진다. 엊그제만 해도 철부지 개구장이 모습들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청소년 티가 난다. 아프지 않고 잘 자라주기를 바란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엊저녁에 잠을 자기 전에, 재윤이가 내일 아침에 등교하는데 차를 태워달래기에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아침에 내가 준비하다보니 5분 늦었는데 녀석이 신경질을 부리며 "8시까지 학교에 가야한다고 미리 말씀드렸잖아요~~~"하며 얼굴에는 오만 인상을 쓰며 몽니를 부린다.

"그러면 네 스스로 자전거로 가든지 걸어서 가든지 하지, 왜 아빠 차를 태워달라고 그러니?"라고 한번 내지르려다 꾸욱 참는다. 감정으로 내뱉는 말은 상대의 감정을 자극해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약순환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기에...

등교시키면서 차 안에서 쌍둥이들에게 말했다.
"명아윤아~ 요즘 사람들이 왜 자식들을 낳지 않으려는지 아빠는 알겠다. 전에는 자식을 낳아놓으면 다들  뒷바라지를 크게 해주지 않아도 제 스스로 알아서 공부도 하고, 밥도 차려먹고, 취직도 하고, 자연스레 경제적인 독립을 하곤 했지만 요즘은 시시때때 이것저것 챙겨주어야 하고, 학원보내야 하고, 좋은 옷 사주고, 음식도 시시한 것은 안먹고... 과외도 시켜주어야 하고, 대학에 가면 등록금도 마련해주어야 하고, 대학을 나와서 취직도 못하면 계속 집에서 함께 살아야 하고, 결혼하면 살 집도 마련해 달라고 하니... 부모들이 너무도 힘들구나"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자식들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나와 별반 차이가 없다.

차를 태워주어도 조금 늦다고 신경질을 부리지를 않나,
아침에 밥상을 차려주어도 사골국물이 맛이 없다고 투정부리고,
과일을 깎아주면 맛이 없다고 안먹겠다고 속을 긁지를 않나,
옷을 사러가지고 하면 시간이 없다고 하더니
막상 옷을 사가지고 오면 디자인이 후지고 메이커가 아니라고 안입겠다고 속을 뒤집고,
집에 오면 옷을 벗어 여기저기 휙 던져놓고,
숙제랍시고 쬐끔 하면서 거실이고 안방이고 어질러만놓고 치울줄은 모르고,
신었던 양말은 벗어서 거실이며 안방 여기저기 던져놓지,
학교에서는 청소를 잘해서 수행평가는 늘 최고점이면서 집에서는 청소는 커녕 손 하나 까닥 않지,
아침부터 깨우는데 맨날 잔소리를 해대야 하는 전쟁이지...

정말 자식이 상전이다.
그러니 누가 힘들게 자식을 낳아 뒷바라지를 하려 들까~
차라리 자식 낳아서 키울 그 시간과 돈으로 부부가 편히 먹고 즐기지...
오죽이나 속이 터지면 이런 글을 쓰랴~~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회사에서 실시한 <뇌 과학과 창의성> 세미나를 청강하고 오는 길에 지산문고를 들렀다. 쌍둥이들이 기말고사가 끝났는데 무얼 하나 선물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책을 하나씩 사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 재명이와 나누었던 대화가 책을 사주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 : "명아! 명이의 꿈은 뭐니? 장래에 뭐가 되고 싶어?"
재명 : "아직 모르겠어요?"
나 : "그럼, 명이는 무얼 할 때 가장 신이 나는데?"
재명 : "그런 것도 없어요"
나 : "그럼, 무슨 과목을 공부할 때 제일 재미가 있고 흥미가 있어?"
재명 : "아직 모르겠어요"
나 : "......."

충격이었다. 요즘 대부분의 학생들이 꿈이 없다는데, 그래서 방황을 한다는데 우리 쌍둥이도 그 중의 한명이었다니... 한때는 서울대총장이 되겠다고 했다가, 이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고양이를 키울 때는 수의사가 되겠다고 했었는데 고양이를 키울 수 없게 되자 요즘은 그 꿈마저 잃어버렸다. 사람이 꿈이 없으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왜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게 되고, 절박감도 없고 도전목표도 없게 된다.
 
녀석들에게 한시 바삐 꿈을 갖게 해주자! 그 꿈을 애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들 스스로 발견하도록 해주자. 막상 목표는 세웠는데 방법이 고민되었다. 독서와 관찰, 체험, 여행, 강의수강 등 여러가지 방법 중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독서만큼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럼 무슨 책을 사줄까? 어떤 책이 녀석들에게 꿈을 갖게 해주는데 도움이 될까? 아무래도 쌍둥이들이 흥미를 가진 분야의 책이면 더 좋겠는데.... 갑자기 예전에 서점에 들렀을 때 명이가 과학동아를 사고싶어 했던 일이 생각났다.
 
과학동아와 함께 또 다른 책이 없나 살펴보니 Newton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특집기사가 <우주까지 진출한 지적 생명체 사람의 '뇌'>였다. 오늘 회사에서 들은 세미나 주제도 <뇌와 창의성> 시리즈로서 '선택의 순간, 뇌에겐 어떤 일이 벌어지나?'(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부교수)였다.

책을 사가지고 와서 쌍둥이들에게 내미니 반응이 아주 좋아서 아빠가 앞으로 매월 사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책을 받자마자 두 녀석 모두 책에 몰입한다. 강제로 PC게임을 하지 말라고 지시하기에 앞서 관심을 자연스럽게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나는 그 방법을 독서로 택한 셈이다. 녀석들이 꿈과 삶의 목표의 설정까지 자연스레 연결이 되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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