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5일 오후 7시경.(결혼 후 처음 맞는 내 생일)
'신목동역 출발했어요. 짐이 많아서 그러니 쌍둥이들 염창역으로 보내줘요!'
저녁밥을 준비하고 있으니 문자메시지 소리가 폰에서 울린다.
"너희들 아빠가 염창역으로 나오라시네. 짐이 있으신가봐. 카센터에 가셔서 수리 다 된 차도 찾으셔야 하신단다!"
".........."
"들었니? 어여 둘 중 아무나 빨리 나가거라, 신목동에서 염창역은 한 코스니 금방이다!"
방안에서 가위바위보 소리가 난다. 뭐지? 아빠 마중은 안나가고... 쌍둥이들 방을 들여다보니 한참 가위바위보 중이다.
"너희들 뭐하냐? 지금 내가 나갈 수가 없다. 가스렌지 위에 국을 올려놨거든. 어여 안가니?"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대답은 않고 계속 가위바위보 질이다.
또 속이 슬슬 달구어지려 한다.
"지금 뭐하는 거니?"
"누가 나갈지 가위바위보로 정하고 있어요. 재윤이가 졌는데 안나갈거라고 버텨요!"
"뭐!"
나의 두통이 또 시작하려 폼을 잡는다.
"벌써 역에 도착했겠다. 너희들 너무하는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빠가 짐을 가지러 나오라고 하시는 마당에 너희가 한가하게 이런 짓을 하고 있을 때냐?"
나는 가스렌지를 끄고 냅다 외투를 손에 들고서 총총히 3층에서 1층으로 걸어내려가며 핸드폰 시계를 확인한다. 역으로 가니 내 짝은 무거운 가방과 짐을 들고 자식들이 내려오나 엉뚱한 곳에서 아빠를 찿지는 않는지 싶어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있다.
내 짝은 쌍둥이들이 방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느라 나오지를 못했다니 퍽이나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어깨가 축 쳐진다. 우리는 둘이서 짐을 나눠들고서 근처 카센터로 가서 차를 찾고 주차장에 차를 제자리 놓고서 집으로 왔다.
쌍둥이들은 아직도 둘이서 씩씩~~대며 서로를 쳐다보며 그야말로 진짜 싸움같지도 않은 기싸움질을 하고 있다. '오늘 저녁 밥을 굶길까보다 그냥 에고~~오!' 부글부글 속이 끓어서 한마디 하려고 하는데 내 짝이 먼저 소리친다.
"니들 내 자식 맞냐? 정말 이럴거냐? 오늘 정말 실망이다!"
저녁 식탁엔 내 짝이 사온 생일 치즈케익에 불을 켜고 가족이 마주보며 앉았건만 멋적은 정적이 흐른다. 오늘 만큼은 부모 속을 안 썩일거라, 아니 덜 썩이겠지 하던 기대가 무너졌다. 어김없이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하기 전에 또 사고를 치는 쌍둥이들.... 정말 부모하기 힘들다!!! 언제나 속을 차리고 부모 얼굴을 환하게 만들어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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