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여기 야채쥬스와 삶은 달걀 있어요. 일하시다가 배고프면 드세요"

 

사무실에 출발하기ㅍ전 옥상에 널어둔 이불을 걷어가지고 내려오니 아내

는 미리 챙겨놓은 쥬스며 과일, 삶은 달걀을 내게 내민다. 토요일 쉬는 날

인데도 논문작업을 한다고 사무실로 혼자 가버리는 내가 서운하기도 하련

만 아내는 내색을 않고 계단까지 배웅을 한다.

 

아내와 재혼한지 2년 3개월이 지나간다. 늦깎이로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

하고 나서 결혼을 했으니 휴일다운 휴일을 가져보지 못했다. 늘 토요일

이면 수업 가야지, 세미나 가야지, 밀린 회사일 처리해야지, 내부감사 받

느라고 20개월 가량 시달렸지, 요즘은 논문을 쓴다고 정신없이 지내지....

내가 힘들어 할때는 아내도 어김없이 함께 힘들어 했다.

 

"내가 그냥 혼자 살지 왜 아들 셋이나 딸린 이 아저씨와 재혼을 해서 이

고생일꼬~"

"혁이나 인이 다 키워놓으니 이제는 쌍둥이들이 둘 턱 내 앞에 버티고

있으니...."

"늦둥이 쌍둥이자식 둘에게 휘둘리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이 마음씨 착한

이 아저씨를 우짤꼬!!!"

 

아내는 내가 안쓰러운 모양이다. 쌍둥이들 신경쓰랴, 늦은 나이에 공부

를 해보겠다고 대학원이며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며 국회 입법조사처

세미나에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밤 늦게 파김치기 되어 집에 오는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내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다 당신 병나요. 공부든 뭐든 적당히 하소"

"이제는 일 더이상 벌리지 마소"

"박사과정과 미래예측이 끝나는 내후년에는 무조건 나는 성지순례를 갈

테니까 그때는 알아서 하소. 당신이 안간다면 내 혼자라도 갈테니...."

 

건강에 적신호가 오다보니 요즘은 밤 10시 30분만 넘어도 빨리 잠을 자라

는 아내의  채근이 더욱 심해져 간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요즘 너무 힘들어"

"머리도 지끈거리고, 편두통이 오는 것 같애"

"40대 전업주부 아내들이 우울증에 많이 걸린다는데 당신은 알아요?

내가 우울증에 걸린 것은 아닐까?"

"에이 무슨 소리~~~"

 

말도 안된다면 서둘러 말을 돌려본다. 그렇지만 요즘 아내가 많이 힘들어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이나 자식들이 아침에 회사로 학교로, 도서관으로 가버리면 이 집에는

나 혼자만 남게 돼"

 

"당신이나 규는 회사에 나가면 해야 할 일이 있고, 혁이와 인이도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쌍둥이들도 매일 공부를 하잖아? 매일 치열하게 일하며 자기

계발도 하는데 나는 매일 집에서 당신과 자식들 삼시세끼 식사 챙겨주어야지, 하루 종일 반찬 만들고 기숙사에 있는 자식들 먹을 과일이며 반찬 택배

부쳐야 하고, 집안 청소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 버려"

"하루를 마치면 하루가 너무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매일 같은 일만

하고 살다가 내가 병이 들고 백발이 되면 왠지 내 인생이 허망할 것 같아.

 이렇게 내가 늙고 마는가를 생각하니 내 삶이 너무 허무해~~"

"내가 군중속의 고독을 느끼는 것 같아~"

 

"군중속의 고독? 당신이? 설마? 당신도 열심히 자기계발을 하고 있잖아"

아내의 얼굴을 보면서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내 마음이 뜨끔했다. 

지난 1년 7개월동안 회사 내부감사에 시달릴 때 아내는 내 곁에서 가장

힘이되어 주었고 쌍둥이들과 씨름하느라 지난 2년간 많이 힘들어했다. 올해

내부감사를 마치고 나니 대학원 학위논문을 제출해야 하는 기한이 째각 

다가오니 휴일에도 어쩔 수 없이 책과 씨름하고 있다. 마주 앉아서 공부하는

아내와의 대화도 요즘 부쩍 줄었다. 정말 힘든 모양이다.

 

"당신은 일 속에 파묻혀 보람을 느끼며 지내고 내년이면 박사학위를 받을텐데 나는 매일 밥하고 설겆이하고, 청소하고 자식들 뒤치닥거리 한다고 석박사

주는 것도 아니잖아, 주부에 아내에 엄마에 며느리에 대학생에 이것저것

다 하려니 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고 힘들어...."

"2년 6개월 전 청혼할 때  나와 한 약속들, 함께 여행도 다니고 일주일에

한번씩 둘이서 외식을 하겠다던 것도 지금 하나도 안지키고 있잖아?

당신은 거짓말쟁이야"

"그건....."

 

며칠 전 큰자식 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빠는 늘 그러셨잖아요? 지금이나 10년 전이나 늘....."

그랬지, 나는 늘 일 핑계를 대곤 했지. 내 지금 처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아내이기에 나는 굳이 변명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 논문만 쓰면 2학기에는 한과목만 이수하면 되니까 한달에 한번씩

토요일에 시간을 내어 당신과 등산을 함께 다니리라. 내 약속하리다"

"정말? 정말이지!!! 야~ 신난다"

 

금세 얼굴이 밝아지는 아내. 요즘 우울증에 걸리는 주부들이 많앚고 있다는데 2학기에는 마음의 짐도 내려놓고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가야겠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 1993년 8월,

일산으로 이사간 후 휴일이면 늘 집에서 호수공원까지 걷곤 했다.

운동 겸 휴식, 그리고 아픔을 치유하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18년, 그동안 쌍둥이자식들이 태어나고,

먼저 간 아내의 유방암 말기판정과 투병생활,

그리고 사별,

쌍둥이들의 게임중독....

한 남자로서 감내하기 힘든

참으로 모진 세월이었다.

 

하얀 눈은 세상의 더러움을 덮는다.

하얀 눈은 세상의 아픔을 덮는다.

하얀 눈은 사람의 고통마저 덮어준다.

 

눈오는 추운 겨울날에도

휴일이면 두툼한 겨울파카를 입고

목도리에 장갑,

모자에 마스크까지 무장하고

호수공원으로 향했다.

 

추위에 호수 수면이 얼고

그 위에 하얀 눈이 내려 덮히면

드넓은 호수면이 하얀 평원처럼 펼쳐진다.

마치 다른 나라에 와있는 기분이 든다.

 

나는 작년 3월에 재혼과 함께

일산을 떠나왔다.

겨울이면 보고 싶었던 추억의

눈덮인 호수공원을 어제 다시 보았다.

눈 덮힌 호수공원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세월이 간다. 하얀 눈 속으로 쌓여서 세월이 간다.

 

카페지기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692일 남았다.

우리집 막내인 쌍둥이들의 수능일.

시간으로 따진다면 16,608시간!

 

재혼을 하면서 새로이 생긴 막내 녀석들이 쌍둥이들이다.

내 쪽의 아들 하나 딸 하나인 혁이와 인이는 연년생으로

이제 대3,대1.......

 

딸 인이의 재수로 학년 차이가 나게 되었고, 나는 고3 엄마를

3년을 한 셈이다.

그리고 지금 다시 쌍둥이들이 수능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렇게도 분잡스럽고 호기심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쌍둥이들이

이제 책상 앞에 앉아서 조용히 독서와 논술공부와 수능공부에 집중

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올 여름부터 초겨울까지의 2차에 걸친 로드캠프 덕분에,

(말이 로드캠프지 집을 나가서 생고생 개(?)고생을 했다고 하는 쌍둥이

자식들 본인들의 경험으로 처절하고 험난한 세상살이를 해 본 이후엔

부모의 위대함을 알았다고 한다.

 

역시 산 경험은 이렇게 인간을 사람답게 만드는 마술을 가진 것이겠지!

누구나 어떤 길을 가보지 않고는 함부로 그 길을 입에 올리지 못하는 것

같이 삶이란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게 되었다.

 백번 말해 무엇하리! 한번 경험을 하는 것이 인생을 바꾸기엔 더 없이

좋은 것이지...

간접경험은 그럴 것이다 라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일 수 밖에 없으니.....

 

게임중독도 집중력없이 흐지부지하던 생활 모습도 모두 변하여 그야말로

새사람이 되어 버렸다.

 

매일 도서관을 다니면서 읽은 책을 음미하고 기록하며, 수학 과학을

다시금 공부하는 모습이 믿음이 간다.

 

고3 엄마를 한번 할때마다 팍~팍 늙는다고들 하지만, 나는 자식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공부하는 모습과 오르는 성적을 보노라면 같이 밤샘도

하면서 같이 희노애락을 느끼던 그 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다.

 

진심을 가지고 무언가에 열중하여 최선을 다할때 사람은 아름다워

보인다.

며칠 전 막내 윤이가 말한다.

"엄마 혁이형이 쓰던 자료나 오답노트 같은 거 참고할 만한 거 있으면

좀 주세요!"

찾아보니 고등학교때 뺏지며 임명장들 그리고 까까머리로 찍은 증명사진

을 첨부한 대입응시원서들이 보였다. 그 가방 속에서 오답노트를 하나

찾아 주었더니 기뻐한다.

"사자는 쥐 한마리를 잡을 때에도 최선을 다한다!" 라는 글귀가 혁이형

오답노트에 씌여져 있었다며 크게 프린트 하여 책상 앞에 붙히는 모습을 보았다.

 

몇년 전, 수시원서를 넣고서 몇몇 대학을 아들 혁이를 데리고 수시논술 응시 하러

다니던 때가 생각난다. 세월은 돌고 돌까? 상황이 돌고 돌까?

그 해도 올해처럼 무척이나 추운 겨울이었는데......

 

돌이켜 보면 자식을 공부시키고 같이 느끼고 움직이던 그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다.

이제는 쌍둥이들 차례다.

앞으로 692일을 같이 한번 달려보자꾸나!

 

성현정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훌쩍 키가 웃자라서 나보다 6~7cm가 큰 쌍둥이자식들.

지독히 더운 여름날 중국에서 귀국한 후 좌충우돌 난리벚꽃장을

치루면서 우리 가족의 여름나기는 끝이 났다.

 

두차례의 철들기 캠프를 다녀온 후 완전히 새사람이 되었고,

자신이 자신을 만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누가 권하지도 않았는데 둘이 의논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떠났던 로드캠프.

 

실컷 고생고생 하면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더운 여름 소금꽃이 피는

날씨와 함께 자아를 바라보았다는 녀석들.

 

집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부모님이 얼마나 자식을 사랑하시

는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나에게 많은 힘이 되었는지를

철저히 깨닫고 뼛속에 새길만큼 느꼈다고 한다.

 

한번도 공부를 하라고, 1등을 왜 못하냐고 나무란 적이 없는데

이제는 공부에 목숨을 걸겠다니 듣던 중 반갑기도 하고......

 

이제는 하고픈 게임의 끝인 게임본좌에 올라 게임에 대한 열망도

사라지고 예전에 뭣하러 그렇게 목숨걸고 부모 속이면서 게임방을

골방 쥐드나들듯이 들락거리며 시간을 허비하였는지 후회가 절절히

된다는 고백이 진심으로 느껴진다.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인만큼 뭘 하든지 옳은 일, 가치있는 일에 목숨을

걸만한 열정이 있다면 부모는 그것만으로 자식의 등 뒤에서 갈채를

보낼만한 일이 아닐까!

 

매순간 매일매일,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안절부절 현관문을

지나 게임방으로 가려했던 쌍둥이자식들.

그 분산스러움도 봄날 눈 녹듯이 사라지고 이제는 매일 아침이면 도서관

으로 가방을 메고 집을 나가는 자식들을 보면서, 이 시간이 언제 지나갈꼬~

하던 긴 한숨의 지난 세월을 뒤돌아 보니 아주아주 멀리 아득히 지나온 과거

라는 길이다.

 

 

마음의 평화란 이런 것이리라!

자식으로 인한 가슴앓이는 세상에서 제일 큰 무거움이 아니었나 싶다.

이 세상 부모들에게 하늘이 선물로 주셨다는 자식이라는 나를 닮은 존재.

 

지금 바깥에는 비가 내린다.

며칠 전 주남저수지에다 죽은 자신의 아이를 가방에 넣어 버렸다는

그 엄마가 생각난다. 가슴이 아프다. 쉬이 글로 표현하기엔 얼마나

많은 생각이 필요한 일일까 싶다.... 먼저간 어린 영혼에 대한 미안함이

생긴다. 지금쯤 그 엄마는 얼마나 많은 후회를 하고 있을까 싶다.

 

성현정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 새벽까지 늦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이야기를 쓰고, 지난 일주일

동안 사내근로복지기금 실무자에게서 받은 메일 질문이나 사내근로

복지기금 카페에 올라온 질문에 답글을 달다보니 아침에는 늦으막한

시간까지 늦잠을 잤다. 아내는 내가 예전처럼 무지 심하게 코를 골더

라고 한다. 하긴 지난주는 세미나에 야근에, 사내근로복지기금 실무자

들과의 모임 등으로 한번도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지 못했으니.....

 

지난번에는 목욕탕에 명이를 데리고 갔으니 이번주는 윤이 차례이다.

윤이를 데리고 목욕탕에 가서 몸 이곳 저곳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이제는

쌍둥이들이 키도 나보다 더 크게 자랐다. 첫째가 180센티인데, 지금

같이 쌍둥이들이 자란다면 1~2년 뒤에는 큰애보다 키가 더 클 것 같다.

키가 자라는 것처럼 마음도 넓고 깊게 자라주어야 할 텐데.

 

아침을 먹고 윤이는 근처 교회로 예배를 드리려가고, 명이는 친구를

만난 후 오후에는 도서관을 가겠다고 집을 나선다. 큰애도 없고, 둘째는

그저께 한달만에 집에 왔다가 겨우 하룻밤 자고 나서는 어제 바람처럼

다시 학교 기숙사로 가버렸고 딸 인이는 기말고사 공부를 한다고 학교

기숙사에 있으니 이제 집에는 나와 아내 단 둘 뿐....

 

나는 물조리에 몰을 담아 복도와 옥상에서 키우는 화초들에 물도 주고

아내는 거실에 가득한 작은 화분에도 물을 주며 자라는 상태도 점검한다.

곧 죽을 것 같았던 화초가 몰라보게 무성하게 자랐다.

그동안 너무 과잉보호를 하며 물을 많이 주었는지 시들시들했는데 흙이

마를 때까지 물을 주지 않았더니 잎과 줄기가 쑥쑥 자란다. 화초들도

사람들처럼 때론 적당한 무관심이 필요한 건 아닐까?

 

아내는 홈쇼핑몰 광고지를 뒤적거리다가 겨울나기를 위한 나의 가디건과

전기그릴을 주문한다. 아내가 워낙 살림을 알뜰하게 하는지라 나는 그냥

아내가 하는 일에 동의를 해준다.

 

믹스커피를 타서 아내와 식탁에 마주앉아서 자식들의 장래 문제며, 그동안

몰라보게 변화된 쌍둥이들의 변화와 일주일동안 쌓인 이야기를 나눈다.

모처럼 휴일에 삶 속에 느끼는 여유.... 편안한 휴일이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 토요일 아침.

내 짝이 대학원 수업을 가는 시간 즈음, 현관 밖에 수북히

쌓인 신문을 3층에서 1층까지 쌍둥이들을 시켜 내려놓고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가져와서 다 실었다.

 

수업시간 늦을까봐 씽~하니 지하철 시간을 맞춰 역으로 뛰어가는

내짝이 조금 야속하기도 한 날.

 

"너희들은 자전거를 가지고 저기 저 고물상으로 오거라. 나는

차로 갈테니!"
"네......"

 

얼마 전 허락도 없어 들컥 재활용센터에서 자전거를 한대씩 사서

도서관이며 동네를 돌아다니던 쌍둥이자식들.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작아서 남 주어버린 자전거가 못내 아쉬

웠든지 자전거를 만오천원씩을 각각 주고 두대를 샀단다.

 

고양시 일산에 살 때야 자전거 도로가 따로 있어서 별 위험한 일

없이타고 다녔다지만, 이곳은 정말 위험한 곳이 많다. 골목골목에서

불쑥 나타나는 차량들이며 속도를 줄이지 않는 배달 오토바이들로

깜짝깜짝 놀랄 일이 생기니........

 

하도 활동적인 녀석들인지라 늘 주의를 줘도 아량곳하지 않는지라

허락없이 자전거를 마련한 후 우리 가족은 모두 이래저래 걱정을

하고 있던 터였다.

 

내 짝은 매일매일 신문이 오면 스크랩을 한다.  ROTC 복무시절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스크랩을 하여 지금은 책장 가득히 책처럼

엮여진 스크랩노트가 즐비하다. 많은 정보들이 있어서 글을 쓸 때 참고

자료로 쓰니 아주 좋은 사전같은 역할을 하는 스크랩 노트.....

 

작년 한해 스크랩을 못다한 신문들을 거실 한켠에 차곡차곡 쌓아두었었다.

시간이 나면 몇개씩을 하곤 하였지만 매일 일간지 3개가 쌓이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수북해졌다. 자연히 주부인 나는 잔소리를 하게 마련이다.

 

내가 해주고 싶었지만 원체 깐깐하게 구독하면서 빠짐없이 스크랩을

하는 성격인지라 내가 하는 건 맘에 안든단다.

 

쌓여가는 신문이 밉기도 하고 쳐다보니 갑갑하여 김장봉투를 사서

차곡차곡 신문을 넣은다음 봉해서 한쪽으로 밀쳐두었었다.

 

쌓아놓은 신문 틈사이에 먼지도 쌓이고 자꾸 쏟아지기도 하고.....

"여보!  당신 저 신문 언제 다 처리 하실거요?"

"해야지 좀만 기다려 줘. 계속 바쁘네. 요즘은 논문준비 때문에 더 시간이

안내고......."

 

내가 도끼눈을 뜨면서 곁눈질로 타박을 하니 미안하긴 한 모양이다.

사내 세미나가 있을 때는 업무시간을 마치고 나면 참석하고,토요일이면

대학원 박사과정 참석, 중간중간에 모임이며 각종회의들로 사실상 내가

보기엔 짬이 내질 않을 듯 한데 계속 미련을 가지며 날마다 3개씩 늘어나는

신문으로 우리집 거실은 책창고가 되어갔다.

 

급기야 내 짝도 대책이 없었든지 저번 금요일에 몇몇 중요한 것만 빼고는

쌓여있던 신문들을 일단 좀 처리를 해야겠단다.

귀가 솔깃~ 듣던 중 반가운 소리! 오호!~~~~~~~

 

꼭 필요한 것만 스크랩을 하고서(평소엔 엄청 꼼꼼하게 하는 편이다)

내 키보다 높이 쌓인 신문을 모두 처리하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비가 흩날리는 날이라 1층에 내려놓기도 그렇고......

 

페지줍는 분들이 가져가면 꽤나 도움이 될텐데.........

"여보! 이번에 이 신문으로 쌍둥이들 교육을 좀 시켜야겠어요!"

"어떻게?"

 

나는 그 신문을 재활용센터로 직접 가져가서 팔기로 했다.

거기다 쌍둥이들이 허락없이 사온 자전거를 처분하기로 했다.

몇번을 내 짝이 쌍둥이자식들에게 자전거를 친구 주든지 처분을 하라고

일렀는데 오늘까지 별 반응이 없었기에, 내친 김에 실천하기로 했다.

 

고물상으로 신문을 가져가서 차에서 내리니 금세 무게가 나오고

자전거도 무게를 달더니 계산을 해 주신다.

"여기! 만오천입니다."

"자전거만은 얼마인지요?"

"두대 합하여 3,500원입니다!"

"네?"

우리집 쌍둥이자식들이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나를 원망어린 눈망울로

쳐다본다.

지들이 살때는 중고가격을 한대당 만오천원을 주고 두대 삼만원을 줬는데

팔때는 두대 합하여 삼천오백원......ㅠ

 

이제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되는 쌍둥이자식들이 요즘엔 꼬박꼬박 책을

읽고 매일 도서관으로 책대여를 간다.

 

둘이서 같이 다니는 것이 아니라 오전 오후로 나누어서 따로 다니게 했다.

가을길을 걸으면서 사색을 해보라고 권했더니, 요즘엔 붙어있지 않아서 

그런지 싸움을 일체 하지 않는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니 참 좋단다.

 

"너희들이 떼를 쓰면서 아빠한테 사달라할때는 이것저것 다 따지면서

몇십만원짜리 자전거를 사달라 졸랐겠지만, 어떠냐? 너희 용돈을 모아

사니까 만오천원도 크지?"

"네. 아! 근데 너무 돈을 싸게 쳐주니까 진짜 너무하는 것 같아요!"

"그러게 누가 허락없이 덜컥 자전거를 사랬니?"

 

"신문 페지 판 돈 11,500원, 자전거 두대 판 돈3,500원 합하여 15,000원!"

이라는 카톡문자를 내 짝에게 보냈다.

 

번번히 악역을 맡는 내가 쌍둥이자식들은 얼마나 미울꼬.....ㅋ

"이 돈을 어디다 쓸까 고민 좀 하시지 쌍둥이들!!!!"

".........."

 

성현정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어제가 수능일이었다.

돌이켜보면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 전년도에도 나는 수험생엄마였다.

올해 들어 내가 예민하고 좀 과하다 싶을만큼 신경과민이 된 이유도

굳이 변명하자면 연년생인 혁이와 인이의 뒷바라지와 연이은 고3 엄마병이

터진 것이리라 싶다.

자식을 안고 싱글맘으로 세상을 헤쳐 나와야 했던 절박함과 위기감으로

힘든 날들이었다. 이제는 혁이는 3학년 인이는 작년에 재수를 하여 

1학년이다.

 

둘다 취업걱정 없는 의대와 간호학과이다 보니 사실 배짱이 편하다고

해도 나쁘지 않은 표현이지 싶다.

미술을 전공하고 싶어하는 딸 인이를 뒷바라지 하다 중도에 그만 뒀을

때가 너무나 가슴 아픈 시기였다.

 

헌데 요즘엔 인이가 간호학과를 결정한 것이 참으로 잘 한 것 같다고

엄마에게 감사하다고 한다.

 

재수하지 않고 대학을 간 친구들은 이제 2학년인데 대부분 만나는 친구

들이 취업걱정과 확신없는 과선택으로 고민하며 더러는 휴학을 하고 다른

공부를 하기도 한다는 얘길 들으면 현실적인 엄마의 판단이 나쁘지 않다는

거라고 생각하게 된단다.

 

먹고사는 일이 먼저다 보니 나는 늘 현실적이다.

그리고 나이가 든 이후에도 자식뒷바라지로 내 인생을 소모하고 싶지 않은

이기심이기도 했고.....

그것을 한번도 후회해 본 적도 없었고, 이제는 체질화가 되어서 비현실적인

것에는 별로 호응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깊은 사고와 합리적인 결정을 위하

여 언제나 심사숙고 하고 또 보고 다시 보고 돌려서 보고 위에서 보고......

언제나 내가 빠뜨려서 본 것이 없는지 주위를 살피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것은 되도록 후회없는 삶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른 초혼으로 나는 인생의 청춘시절을 느끼지 못하고 엄마가 되어서 그런지

왠지 늘 어떤 일을 할때 많은 경우를 견주며 판단하는 습관이 베였다.

 

어제 기숙사에서 귀가한 딸 인이와 쌍둥이들과 함께 저녁식탁에 앉았다.

자연스레 수능일이어서 수능 이야기며, 요즘 양천구립도서관으로 매일 자전거를

타고 책을 보고 오는 길에 책을 몇권씩 대여해 오곤 하는 쌍둥이들의 대화가 오간다.

 

"너희들이 앞으로 꼭 4년 후면 대입수능을 칠텐데 며칠이나 남았지?"

"1460일이요!"

암산이 무진장 빠른 우리 쌍둥이들....동시에 답을 한다.

 

"1460일이 지나면 독립할 준비를 해야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저께 큰형이 말한대로 검정고시를 통해

중고교를 다 할까 아님 고등학교 과정을 정규과정을 할지 아직 고민중이에요."

 

"너희들의 결정을 존중하마 언제나 그렇듯이 인생은 자신의 것이다. 너희가

부모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듯이 부모도 자식인생에 관여하여 자식을 휘두를

자격은 없지,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되면 그길로 가거라"

 

내짝이 사내 세미나에 참석하는 날이어서 넷이서 오붓이 저녁식사를 하며 도란

도란 얘기를 나눈다.

 

지난 9월 12일~20일 8일간과, 10월 5일~11월6일까지 1차, 2차 캠프를 다녀온

후 쌍둥이들은 그야말로 삶의 체험현장을 겪었을 터......

 

밥 한톨이 얼마나 귀한지, 따뜻한 집이 얼마나 값진지, 부모의 품과 사랑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꼈단다.

 

게임을 통해서 하고픈대로 하니 게임의 본좌 최고 레벨에 올라 더 이상 갈

데가 없이 되었고, 대용량의 스넥과 과자류를 먹고싶은 만큼 밤새 먹으며

찜질방에서 밤도 세워보고 그야말로 하고픈 건 다 하고나니 공부가 하고

싶어지더란다.

 

이제는 게임도 시큰둥하고 하고픈 것도 호기심있는 것도 없어졌단다.

캠프를 가기 전에 반납해 두었던 전자사전을 이제는 줘야할 때가 되었을까?

 

온실 속에서 오냐오냐 하며 바람불면 날아 갈세라 비오면 젖을세라 하지 않고

과감히 자식들이 하고자 하는대로 버려두는 것이 때로는 자가치유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지!

 

"앞으로 1460일을 어찌 보내느냐에 따라 집을 떠날때 빈손을 나갈 것인지

뭔가를 쥐고 나갈 것인지 잘 생각하며 살아가거라, 생각보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단다!"

 

토요일인 내일은 쌍둥이들의 열여섯번째 생일이다.

의미있는 만15세인 셈이다.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요즘 쌍둥이들이 알바를 한다고 제법 부지런해졌다.

저번주 토요일 처음 알바를 하고 저녁에 수고비를 받아서 귀가하였다.

작은 녀석 윤이의 반바지에 소금꽃이 피어 있었다.

 

부모의 노고로움이 어떤 것인지, 돈의 소중함, 가치로움을 알아보라고

했더니 알바를 하겠다고 했다. 알바자리도 알아서 구하고 둘이서 힘을

합쳐서 움직였다. 작년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일텐데 먼 곳으로 집을 떠나

있는 동안 형제의 소중함을 조금은 이해하고 서로를 인정해주는 과정을

지나가고 있는 듯하다.

중국에서 돌아온 이후 한번도 언성을 높히며 서로에게 화를 내지 않았고,

서로 협조하며 책을 같이 읽고 중국어 시험대비를 위해 단오외우기를 같이

하고 있다.

 

"여보세요! 전화주신 분요?"

"네? 누구세요?"

"거기 쌍둥이네집 아닌가요? 여기 ...인데요 알바를 하겠다고 전화를 하였기에....."

"네에~~~ 우리 아이들이 전화를 드렸나 봅니다. 저희집 아이들이 성실하고

체력도 좋습니다. 다만 싫증을 잘 내고 시간의 소중함이나 돈의 가치를 모르는

듯하여 교육차원에서 알바를 한번 해보라고 했습니다. 혹시 사장님이 괜찮으시다면 쌍둥이들에게 좋은 산교육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모동의가 필요한 거라면 동의서를 작성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 저는 20대초반입니다. 저도 중고교시절 공부를 소홀히 하였지만 어느날 깨우친 후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었고 제 스스로 이 가게를 열게 되었습니다. 제가

도움이 된다면 쌍둥이들에게 제가 겪은 일들을 얘기해주며 조언을 해보겠습니다!"

 

쌍둥이들이 알바를 할 곳의 사장님과 우연찮은 통화를 하게 되었고 나는 쌍둥이들을 맡겨보기로 하였다. 상세한 얘기를 하고서 나는 안심하고 아이들을

보내보자고 내 짝에게 얘기를 하였다.

 

시간이 아깝고 이 시간에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을 거란 갈등도 해보지만

소중한 경험은 두고두고 인생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기에 물통에 물을 얼려

현관문을 나서는 쌍둥이자식들이 알바를 나가는 날이면 나는 기도한다.

튼튼한 나무가 되는 과정을 잘 넘기게 해 달라고.....

 

성현정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의 제47중고등학교 내에 있는 정주국제학교에 유학 중인

쌍둥이자식들을 아내와 함께 방문하여 여섯달만에 만났습니다. 학교근처 호텔에 머물면서 모처럼 가족이 오손도손 밤을 새웠습니다. 첫날은 체육행사, 둘째날은

예배참석 및 학부모 간담회, 세째날은 운대산을 여행하였고, 5월1일

아침을 먹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즐감하세요^^

 

카페지기 김승훈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재윤이 친구

엄마 아빠를 배웅하는 자식들...

 

공항으로 이동중

정저우시는 시가지가 참 잘 가꾸어져 있었습니다.

정저우공항에 들어섰습니다.

주차장...

공항에 도착...

갈때는 짐이 없어 홀가분하게...

자식을 두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부모들...

정저우공항 인증샷.

 

정저우공항 면세점...

 

 

 

 

비행기에 탑승..

 

비행기 내에서 영화감상...

기내식...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0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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