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사회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밤 11시 20분이 되었다. 일 욕심이 많아서일까, 조금만 더 조그만 더 하다보면 훌쩍 자정이 되어 버린다. 오늘 계획한 분량의 일을 마무리를 해두어야 내일을 여유있게 맞이할 수 있다는 평소의 내 지론....

오늘은 학원에 가야할 시간에 쌍둥이들이 학교에 밀린 일이 있다고 학교에 갔다. 으이그~ 애비가 힘들게 고생하여 학원에 내는 돈을 생각하면 하루도, 단 한시간도 수업에 빠져서는 안되는데~~ 다행히 조금 늦게 가서 수학 주간평가를 봤는지 막내 재윤이는 96점, 11명중 1등이란다. 훗~~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곧잘 하는 녀석들이 애비 속을 태우기는....

11시 30분, 책상위를 대충 정리하고 지하철 9호선을 타기 위해 계단을 헐레벌떡 내려가는데 막내로부터 숨 넘어가는 휴대폰 전화가 걸려온다.
"아빠 아빠~"
"왜 또?"
"어디세요? 오시는 길에 실내화 좀 사다주세요?"
"실내화? 헐~ 야, 지금 몇신데?"
"아빠! 그런데 그런데 왜 숨을 헐떡이세요?"
"야! 이눔아~ 아빠 지금 지하철 타러 회사에서 막 나와서 뛰어가고 있다."
"아직 회사세요."
 "그래!"
"아빠, 흰색 실내화로 사이즈는 250밀리예요"


밤 11시 30분, 지금 이 시간에 어디서 흰 실내화를 산담??? 그래도 내가 누구냐? 아들 셋을 키우는 억척스런 싱글대디가 아닌가? 전화를 끊고 뛰어가면서 생각해보니 마두역 근처 뉴코아백화점 지하에 24시간 영업을 하는 킴스클럽이 떠올랐다. 그래, 일단 가보는거야!

9호선 국회의사당역 에스컬레이터도 뛰어내려가니 마침 여의도역에서 계화행 일반열차가 진입하고 있다. 바로 타고 당산역에서도 뛰어 올라가니 곧바로 일산행 871번 좌석버스가 온다. 마두역을 거쳐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까지 가는 좌석버스이다. 자정이 가까워지면 대부분 막차여서 놓치면 배차간격이 길어 길거리에서 한참을 기다리거나 택시를 타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지하철이며 좌석버스가 곧장 연결되는 걸 보니 왠지 행운이 따른다는 느낌이다. 실내화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밀려온다.

양화대교를 넘어 강북도로에 진입을 하는 순간~ 헉~ 일산방향 강북도로가 차들로 꽉 차있다. 1차로에서 추돌사고가 나서 두개 차선이 통제 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마두역에 내려 킴스클럽에 가니 250밀리 흰 실내화가 딱 하나 남아있다. ㅎㅎ 오늘은 마지막까지 행운이 따르는구나. 밖으로 나오니 코 끝을 스치는 바람이 차갑다. 내일 아침은 추워지려나 보다. 약 20분을 걸어서 집에 오니 자정을 25분이나 넘겼고 쌍둥이들은 책상에 불을 켜놓은 채 곤히 잠들어 있다. 컴을 몰래 만졌는지 책상 위가 어수선하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으니... 아무튼 밤 늦은 시간에 애비를 고생시켰으니 내일 아침에 막내는 애비에게 잔소리 좀 들어야겠지. 에이 고얀놈~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갈수록 떨어져가는 녀석들의 성적 때문에 요즘 고민이다. 초등학교 때는 최상위권에서 머물던 녀석들이었는데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성적이 하위권으로 급락을 하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일주일 동안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보고 학교 선생님과 학원 선생님들과의 상담을 해보니 어느 정도 원인이 파악되는 것 같다. 원인은 대충 네가지로 요약되었다.

하나, 수업시간이나 공부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쌍둥이들에게 "수업시간에 집중이 잘 되니?"하고 물으니 '수업시간에 집중이 잘 되지 않고, 지루하고 졸려요"라고 대답한다. 공부에 흥미가 떨어졌고 수업진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둘,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해 있었다. 여자들과는 달리 사내아이들은 한가지에 빠지면 헤어나오지를 못한다. 아마도 쌍둥이들이 PC게임에 몰입하여 머릿속에는 온통 게임내용만 담겨있었던 것 같다. 집에서 온라인 숙제를 한다기에 컴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허용해 주었는데 이 컴을 통해서 그동안 PC게임을 몰래 했던 것 같다.
셋, 학교나 학원수업시간에 지각이 잦다. 학원수업이 5시 30분이라면 5시 25분에야 헐레벌떡 집을 나선다. 자연히 집에 책이며 교재, 노트, 필기구를 두고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교재가 없이 지각까지 한 상태에서 무슨 온전한 수업진행이 되겠는가?
넷, 이루고자 하는 꿈과 목표의식이 희박해졌고 연이은 성적하락으로 자신감도 많이 잃은 상태였다.

어제 명이와 윤이를 앉혀놓고 대화를 하며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다짐을 받았다.
첫째, 수업시간에는 공부에만 몰입을 하고 일체의 잡념을 버리자.
둘째, 기말시험 전까지는 집에 있는 컴을 치우자. 아빠 일은 아빠 노트북으로 하겠다. 대신 학원 온라인숙제는 원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학원 컴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셋째, 학원이나 학교 수업 10분전까지는 도착하여 자리에 앉을 것.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집에서 출발하고 가방이며 준비물도 미리 챙기도록 했다.
넷째, 조만간 녀석들이 가고자 하는 학교를 데리고 가볼려고 한다. 그러면 목표와 열정이 되살아나겠지.

성적이 더 이상 추락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못된 작은 습관부터 하나하나 바꾸어 나가려 한다.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준비되지 않는 상태에서 주는 자율성은 오히려 자식교육을 방치하는 것이고 자식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내일 화요일이 아내 4주기 기일.... 참 시간도 빨리도 지나간다. 오전에 장모님을 모시고 농협하나로마트를 다녀왔다. 아내 제사상에 올릴 과일이며, 고기류, 나물류를 준비한다. 사과, 배, 포도, 감(감은 시골에서 보내주었는데 너무 작아서 마음에 들지 않은지 새로 사셨으면 하는 눈치셔서 샀다), 밤, 곶감...

메론이 있기에 메론은 안사느냐고 물으니 사고는 싶은데 돈이 많이 나올까봐 그냥 두자고 하신다. 메론 하나에 6800원. 크고 좋은 것으로 하나 고르시라고 했더니 표정이 밝아지신다. 평소 까다로웠던 딸자식이었던지라 과일이며 음식을 장만하고 준비하는데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라고 푸념하신다. 아내가 와서 "엄마는 이것을 나보고  먹으라고 준비했어"하고 야단칠 것만 같단다.

토요일은 화장실 청소를 깨끗히 하고, 일요일에는 안방도 대청소를 하며 깨끗히 치웠다. 안방에 쌓아둔 신문이며 업무관련 인쇄물, 노동부와 국세청에서 받은 예규들, 타 사내근로복지기금 상담한 자료들, 스크랩을 하다 둔 오려낸 신문조각들이 많이 쌓여있었는데 자료들은 대충 분류하여 버릴 것은 버리고 책을 쓰고 연구용역에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자료들은 정리하여 한 곳에 가지런히 정리를 해두고, 스크랩을 하다만 자료들은 당장 할 시간이 없으므로 베란다로 치워두었다.
 
아무래도 연구용역과 책 집필이 다 끝나야 집안에 있는 자료들이 정리가 될 것만 같다. 아내가 생전에 이런 지저분한 모습을 보았더라면 당장 호통을 치며 빨리 치우라고 난리가 났을텐데, 아무래도 아내가 하늘나라로 간 이후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으니 내 생활이 점점 느슨해져가는 것 같다. 또 다른 면에서는 시간이 부족한 점도 있겠지...

저녁때는 안방 매트도 걷어내 바닥도 닦고, 이불도 털고, 주방이며 거실도 구석구석 걸래로 깨끗히 청소를 한다. 쌍둥이들이 이제는 알아서 애비를 도와줄 나이도 되었건만 눈치코치 없이 지들 일만 하고 있다. 꿀밤을 한대씩 때려주고 싶지만 자발적으로 도와주고 지들이 할 때까지는 꾹 참고 내가 할 생각이다. 쌍둥이들도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면 애비가 청소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그때는 지들 집안청소를 하겠지.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이 길일은 길일인 모양이다. 아파트에도 이사를 가고 새로 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여기저기 모임도 많다. 고등학교 3학년 친구들 반창회에, 대학때 활동했던 써클의 선후배들이 모두 모이는 날이자 고향 마을친구들 모임날이기도 하다.

멀리 남쪽바다에서 자랐는데, 지금은 친구들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서 살고 있다. 그러니 향수병을 달래고자 두 달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부부동반으로 만나 그간의 친구들 근황도 들으며 웃고 떠들썩하게 소줏잔도 기울이고, 고스톱도 치곤 한다.

모처럼 마을 친구들을 만나러 가야 하는 날인데도 나는 오늘 사무실에 출근하여 일을 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연구용역을 받은 '중소기업의 선진기업복지제도 도입지원방안' 중에서 내가 분담한 '사내근로복지기금 회계처리실태 및 개선방안'을 오늘까지 중간보고를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평일에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여의도, 우리 사무실도 오늘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가끔 내가 컴 자판기를 두드리는 소리만 사무실의 고요한 적막을 깨운다.

정부 돈이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 한번 맡은 일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프로처럼 철저히 마무리를 주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내 브랜드네임이 높아지고, 내 자신의 전문성 또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가는 걸 느낀다.

일 마무리를 해놓고 아마 집에 늦게라도 가면(자정을 넘어야 할 것 같지만...) 오늘 만나지 못한 보고 싶은 친구들 얼굴과 그리운 얼굴을 생각하고 떠올리며 혼자서 소줏잔을 기울일 것 같다.

이 가을, 가수 이용이 가장 1년 중에 가장 바쁘다는 10월의 마지막 밤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그때 나는 누구랑 무얼 하고 있으려나? 그러고 보니 10월의 마지막날이 일요일이네??? 우리 쌍둥이들과 한참 씨름하고 있겠군.ㅎㅎㅎ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발표한 서울 화곡동 모 중학교 30대 유부녀 여고사가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 15세 남자 제자와 수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가 남자의 휴대폰에 찍힌 문자메시지를 본 아이 엄마의 신고로 경찰에 불구속기소되었다가 처벌할 근거가 없어 곧 풀려났다는 충격적인 보도기사를 읽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세 아들을 둔 애비로서, 요즘 예민한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교 1학년짜리 아들쌍둥이를 때문에 좌불안석이고 녀석들이 행여나 나쁜 길로 빠지지는 않을지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느라 신경이 곤두서있는 마당인데 이런 기사를 접하니 맥이 풀리고 교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 "서로 좋아서 한 것이었고, 댓가는 없었다"는 말에 처벌한 근거가 없어 풀려났다니 할 말이 없다. 사랑은 국경도 나이도 초월한다지만, 그래도 상대는 이제 갓 15살인 중학교 3학년 제자가 아닌가?

세상에는 불문율과도 같은 도덕과 규범이 있다. 도덕적으로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교사가, 가정을 가진 상황에서 자식같은 제자와 그런 성관계를 갖고 싶었을까? 자식 또래의 제자를 상대로 그리도 성적인 욕망을 채우고 싶었을까?

어쩌다 우리나라가 도덕적으로 이리도 문란하게 되었나? 어쩌다 이런 사람들이 교사가 되었고,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지? 가뜩이나 인터넷에서 넘쳐나는 성인물 때문에 집에서 쌍둥이들이 숙제한다고 컴 앞에만 앉아 있기만 해도 행여 스팸성 성인물을 접하게 되지는 않을지 마음이 좌불안석인데....

'성관계=결혼'이라는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사는 내가 답답한 걸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연애와 결혼에서는 보수, 골통이라는 비아냥을 듣더라도 서로 부부라는 관계로 맺어지지 않는 육체관계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상대에게 순결을 강요하기 이전에 나부터 순결을 지켜야 함이 옳지 않을까?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어제 늦은밤, 집에 들어가니 장모님과 쌍둥이들간에 한바탕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요지는 피곤하다면서 일찍 잠을 자라고 했더니 잠자는 척 하면서 몰래 넷북으로 PC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장모님은 '녀석들이 할머니를 속여먹었다'며 화를 내시고...PC게임이 가정의 화평을 깨고 있으니 게임중독의 또 다른 유해성이다.

나는 쌍둥이들에게 '공부해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다만, '책을 많이 읽어라', '너희들 삶은 너희들이 주도적으로 살아나가야 한다', '너희 삶에 대한 꿈과 비전을 품고 살아라', '너희가 좋아하고, 하고싶은 일을 직업으로 연결시키면 좋겠다" 등이다.

어제 저녁 잠자기 전에 재명이에게 물었다.

나 : "재명아, 아빠가 왜 너희들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말을 할까?"
재명 : "책을 많이 읽으면 논술을 잘 볼 수 있으니깐요"
나 : "그럴 수 있겠지. 그보다도 책을 읽으면 간접경험을 많이 할 수 있단다. 책을 쓴 사람이 수십년간 살아오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을 책으로 쓰거든. 그러니까 책을 읽으면 남들이 많은 시간 고생하여 얻은 지식과 경험을 단 몇시간 내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단다. 아빠도 18년간 고생하며 연구한 것을 책으로 펴내니 사내근로복지기금 실무자들이 아빠가 쓴 책을 읽고 따라서 금방 일처리를 할 수 있거든"
재명 : '아빠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나 : "그리고 책을 많이 읽고 사색을 하면 통찰력이 생긴단다. 통찰력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고, 앞으로 전개될 모습을 예측할 수 있어 미리 대응이 가능하지. 결국 미래를 미리 준비할 수 있게 된단다"

나는 집에 오면 늘 책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신문스크랩을 하거나, 강의 원고작업이나 글을 쓴다. 자식들은 내 모습을 보며 자랄 것이며 언젠가는 애비를 따라 하게 될 것이다. 자식들은 커갈수록 부모를 닮아간다. 폭력을 자주 사용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자식들이 성장하여 폭력을 사용하는 부모가 되는 이유도 그런 연유이다. 

나도 지금의 내 행동을 분석해보면 어릴적 할아버지가 롤모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부자리를 손수 개고, 방 청소를 하시고, 외출하고 돌아오시면 양말은 세수한 물에 손수 빨아서 빨래줄에 너시고, 사온 생선은 손수 손질하여 부엌으로 건네주시던 자상하신 할아버지 모습, 시간이 나시면 신문을 읽던 모습, 할머니께는 항상 존댓말을 사용했으며 단 한번도 반말을 하거나 그 흔한 부부싸움을 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부모의 좋은 습관이나 언행은 자식에게 그대로 이어진다. 예로부터 가풍을 중요시한 이유도 이런 이유가 아닐가? 내가 집에서 평소 하는 언행을 자식들이 성장하여 그대로 닮아간다고 생각하면 행동 하나, 말 하나에도 조심해진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다음주가 가장 바쁠 한 주가 될 것 같다. 근로복지공단 설문서를 전국 1220개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발송해야 하고, 13일은 수원에 있는 회사 연수원에서 퇴직하시는 선배님들을 대상으로 한시간 강의, 14일과 15일은 이틀 과정으로 CFO아카데미에서 '사내근로복지기금 기초과정' 강의, 토요일은 군대에 가있는 큰애 면회 예약...

CFO아카데미 강의 교재를 작성하기 위해 일요일에도 사무실에 출근을 했다. 방해받지 않고 단시간에 집중을 하자면 사무실만한 공간이 안성마춤이다. 아직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렇게 일에 치여 살때면 나를 한명만 더 복제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해본다. 회사 내 일을 하면서, 복제된 또 다른 나는 쌍둥이들을 챙기면서 추가로 추간하려는 책 원고도 쓰고, 카페에 글도 쓰고... 과연 그런 날은 내 생전에 올 수 있으려나?

8일밤부터 근로복지공단 설문서를 집으로 가져와 일일히 회신용 봉투에 넣어 270원어치 우표를 붙이고 사내근로복지기금 회계처리실태조사를 위한 설문서를 접어서 넣고 다시 고용노동부 설문작성 협조요청 공문과 함께 접어넣고 봉하는 작업을 하는데 허리도 아프고 집중하다보면 눈알이 빠질 것만 같다.

작업을 하는 아내 생각이 절로 난다. 아내가 살아있었더라면 만사 제쳐놓고 손발 걷어부치고 나를 도와주었을텐데... 항상 내 입장에 서서 나를 응원해주고 몸을 사리지 않고 도와주었던 아내였다. 2004년 9월 무려 7년간의 작업끝에 1350페이지에 이르는 '사내근로복지기금 운영실무' 책자를 펴냈을 때 인세를 고스란히 아내에게 갔다 주었다. 내가 책을 낼 수 있도록 후원해준 아내에게 보답하는 마음에서...

쌍둥이들을 잡고 우편번호 검색을 해달라고, 한 사람당 610개씩을 마치면 15,000원을 수고비로 주겠다고 구슬러 시작을 해보았지만 처음 10분정도 하더니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이내 PC게임으로 빠져버린다. 그렇지, 너희들이 10월말까지 연구용역을 마쳐야 하는 애비의 절박한 마음을 안다면 이미 철이 들었겠지.... 애비는 눈이 빠져라, 설문서를 접어 회신용 봉투에 넣느라 손에 물집이 잡혔다고 손을 보여주어도 PC게임 못해서 애닳아하는 쌍둥이자식을 보고 있노라니 아내의 빈자리가 더 커보이고 생각이 난다.

부부의 인연이 있다면, 나와 아내가 만날 수 있었던 그 인연에 감사하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도 빨리 그 인연을 마감하게 만든 그 인연에 아쉬움을 느낀다. 참으로 좋은 여인이었고, 내 인생의 둘도 없던 길벗이었는데...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은 모 교육기관에서 수학경시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쌍둥이들 학교 행사와 일정이 겹치게 되었다.

나는 올해 봄에 진즉 수학경시대회 참가를 예약해 두었는데 쌍둥이들에게 사전에 이야기를 하지 않아 녀석들은 이미 학교행사(제15회 고양꿈돌이 과학축제 한마당)에 신청을 해버렸다고 한다. 나와 쌍둥이자식들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가급적 전국적인 수학경시대회인데 참석하라고 실력수준을 테스트해 보라고 설득을 해보지만, 녀석들도 지난 9월 27일에 학교에 이미 과학축제 한마당에 참가신청을 해버렸다고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예전에는 아빠가 "이건 이렇게 해라'하면 두 말 않고 곧장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듣던 녀석들이었는데 요즘은 논리적으로 따지고 반박을 하니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컸다고 애비 의견을 무시하나 잠시서운한 생각도 든다.

자식과 갈등을 겪을 때마다 서로의 주장을 이야기한다. 쌍둥이자식들에게 자주 이야기하는 말이 있다. "너희가 왜 그것을 꼭 해야 하는지 아빠를 설득해라. 너희 말에 일리가 있으면 아빠가 들어줄 것이고,  반대로 아빠를 설득시키지 못하면 너희가 아빠 말을 들어야 하다" 이렇게 하면 설사 쌍둥이들이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해도 뒤에 불평불만이나 서운한 마음이 현저히 줄어든다.

그러나 이번 일은 쌍둥이들에게 10월 9일날은 수학경시대회가 있다고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 것은 애비의 잘못이니, 이번에는 녀석들 말이 일리가 있어 내 뜻을 접기로 했다. 평소에는 그래도 애비 말을 잘 들어주는데 아무래도 기를 쓰고 반대하는 걸 보니 중간고사가 이틀전에 끝났는데 또 전국적인 수학경시대회에 가서 시험을 본다니 그 결과에 꽤나 부담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자식들을 키우고 살면서 때론 솔직해지고 유연해질 필요성이 있다.

그제 밤부터 막내 재윤이가 PC전원을 꺼버린 일과 어제 새벽 5시에 깨워달란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것으로 골을 부리고 아침도 먹지 않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많이 속상해 있었는데, 아침 식사자리에서 나에게 "아빠가 저희를 못깨워주신 것부터 사과하셔야죠?"하는 말에 "그게 아빠에게 할 말이니?" 하며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어제부터 중간고사가 시작되는 날이고 녀석들이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참고 넘길 수도 있었지만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되니 참을 수가 없었다. 그젯밤 PC전원을 꺼버린 일만 해도 장모님이 그 전날 밤새 PC를 켜놓고 자는 바람에 밤새 시끄러워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불편을 호소하는 바람에 내가 재명이에게 전원을 끄라고 지시한 사항인데, 아빠가 시켰다고 해도 신경질을 계속 부렸다.

밤 1시 넘어서 자식이 신경질을 부려대는데 편히 잠을 잘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시험공부 한다고 연일 밤 2시 넘어서 자는 자식들 곁에서 나도 함께 일을 하며 챙겨주고 모두 잠이 든 뒤에야 문단속을 하고 자려니 피곤이 누적된 상황인데다 화를 참느라 1시간 이상 잠을 설쳐 아침에 녀석들을 못깨운 상황이었는데도 어린 자식들이 애비 마음을 알겠는가?

어젯밤에도 늦게 컴을 서로 사용하겠다고 재명이와 재윤이가 언쟁을 벌이기에 재윤이더러 "네가 3시간동안 했으니 이제는 양보하고 방에서 넷북으로 공부해라"하고 조정을 했더니 펄쩍 뛰며 더 하고 싶은데 그런다고 신경질을 부린다. 양보를 모르는 재윤이가 얄미워 야단을 좀 쳤더니 꽝소리를 내며 문을 닫고들어가 문을 잠궈버리더니 아침까지 방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새벽 5시에 재명이는 일어나 공부를 하려해도 방문이 잠겨있어 교과서와 참고서를 꺼내지 못해 발만 동동구르고 있고 아무리 불러도 재윤이는 요지부동,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아침에 방문을 따고 들어가 재윤이 손을 잡고 안방으로 왔다. 재윤이도 큰 일이 벌어질 것을 각오한 듯 입을 굳게 다물고 표정 또한 굳어져 있다. 재윤이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 재윤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재윤아~ 어제 재윤이가 아빠가 컴을 끄라고 재명이에게 지시했는데도 계속 신경질을 부리고, 새벽 5시에 깨우지 않았다고 아빠에게 사과하라고 따지는 재윤이 모습을 보고 아빠는 정말 충격받았고 무척이나 서운했거든. 아빠가 5시에 깨우지 못한 것은 정말 미안해. 아빠가 사과할께. 그렇지만 아빠에게 신경질 부리고 사과하라고 한 건 재윤이가 너무한거야 알았지? 행복한 우리 가정 우리가 만들어나가야 하잖아? 그치?"

예기치 않은 애비의 사과와 부드러움에 그제서야 "아빠! 죄송해요"하며 사과와 함께 굳었던 얼굴표정이 밝게 변하는 막내를 보며 용서하고 화해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강함은 부드러움을 이기지 못한다. 자식양육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런 것 같다. 부모도 권위를 내려놓고 잘못한 것은 솔직하게 사과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자식과 벌어진 골을 회복하는 일은 가급적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부터 3일간 쌍둥이들이 중간고사를 치른다. 어젯밤 1시에 쌍둥이들이 잠자리에 들면서 새벽 5시에 깨워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내가 너무 피곤한 나머지 5시에 일어나 알람을 누르고 나서 쌍둥이들을 깨워야 하는 것을 깜박 잊고 도로 잠이 들고 말았다.

눈을 뜨니 6시 20분, 허걱~~~ 그제서야 부랴부랴 녀석들을 깨우니 늦게 깨웠다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급기야 두녀석 모두 아침 식사까지 거부하고... 아침을 빨리 먹으라고 채근하는 나에게 막내 재윤이가 원망스런 눈으로 쳐다보며 따지듯이 말한다.
"아빠가 아침 5시에 깨워주지 못한 것에 대해 먼저 사과부터 하셔야 하는 것 아녜요?"

너무도 당돌한 막내의 말에 어이가 없어 나도 지지않고 응수했다.
"그래 오늘 아빠가 너희를 깨워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그러나 지금 이시간이후 너희도 아빠에게 어떠한 부탁도 하지 마라. 아빠는 너희가 이야기하는 것을 무조건 들어줘야 하는 종이 아니거든. 아빠도 힘들고 피곤하여 아침에 못일어나는 때가 있거든. 이번 한번 너희를 못깨웠다고 너희에게 이런 원망과 푸대접을 당하고 살 하등의 이유가 없거든!"
"그리고 지난 1학기 기말시험이 끝난 이후 지금까지 3개월이나 되는 많은 시간이 있었다. 그동안 너희가 그 많은 소중한 시간을 덧없이 보내놓고 오늘 아침 딱 1시간 20분만 가지고 아빠에게 이렇게 따지고 억울해 하는 모습을 보니 이건 아니다 싶다. 너희에게는 앞으로도 많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기다리고 있다. 평소 시간관리를 잘 하려무나~"
"아빠도 아빠의 삶이 있고 꿈과 비전이 있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단다. 아빠는 너희들에게 무한 희생을 하고나서 노후에 너희들에게 짐이 되는 존재가 되기는 싫어."

가정, 아니 가족공동체는 서로에게 절대적인 것을 요구하고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곳이 아니다. 각자가 가진 꿈과 희망을 서로 이루어가고 완성해가도록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고, 부족한 것은 채워주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속상하다고 자식은 부모에게, 부모는 자식에게 화풀이성 말로 상처를 주어서는 안된다.

앞으로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이번을 빼고도 21번이 남아있다. 평소 하루하루, 한시간 한시간을 알차게 보낸 사람은 큰 시험 앞에서도 늘 당당하고 여유를 가지고 임할 수 있단다. 지난 과거를 따지고 원망하지 말고 오늘, 지금에 충실하거라! 그리고 우리 가족은 엄마의 빈자리와 부족함을 남은 가족들끼리 서로 더 많이 사랑하고, 아끼고, 양보하며 채우며 살자꾸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을 우리가 만들어 나가자꾸나~~ 우리 가족 화이팅!!! 재명재윤 화이팅!!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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