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연휴 5일 중 4일이 지나간다.
다들 명절이 끝나면 후유증이 크다.
결혼한 사람들은 남자는 처갓집과, 아내는 시집과의
명절기간 동안 있었던 서운함과 불만 때문이다.
갈등의 주 요인은 명절에 처갓집이나 시댁을 가야한다는
부담과 갔을 때의 피곤함이다. 어느 글에서 세대별 명절
반응을 나타낸 글이 있었는데 압권이었다.
3040은 '(피곤하니)쉬고파', 4050은 '(여행)가고파',
7080은 '(자식과손자들이)보고파'였다.
나는 1988년에 결혼했을 때 아내와 약속했다.
설날은 처가집에서, 추석은 우리집에서 명절을
보내기로 하고 내가 장손에 장남임에도 계속 그
약속을 지켰다. 자식들이 성년이 되자 이제는
고향에 가지 않고 우리집에서 다섯 자식의
뒷바라지를 한다.
3년 전, 자식들에게 공포를 했다.
우리집은 차례나 제사상을 차리지 않고 성당에서
위령미사를 하니 설과 추석 명절에도 우리집에
오지 말라고. 그리고 1년에 5월 어버이날과 10월
부모 생일(한 달 차이인데 같은 날 하다) 때 딱
두 번만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는데
그때도 집이 아닌 외부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자식들이 결혼한 이후에도 이 약속은 지키고 있다.
올 설날과 추석에도 자식들과 함께 모이는 대신
각자 자식들이 시간이 허용되는 날, 오면 함께
외부에서 우리 부부와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있다.
대신 명절에는 각자 자신들의 시간을 보내라고 한다.
자식들에게 부모 부양에 신경쓰지 말고 본인들
스스로 모두 각자 잘 살라고 했다. 우리 부부도
자식들에게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고
우리 노후는 우리 부부 둘이서 책임지려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각자 경제적인 독립이 최종 목표이다.
다만, 여유가 있는 자식들이 자발적으로 주는 용돈은
사양하지 않고 받으려한다. 그중 일부는 저축해서
손자들 용돈이나 교육비 등에 쓰려 한다.
대신 자식들이 손자를 낳아 전적으로 키워달라고
맡기는 것은 못한다고 미리 선언했다.
다섯 자식이 하나씩만 낳아도 다섯이고, 둘이면
열 명이다. 나와 아내가 계속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데 하루 이틀이면 모를까 손자를 계속 키우는
것은 무리다. 처음부터 선을 긋는 수 밖에.
며느리나 사위 친구들은 이런 우리집 명절 분위기를
부러워한단다. 우리집은 시댁과 처갓집 방문이나
명절 제수음식 마련, 명절피로감 등의 명절로 인해
발행하는 부모와 자식, 부부긴 갈등이 없다.
며느리는 올해 설날과 추석 모두 자유롭게 친정집에
내려가서 명절을 보냈다.
다섯 자식 중에서 둘이 이미 결혼을 했고 셋은
아직 미혼이다. 다섯 자식들이 모두 결혼을 해도
이 원칙은 계속 고수하려 한다.
핵가족 시대의 명절문화, 누군가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지금의 6070 부모 세대가 내려주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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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훈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장(제1호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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