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을 떠 열린 창문 사이로 밖을 내다보니 비가 세차게 내린다. 기상대 예보가 장마가 북상중이라더니 중부권까지 올라온 모양이다. 아직 기상시간이 일러 30분을 더 자다 일어난다.
아침은 전가족이 모여 어제 만들어놓은 닭죽 한 그릇에, 토마토 쥬스와 양배추 쥬스 두 잔으로 가볍게 마친다. 식사시간은 엊저녁에 공부를 하며 날밤을 세던 뭐든 전가족이 일어나 식탁 앞에서 얼굴을 마주보며 식사를 한다. 또 가족들끼리 대화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혁이는 엊저녁 밤 늦게까지 게임을 하느라 거실에서 계속 달그락거리고, 쌍둥이들은 지난주 학교 기말시험이 끝나자 마음이 흐트러지는 것 같아 어제 내가 미장원에 직접 데리고 가서 덥수룩한 머리를 짧게 깎았더니 오늘 아침까지도 입이 부어있다.
"명아 윤아, 4년 반 동안만 아빠 엄마 말대로 따라다오. 모든 원망은 그때 가서 듣겠다. 지금 너희는 중학생 신분이고 오직 공부를 해야 할 시기이다. 대신 대학에 가면 아빠 엄마는 지금 혁이 형처럼 게임을 하던 뭐를 하던 간섭하지 않을거야~ 공부는 때가 있단다. 애비와 어미는 자식들이 그 공부해야 할 시기를 놓쳐 나중에 평생 후회하며 부모를 원망하는 모습으로 살게 하고 싶지는 않구나"
"그리고 요즘 엄마가 너희들 뒷바라지에 너무 힘들어 한다. 아빠도 발목이 완쾌되지 않았고 책도 써야지 많이 바쁘고, 인이도 다쳐 계속 병원 데리고 다니며 치료를 해야지... 그제는 저녁식사만 무려 5번을 차리더구나. 가급적 식사시간에는 가족들이 다 모여 한번에 식사를 끝내 엄마를 힘들지 않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가족과 아내의 배웅을 받고 출근하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는 발길이 가볍다. 가족의 배웅과 사랑은 내게는 세상 그 어느 응원보다도 강력함이 느껴지고 내 열정의 원천이기도 하다. 편히 쉴 수 있는 가정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일 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하다. 월요일 아침, 비까지 내리니 지하철 9호선이 초만원이지만 밀리는 지하철에서도 가족과 오늘 출근하여 처리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직장에 도착하여 내가 직접 만든 연한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이번주와 오늘 해야 할 일을 챙긴다. 이번주말부터는 콘도여름성수기가 시작되니 그 전에 상반기 결산도 끝내야 한다. 사내근로복지기금 회계프로그램도 미진한 부분을 정리하여 7월말 안으로는 수정을 마쳐야 한다.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일, 내가 해야 하는 일, 나 만이 할 수 있는 전문분야 일이 있다는 즐거움이 이번 한 주를 또 새롭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개성이 각자 다른 다섯 자식들과 부디끼며 때론 줄다리기를 하기도 하고, 고집을 피울 때는 어르고 달래가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내게 삶은 늘 꿈이 있고 즐거움이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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