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 힘들어"

"머리도 지끈거리고, 편두통이 오는 것 같애"

"40대 전업주부 아내들이 우울증에 많이 걸린다는데 당신은 알아요?

내가 우울증에 걸린 것은 아닐까?"

"에이 무슨 소리~~~"

 

말도 안된다면 서둘러 말을 돌려본다. 그렇지만 요즘 아내가 많이 힘들어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이나 자식들이 아침에 회사로 학교로, 도서관으로 가버리면 이 집에는

나 혼자만 남게 돼"

 

"당신이나 규는 회사에 나가면 해야 할 일이 있고, 혁이와 인이도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쌍둥이들도 매일 공부를 하잖아? 매일 치열하게 일하며 자기

계발도 하는데 나는 매일 집에서 당신과 자식들 삼시세끼 식사 챙겨주어야지, 하루 종일 반찬 만들고 기숙사에 있는 자식들 먹을 과일이며 반찬 택배

부쳐야 하고, 집안 청소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 버려"

"하루를 마치면 하루가 너무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매일 같은 일만

하고 살다가 내가 병이 들고 백발이 되면 왠지 내 인생이 허망할 것 같아.

 이렇게 내가 늙고 마는가를 생각하니 내 삶이 너무 허무해~~"

"내가 군중속의 고독을 느끼는 것 같아~"

 

"군중속의 고독? 당신이? 설마? 당신도 열심히 자기계발을 하고 있잖아"

아내의 얼굴을 보면서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내 마음이 뜨끔했다. 

지난 1년 7개월동안 회사 내부감사에 시달릴 때 아내는 내 곁에서 가장

힘이되어 주었고 쌍둥이들과 씨름하느라 지난 2년간 많이 힘들어했다. 올해

내부감사를 마치고 나니 대학원 학위논문을 제출해야 하는 기한이 째각 

다가오니 휴일에도 어쩔 수 없이 책과 씨름하고 있다. 마주 앉아서 공부하는

아내와의 대화도 요즘 부쩍 줄었다. 정말 힘든 모양이다.

 

"당신은 일 속에 파묻혀 보람을 느끼며 지내고 내년이면 박사학위를 받을텐데 나는 매일 밥하고 설겆이하고, 청소하고 자식들 뒤치닥거리 한다고 석박사

주는 것도 아니잖아, 주부에 아내에 엄마에 며느리에 대학생에 이것저것

다 하려니 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고 힘들어...."

"2년 6개월 전 청혼할 때  나와 한 약속들, 함께 여행도 다니고 일주일에

한번씩 둘이서 외식을 하겠다던 것도 지금 하나도 안지키고 있잖아?

당신은 거짓말쟁이야"

"그건....."

 

며칠 전 큰자식 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빠는 늘 그러셨잖아요? 지금이나 10년 전이나 늘....."

그랬지, 나는 늘 일 핑계를 대곤 했지. 내 지금 처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아내이기에 나는 굳이 변명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 논문만 쓰면 2학기에는 한과목만 이수하면 되니까 한달에 한번씩

토요일에 시간을 내어 당신과 등산을 함께 다니리라. 내 약속하리다"

"정말? 정말이지!!! 야~ 신난다"

 

금세 얼굴이 밝아지는 아내. 요즘 우울증에 걸리는 주부들이 많앚고 있다는데 2학기에는 마음의 짐도 내려놓고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가야겠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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