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녁 서울에는 번개에 천둥과 함께 한바탕 세찬 비가 내렸다.
오늘은 처서이다. 더위가 그친다는 뜻이고 절기로는 입추와 백
로의 중간이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을 보니 기승을 부리던
장마와 더위도 이제 한풀 꺾이려는 모양이다. 그래 모든 것은 한
때가 있는 법이지.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가을이 멀지 않았다
는 것이고, 추위가 절정일 때는 봄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겠
는가? 우리네 인생도 잘 나갈 때는 더욱 고개를 숙이고 겸손히 살
고 평소 도움을 받은 주변 사람들도 챙기며 살아야겠지. 그자가
떠나고 나서야 '아~ 그때 잘 챙겨줄껄!' 후회해본들 아무 소용이
없지.
예전에는 이런 절기 날짜며 뜻도 줄줄이 암기를 하고 말했는데
요즘은 논문 작업이며, 회사 일에 파묻혀 절기 뜻도 언제가 절기
인지 조차도 잊고 산다. 오늘도 달력과 다이어리에 처서라고 적혀
있으면 '아~ 그런 날이구나' 하고 알게되고, 그제서야
'벌써 그렇게 되었나'하며 시간이 빨리 지나갔음을 실감하게 된다.
25일 후에는 추석연휴이다. 올해는 기상이변으로 과일값이 비쌀
거라는데 벌써부터 추석 선물이며 고향에 다녀올 준비에 벌써 설렘
과 함께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렇다고 여지껏 해온 선물을 단박
에 끊을 수도 없고.... 명절이 부담스러우니 어떨 때는 명절에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심정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반갑지 않은 처서, 그렇다고 더위는 더더욱 반갑지 않으니 그냥 이
상태로 계속 있으면 안될까?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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