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여기 야채쥬스와 삶은 달걀 있어요. 일하시다가 배고프면 드세요"
사무실에 출발하기ㅍ전 옥상에 널어둔 이불을 걷어가지고 내려오니 아내
는 미리 챙겨놓은 쥬스며 과일, 삶은 달걀을 내게 내민다. 토요일 쉬는 날
인데도 논문작업을 한다고 사무실로 혼자 가버리는 내가 서운하기도 하련
만 아내는 내색을 않고 계단까지 배웅을 한다.
아내와 재혼한지 2년 3개월이 지나간다. 늦깎이로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
학하고 나서 결혼을 했으니 휴일다운 휴일을 가져보지 못했다. 늘 토요일
이면 수업 가야지, 세미나 가야지, 밀린 회사일 처리해야지, 내부감사 받
느라고 20개월 가량 시달렸지, 요즘은 논문을 쓴다고 정신없이 지내지....
내가 힘들어 할때는 아내도 어김없이 함께 힘들어 했다.
"내가 그냥 혼자 살지 왜 아들 셋이나 딸린 이 아저씨와 재혼을 해서 이
고생일꼬~"
"혁이나 인이 다 키워놓으니 이제는 쌍둥이들이 둘 턱 내 앞에 버티고
있으니...."
"늦둥이 쌍둥이자식 둘에게 휘둘리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이 마음씨 착한
이 아저씨를 우짤꼬!!!"
아내는 내가 안쓰러운 모양이다. 쌍둥이들 신경쓰랴, 늦은 나이에 공부
를 해보겠다고 대학원이며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며 국회 입법조사처
세미나에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밤 늦게 파김치기 되어 집에 오는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내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다 당신 병나요. 공부든 뭐든 적당히 하소"
"이제는 일 더이상 벌리지 마소"
"박사과정과 미래예측이 끝나는 내후년에는 무조건 나는 성지순례를 갈
테니까 그때는 알아서 하소. 당신이 안간다면 내 혼자라도 갈테니...."
건강에 적신호가 오다보니 요즘은 밤 10시 30분만 넘어도 빨리 잠을 자라
는 아내의 채근이 더욱 심해져 간다.
김승훈
'김승훈의 살아가는 이야기 > 김승훈의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은 처서(20130823) (0) | 2013.08.23 |
---|---|
설국열차를 보고(스포있음) (0) | 2013.08.12 |
부부는 닮아가는 걸까? (0) | 2013.07.14 |
희망이 있기에... (0) | 2013.06.16 |
출근길, 혼잡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0) | 2013.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