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아침.

내 짝이 대학원 수업을 가는 시간 즈음, 현관 밖에 수북히

쌓인 신문을 3층에서 1층까지 쌍둥이들을 시켜 내려놓고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가져와서 다 실었다.

 

수업시간 늦을까봐 씽~하니 지하철 시간을 맞춰 역으로 뛰어가는

내짝이 조금 야속하기도 한 날.

 

"너희들은 자전거를 가지고 저기 저 고물상으로 오거라. 나는

차로 갈테니!"
"네......"

 

얼마 전 허락도 없어 들컥 재활용센터에서 자전거를 한대씩 사서

도서관이며 동네를 돌아다니던 쌍둥이자식들.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작아서 남 주어버린 자전거가 못내 아쉬

웠든지 자전거를 만오천원씩을 각각 주고 두대를 샀단다.

 

고양시 일산에 살 때야 자전거 도로가 따로 있어서 별 위험한 일

없이타고 다녔다지만, 이곳은 정말 위험한 곳이 많다. 골목골목에서

불쑥 나타나는 차량들이며 속도를 줄이지 않는 배달 오토바이들로

깜짝깜짝 놀랄 일이 생기니........

 

하도 활동적인 녀석들인지라 늘 주의를 줘도 아량곳하지 않는지라

허락없이 자전거를 마련한 후 우리 가족은 모두 이래저래 걱정을

하고 있던 터였다.

 

내 짝은 매일매일 신문이 오면 스크랩을 한다.  ROTC 복무시절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스크랩을 하여 지금은 책장 가득히 책처럼

엮여진 스크랩노트가 즐비하다. 많은 정보들이 있어서 글을 쓸 때 참고

자료로 쓰니 아주 좋은 사전같은 역할을 하는 스크랩 노트.....

 

작년 한해 스크랩을 못다한 신문들을 거실 한켠에 차곡차곡 쌓아두었었다.

시간이 나면 몇개씩을 하곤 하였지만 매일 일간지 3개가 쌓이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수북해졌다. 자연히 주부인 나는 잔소리를 하게 마련이다.

 

내가 해주고 싶었지만 원체 깐깐하게 구독하면서 빠짐없이 스크랩을

하는 성격인지라 내가 하는 건 맘에 안든단다.

 

쌓여가는 신문이 밉기도 하고 쳐다보니 갑갑하여 김장봉투를 사서

차곡차곡 신문을 넣은다음 봉해서 한쪽으로 밀쳐두었었다.

 

쌓아놓은 신문 틈사이에 먼지도 쌓이고 자꾸 쏟아지기도 하고.....

"여보!  당신 저 신문 언제 다 처리 하실거요?"

"해야지 좀만 기다려 줘. 계속 바쁘네. 요즘은 논문준비 때문에 더 시간이

안내고......."

 

내가 도끼눈을 뜨면서 곁눈질로 타박을 하니 미안하긴 한 모양이다.

사내 세미나가 있을 때는 업무시간을 마치고 나면 참석하고,토요일이면

대학원 박사과정 참석, 중간중간에 모임이며 각종회의들로 사실상 내가

보기엔 짬이 내질 않을 듯 한데 계속 미련을 가지며 날마다 3개씩 늘어나는

신문으로 우리집 거실은 책창고가 되어갔다.

 

급기야 내 짝도 대책이 없었든지 저번 금요일에 몇몇 중요한 것만 빼고는

쌓여있던 신문들을 일단 좀 처리를 해야겠단다.

귀가 솔깃~ 듣던 중 반가운 소리! 오호!~~~~~~~

 

꼭 필요한 것만 스크랩을 하고서(평소엔 엄청 꼼꼼하게 하는 편이다)

내 키보다 높이 쌓인 신문을 모두 처리하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비가 흩날리는 날이라 1층에 내려놓기도 그렇고......

 

페지줍는 분들이 가져가면 꽤나 도움이 될텐데.........

"여보! 이번에 이 신문으로 쌍둥이들 교육을 좀 시켜야겠어요!"

"어떻게?"

 

나는 그 신문을 재활용센터로 직접 가져가서 팔기로 했다.

거기다 쌍둥이들이 허락없이 사온 자전거를 처분하기로 했다.

몇번을 내 짝이 쌍둥이자식들에게 자전거를 친구 주든지 처분을 하라고

일렀는데 오늘까지 별 반응이 없었기에, 내친 김에 실천하기로 했다.

 

고물상으로 신문을 가져가서 차에서 내리니 금세 무게가 나오고

자전거도 무게를 달더니 계산을 해 주신다.

"여기! 만오천입니다."

"자전거만은 얼마인지요?"

"두대 합하여 3,500원입니다!"

"네?"

우리집 쌍둥이자식들이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나를 원망어린 눈망울로

쳐다본다.

지들이 살때는 중고가격을 한대당 만오천원을 주고 두대 삼만원을 줬는데

팔때는 두대 합하여 삼천오백원......ㅠ

 

이제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되는 쌍둥이자식들이 요즘엔 꼬박꼬박 책을

읽고 매일 도서관으로 책대여를 간다.

 

둘이서 같이 다니는 것이 아니라 오전 오후로 나누어서 따로 다니게 했다.

가을길을 걸으면서 사색을 해보라고 권했더니, 요즘엔 붙어있지 않아서 

그런지 싸움을 일체 하지 않는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니 참 좋단다.

 

"너희들이 떼를 쓰면서 아빠한테 사달라할때는 이것저것 다 따지면서

몇십만원짜리 자전거를 사달라 졸랐겠지만, 어떠냐? 너희 용돈을 모아

사니까 만오천원도 크지?"

"네. 아! 근데 너무 돈을 싸게 쳐주니까 진짜 너무하는 것 같아요!"

"그러게 누가 허락없이 덜컥 자전거를 사랬니?"

 

"신문 페지 판 돈 11,500원, 자전거 두대 판 돈3,500원 합하여 15,000원!"

이라는 카톡문자를 내 짝에게 보냈다.

 

번번히 악역을 맡는 내가 쌍둥이자식들은 얼마나 미울꼬.....ㅋ

"이 돈을 어디다 쓸까 고민 좀 하시지 쌍둥이들!!!!"

".........."

 

성현정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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