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수능일이었다.

돌이켜보면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 전년도에도 나는 수험생엄마였다.

올해 들어 내가 예민하고 좀 과하다 싶을만큼 신경과민이 된 이유도

굳이 변명하자면 연년생인 혁이와 인이의 뒷바라지와 연이은 고3 엄마병이

터진 것이리라 싶다.

자식을 안고 싱글맘으로 세상을 헤쳐 나와야 했던 절박함과 위기감으로

힘든 날들이었다. 이제는 혁이는 3학년 인이는 작년에 재수를 하여 

1학년이다.

 

둘다 취업걱정 없는 의대와 간호학과이다 보니 사실 배짱이 편하다고

해도 나쁘지 않은 표현이지 싶다.

미술을 전공하고 싶어하는 딸 인이를 뒷바라지 하다 중도에 그만 뒀을

때가 너무나 가슴 아픈 시기였다.

 

헌데 요즘엔 인이가 간호학과를 결정한 것이 참으로 잘 한 것 같다고

엄마에게 감사하다고 한다.

 

재수하지 않고 대학을 간 친구들은 이제 2학년인데 대부분 만나는 친구

들이 취업걱정과 확신없는 과선택으로 고민하며 더러는 휴학을 하고 다른

공부를 하기도 한다는 얘길 들으면 현실적인 엄마의 판단이 나쁘지 않다는

거라고 생각하게 된단다.

 

먹고사는 일이 먼저다 보니 나는 늘 현실적이다.

그리고 나이가 든 이후에도 자식뒷바라지로 내 인생을 소모하고 싶지 않은

이기심이기도 했고.....

그것을 한번도 후회해 본 적도 없었고, 이제는 체질화가 되어서 비현실적인

것에는 별로 호응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깊은 사고와 합리적인 결정을 위하

여 언제나 심사숙고 하고 또 보고 다시 보고 돌려서 보고 위에서 보고......

언제나 내가 빠뜨려서 본 것이 없는지 주위를 살피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것은 되도록 후회없는 삶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른 초혼으로 나는 인생의 청춘시절을 느끼지 못하고 엄마가 되어서 그런지

왠지 늘 어떤 일을 할때 많은 경우를 견주며 판단하는 습관이 베였다.

 

어제 기숙사에서 귀가한 딸 인이와 쌍둥이들과 함께 저녁식탁에 앉았다.

자연스레 수능일이어서 수능 이야기며, 요즘 양천구립도서관으로 매일 자전거를

타고 책을 보고 오는 길에 책을 몇권씩 대여해 오곤 하는 쌍둥이들의 대화가 오간다.

 

"너희들이 앞으로 꼭 4년 후면 대입수능을 칠텐데 며칠이나 남았지?"

"1460일이요!"

암산이 무진장 빠른 우리 쌍둥이들....동시에 답을 한다.

 

"1460일이 지나면 독립할 준비를 해야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저께 큰형이 말한대로 검정고시를 통해

중고교를 다 할까 아님 고등학교 과정을 정규과정을 할지 아직 고민중이에요."

 

"너희들의 결정을 존중하마 언제나 그렇듯이 인생은 자신의 것이다. 너희가

부모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듯이 부모도 자식인생에 관여하여 자식을 휘두를

자격은 없지,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되면 그길로 가거라"

 

내짝이 사내 세미나에 참석하는 날이어서 넷이서 오붓이 저녁식사를 하며 도란

도란 얘기를 나눈다.

 

지난 9월 12일~20일 8일간과, 10월 5일~11월6일까지 1차, 2차 캠프를 다녀온

후 쌍둥이들은 그야말로 삶의 체험현장을 겪었을 터......

 

밥 한톨이 얼마나 귀한지, 따뜻한 집이 얼마나 값진지, 부모의 품과 사랑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꼈단다.

 

게임을 통해서 하고픈대로 하니 게임의 본좌 최고 레벨에 올라 더 이상 갈

데가 없이 되었고, 대용량의 스넥과 과자류를 먹고싶은 만큼 밤새 먹으며

찜질방에서 밤도 세워보고 그야말로 하고픈 건 다 하고나니 공부가 하고

싶어지더란다.

 

이제는 게임도 시큰둥하고 하고픈 것도 호기심있는 것도 없어졌단다.

캠프를 가기 전에 반납해 두었던 전자사전을 이제는 줘야할 때가 되었을까?

 

온실 속에서 오냐오냐 하며 바람불면 날아 갈세라 비오면 젖을세라 하지 않고

과감히 자식들이 하고자 하는대로 버려두는 것이 때로는 자가치유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지!

 

"앞으로 1460일을 어찌 보내느냐에 따라 집을 떠날때 빈손을 나갈 것인지

뭔가를 쥐고 나갈 것인지 잘 생각하며 살아가거라, 생각보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단다!"

 

토요일인 내일은 쌍둥이들의 열여섯번째 생일이다.

의미있는 만15세인 셈이다.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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