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8월,
일산으로 이사간 후 휴일이면 늘 집에서 호수공원까지 걷곤 했다.
운동 겸 휴식, 그리고 아픔을 치유하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18년, 그동안 쌍둥이자식들이 태어나고,
먼저 간 아내의 유방암 말기판정과 투병생활,
그리고 사별,
쌍둥이들의 게임중독....
한 남자로서 감내하기 힘든
참으로 모진 세월이었다.
하얀 눈은 세상의 더러움을 덮는다.
하얀 눈은 세상의 아픔을 덮는다.
하얀 눈은 사람의 고통마저 덮어준다.
눈오는 추운 겨울날에도
휴일이면 두툼한 겨울파카를 입고
목도리에 장갑,
모자에 마스크까지 무장하고
호수공원으로 향했다.
추위에 호수 수면이 얼고
그 위에 하얀 눈이 내려 덮히면
드넓은 호수면이 하얀 평원처럼 펼쳐진다.
마치 다른 나라에 와있는 기분이 든다.
나는 작년 3월에 재혼과 함께
일산을 떠나왔다.
겨울이면 보고 싶었던 추억의
눈덮인 호수공원을 어제 다시 보았다.
눈 덮힌 호수공원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세월이 간다. 하얀 눈 속으로 쌓여서 세월이 간다.
카페지기 김승훈
'김승훈의 살아가는 이야기 > 김승훈의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결혼식장에서 느낀 소감 (0) | 2013.05.05 |
---|---|
김승훈의 살아가는 이야기 ---- 어항 속의 금붕어 (2013년 1월29일) (0) | 2013.01.30 |
김승훈의 살아가는 이야기(20121219) - 국화차 (0) | 2012.12.23 |
김승훈의 살아가는 이야기(20121125) - 삶 속의 여유 (1) | 2012.11.25 |
김승훈의 살아가는 이야기(20121106) - 건강검진을 받으며 (0) | 2012.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