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으로 어제가 내 생일~
내 짝이 나와 함께 멋드러진 시간을 보내 보고자 모처럼 휴가를 내었다.
물론 박사과정 중에 있으니 논문 준비로 국회도서관을 가야 하는 일이
휴가의 가장 큰 취지였지만.....
웬걸, 아침부터 사내근로복지기금 실무자들에게서 문의 전화가 온다.
약간의 여유를 부리며 평소 출근 시간보다 한시간 정도 늦은 아침을
먹었다.
둘째 아들이 제일 먼저 전화가 온다.
"오마니! 생신 축하 드리옵니당~~~"
"오냐! 고맙다!"
"건강하시고 오래도록 행복하게 사십시오!"
"그래 그래..... 마음만 받으마! 공부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자는 넘이
어미생일이 뭐 대수일꼬! 걱정말고 니가 지금 처한 것에만 최선을
다하거라. 사실 내가 뭐 고생이냐 날 낳아주신 니 외할머니가 고생
하셨지!"
"ㅋㅋㅋ~~! 역시 우리 오마니스런 말씀이십니다!"
"그래 걱정말거라! 마음만 받으마~~!"
딸 인이는 일요일 오전에 일찍 기숙사로 돌아가더니 밤새워서 또 과제물
마무리 한다더니 지 코가 석자나 되는지 연락도 없다. 하기사 내 생일을
이틀 앞두고서 호두파이케익을 사주어 촛불부터 밝혀 버렸으니 오늘아침
내 생일날 축하메시지를 전해오지 않는 것쯤은 애교로 봐줘야징....
나는 오후 1시부터 있는 양천문화회관 강의를 들으러 출발하였고, 내짝은
국회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러면 그렇지 역시 내짝답다. 자료 찾느라 홀딱 정신이 빠져 연락이 없다.
양천문화회관에서 강의를 듣고서 집에 오니 4시가 가까웠다.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었는데.... 기다리다 잠시 낮잠이 들어버렸다.
딸인이에게 보낼 겨울옷 택배박스를 우체국에 가져가는 중에 내짝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 그냥 집에서 먹자 나 낮잠을 잤더니 피곤하네...!"
"아니야! 오늘이 당신 생일인데 그럴 수는 없지 약속장소에서 만납시다!"
약속장소로 가는 중에 큰아들 규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 아빠한테 말씀 들었습니다. 엄마생신 축하드립니다. 제가 지금 가도록
할께요 저녁식사 제가 사드릴께요!"
'아이구~ 아니야! 그냥 너의 그 마음만 받으마, 오늘이 월욜이고 할 일도 밀렸을텐데 걱정말거라! 올것 없다.담에 니가 직장에 안정적으로 뿌리 내리고 너의
자리를 튼실하게 만든 다음에 밥 사줘라, 그땐 마음 편히 먹으마!"
"엄마 그래도 오늘 생신이신데.....!"
말은 다 안해도 직장생활 뻔할테고 월요일 무리하고 나면 일주일이 힘든 법.....
"아들! 니 마음만 받으마, 고맙다! 열심히 살아줘서~~!"
내짝과 손을 잡고 우리가 처음 만난 그 곳을 잠시 들른 다음 오붓하게 저녁식사를 하였다. 다섯자식이 있어도 각자 모두들 바쁘니 함께 하는 이는 내짝이다.
부모는 되도록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억지 쓰고 고집피워 자식 힘들게 하는 부모들 얘길 가끔 들을라치면 난 한숨
부터 나온다. 자식이 힘든 건 곧 내가 힘든 것이지 않을까!
나는 내 다섯자식들이 각자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데 되도록이면 방해를 주고
싶지 않다. 무탈하게 묵묵히 건강한 모습으로 공부면 공부, 직장일이면 직장일을 차근차근 성실히 해 나가는 자식이면 족하다.
해마다 오는 생일, 누구나가 다 맞이하는 생일!
너희들의 마음만 받으마!
나는 오늘 돌아가신 내 어머니를 기린다. 날 낳아주신 내 어머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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