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은 비가 내리면서 시원하더니 오늘부터는 다시 찜통더위이다. 아침
8시 25분, 지하철 9호선 염창역에 급행을 탔는데 사람들에게 떠밀려 마지막
에 탔다. 내 뒤에 중년의 아저씨가 엉덩이를 뒤로 밀면서 마지막으로 타는
바람에 좁은 공간이 더 비좁아졌다. 출퇴근시간 지하철은 사람들에게 밀려
서 타고 밀려서 내린다는 말이 딱 이 상황을 두고 하는 얘기지. 겨우 탔지만
손과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난감하다.
바로 앞뒤 좌우로 사람들과 뒤섞여 있는데 지하철에 머무는 시간이 짧은 것
이 천만다행이다.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꽉 밀착된 공간에서 살과 살이 닿은
체 목적지까지는 참고 가야 하는 어색함이 흐르는 시간이다. 가장 난감한 것
은 바로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는 사람이다. 남자는 그럭저럭 괜찮지
만 여자인 경우는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손을 어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손을 잘 움직일 수 없고, 더운 공기 탓에 호흡도 비정상이면 자칫 성추행범으
로 오해받기 십상이라고 하니까..... 설성가상 손에는 묵직한 가방까지 들고
있으니....
아예 눈을 감고 가는 것도 방법이다. 한구간이니 가방을 양손으로 잡고 가급
적 몸 움직임을 정지하고 그대로 버티고 간다. 손잡이라 있으면 한손으로 손
잡이를 잡으면 좋겠지만 출입구 근처라 손잡이까지 거리도 멀다. 아무래도 요
즘 유행하는 매는 가방으로 바꾸어야 하나 보다. 내 바로 왼쪽에는 고등학교
를 졸업하고 이제 갓 사회에 진출한 듯한 체구가 작은 어린 여자애가 사람들
에게 끼어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고 있다. 더 이상 밀착할 공간이 없다보니 자
신의 손에서 멀어진 핸드백을 가져오려고 힘을 써보지만 핸드백은 꿈쩍도 않
는다.
바로 뒤, 청년이 입은 옷에서 코를 자극하는 오래된 땀냄새가 진동한다. 여름
철에는 남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으려면 티셔츠와 내의를 자주 갈아입고 아침
저녁으로 샤워를 해야 한다. 특히 옷을 햇볕이 아닌 실내에서 건조시켜 입거나
같은 옷을 며칠씩 입다보면 고약한 냄새를 타인에게 풍기게 된다. 참아야지!...
당산까지는 한구간이니까....
당산역에 도착하니 내리는 문은 반대편이다. 일단 밀치고 나가야 한다.
"내립니다" 큰소리로 외치고 돌진하면 사람들이 조금씩은 비켜준다. 당산역에
서 내려 일반으로 환승하여 국회의사당까지 간다. 급행에 비해 일반은 상황이
조금은 나은 편이다. 덜 혼잡하고, 공간도 다소 여유가 생긴다. 사람들에게 치
이고 불편해도 출퇴근길 늘 제 시간에 밀리지 않고 회사 부근까지 이동시켜주
는 지하철이 있으니 행복하다. 출퇴근길 혼잡이 싫으면 더 일찍 나오거나 조금
늦게 이동하면 되겠지.
오늘도 찜통 더위라는 예보이다. 그래도 열대지방보다는 덜하니 견딜만하다.
10년 전쯤 인도네시아 발리에 갔었는데 그곳은 우기 대, 평균기온이 28도, 건
기에는 평균기온이 34~35도였다. 1년 내내 우기와 건기가 반복되니 참 지겹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했다가 더워지고, 이내 서늘해졌다가 추워지고 다시 따뜻해지는 것이 반
복되는 우리나라에 사는 것이 행복하다이 더워도 몇달만 지나면 곧 가을이 오
겠지.
김승훈
'김승훈의 살아가는 이야기 > 김승훈의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는 닮아가는 걸까? (0) | 2013.07.14 |
---|---|
희망이 있기에... (0) | 2013.06.16 |
당신은 지나쳐서 탈이야~ (0) | 2013.06.12 |
요즘 우리 부부는..... (0) | 2013.06.11 |
집에서 보내는 휴일 (0) | 2013.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