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이 시험을 치르면 부모도 똑같이 시험을 치르는 것과 같은 홍역을 앓는다. 2주째 쌍둥이자식들이 중간고사 시험준비를 한다고 밤 2시 넘어서야 잠자리에 든다. 자연히 나도 곁에 있어주어야 하니 그때까지는 잠을 자지 않으니 요즘 피곤이 자꾸 누적되어 간다.

중간고사 때문에 이번 추석때 고향에 내려가지도 못했는데, 중간고사를 잘 치렀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제 일요일날 이발을 하기 위해 미장원에를 가니 평소 손님으로 혼잡하던 미장원이 텅 비어있다. 학생들이 보이지 않음을 물론 부모들도 눈에 띄지 않는다. 부모들도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미장원에 오지를 않는다고 한다.

나는 쌍둥이들이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평소에 '공부하라'는 말은 일체 하지 않는다. 공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전력질주를 한다고 믿기 때문에 대신 자신의 꿈과 비전을 확실히 세울 것만 주문했다. 자신의 삶에 대한 꿈과 비전이 뚜렷한 사람은 결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는 것을 내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아빠 엄마는 말이야, 학교 다닐 때 전교 1등을 했단다" 어제는 막내 재윤이가 그런다. "아빠! 우리반 친구들이 그러는데요. 43명 친구들 중에 부모님들이 중고등학교 다닐때 반에서 1등, 전교에서 1등을 했다고 말하시는 학생을 손들라고 했더니 무려 35명이나 손을 들었어요"
헐~~ 1등은 한 명인데 43명 중 35명의 부모들이 다들 1등을 했다면 이건 너무 심한 1등 인플레가 아닌가?

아무튼 그동안 3개월동안 쌍둥이자식들이 고생했던 시간이 기대했던만큼 좋은 성적으로 보상받게 되기를 바란다. 호수공원을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지난 1학기 중간고사를 치를 때 쵸콜렛을 먹으면 뇌활동이 왕성해져 시험을 잘 보게 된다는 말이 생각나 편의점에 들러 쵸코렛을 하나 사가지고 왔더니 두 녀석이 일제히 환호를 지르며 기뻐한다. 겨우 1,400원짜리 쵸코렛인데 이렇게 좋아하다니~~ 그러고 보면 행복과 감동은 결코 멀리 그리고 큰 돈을 들여야 되는 것이 아니다. 작지만 잊지 않고 챙겨주는 마음에 더 가까이 있는 건 아닐까?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10월 1일, 아침에 출근하면서 장모님 생신축하금으로 10만원을 드리면서 맛있는 음식을 사드시라고 말씀드렸다. 쌍둥이들이 난리다.
"아빠~ 오늘이 할머니 생신이라고 미리 저희들에게 귀띔을 해주셨어야죠?"
"그렇구나~ 아빠가 거기까지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미안하다."

밤 늦은 시각, 재명이와 재윤이 두녀석이 용돈에서 얼마씩 부담하여 할머니가 돈이 없으니 그만두라고 하는데도 생신케익을 사가지고 와서 거실에서 TV를 보시고 계시던 할머니를 잡으로 들어가게 하더니 깜짝 생일파티를 준비했다.

큰애가 군입대를 하고나서 장모님이 많이 허전해하고 힘들어 했는데 그 빈자리를 두녀석이 잘 메꾸어주고 있다. 밝게 자라주는 우리집 희망둥이 재명, 재윤아~ 사랑한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딩동딩동~~ 연이어 몇번을 눌렀지만 때를 밀어주는 아저씨는 오지를 않는다.
손이 닿지 않은 등은 때를 밀어달라고 부탁하려 했는데 오늘은 그마저도 여의치 않네. 그동안 아빠를 따라 목욕탕에 잘다니던 쌍둥이녀석들이 지난 5월말, 앞으로 목욕탕에 가지 않고 집에서 샤워를 하겠다고 전격적으로 폭탄선언을 한 이후 목욕탕에를 갈려면 장모님만 모시고 다닌다.

쌍둥이들이 사춘기인가 보다. 키고 부쩍 컸고, 옷도 자기네 마음에 드는 옷을 사주어야 입는다. 이발을 할 때면 한참 입씨름을 해야 한다.
"스포티하게 스포츠형으로 자르면 어떻겠니?"
"아빠는~ 요즘 스럽게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다니는 학생이 어디 있어요?"
"요즘은 머리도 개성이예요! 앞머리를 눈썹 위까지, 옆머리는 귀를 안덮으면 괜찮아요"

다음주부터 중간고사라, 당연히 가지 않겠다고 할 줄을 알면서도 넌즈시 묻는다.
"명이윤이! 아빠랑 목욕탕 갈 사람?"
"아빠만 다녀오세요. 저희는 지난주에 했잖아요. 그리고 다음주는 중간고사라 바빠요"
헐~~ 그렇다고 목욕탕에 갈 한두시간 시간도 못내?

할 수 없이 장모님만 모시고 간다. 전에는 목욕탕에서 남자들끼리 서로 등도 밀어주곤 했는데 요즘은 너무 각박하다. 가족들끼리 등을 미는 사람들에게 등을 좀 밀어달라고 부탁하기도 염치가 없고, 혼자인 사람에게 가면 쌀쌀하게 "저는 밀었어요" 해버린다. 자식을 가진 애비들이 가장 행복할 때가 자식들 앞세우고 목욕탕에 가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거라는데 벌써 나는 행복 끝인가?
 
30대후반의 자식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버지를 모시고 목욕탕에 왔다. 탕안에서 아버지를 업고 나와 때를 미는 곳으로 가서 정성스레 등과 팔다리 때를 밀어드린다. 자식 얼굴표정이 찡그리거나 귀찮아하는 기색이 없이 열심히 아버지 몸을 밀고 있다. 나는 자랄 때 아버지와 떨어져 사는 바람에 지금껏 단 한번도 아버지와 목욕탕에 함께 간 적이 없고 아버지 등을 밀어드린 적이 없어서 그런지 저런 부자간의 친밀한 모습이 왠지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도 부럽다. 

나도 자식이 셋인데, 자식들에게 기대하고 살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내가 커서 노인이 되었을 때 저렇게 자식들에게 대접받을 수 있으려나? 아빠와 목욕탕에 가자고 해도 지금은 펄쩍 뛰며 절대 안가겠다고 뒤로 물러서는 녀석들인데....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 3주전 바이더웨이 사건 이후 쌍둥이들이 많이 달라졌다. 기우를 벗어나 이제는 점점 철이 들어간다고 해야 할까? 커가고 성장해가는 과정이려니 하며 받아들이니 이제는 '녀석들에게 그런 일이 있었나?'하며 웃어넘길 정도 여유가 생겼다. '세월이 약이다'라는 말이 역시 빈 말은 아니었다.

2주전부터, 쌍둥이들이 커서 이제는 몸에 맞는 옷이 없다고 옷을 새로 사주어야 한다는 장모님 성화에 못이겨 저녁을 먹고 뉴코아백화점을 갔다. 예전 어릴 때는 똑같은 옷으로 두벌, 네벌 식으로 짝수개를 사면 되었는데 이제는 크니 같은 색깔로 옷을 사지 못하니 신경이 쓰인다. 쌍둥이들이 같은 색깔로 옷을 입으려 하지 않으니, 어느 녀석에게 어느 색깔 옷을 사주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분명 더 잘 어울리는 색상의 옷이 있는데 이 옷을 누구에게 입혀야 할지 순간적으로 갈등이 생긴다.
 
그중에서 형인 재명이가 음식이며 옷을 입는 것이 훨씬 더 까다롭다. 막내 재윤이는 옷을 사주면 사주는대로 잘 입는데 재명이는 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준 옷도 잘 입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옷을 살 때 까다로운 재명이를 데리고 가게 된다,

뉴코아백화점을 갔는데 재명이가 자꾸 청바지코너 앞에서 얼씬거린다. "맘에 드는 청바지라도 있니?" 장모님은 작년에 사놓은 청바지가 두개나 있다고 사지 말라고 한다. 또 다른 가게, 녀석의 맘에 드는 청바지가 있나보다. 자꾸 만지작거린다. 판매원에게 물으니 일명 스키니진 청바지란다. 몸에 착 달라붙는 청바지인데 요즘 학생들에게 인기 쨩이란다. 청바지가 두개씩이나 있는데 또 산다고 못마땅해 하시는 장모님 의견을 살짝 뒤로 하고 마음에 들면 사라고 했더니 녀석이 좋아한다. 티 6개, 잠바 2개, 청바지 하나 등 두녀석 옷값으로 4400원 부족한 300,000원을 지출했다. 한방에 30만원 가까이 매상을 올려주니 가게여주인이 기분이 좋았는지 기다리라고 하더니 얼른 창고에 가서 이제 철 지난 반팔 티 4개를 서비스로 넣어준다.

집에 도착하니 재명이와 재윤이 두녀석이 실랑이가 벌어졌다.
재윤 : "아빠, 이 청바지는 날라리들이 입고다니는 옷이예요. 학교에도 입고 갈 수가 없는데 왜 사주셨어요?"
재명 : "아냐, 그렇지가 않아. 이 바지를 날라리들만 입냐? 마음에 들면 입는거지"
재윤 : "날라리학생들이 몸에 착 달라붙는 이런 청바지를 입고 다니잖아? 그리고 아빠, 이런 달라붙는 청바지는 성장에도 좋지 않아요"
재명 : "야! 이런 옷 입는다고 다 날라리냐"
나 : "재명아! 그럼 네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날라리학생이 아닌 공부 잘하는 학생도 이런 스키니즈 청바지를 입고 다닌다는 것을 것을 증명해 보이면 되잖아~ 이런 세상의 잘못된 고정관념을 바꾸고 말겠다는 개척자적인 마음으로 네가 열심히 노력해서 증명해보이며 살면 되잖아? 그렇지?"

커갈수록 성격차이로 충돌이 잦지만 그래도 두녀석이 가진 장점을 잘 조화시켜주고 때론 경쟁하면서도 화합하며 살도록 인도해주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둘이는 더 없이 든든한 인생 동료이자 콤비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나원 참~ 이번 추석 때 부모님께 10월말까지 42인치 LCD TV를 사드리겠다고 덜컥 약속을 한 이후 왠 돈 들어갈 일이 이리 많이 생기는지...
 
지난주말 승용차 브레이크 경고등이 들어와 거금 75,000원을 주고 고쳤는데(그것도 85,000원 달라는 것을 3000원 깎고 , 현금으로 계산한다고 7000원 또 깎아서)  이번에는 ABS장치가 고장이란다. 고치는데만 13만원... 카센타 사장님에게 아주 급한 거 아니면 다음으로 수리를 미루자고 했다.

차량 기름은 왜 이리 빨리 닳는지, 지난주에 5만원어치 주류를 한 것 같은데 내 차 주유지시계가 벌써 바닥 근처에 와 있다. 지금 나오는 어느 국산 신차는 경유 연비가 17점 몇 킬로미터라는데 그 엔진을 내 차에다 살짝 얹으면 안될라나?

농협하나로마트 시장을 다녀오는데 장모님이 조심스레 말씀하신다. "쌍둥이들 내복도 사고, 가을옷과 겨울옷도 다 새로 다 사야 하는데....은경이가 사놓고 간 옷들이 이제는 다 적어..." 하긴 녀석들이 지난 1년 사이에 참 많이 컸다. 키가 내 턱밑이었는데 이제는 내 눈높이까지 키가 자랐다. 언제 키가 클려나 했는데 지금 한참 크는 시기인지 식성이 너무 좋아 요즘은 밤에 중간고사 공부한다면서 공부는 언제 하는지 우리집 냉장고는 불이 난다. 일주일 식사며 간식거리 대기에도 벅차다. 

2006년 8월, 아내는 하늘나라로 가기 3개월 전 그 아픈 몸을 이끌고 뉴코아백화점을 훑고 다니며 미리 큰 치수로 쌍둥이들 내복이며 바지를 몇벌씩 사두었다. "여보! 나중에 내가 왜 아픈 몸을 이끌고 다니면서 옷을 이렇게 많이 사는지 알게 될꺼야. 아마 나중에 살다보면 내 생각 많이 날껄~" 아내가 그때 사둔 내복이며 티셔츠, 바지로 지난 2년간은 쌍둥이들 옷 사지 않고 그럭저럭 잘 버티고 살았는데 올 1년 사이에 쌍둥이들이 너무도 훌쩍 커버리는 바람에 이번 가을과 겨울에는 새로 옷 장만을 해야 할 것 같다. 옷 값이 장난이 아닌데....

어제 호수공원 산책을 나갔다가 들른 뉴코아백화점에는 최신 유행의 넥타이며, 와이셔츠들이 즐비해있어 나를 유혹한다. 다음주에는 한국생산성본부 강의가 10월에는 회사 연수원과 ***아카데미, 근로복지공단 선진기업복지컨설턴트 강의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데 딱 하나씩만 장만하고 싶은데, 지름신이 곧 강림할 것만 같은데, 꾸욱 달랜다. 부모님께 LCD TV를 사드리기 전까지는 참아야 하느니라!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어제 할아버지 제사상과 추석 차례상을 올리기 전에 아버지께 부탁을 드렸다.

"아버지, 이번 차례상에 집사람 밥도 함께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2년전 추석차례상에 집사람 밥을 작은아버지댁과 동생집 양쪽에서 지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장모님이 많이 속상해 하셨거든요. 그래도 장손며느리였는데 하시면서..."
"알았다. 밥 한 그릇만 더 놓으면 되니 그럼 그렇게 하마"


할아버지 제사상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 옆 추석차례상에는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 어머니 밥을 비집고 아내 밥이 나란히 놓여져 있다. 결혼후 17년간을 매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내가 직접 시장을 보며 준비해간 제수용품으로 차례를 올리던 할아버지 제사상과 추석 차례상에 이제는 아내 자신의 밥이 놓여져 있다.

제사를 다 지내고 아버지가 조용히 말씀하신다.
"나와 여기에 계신 너희 작은아버지들로 보면 쌍둥이엄마는 며느리이고 조카며느리이다. 여기 상에 밥을 올린 할아버지나 할머니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는 모두 내 위이고, 네 어머니만 해도 여기 작은아버지들은 큰형수이니 괜찮지만 쌍둥이엄마는 내 아래이다. 동서고금에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그리고 시숙부와 시숙모 등 윗 어른이 아랫사람 제사상에 절을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네 동생 병철이에게 차례상에 큰형수 밥을 올리라고 이야기를 한 거였다. 서울로 가거든 네가 장모님께 잘 말씀드려 오해를 풀어드려라"

윗사람이 아랫사람 차례상에 절을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님을 알면서도 적어도 한번쯤은 그동안 고생했던 아내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다. 시댁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 동분서주했던 아내였기에 억지라도 부려서 우리집 차례상에 어엿히 아내 밥을 올려주고 싶었고 술을 하지 못하는 아내였지만 술잔을 올리고 싶었다. 음식을 올리는 제기 또한 아내가 결혼후에 직접 사서 보내준 것이었으니 기분이 착잡하다. 당신이 하늘나라에 간지 3년 10개월만에 이제야 우리집 차례상에 당신의 잔을 내가 직접 올립니다. 

그동안 나와 살면서 세 자식 낳고 힘든 가운데에서 시댁 챙기느라 정말 고생 많았소. 하늘나라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증조부님, 어머니과 함께 행복하게 잘 지내시오. 쌍둥이자식과 장모님 걱정 말고, 내가 잘 모시고 잘 키울테니...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싱글대디칼럼 제210호를 읽은 카페 회원 한명이 쌍둥이들 때문에 속상해서 술을 먹었다는 글을 읽고 나에게 무슨 종류의 술을 먹느냐고 묻는다. 걱정이 된다고...

우리집에는 집에서 아내가 직접 담궈놓은 술이 몇병 있다. 15년 전에 담궈놓은 인삼주와 9년전 담궈놓은 장뇌삼주(당시는 인터넷에서 어렵게 그것도 꽤 비싸게 경매로 낙찰받은 아까운 장뇌삼을 그냥 먹지 왜 술을 담구느냐고 투덜댔다), 그리고 정확히 하늘나라에 가기 4개월 전에 담궈놓은 복분자주... 그중에서 인삼주나 장뇌삼주는 알콜돗수가 너무 높아 부담스럽고(인삼주 계통은 술을 담구면 알콜돗수가 더 높아지는 느낌이 들어 마시기가 부담스럽다) 가장 부담이 없는 것이 복분자주이다.

내가 복분자주를 즐겨마시는 걸 알고는 2006년 8월초 처음에 수확한 초벌 복분자가 제일 약효가 있다고 일부러 고창으로 주문하여 제법 큰 술병에 두병이나 담궜다. 지금도 내 눈에 어른거리는 장면은 유방암 말기, 국립암센터에서도 포기한 상태 힘에 부치는 몸으로 재워놓은 복분자를 직접 꺼내 으깨고 술을 걸러내면서 "여보! 나중에 나 없을 때 나 생각하며 두고두고 먹어~~응?" 하며 눈시울을 적시던 모습을 내 어찌 잊으랴~

자신의 생명이 그리 길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감한 아내는 복분자주를 만들어서 언니(처형)도 한병, 남동생(처남)도 한병 보냈는데 이것이 나와 자신의 유일한 혈육이었던 언니와 남동생에게 한 마지막 선물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집은 두병을 남겨놓았다. 생전 아내의 말대로, 아내가 생각날 때나 자식들이 내 속을 썩일 때, 외로움과 그리움을 달래는 내 유일한 친구이자 단골메뉴가 되고 말았다.

지난주 토요일, 농협시장에서 아내 차례상에 필요한 제수용품을 사가지고 오는 길에 들은 MBC라디오프로 '지금은 라디오시대' 주제가 첫사랑이었다. 그날도 나는 집에 돌아와 첫사랑이었던 아내를 그리며 복분자주를 마셨다. 점점 술병에 남아있는 술의 양이 줄어들어 앞으로는 자식들에게 좋은 일이 생길 때만 먹을려고 아끼는 중인데 쌍둥이들이 애비 속도 모르고 자꾸 내 속을 끓이는 바람에 남아있는 술이 줄어드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져 간다.

쌍둥이들을 내게 부탁하고 가면서 속을 많이 끓이고 살 것을 미리 알고 나를 위해 담궈놓고 간 걸까? 이런 것 만들어 놓지 말고 차라리 오래나 살 것이지...큰애 결혼 때, 쌍둥이들이 대학 진학해서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하는 그때까지 아내가 눈물로 담궈놓은 복분자주가 남아있어야 할텐데...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어제 내내,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도 내리던 비가 뚝 그치고 드높은 가을 하늘이 드러났다. 집에서는 장모님이 먼저 하늘나라에 간 딸의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고 있는데, 남편인 나는 고향을 내려가려니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말이 없는 창공은 이 마음을 알려는지...

아내 생전에는 고향 할아버지 제사상에 올릴 제수음식을 미리 준비하느라 한달전부터 노량진수산시장이며 건어물시장을 발 빠르게 다니며 준비했고, 시골로 출발하기 이틀전에는 과일을 마지막으로 챙겼지. 욕심이 많았던 아내는 할아버지 제사상에 올릴 음식 절반이상을 미리 챙겨가 올렸지. 매면 추석이면 하늘나라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에게 고생 많았다고, 고맙다고 많이 이쁨을 받고 있겠지...

어제 장모님이 아내가 잠들어있는 자유로 청아공원을 다녀와서 "나는 은경이가 하늘나라에 간지 3년이 안된줄 알았는데 벌써 3년이 지나 4년째가 곧 다가오네"하신다. 손으로 곱아보니 아내가 내 곁을 떠난지 벌써 3년하고도 9개월 10일이 지났구나. 벌써 그렇게 지났구나~ 하긴 아내가 하늘나라에 갈 때 쌍둥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벌써 중학교 1학년이고, 이제는 키가 내 눈높이까지 자랐네... 그 세월을 내 어찌 살았나?

그래도 아내가 자신을 쏙 빼어닮은 쌍둥이아들 윤이를 남겨놓고 가서 윤이를 보면서 윤이를 키우면서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곱씹으며 위안을 받는다. 춘향가 중에서 춘향이가 이도령과 이별하는 대목에서 "이별없이 살아볼꺼나 했더니, 이별이 왠말이요~~"하며 오열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살아있으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품고 살 수 있지만 하늘나라에 간 사람은 육신의 몸을 가진 이승에서는 다시 만날 수 가 없으니...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이별, 오늘도 나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몸부림을 친다. 지난 90년대 초반 추석때 28시간씩이나 차를 운전하며 내고향 진도를 내려가며 고생했던 추억 때문인지 추석때만 되면 아내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깊어진다. 그토록 힘들어하던 빚도 차근차근 갚아나가고 있고, 쌍둥이들도 점차 성장해나가는 모습, 큰애가 이제는 늠름한 군인이 되었고, 내가 책을 출간하는 모습도 내 곁에서 지켜보면 좋았을텐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어린 쌍둥이들을 내게 맡기고 내 곁을 빨리 떠났는고?

내일이면 고향으로 출발한다. 오늘따라 하늘이 눈이 부시도록 푸르구나~~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장모님을 모시고 일산칼국수를 갔다. 최소한 월 2회 닭칼국수를 드시지 못하면 병이 난다고 하실 정도로 닭칼국수 애호가이시다. 장모님은 음식솜씨가 좋으신데 원래 음식솜씨가 좋은 사람은 남이 해준 음식은 잘 안 먹는다. 내 형편이 어려워 자주 외식을 하지 못하지만 우리 식구가 어쩌다 외식을 할 때마다 장모님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느라 음식점 선정에 애를 먹는다.

그런데 장모님이 유일하게 잘 가시는 곳, 외식장소로 의견일치가 되는 곳이 닭칼국수로 유명한 일산칼국수이다. 칼국수에 닭고기와 바지락을 넣는데 국물 맛이 괜찮으면서 양도 넉넉하고 또 다른 외식에 비해 저렴하여(1인당 6000원) 자주 이용하게 된다. 

아내 암 진단 이후 5년간 2007년 추석을 제외하고는 추석과 설에 고향을 거의 내려가지 못했는데 올해는 아버지 암 수술이후 경과도 볼 겸 아버지를 뵈러 내가 추석 때 고향을 내려간다니 혼자서 아내 차례상을 차릴 걱정에 마음이 울적하신가 보다. 큰애도 군입대를 해버리고 쌍둥이들이 있다지만 아직은 심부름이며 차례상을 준비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를 못하니...

쌍둥이들이 저녁 늦게 수업이 끝난다고 저녁에 먹을 김밥을 만들어 보내주고 오면서 일산칼국수에 외식이나 가자고 말씀드리니 반대하지 않고 나서신다. 오후 5시 30분, 아직 저녁식사를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다보니 평소 북적이던 칼국수집이 기다리지 않고 입구쪽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가족단위로 외식을 오다보니 어린애들이 많다.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어린애들, 뛰어다니는 애들, 자식들이 뛰고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를 막고 누워있고 넵킨으로 장난을 쳐도 젊은 부모들은 말릴 생각을 않고 있다. 오히려 천방지축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자식들을 흐믓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건 아닌데, 귀한 자식일수록 더 엄하게 키워야 하거늘....

그런데 장모님이 우리가 앉은 자리 바로 뒤 신발을 벗어놓는 곳을 가리키며 "어머, 저 애들도 쌍둥이인 모양이네"하신다. 가리키는 곳을 보니 이제 막 두살정도 되어보이는 사내아이 둘이 있는데 체격도 비슷하고 많이 닮았다. 녀석들도 우리 재명이와 재윤이처럼 꼭 닮은 일란성쌍둥이였다. 그런데 녀석들이 남의 신발을 가지고 노니 엄마가 다가와 나를 가리키며 쌍둥이들에게 한마디를 한다.
"애들아, 자꾸 이러면 저기 할아버지가 이놈하며 맴매하신다."

헐~~ 나보고 할아버지라니??? 내가 벌써 할아버지 소리를 들을 정도인가? 갑자기 머리가 멍해진다. '이봐요, 젊은 쌍둥이엄마! 나 할아버지 아니라우~'하는 무언의 항변만 내 입가를 맴돌고 있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재명이와 재윤이가 성적이 오르지 않는 원인을 분석해보니 PC게임에 정신이 팔려 있다는 것, 고로 수업시간이나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자들은 TV를 보면서 동시에 전화도 하고 음악도 듣고 책을 읽는 것이 가능하지만, 남자들이란 동시에 하는 것이 뇌 구조상 어렵도록 되어있다. 한가지를 끝내놓아야 또 다른 일에 집중할 수가 있다.

PC게임중독에 빠진 쌍둥이들 마음을 하루빨리 공부쪽으로 돌려놓아야 하는데, 그러면 학교 성적은 자연히 쑥쑥 올라갈텐데.... 남들은 정신을 차릴 때까지 그냥 두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너무 무책임한 말이다. 어느 세월에 PC게임에서 마음이 떨어질지 모르는데 그럼 일생에서 가장 집중하여 고웁해야 하는 황금시기인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방관하고 있으라는 소린지? 그렇다고 우격다짐으로 다스릴 수도 없고, 마냥 기다리고만 있자니 시간은 점점 흐르고 중간고사는 2주 앞으로 성큼 다가왔으니 마음이 급해질 수 밖에...

PC게임중독에 빠진 두녀석들을 어떻게 고쳐주어야 하나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어젯밤 재윤이가 딱 걸렸다. 밤 10시 30분 학원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서 온라인숙제를 한다고 명이와 윤이 둘이 컴을 켜더니 영어 온라인숙제에 접속하고 숙제를 해나간다. 그런데 컴이라는 게 두세가지 화면을 띄워놓고 동시작업이 가능한지라 내가 조금이라도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가까이 오는 낌새가 보이면 금새 화면을 전환해버려 게임을 하는 현장화면을 잡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나도 일을 해야 하는데 뒤에서 계속 지켜보며 감시할 수도 없는 일이고....

30분정도 지났을까~ 자판으로 영어단어를 치면 어느정도 간격이 일정해야 하는데 갑자기 자판을 누르는 속도가 빨라지며 팔이 빨라지고 몸 움직임이 부산하다. '그래 지금 PC게임을 하는 중이구나~' 슬며시 일어나 바로 다가갔더니 미처 화면을 전환하지 못하여 게임화면이 딱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집에서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이후 처음으로 나에게 걸렸다. 윤이를 불러
"컴을 고쳐주면서 다시는 PC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 지키지 않았구나. 아빠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가장 싫은데~ 몇번이나 아빠가 윤이에게 속아야 할까? 언제면 우리 윤이가 PC게임 유혹을 뿌리치고 공부에만 집중을 할 수 있을까?"

쌍둥이들이 속상하게 할 때마다 술을 반컵씩 마시며 속상한 마음을 달래는 버릇이 생겼다. 이렇게라도 해서 속상한 마음을 달래며 살아야지. 쌍둥이들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셔야 할까? 내 몸이 건강해야 할텐데~ "아빠 건강하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녀석들인데 애비 건강하게 살도록 해줄려면 녀석들이 빨리 철이 들어야 할텐데... 이건 술 권하는 쌍둥이자식이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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