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딩동~~ 연이어 몇번을 눌렀지만 때를 밀어주는 아저씨는 오지를 않는다.
손이 닿지 않은 등은 때를 밀어달라고 부탁하려 했는데 오늘은 그마저도 여의치 않네. 그동안 아빠를 따라 목욕탕에 잘다니던 쌍둥이녀석들이 지난 5월말, 앞으로 목욕탕에 가지 않고 집에서 샤워를 하겠다고 전격적으로 폭탄선언을 한 이후 목욕탕에를 갈려면 장모님만 모시고 다닌다.

쌍둥이들이 사춘기인가 보다. 키고 부쩍 컸고, 옷도 자기네 마음에 드는 옷을 사주어야 입는다. 이발을 할 때면 한참 입씨름을 해야 한다.
"스포티하게 스포츠형으로 자르면 어떻겠니?"
"아빠는~ 요즘 스럽게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다니는 학생이 어디 있어요?"
"요즘은 머리도 개성이예요! 앞머리를 눈썹 위까지, 옆머리는 귀를 안덮으면 괜찮아요"

다음주부터 중간고사라, 당연히 가지 않겠다고 할 줄을 알면서도 넌즈시 묻는다.
"명이윤이! 아빠랑 목욕탕 갈 사람?"
"아빠만 다녀오세요. 저희는 지난주에 했잖아요. 그리고 다음주는 중간고사라 바빠요"
헐~~ 그렇다고 목욕탕에 갈 한두시간 시간도 못내?

할 수 없이 장모님만 모시고 간다. 전에는 목욕탕에서 남자들끼리 서로 등도 밀어주곤 했는데 요즘은 너무 각박하다. 가족들끼리 등을 미는 사람들에게 등을 좀 밀어달라고 부탁하기도 염치가 없고, 혼자인 사람에게 가면 쌀쌀하게 "저는 밀었어요" 해버린다. 자식을 가진 애비들이 가장 행복할 때가 자식들 앞세우고 목욕탕에 가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거라는데 벌써 나는 행복 끝인가?
 
30대후반의 자식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버지를 모시고 목욕탕에 왔다. 탕안에서 아버지를 업고 나와 때를 미는 곳으로 가서 정성스레 등과 팔다리 때를 밀어드린다. 자식 얼굴표정이 찡그리거나 귀찮아하는 기색이 없이 열심히 아버지 몸을 밀고 있다. 나는 자랄 때 아버지와 떨어져 사는 바람에 지금껏 단 한번도 아버지와 목욕탕에 함께 간 적이 없고 아버지 등을 밀어드린 적이 없어서 그런지 저런 부자간의 친밀한 모습이 왠지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도 부럽다. 

나도 자식이 셋인데, 자식들에게 기대하고 살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내가 커서 노인이 되었을 때 저렇게 자식들에게 대접받을 수 있으려나? 아빠와 목욕탕에 가자고 해도 지금은 펄쩍 뛰며 절대 안가겠다고 뒤로 물러서는 녀석들인데....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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