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가 가장 바쁠 한 주가 될 것 같다. 근로복지공단 설문서를 전국 1220개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발송해야 하고, 13일은 수원에 있는 회사 연수원에서 퇴직하시는 선배님들을 대상으로 한시간 강의, 14일과 15일은 이틀 과정으로 CFO아카데미에서 '사내근로복지기금 기초과정' 강의, 토요일은 군대에 가있는 큰애 면회 예약...
CFO아카데미 강의 교재를 작성하기 위해 일요일에도 사무실에 출근을 했다. 방해받지 않고 단시간에 집중을 하자면 사무실만한 공간이 안성마춤이다. 아직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렇게 일에 치여 살때면 나를 한명만 더 복제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해본다. 회사 내 일을 하면서, 복제된 또 다른 나는 쌍둥이들을 챙기면서 추가로 추간하려는 책 원고도 쓰고, 카페에 글도 쓰고... 과연 그런 날은 내 생전에 올 수 있으려나?
8일밤부터 근로복지공단 설문서를 집으로 가져와 일일히 회신용 봉투에 넣어 270원어치 우표를 붙이고 사내근로복지기금 회계처리실태조사를 위한 설문서를 접어서 넣고 다시 고용노동부 설문작성 협조요청 공문과 함께 접어넣고 봉하는 작업을 하는데 허리도 아프고 집중하다보면 눈알이 빠질 것만 같다.
작업을 하는 아내 생각이 절로 난다. 아내가 살아있었더라면 만사 제쳐놓고 손발 걷어부치고 나를 도와주었을텐데... 항상 내 입장에 서서 나를 응원해주고 몸을 사리지 않고 도와주었던 아내였다. 2004년 9월 무려 7년간의 작업끝에 1350페이지에 이르는 '사내근로복지기금 운영실무' 책자를 펴냈을 때 인세를 고스란히 아내에게 갔다 주었다. 내가 책을 낼 수 있도록 후원해준 아내에게 보답하는 마음에서...
쌍둥이들을 잡고 우편번호 검색을 해달라고, 한 사람당 610개씩을 마치면 15,000원을 수고비로 주겠다고 구슬러 시작을 해보았지만 처음 10분정도 하더니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이내 PC게임으로 빠져버린다. 그렇지, 너희들이 10월말까지 연구용역을 마쳐야 하는 애비의 절박한 마음을 안다면 이미 철이 들었겠지.... 애비는 눈이 빠져라, 설문서를 접어 회신용 봉투에 넣느라 손에 물집이 잡혔다고 손을 보여주어도 PC게임 못해서 애닳아하는 쌍둥이자식을 보고 있노라니 아내의 빈자리가 더 커보이고 생각이 난다.
부부의 인연이 있다면, 나와 아내가 만날 수 있었던 그 인연에 감사하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도 빨리 그 인연을 마감하게 만든 그 인연에 아쉬움을 느낀다. 참으로 좋은 여인이었고, 내 인생의 둘도 없던 길벗이었는데...
싱글대디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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