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을 키우고 살면서 때론 솔직해지고 유연해질 필요성이 있다.

그제 밤부터 막내 재윤이가 PC전원을 꺼버린 일과 어제 새벽 5시에 깨워달란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것으로 골을 부리고 아침도 먹지 않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많이 속상해 있었는데, 아침 식사자리에서 나에게 "아빠가 저희를 못깨워주신 것부터 사과하셔야죠?"하는 말에 "그게 아빠에게 할 말이니?" 하며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어제부터 중간고사가 시작되는 날이고 녀석들이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참고 넘길 수도 있었지만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되니 참을 수가 없었다. 그젯밤 PC전원을 꺼버린 일만 해도 장모님이 그 전날 밤새 PC를 켜놓고 자는 바람에 밤새 시끄러워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불편을 호소하는 바람에 내가 재명이에게 전원을 끄라고 지시한 사항인데, 아빠가 시켰다고 해도 신경질을 계속 부렸다.

밤 1시 넘어서 자식이 신경질을 부려대는데 편히 잠을 잘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시험공부 한다고 연일 밤 2시 넘어서 자는 자식들 곁에서 나도 함께 일을 하며 챙겨주고 모두 잠이 든 뒤에야 문단속을 하고 자려니 피곤이 누적된 상황인데다 화를 참느라 1시간 이상 잠을 설쳐 아침에 녀석들을 못깨운 상황이었는데도 어린 자식들이 애비 마음을 알겠는가?

어젯밤에도 늦게 컴을 서로 사용하겠다고 재명이와 재윤이가 언쟁을 벌이기에 재윤이더러 "네가 3시간동안 했으니 이제는 양보하고 방에서 넷북으로 공부해라"하고 조정을 했더니 펄쩍 뛰며 더 하고 싶은데 그런다고 신경질을 부린다. 양보를 모르는 재윤이가 얄미워 야단을 좀 쳤더니 꽝소리를 내며 문을 닫고들어가 문을 잠궈버리더니 아침까지 방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새벽 5시에 재명이는 일어나 공부를 하려해도 방문이 잠겨있어 교과서와 참고서를 꺼내지 못해 발만 동동구르고 있고 아무리 불러도 재윤이는 요지부동,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아침에 방문을 따고 들어가 재윤이 손을 잡고 안방으로 왔다. 재윤이도 큰 일이 벌어질 것을 각오한 듯 입을 굳게 다물고 표정 또한 굳어져 있다. 재윤이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 재윤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재윤아~ 어제 재윤이가 아빠가 컴을 끄라고 재명이에게 지시했는데도 계속 신경질을 부리고, 새벽 5시에 깨우지 않았다고 아빠에게 사과하라고 따지는 재윤이 모습을 보고 아빠는 정말 충격받았고 무척이나 서운했거든. 아빠가 5시에 깨우지 못한 것은 정말 미안해. 아빠가 사과할께. 그렇지만 아빠에게 신경질 부리고 사과하라고 한 건 재윤이가 너무한거야 알았지? 행복한 우리 가정 우리가 만들어나가야 하잖아? 그치?"

예기치 않은 애비의 사과와 부드러움에 그제서야 "아빠! 죄송해요"하며 사과와 함께 굳었던 얼굴표정이 밝게 변하는 막내를 보며 용서하고 화해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강함은 부드러움을 이기지 못한다. 자식양육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런 것 같다. 부모도 권위를 내려놓고 잘못한 것은 솔직하게 사과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자식과 벌어진 골을 회복하는 일은 가급적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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