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서 체육행사를 마치고, 집에 들러 대천항에 있는 보령수협에서 산 꽃게며 대하, 병어를 집에 내려주고 샤워를 하고 곧장 회사 사무실로 향한다. 일이 밀려있어 기한 내에 처리하자면 어쩔 수가 없다. 달력을 보니 아내 기일이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대천항에서도 왔다갔다하며 계속 눈여겨 본 것이 아내 제사상에 올릴 생선이었다. 지역간 제사음식 문화에 대한 차이가 있어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과 생선이 조금씩은 다르다.

우리 고향에서는 장대라는 생선이 빠지지 않는데, 장모님은 장대라는 생선은 올리지 않는다. 대신 병어와 민어, 문어, 낙지는 빠지지 않는다. 장모님 생선 고르는 눈이 워낙 까다로워서 사고나서도 잘 샀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 여지간하면 나는 생선을 사지를 않고 알아서 사시라고 장모님께 돈으로 드린다. 보령수협 공판장에서 큰 병어같이 생긴 생선이 있었는데 나는 병어라고 했더니 중간 도매상 아주머니가 병어가 아니란다. 무슨 이름을 대는데 처음 듣는 생소한 생선이름이다. 한 궤짝에 큰 것 4마리가 들었는데 45,000원이란다. 집으로 전화하여 장모님께 "큰 병어가 한 짝에 4마리가 들어있는데 사갈까요?"하고 여쭤보니 "그 큰 병어를 4마리나 사가지고 어디에 쓸랑가?"하시며 사오지를 말란다.

그래도 남편인 내가 고른 크고 좋은 생선으로 올려주고 싶었는데, 이 마저도 여의치가 않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나에게는 마누라였지만, 장모님은 딸자식이었는데... 해마다 연로해가시는 장모님이 해마다 연로해 가시는 장모님인데, 앞으로 딸에게 제사상을 차려주면 몇번이나 더 차려주겠는가 싶은 마음에 내 뜻을 접게 된다. 대신 살아있는 꽃게 6킬로(1만원 깍아 5만원), 대하 2킬로(3만원), 병어 조금 큰 것을 골라 5마리에 만원에 구입하고 갑오징어 한짝에 45,000원 하는 것은 부서원들과 함께 공동구매하여 네명이 나누었다.

그냥 돌아서려다 그래도 아쉬워 병어는 짝으로 팔지 낱개로는 팔지않는다는 도매상 아주머니에게 한번 더 사정해 보기로 했다. "아주머니! 곧 마누라 제사인데요, 마누라 제사상에 올릴려고 합니다. 큰 것으로 5마리만 파시면 안될까요?' 했더니 아주머니가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마누라 제사상에 올린다는데 안주면 안되지요~"하며 병어 두 짝 중에서 제일 큰 것으로 골라 5마리를 담아준다.

집에서 쌍둥이들이 반찬으로 잘 먹는 갈치를 좀 살려고 했더니, 갈치가 너무 작아서 사가지고 가면 장모님에게 또 핀잔을 들을 것 같아 그만두었는데 장모님이 말씀하신다. "이런 것 말고 갈치나 있으면 좀 사오지 그랬는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그렇지 않아도 갈치를 좀 사려고 돌아다녀봤는데 너무 잘아서 안샀습니다"하니 짧게 "잘했네~" 하신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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