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사회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밤 11시 20분이 되었다. 일 욕심이 많아서일까, 조금만 더 조그만 더 하다보면 훌쩍 자정이 되어 버린다. 오늘 계획한 분량의 일을 마무리를 해두어야 내일을 여유있게 맞이할 수 있다는 평소의 내 지론....

오늘은 학원에 가야할 시간에 쌍둥이들이 학교에 밀린 일이 있다고 학교에 갔다. 으이그~ 애비가 힘들게 고생하여 학원에 내는 돈을 생각하면 하루도, 단 한시간도 수업에 빠져서는 안되는데~~ 다행히 조금 늦게 가서 수학 주간평가를 봤는지 막내 재윤이는 96점, 11명중 1등이란다. 훗~~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곧잘 하는 녀석들이 애비 속을 태우기는....

11시 30분, 책상위를 대충 정리하고 지하철 9호선을 타기 위해 계단을 헐레벌떡 내려가는데 막내로부터 숨 넘어가는 휴대폰 전화가 걸려온다.
"아빠 아빠~"
"왜 또?"
"어디세요? 오시는 길에 실내화 좀 사다주세요?"
"실내화? 헐~ 야, 지금 몇신데?"
"아빠! 그런데 그런데 왜 숨을 헐떡이세요?"
"야! 이눔아~ 아빠 지금 지하철 타러 회사에서 막 나와서 뛰어가고 있다."
"아직 회사세요."
 "그래!"
"아빠, 흰색 실내화로 사이즈는 250밀리예요"


밤 11시 30분, 지금 이 시간에 어디서 흰 실내화를 산담??? 그래도 내가 누구냐? 아들 셋을 키우는 억척스런 싱글대디가 아닌가? 전화를 끊고 뛰어가면서 생각해보니 마두역 근처 뉴코아백화점 지하에 24시간 영업을 하는 킴스클럽이 떠올랐다. 그래, 일단 가보는거야!

9호선 국회의사당역 에스컬레이터도 뛰어내려가니 마침 여의도역에서 계화행 일반열차가 진입하고 있다. 바로 타고 당산역에서도 뛰어 올라가니 곧바로 일산행 871번 좌석버스가 온다. 마두역을 거쳐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까지 가는 좌석버스이다. 자정이 가까워지면 대부분 막차여서 놓치면 배차간격이 길어 길거리에서 한참을 기다리거나 택시를 타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지하철이며 좌석버스가 곧장 연결되는 걸 보니 왠지 행운이 따른다는 느낌이다. 실내화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밀려온다.

양화대교를 넘어 강북도로에 진입을 하는 순간~ 헉~ 일산방향 강북도로가 차들로 꽉 차있다. 1차로에서 추돌사고가 나서 두개 차선이 통제 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마두역에 내려 킴스클럽에 가니 250밀리 흰 실내화가 딱 하나 남아있다. ㅎㅎ 오늘은 마지막까지 행운이 따르는구나. 밖으로 나오니 코 끝을 스치는 바람이 차갑다. 내일 아침은 추워지려나 보다. 약 20분을 걸어서 집에 오니 자정을 25분이나 넘겼고 쌍둥이들은 책상에 불을 켜놓은 채 곤히 잠들어 있다. 컴을 몰래 만졌는지 책상 위가 어수선하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으니... 아무튼 밤 늦은 시간에 애비를 고생시켰으니 내일 아침에 막내는 애비에게 잔소리 좀 들어야겠지. 에이 고얀놈~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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