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내내 가위에 눌린듯 쫓기는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깼다. 아직도 술이 덜 깨는 것 같다. 어제 집으로 향하는 길에 막내 전화를 받고 인구조사 참가에 따른 봉사확인서를 출력하러 사무실에 들러 인쇄하여 집에 도착하니 밤 1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오늘은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종일 강의가 있어 졸린 눈을 비비며 사내근로복지기금이야기를 써놓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밤새 엎치락 뒤치락 잠을 설쳐야 했다. 이것 저것 아무리 보아도 내 세울게 없는 내 처지~ 내 아픈 곳을 찌르는 질문에 자리에 앉아있던 시간 내내 가시방석이었다. 생각지도 않게 너무도 일찍 찿아온 자리. 모든 어려움 다 이겨내고 천천히 그리고 당당히 시작하고 싶었는데...
요란한 휴대폰 알람에 잠에서 깨어 확인한 메일에 힘이 풀린다. 대충 쌍둥이들을 깨워 머리를 감도록 하고 그 시간에 어젯밤 쓴 블로그 사내근로복지기금이야기를 다시 검토한다. 오타는 없는지, 문맥에 모순을 없는지, 몇번을 읽어보고 이상이 없으면 카페에 올린다.
서둘러 아침을 챙겨먹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집을 나선다. 백마역 앞에 마침 백석역으로 가는 082번순환버스가 서있다. 이후 백석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 경복궁역까지 서서 간다. 잠을 설치고 계속 야근에 이틀간 연이어 과음을 해서일까 깜박 한눈을 팔다가 하마터면 경복궁역을 그냥 지나칠뻔 했다. 내가 오늘 왜 이러지?? 마치 혼이 나간 것만 같다.
9시부터 8시간을 꼬박 서서 진행하는 강의, 하나라도 내가 아는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해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오늘따라 전화도 많이 걸려오고, 문자메시지도 불이 난다. 어제 대전지방노동청에서 강의하면서 알게된 근로감독관님 한 분이 사내근로복지기금에 대해 문의를 한다. 쉬는 시간마다 아메리카노 커피를 빼서 마신다. 오후 5시 45분, 강의를 마치고 곧장 여의도 사무실에 들러 이틀간 휴일에 작업꺼리를 챙긴다. 두번째 글을 읽으니 마음이 천근만근 무겁고 내 가슴이 아려온다. 좋은 사람. 돈이 왠수지...
쌍둥이들이 이번주 내내 학원을 오지 않았다는 학원 원장님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밤 9시, 일을 하다말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선다. 왜 이리 불행과 고난이 한꺼번에 나에게 몰려오는 걸까? 그렇지 않아도 요즘 나 너무 너무 힘든데... 쓰러질 것만 같은데.... 눈을 감고 있으면 그냥 눈물이 난다.
싱글대디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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