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8일 최도석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사장이 이학수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의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의 엄격한 인력관리 원칙과 관련, '네 가지 금기사항'을 밝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인사관리라면 우리나라 최고를 자랑하는 삼성그룹의 인사책임자 입에서 임원 승진인사 기준이 언급되었으니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최 사장은 임원 승진 인사 기준과 관련, "직원들의 실적 평가와 함께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은 부적절한 이성관계(불륜),골프,도박,주식"이라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했다. 최 사장은 특히 불륜은 개인 차원을 넘어 회사 전체에 누를 끼칠 수 있어 금기시되고 있으며, 골프는 거래처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 임원급 이하에서는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박과 주식은 아마도 회사 업무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손실이 발생했을 때 회사 공금횡령 소지가 있으며 이로 인해 회사의 명예와 신뢰성이 실추되는 경우를 경계하고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함으로 생각된다.
지난 1999년에 중앙대학교 대학원을 다닐 때 선물옵션을 배우게 되었는데 당시 선물옵션을 강의하신
오규택 교수님이 선물을 하다보면 눈 앞에 선물거래가 어른거려 공부나 연구, 강의를 진행하기가 어렵다고 실토하는 것을 들었다. 시시각각으로 수백만원, 수천만원이 왔다 갔다 하는 분초를 다투는 선물거래인데 어찌 다른 일이 눈에 들어 올 리가 있고 자기계발에 시간을 집중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 주위에서 주식투자를 하는 동료나 선후배들을 보면 일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고 직장의 근무 분위기마저 헤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5년전 여의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급히 돈을 빌려달라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평소 전화 통화도 거의 없었도 친하지도 않은 동창인데 난감하기만 했다. 미수거래를 하다가 주가가 폭락하여 돈을 메꾸어 넣지 않으면 반대매매가 들어가 큰 손해를 보게 된다고 사정하는데 당시는 여유가 없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며 끝냈는데 그런 금전적인 압박을 받으며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정신상태에서 어찌 회사 일이 손에 잡히고 업무에 충실할 수 있겠는가?
회사 내에서 동료가 주식투자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머지 사람들은 시샘과 함께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회사 일에만 전념하는 자신이 바보스럽게 여겨져 일한 기분이 나지 않아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주식투자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타까움과 동시에 일에는 신경쓰지 않고 주식만 하더니 그럴 줄 알았다는 입방아와 함께 냉소를 받게 된다.
특히 이러한 네가지 기준이 사고로 연결되어 기업의 명예와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음을 경계하여
회사가 승진이나 인사관리, 일상관리에서 회사원들을 중점적으로 관찰하고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은 평소 자신과 자신의 주변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최근 회사에서 많은 액수의 공금을 횡령한 사원이 발각되어 파면조치가 내려졌고, 아끼는 후배 한 명도 역시 회사 공금에 손을 댔다가 발각되어 징계를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그 후배는 공교롭게도 6년 전에도 유사한 공금횡령 사고를 내어 중징계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잘못을 반복함으로써 본인의 이미지와 신뢰성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되었다. 생활고에 시달려 자금 압박을 받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공금에 손이 가지더라는 것이다. 공금횡령이 발생하면 그 기업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회사의 신뢰와 명예 또한 땅에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공금횡령을 사규 인사규정 징계 중 가장 무거운 징계인 파면이나 해고의 반열에 올려놓고 관리하고 있다.
자기관리는 곧 절제이다. 아무리 열심히 자기계발노력을 하여 전문성과 유능함을 인정받았다해도 자기관리에 실패하면 물거품이 된다.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는 자에게 조직은 신뢰하지 않고 큰 일 또한 맡기지 않는다. 조직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평소 자신과 자신의 주변관리, 신용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여야 한다.
김승훈 20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