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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친해질만 하면 또다시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생활이 반복됐다.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데 음악이 윤활유 구실을 했다"
"군 제대후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영어 수업을 한 후 클럽으로 달려갔죠.
새벽까지 연습하다 지치면 자동차에서 잠깐 눈을 부친 후 다시 영어학원으로
출근했어요. 안정된 수입은 보장됐지만 음악에 전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강사를 그만뒀어요. 재즈 트럼펫의 1인자가 돼야겠다는 무서운 결정을 하게
됐거든요"
생후 3개월부터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외국을 떠돌아 다녔다는
이주한씨(43세), 1977년 이란의 한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학교 밴드를
결성하기 위해 악기들을 펼쳐넣고 아이들이 직접 선택하게 했는데 당시
12살 꼬마였던 이주한씨는 무언가에 홀린듯 황금빛 트럼펫을 잡았다.
수리남 밴드 생활을 통해 음악의 모든 그림을 배웠다는 그는 미국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재즈 밴드를 계속한다. 음악에 푹 빠져 있었지만 아버지 소원대로
워싱턴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오리건주립대 MBA에 입학하여 1년간 꾹
참고 다녔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가족 몰래 시애틀의 코니시예술대학에
다녔는데 성적표가 집에 배달되는 바람에 들켰다.
아버지와 싸우던 그는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도망치듯 서울로 왔고,
군 제대 후 영어 강사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트럼펫 연주를 했다.
1994년 '수요예술무대'에 서며 이름을 알렸던 그는 음반 '인튜이션(Intuition,
95년)', '긴셍 펑크(Ginseng Funk, 96년), '10+1'(2001년), '마일즈송 북'(Miles
Song book, 2002년) 등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작곡.연주실력을 동시에 인정받아
확고한 입지에 오른다. 영화 '괴물', '미녀는 괴로워', '1번가의 기적', '연애의 목적'
등 대박영화와 MBC드라마 '누구세요' 등에서도 이씨 숨결의 흔적이 남아 있다.
- 매일경제 2008년 7월 9일 -
재즈 트럼펫의 1인자가 되기 위해 수입원인 영어강사 자리까지 과감히 버리면서
한 우물을 판 무서운 집념과 열정이 이주한씨를 재즈 트럼펫 최고 전문가로
만들었다.
남과 똑 같이 해서는 남의 흉내에 그칠뿐 결코 남을 이길 수가 없다.
남과 같은 시간에, 남과 같은 비용을 들여서는 결코 남을 앞서나갈 수 없다.
열정과 몰입은 전문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창조와 차별화라는 자산을 선물로 준다.
최고의 전문가라는 호칭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오로지 좋아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아름다운 보상인 셈이다.
2008.8.9.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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