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윤이가 참고서를 몽땅 싸가지고 혼자서 도서관에 가버렸어요. 전화기도 꺼놓고 받지도 않아요. 저, 이제 어떡해요?"

명이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이번에는 참고서 전쟁이 없이 잘 넘어가나 했는데 시험 전날에 여지없이 참고서 전쟁이 일어났다. 이런 일이 생길까봐 사전에 참고서 보는 날을 서로 모인 자리에서 조정하여 정해놓았건만 당장 기말시험이 코앞 내일로 닥치자 소용이 없다. 동작이 빠른 윤이 녀석이 재빨리 참고서를 싹쓸이하여 가지고 도서관으로 가버렸다.

"이 넘을~~~" 그러나 어찌하랴~ 이미 윤이는 이미 도서관에 가버렸고 전화기까지 꺼놓고 있고 명이는 징징 우는데.... 할 수 없이 큰애에게 우선 가지고 있는 돈으로 재명이를 데리고 가서 재명이가 원하는 참고서를 사도록 조치해 주었다.

쌍둥이자식이 성격이 서로 정반대이다. 어쩌면 어미와 애비 성격을 두 녀석이 그대로 빼어닮은 것 같다. 막내 재윤이는 지 어미성격을 닮아 사교성도 좋고 동작이 빠르고 약삭빨라 항상 선수를 치고 나간다. 반면 재명이는 나를 닮아서 우직하고 원리원칙주의자에 가깝다. 식습관도 윤이는 육식을 즐기고 명이는 채식을 즐긴다. 아내 생전에 부부생활에서 늘 아내가 주도권을 쥐었듯이 쌍둥이들도 재명이가 늘상 재윤이에게 당하는 편이다.

시험공부 스타일도 재윤이는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 그룹스터디를 하는 편이고 재명이는 혼자서 우직하게 공부를 한다. 성적은 오히려 재윤이가 더 높게 나온다. 아마도 과목별 강점이 있는 친구들과 모여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공부를 하는 것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

빨리 기말고사가 지나가야지, 이건 하루하루가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자식들은 서로 싸우면서 크고, 서로 성격이 다른 것을...그 차이를 인정해주며 강점을 살려나가도록 유도해 주는 수 밖에...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 이야기 하나

아침 휴대폰 알람 소리에 맞추어 6시 20분에 눈을 뜬다.
재명이부터 깨워 머리를 감긴다.
녀석들은 하루라도 머리를 감지 않으면 세상이 뒤집히는 줄 안다.
큰애가 그러더니 쌍둥이들도 그대로 닮아간다.
원래 자식은 닮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만 닮는다는데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요즘 잠이 많이 부족하다. 10분간을 뒤척이다가 두번째 알람시간에 맞춰 재윤이를 깨운다. 6시 40분이 되어 그제야 일어나 이부자리를 갠다.
아침식사를 뜨는 둥 마는 둥 통근버스 시간에 맞추어 출근을 서두른다.
집에서 보는 신문 두 개도 챙기고, 오늘은 회사 업무가 끝난 후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미래예측전문가과정 교육이 있으니
노트북도 가져가야 한다.

습관적으로 업무가방외에 그 옆에 있는 검정가방을 들고 집을 나선다.
한참을 가다보니 아뿔싸~ 노트북 가방이 아니라 교회갈 때
들고 다니는 교회가방이다. 가방 안에는 성경책과 교회 주보,
한소망매거진, 노트가 들어있다.


# 이야기 둘

오후 4시 40분, 재명이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막내 재윤이가 글쎄 참고서란 참고서는 혼자서 몽땅 싸들고 먼저
도서관으로 잽싸게 가버렸단다. 전화기도 끊어버리고...
으이그~~ 얄미운 녀석 같으니라구~
참고서들이 한권씩이라 이런 일이 생길까봐 사전에 서로 참고서를
공부하는 날까지 사이좋게 약속하여 지정해 놓았건만 기말시험이
코 앞에 닥치니 마음이 급했나 보다~~
재명이는 집에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대충 사태를 수습시키고 우체국 통장정리를 위해 신관으로 들어가려고
신관 입구에서 신분증을 댔는데 통과음인 "삑"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상하다 싶어 눈을 내려보니 글쎄 회사 신분증이 아니라 지하철을
탈 때 대는 티머니카드를 대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안내하는 젊은 여직원이 막 웃는다.
창피하다~~~


# 이야기 셋

오늘 오후 4시에 모 기업 사내근로복지기금 실무자를 만나기로
일주일전에 약속을 했던 것 같다.
그동안 시간 나는대로 며칠간 자료를 준비했다.
드디어 출발 20분 전에 확인 전화를 했다.
"***씨 오늘 만나기로 했죠?"
"차장님! 오신다는 날이 7월 2일 오후 3시 아녜요?
"그런가요????"

내가 요즘 왜 이러지?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 토요일(6월 26일) 쌍둥이자식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정기 건강검진을 받았다. 한참 크는 시기인 두 녀석들이라 밤 9시부터 음식물 섭취를 금지시키니 배가 고프다고 난리가 났다.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기말고사 시험공부를 하느라 금요일 밤 늦도록 남아 시험공부를 하는데 허기가 지니 두녀석들이 음식을 먹고 싶어 안달이 났다. 맛있는 음식물을 앞에 두고 먹지를 못하니 힘들겠지....

금요일, 밤 늦도록 애꿎은 냉장고 문만 열었다, 닫았다 하기를 수십번.... 다음날 토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배가 고프다고 빨리 병원으로 출발하자는 두 녀석의 성화에 못이겨 집을 출발한 시간이 오전 7시 40분, 빠리바게트 가게 앞에서 막내 재윤이 친구 두 녀석까지 태우고 일산병원에 데리고 가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막내 재윤이는 큰 이상이 없다는데 형인 재명이가 검진을 다 받고 나오더니 의사선생님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단다. 호흡기 계통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이 말씀을 덧붙이며.....

헉~~ 이 무슨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이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정밀검사라면 듣기만해도 진저리가 처진다. 6년전 멀쩡하던 아내가 유방암 말기 판정을 닫았고, 올해 초 아버지가 전립선암 3기 판정을 받았을 때도 병원에서 공히 정밀검사를 받으라고 하여 암으로 판정을 받았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불길하게도 자식이 정말검사를 받아야 한다니....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동안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지만 내 머릿속은 온통 재명이 정밀검사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뭘 해야지, 애비인 내가 뭘 준비해야지, 병원비는 어찌 마련해야 하나? 어제 주일날 한소망교회에 나가서도 정말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재명이 정밀진단은 의사의 오진이게 해달라고, 우리 재명이 건강하게 지켜달라고....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월드컵 축구경기도 우루과이에 져서 8강행 좌절, 나로호위성도 발사 실패, 무슨 위성도 발사 연기...이제는 희망을 분출 할 수 있는 것이 보이지 않은 것 같지만 억척스런 우리 선수들 누군가는 이런 답답한 국민들 심정을 시원하게 뚫어줄 또 다른 선물을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요즘 학생들을 자식으로 둔학부모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입니다. 유치원만 빼고는 초.중.고.대학교,대학원 모두 기말고사 시기입니다. 집안에서 숨소리 크게 한번 쉬지 못하고 그저 상전인 자식들 비위 맞추고 심부름 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저요, 저도 어젯밤 12시 15분에 일하다 말고 차를 운전하여 쌍둥이들 기말고사 대비 공부하는 독서실 앞에 차 대기하고 있다가 천근같은 가방 받아들고 집에 왔습니다.

우리 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바뀌지 않은 입시제도, 시험제도를 보고 있으면 그저 답답하기만 합니다. 정부에서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난리를 치면서도 회사에서도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도 대학생학자금이나 장학금을 지급하지 말라고 합니다. 요즘 공기업들은 매년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받는 자녀 대학학자금 지급중지와 지적시 경유서 쓰기도 이제는 넌더리가 난다고 합니다. 그럼 그 많은 액수의 자녀 대학학자금은 고스란히 근로자들 주머니에서 나와야 하는데....

저는 아들만 셋을 키우고 있습니다. 큰애는 대학생, 둘째와 셋째는 늦둥이 쌍둥이들.... 큰 애는 한참 돈이 많이 들어가는 대학생인데 만 20세가 넘었다고 올해부터는 가족수당이랑, 연말정산시 부양가족 공제도 해당이 없답니다. 가족수당이나 연말정산 부양공제를 받으려고 자식을 낳은 건 아니지만 힘든 여건이서 자식을 셋이나 낳아 키우다보니 사교육비다 뭐다 허리가 휘다보니 자꾸 서글픈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는 쌍둥이를 낳았을 때 경조비는 1인으로 적용하여 지급받았습니다. 출산 행위는 한 건이라나요....자식이 많으니 쫓아다녀야 할 곳도 많고, 회사 일도 그만큼 소홀해지기 십상입니다. 자식들 뒷바라지 하다보면 정작 본인들 노후준비를 소홀히 하여 자식들에게 기피당하고 버림받는 세대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 요즘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저출산 문제 해결은 요원합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런 절박한 환경이 사람을 깨어있게 만들고 더 강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또 정부를 불신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카페지기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 하나

금요일, 직원들 다 퇴근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있다. 오늘 내가 계획했던 월차결산을 마무리하지 못했고, 이사회 의안 작성작업도 내 계획대로 하지 못했다. 근무시간 중에는 걸려오는 전화 응대, 결재 작업은 숫자에 집중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집에 에어컨이 없다보니 퇴근해도 덥고 장모님이 TV를 즐겨보시기 때문에 거실에서 작업을 하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그에 비하면 차라리 쾌적한 사무실이 일하기는 것이 딱이다.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야지.....

# 두~울

봉급날이 월요일이었는데 이리저리 부족한 돈을 채우느라 정신이 없다. 오늘은 개인연금저축과 각종 보험금에 보험대출이자가 통장에서 빠져 나가는 날이다. 보험대출이자는 제 날짜에 돈을 예치해두지 않았다가 연체가 되면 연 20%나 되는 고리의 연체이자를 물어야 한다. 어렵게 이자를 마련해 입금해놓으면 생각지도 않았던 돈이 빠져나가 버려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참자~ 개인회생기간 동안은 어떻게든 참고 버텨 내야 한다.

#세~엣

"재명재윤이 아버님이시죠? 요즘 재윤 재명이 수업태도가 많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이전과 비교하면 정말 공부도 열심히 공부해요. 둘이 서로 경쟁하며 공부하는데 참 귀여워요. 기말고사 결과가 기대가 되요" 내가 봐도 한달전과 많이 달라졌다. 이제야 쌍둥이들이 철이 들어가나 보다.... 그래~ 아내 유언대로 쌍둥이들 잘 키워야지. 힘들어도 참자. 힘들어도 참고 살자. 힘들어도 이 악물고 살자~

#네~엣

"차장님! 6월말까지 노동부에 운영상황보고서, 국세청에 과세표준신고서를 신고해야 하는데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통 모르겠어요. 차장님이 한번 봐주시면 안될까요?"
"그럼 제 메일로 자료를 보내주세요. 검토해서 연락줄께요"
"감사합니다. 지금 보내겠습니다"
 
3월말 결산 사내근로복지기금은 6월말까지는 운영상황보고와 법인세 신고를 해야 한다. 6월말이 코앞에 닥치니 여기저기서 SOS가 온다. 남의 일을 봐주다보면 정작 내 업무는 뒷전으로 밀리고 오늘같이 야근을 하게된다. 그러나 어떡하나?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인데~~

#다섯

"아버지, 치료 상태는 좋으세요?"
"응, 내 걱정은 마라. 지난번 서울성모에서 수술할 때 혈액검사에서 암 수치가 1.72였는데 엊그제 검사결과에서는 0.007이더라. 의사 선생님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전에 네가 보내준 책 이제야 시간이 나서 읽고 있다. 첫번째 책(사랑하지만 한번도 말하지 않았습니다)보다는 두번째 책(소심남녀제테크 도전기)이 더 재미있다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정석대로 재테크를 했는데 너만 그렇지 못해 어째 시샘이 생긴다야~"
"이 세상에 잘 나가는 사람만 있으면 되나요. 실패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죠. 실패를 한 상태에서 재기를 하여 성공한 사람이 진짜 성공자죠. 저 꼭 성공하여 책 하나를 쓸께요"

화순 전남대병원에서 전립선암 방사선치료를 받고 계신 아버지! 병실이 없어 지금은 근처 요양병원에 입원하여 전남대병원으로 매일 방사선치료를 받으로 다니신다. 자식된 입장에서 당장이라도 내려가서 뵙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 불효를 어찌하리오~

지금의 아픔과 고통도 지나고 보면 내 삶에서 스쳐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기억되겠지. 훗날 모든 빚 다 갚고, 어려움 다 극복하고 나서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소짓는 날이 오겠지. 나를 힘들게 했던 아내와의 사별도, 빚도, 개인회생도, 경제적인 고통도, 세 자식들 모두 내 감정의 폭을 키웠고, 나를 분발시키고 열정과 도전 그리고 성공을 자극했던 불쏘지개와 같았다고 고백하는 날이 오겠지. 다 내 삶에서 스쳐지나가는 과정이고 시간이 흐르면 씻겨 내려가고 잊혀져갈 한점의 추억으로 기억되겠지.....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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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재명 : "아빠! 아빠께 드릴 말씀이 있어요"

나 : "뭔데?"

재명 : 저 형이랑 고등학교와 대학 진로 상담했어요!"

나 : "그래"

재명 : "아빠, 정말 화 안내실꺼죠?"

나 : "왜 아빠가 화를 내?"

재명 : "저, 수의사가 되고 싶어요"

나 : "그래? 그럼 그렇게 하면 되지?"

재명 :"저 그래도 되요?"

나 : "그럼! 네 삶은 네가 주인인거야? 그 일이 진짜로 좋다면 그렇게 하렴"

재명 : "저는 동물이 너무 좋아요. 고양이도 넘 이쁘구요"

나 : "그래 네가 그렇게 동물을 아끼고 좋아한다면 그렇게 하고, 대신 이왕 하려면 우리나라 아니 세계에서 최고 1인자가 되면 좋겠구나"

재명 : "아빠 괜찮으세요?"

나 : "아빠 괜찮아~ 아빠는 네가 행복한 일을 한다면 아빠도 행복해"

재명 : "수의학과는 서울대와 건국대가 유명하데요"

나 : 그래 그 학과에 가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재명 : "네, 아빠 감사해요"

재명이의 꿈은 서울대총장이었다. 이전 아파트에 살면서 자식 셋 모두 고양이를 너무 이뻐했다. 아마도 서울대총장 꿈을 바꾸려니 나에게 미안했고 지금껏 말을 하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 했나보다. 나야 자식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데, 그 일이 사회 보평타당한 가치와 상식 그리고 인륜에 반하지 않고 또  안정적인 수입까지 곁들여진다면 반대할 일이 아니지... 나도 자식들이 나처럼 하고 싶어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짜식~ 이 애비를 자식 서울대총장 못만들어 환장한 사람으로 알았나... 우쒸~ 생각할수록 서운하려고 그러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1
어제 화요일, 미래예측 전문가과정 교육이 끝난 시간이 밤 10시... 김남중 지원팀장이 내일 새벽 3시에 월드컵축구팀 경기가 있으니 오늘은 아예 여기서(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함께 고스톱도 치면서 이야기를 하며 있다가 축구경기를 보고 찜질방에서 샤워하고 아침에 출근하는 것이 어떠냐고 묻는다.

아마 부담없는 쏠로였다면 당근 하룻밤 연구원들과 함께 호프를 한잔 하면서 월드컵경기 응원도 하고  교육이야기도 하며 오랜만에 고스톱도 치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겠지.  그러나 나는 챙겨야 하는 쌍둥이들이 있고, 내가 진행해야 하는 일들이 많고 빠듯한 일정을 생각하니 얼른 가방을 챙겨 종종걸음으로 강의장을 빠져 나온다.

#2
지난주 금요일(18일), CFO아카데미 주관 '사내근로복지기금 운영실무 및 운영사례' 이틀 종일교육을 마치고 갈등이 생긴다. 비영리회계 카페 정모가 사당역 부근에서 열리고, 대명콘도 박부장이 오후 강의 때 강의장을 방문하여 교육이 끝나면 저녁이나 함께 하고 가자는 요청이 있었다.

월요일부터 계속 야근, 강의진행 등으로 5일동안 너무 정신없이 살아왔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내가 카페지기로 있는 다음카페 사내근로복지기금동아리 야외정모가 멀리 여수에서 예정되어 있어 교육을 끝내자마자 아침에 차를 두고 온 회사 사무실로 곧장 발걸음을 돌린다. 모임자리에 가면 중간에 쉽게 자리를 일어설 수가 없고, 친한 지인들끼리 술 한잔 하고 가라는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다. 그럴 바에는 아예 처음부터 참석을 하지 말아야지....

#3
20일 일요일 저녁 8시 40분, 사내근로복지기금카페 야외정모를 무사히 마치고 버스가 서울역에 도착했다. 이번 야외정모는 참석인원만 113명이었고 서울에서 45인승 버스 두 대가 출발을 했다. 이틀 동안 너무 긴장을 한 탓인지 서울역에 내리니 긴장이 풀리며 피로감이 엄습해 온다. 이럴 때는 술 한잔 마시고 그냥 푹 자버려야 하는데....

용평리조트 최부장이 용평리조트 행사 진행팀과 저녁이나 먹고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한다. 저녁을 먹으면 또 시간이 길어지고, 낮에 바다낚시를 하면서 과음한 최부장이 또 해장술을 한잔 하자고 들텐데.... 그냥 피곤할텐데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푹 쉬라고 하고 종종걸음으로 경의선 열차를 차기 위해 발걸음을 돌린다.

싱글대디인 나는 하고 싶은 일도, 마시고 싶은 술도, 때론 자유스럽게 살고 싶은 욕망도 절제하며 살아야 한다. 나는 자식들에게는 아비 뿐만 아니라 어미 역할까지 해야 한다. 내가 자리를 비우면 유난히 그 빈자리가 커보이고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 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불편해지는 것이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아내 생전에는 아내는 처갓집의 가장이나 다름없었다. 처갓집 제사도 모셨고, 장인 장모님도 모시고 살았고 처갓쪽 가족모임은 모두 우리집에서 했다. 명절이면 처남이나 처형, 처 이모와 이모부, 심지어는 처의 이종언니부부(처 큰이모 큰딸)도 우리 집으로 모여 명절을 보내곤 했다.

자연히 우리집 행사에도 다들 모이는 자리가 되었다. 이사때면 처남이나 동서와 처형도 우리집에 와서 짐도 날라주고 전기배선이나 현관보조키 달기 등을 해주곤 했다. 특히 손위 동서는 엘리베이터 회사에도 근무하였고 지금도 엘리베이터 관련 벤처기업에서 이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전기나 전기배선 쪽은 기술과 경험이 많아 우리집 전기관련 문제의 해결사였다.

그러다보니 아내는 집안에 수리할 사항이나 고칠 사항이 생기면 나보다는 형부(나에게는 손위동서)를 찿았고 내 차지까지는 기회가 오지를 않았다. 아니 나에게 전기나 배선 일은 아예 미덥다고 맡기려 하지 않았다. 그런 생활을 하며 살아온지 23년째... 이래뵈도 내 어릴 적에는 내가 손재주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집안의 손이 가는 잔일이나 수리는 내게 부탁하여 내가 곧잘 해결해주곤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내 손재주는 바느질만 빼고는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그렇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집에 이사 등 큰 일이 있을때마다 다들 와서 도움을 주는 편한 생활이 익숙하고 이를 즐기고 살았는지 모른다.

내 바느질 솜씨는 여자인 아내도 인정을 했다. 하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대학을 마칠때까지 자취생활과 군생활(비록 장교였지만)을 합하면 13년 6개월을 객지생활을 하고 살았으니 바느질이며 취사, 반찬을 만드는 일, 요리, 집안 수리나 전기기구의 간단한 수리 등 어지간한 문제는 스스로 자급자족을 해야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내도 이 세상에 없고 지금도 장모님은 내가 모시고 있지만 처갓집 가장 역할은 막내처남이 수년전부터 제사를 모시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넘어갔고 명절에도 모임은 처남집에서 하고 있다. 이번 집 이사를 하면서 현관입구 번호키를 기존에 달려있던 키를 그대로 쓰려고 했더니 장모님이 글씨가 작고 눈에 익지 않으며 무엇보다 자석을 대면 자동으로 열리는 기능이 없어 불편하다고 반대하시며 이전 아파트에서 쓰던 키로 바꾸어달라고 하신다. 손윗동서가 달아보려고 저녁 늦게 와서 2시간이나 시도를 했지만 장비도 부족하고(특히 현관 철문에 구멍을 뚫어 번호키 본체를 고정시키는 일) 시간에 쫓겨 금요일 밤 11시에 미완성의 상태로 두고 월요일에 와서 고쳐주겠다고 하고 가버렸다.

'이제부터는 내가 홀로서기를 해야겠구나!' 마음을 먹고 있던 차였던지라 철물점에 들러 구멍을 뚫는 드릴 바이트날을 구입해서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30분만에 조립을 완료했더니 장모님이나 쌍둥이자식들이 놀라는 표정이다. "자네도 이런 일을 다 할 줄 아는가? 고맙네", "아빠! 아빠가 이걸 하셨다. 와~ 우리 아빠 대단하시다" 내친 김에 거실에 벽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못을 박아 시계도 달고, 가족사진 액자도 달고, 내 공부하는 식탁 위 전등도 이전 전등으로 교체하고... 그동안 숨겨놓은 내 실력을 발휘했더나 가족들이 모두 놀란다.

'짜식들~ 이 아빠를 뭘로 보고.... 아빠도 한번 하면 한다는 사람이란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조용히 사는 저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어 미워 죽겠어요. 스토커처럼 문자메시지를 귀찮을 정도로 계속 보내며 저를 괴롭히기에 오늘은 결국 경찰서에 신고를 했어요. 왜 하나님은 악인이 세상을 활개치고 다니게 놔두시죠? 주변을 보면 악인들이 더 잘 살고 착한 사람들은 못사는 것 같아요. 왜죠?"
 
지난주 한소망교회 셀모님에서 어느 여성집사님이 질문한 내용이다. 답은 없었다. 다만 '우리가 할 일만 하고 심판은 하나님께 맡기자' 그런 말로 질문에 대한 답을 종결지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도 어제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오늘 출근하는데 아침에 재명이에게서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왔다. '아빠! 저 자전거 도둑 맞았어요'

헐~~ 갑자기 화가 치민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힘들게 사는 우리집에, 애비가 자전거를 사주지 못하니 친구에게 부탁하여 친구 아버지가 겨우 구해준 헌 자전거를 고쳐서 애지중지 타고 다니는 우리 재명이 자전거를 누가 훔쳐가? 너무도 화가 치밀어 "에라이~ 우리 재명이 자전거를 훔쳐간 사람은 삼대에 걸쳐 빌어먹어라!"하는 저주가 입밖으로 나가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그러면 나도 그런 자전거 도둑질한 사람과 매 한가지 부류밖에 되지 않겠는가?

생각을 바꾸자~ "아마도 재명이 자전거를 가져간 사람은 우리보다 훨씬 더 어려운 사람일거야! 그래서 가져갔겠지..." 이왕 도둑맞은거 마음이라도 편히 가져야지. 주일 셀모임 귀결처럼 '하나님이 심판해 주시겠지~~' 마음먹었다. '그나저나 우리 재명이 자전거를 다시 사주어야 할텐데, 이를 어쩌지~~ 휴~~' 그냥 한숨이 나온다.

그날 저녁에 재명이에게  자전거를 찿았다고 전화가 왔다. 경비아저씨가 아파트를 순찰하다가 평소 쌍둥이들이 타고 나니던 눈이 익은 자전거가 으슥한 곳에 버려져 있기에 다시 끌고 왔단다. 경비원 아저씨가 전하는 말로는 훔쳐간 사람이 재명이 자전거 자물쇠를 부수려고 벽돌을 가져다가 자물쇠를 두들겨 깨려고 어지간히 애를 썼던 모양인지 근처에 부서진 벽돌 가루가 수북하더란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하나님이 악인을 벌주는 대신에 자물쇠를 깨지지 않도록, 벽돌보다 더 단단하게 하여 재명이 자전거를 지켜준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주를 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먹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정말 하나님은 내가 힘들게 사는 모습을, 우리 가족들이 씩씩하게 사는 모습을 알고 계시며 지켜주시는 걸까?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월 차임 연체시 연 20%의 연체료를 지불키로 한다'

"김차장님! 죄송합니다. 집주인이 이 문구는 꼭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요"
"당연한 거죠. 괜찮아요. 저는 월세는 항상 그 이전에 송금을 해주니까요...그런데 월세를 더 일찍 넣으면 깎아주어야 하는 것 아니예요"
"그런 말은 없고, 늦으면 연체이자를 물리겠다니 제 날짜를 지켜달라는 뜻이겠지요'
"알았습니다"

내 지금껏 결혼하여 세번의 내집살이를 빼고 16년 임차생활을 하면서 8번의 아파트 전세와 월세 계약서를 썼었는데 집주인이 월 임차료를 제 날짜에 지급하지 않으면 연 20% 연체이자를 물리겠다는 문구를 넣어달라고 주장하여 계약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제 이사 당일날에는 접 세입자와 집주인이 방충방에 구멍이 난 것을 가지고 부동산중개인 사무실에서 언성을 높이고 싸우는 모습도 목격했다. 과연 누가 구멍을 냈느냐로 언성이 높아졌는데 전 계약서에 보니 '집주인이 방충망을 새로 교체해준다'는 문구가 발견되어 게임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전세입자가 그럼 잔금을 빨리 달라고 하니 방충망값 50,000원을 주면 송금해주겠다고 한치도 양보를 하지 않는다. 결국 전세금 잔금에서 50,000원을 빼고 송금했다.

집주인은 나보다는 나이가 14살이나 어린데 부동산 중개인 말로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여 무지 까다롭다고 한다. 나에게도 지금 사는 아파트를 담보를 1억 2000만원을 대출받았으니 월세는 지정 계좌에 제 날짜에 잘 입금시켜 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알았다. 연 20% 고리 연체이자를 물린다는데 연체를 하라고 해도 안할란다~~'

불편한 것을 말해도 씨알도 안 먹힌다. 세입자가 살면서 고치란다.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사중인 아파트에 집주인이 다녀간 모양이다. 장모님이 '수도꼭지가 불량이니 고쳐달라', '화장실을 실리콘에 곰팡이가 끼어 지저분하니 좀 수리해 달라', '변기가 상태가 좋지 않으니 수리해달라' 등 몇가지를 부탁했으나 수도꼭지 하나만 고치라고 그것도 겨우 35,000원을 주며 출장비는 세입자가 부담하라고 말하며 자리를 뜨더란다. 이삿짐센터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수도꼭지를 고치려고 얼른 이마트를 사러 갔더니 가장 싼 것이 35,000이었다.
 
전 가족을 소집했다. "우리 이번 집주인 제대로 만났다. 오늘 전 세입자가 이사를 가면서 방충망에 구멍을 냈다고 50,000원을 변상해주고 갔으니 앞으로는 알아서 행동해라. 특히 쌍둥이들! 집 망가뜨리면 분명히 원상복구 해놓으라고 할 것이나 미리 조심하며 살자. 그리고 이 집에 더 이상 돈 들이지 않는다. 불편해도 2년만 참고 살자!"

오기가 생긴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포장이사비에, 부동산중개수수료에 도시가스 교체, 정수기 교체 등 이래저래 돈도 깨지고, 시간도 빼앗겨 화가 나던 참이었는데... 그래~ 두고보자! 2년 뒤에는 내집마련의 꿈을 꼭 이루고 말꺼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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