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아빠~ 프린트물 아빠 메일로 보내드렸으니 꼭 출력해 주세요!"

아침에 출근하는데 막내 재윤이 녀석이 숨 넘어갈 듯이 재촉한다. 우리 집에는 프린터가 없어 쌍둥이들은 출력할 것들이 있으면 나에게 메일로 보내 부탁을 하곤 한다. 재윤이 녀석이 그래도 마음이 안 놓였는지 통근버스 를 타고 가는데 또 휴대폰 메시지까지 보내왔다. '녀석~ 애비가  지금까지 약속한 것은 잊지않고 잘 지켜왔는데 오늘따라 왜 이리 채근이람~~'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잊어먹기 전에 출력을 해두려고 파일을 여니 헐~~ 오류란다. 이럴수가~~ 눈 앞이 캄캄해진다. 아마도 한글파일 버전이 맞지 않아서 그런 모양이다. 집에 설치된 한글파일은 2009년버전, 회사에 설치된 한글파일은 2007년형. 집에 설치된 한글파일 버전이 높으니 회사에서는 열리지 않지~ 시간을 보니 오전 8시 20분, 휴대폰을 해도 안받는다. 아침자습시간이 시작된 모양이다. 또 전화 오겠지~~ 그렇지만 출력할 것이 무슨 내용일지 내심 궁금해진다.

오후 4시 50분이 되니 '아빠 메일 부탁한 것 출력해 주세요~~' 전화를 걸어 다시 버전을 낮추어 보내라고 하고 혹시 몰라 바탕화면에 타운받아 저장하고 컴을 끄고 재부팅을 하여 켜보니 파일이 열린다. '휴~~' 파일은 딱 한장이다. 내용은 딱 한 문장이다. '이대로 낭비하시겠습니까?"

이게 무슨 의미일까? 그 의미를 종잡을 수가 없네. 중간고사 성적이 많이 떨어져 요즘 고민하는데 시간관리 문제인가? 내가 쌍둥이들에게 주문하는 것도 스스로 알아서 자기 삶을 살아가는 '자기주도형 인간'인데 그런 생각이라면 아주 긍정적인 시그널인데~~

아님 학교 숙제인가? 사회숙제 같기도 하고???

막내 문장 하나가 애비 마음을 영 복잡하게 만드네~~ 요즘은 더구나 사춘기에 들어선 자식들이라 조그만 행동 하나에도 신경이 더 쓰인다. 차라리 재윤이에게 물어볼까? 말까?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이번주 11일 이사를 간다. 좀 더 살고 싶은데 2년 기한이 지나고 주인집이 들어오겠단다. 2년전 507동에 살 때도 주인집이 들어오겠다고 해서 지금 504동으로 이사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 수리를 해서 더 높은 가격에 전세를 주었다. 이번에도 집주인이 수리해서 들어와 살면서 집을 팔겠단다. 약정한 2년 임대차 기간이 끝났으니 연장 여부는 집주인이 맘이고 나가달래니 어쩔 수 없다. 매번 이사 때마다 집없는 설움을 톡톡히 겪는다.

1988년에 결혼해 살면서 참 많이도 이사를 다녔다. 우리집은 딱 세번, 신혼초 부천 고강동 현대아파트와 뒤 이은 광명 철산동 우성아파트 그리고 일산 백마마을 쌍용아파트 511동.... 이후 신도림동 우성아파트 2년, 일산 후곡마을 건영아파트 2년와 주공아파트 2년, 백마마을 극동아파트 2년, 한양아파트 2년, 쌍용아파트 507동 4년, 504동 2년 도합 16년을 남의 집에서 살고 있다. 지난 1991년 철산동 완구가게의 사업실패 이후 지금것 전월세를 전전하며 살고 있다.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살다가, 1990년말 장인어른 돌아가시고, 지금까지 장모님 모시고 살며 자식이 셋 게다가 늦둥이 쌍둥이들이 태어나니 집 장만은 엄두도 못내겠다. 그저 흩어지지 않고 좁지만 한 집에서 살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 뿐이다.

자식들 양육비와 교육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자식 한 명을 대학까지 키우는데 2억 3000만원이 든다는데, 세 녀석이나 되는 녀석들 뒷바라지를 어이 할꼬? 이사를 다닐 때마다 다음에는 꼭 집장만을 하리라 다짐을 해보지만 연신 공수표다.

한번 이사를 다닐 때마다 이사비용도 만만찮아 빈곤의 악순환을 거듭할 뿐이다. 자식이 셋에 장모님까지 모시고 살다보니 27평이라지만 왠만한 40평짜리 집 이사 물량이다. 이사 견적을 하러 온 사람들마다 놀란다. "왠 짐이 이리도 많으세요?" 우리집은 책이 많다. 내가 보는 책도 책장 2개 분량이고, 큰애도 책이 많고, 쌍둥이들도 책이 많다. 나와 자식들 옷에 아내가 생전에 쓰던 장롱이 셋이고 화장대며 아내가 쓰던 유품이 고스란히 있어 이번에도 포장이사 비용만 110만원이다. 중개인 수수료에 이것 저것 수리비를 합하면 이사비용이 200만원 훌쩍 넘어간다. 이러니 어지간하면 세입자들이 그냥 전세금 올려주고 눌러서 사나 보다.

불편해도 왠만하면 그냥 살자고 해도 지저분한 것을 못보시는 장모님은 이사를 할 때마다 씽크대며 세탁기 하수구멍 수리, 베란다 방충망 등을 여기저기 고치느라 돈도 꽤 많이 들었다. 그래보아야 주인집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을... 그냥 참고 살자고 해도 단 하루를 살아도 지저분한 것은 딱 질색이신 우리 장모님 성화는 말릴 수가 없다.

다음 2년 뒤를 기약해 본다. 큰애도 올 7월에는 군입대를 한다. 2년 뒤에는 정말로 집을 꼭 장만해야지~~ 남의집살이를 하다 힘들게 내집을 장만한 사람이 입주를 하여 거실 바닥에다 입맞춤을 하는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재명 : "아빠! 재윤이가 참고서를 다 싸가지고 독서실 간데요"

한참 교회 셀모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재명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2주전 참고서를 사주면서 서로 나누어서 보기로 약속을 했는데 기말고사 시험이 코 앞으로 닥치니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 토요일에도 서로 사회 참고서를 가지고가서 공부를 하겠다고 두 녀석들이 싸우는 바람에 겨우 잠재워 놓았는데.... 멀쩡히 있다가도 한 녀석이 뭘 하겠다고 하면 그걸 서로 하겠다고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 쌍둥이들의 경쟁심리인데 재명이와 재윤이는 그 경쟁심이 유독 심한 편이다.

나에게 전화를 하고나서도 한시간 넘게 서로 다투다 독서실에 간 모양이다. 게다가 서로 발길질까지 하며 싸웠다고 장모님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신다. 장모님이 쌍둥이들이 참고서를 놓고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더니 기가 막히신지 내가 용돈으로 드린 돈에서 7만원을 내놓으시며 이걸로 참고서를 두권 사주던지 아니면 쌍둥이들을 더 이상 못키우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큰애 중재로 요일별로 사이좋게 참고서를 나누어 공부하기로 하고 수습은 되었기에 잘했다고 큰애와 쌍둥이들을 칭찬해주었다. 물론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참고서를 각각 사줄 수는 있었지만 그렇게 할 경우는 두 녀석들이 계속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고, 양보하고 힘을 합해 공부하며 살 길은 더욱 요원해진다. 두녀석들이 힘을 합해야만 성적도 상위권으로 치고 나갈 수가 있고 이 어려운 세상을 함께 헤쳐나갈 수가 있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그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이번에 이루어진 두녀석들의 자율적인 결정으로 한시름 놓게 되었다. 나에게 복사해 달라고 보내온 메일에는 과목별로 참고서 공부일을 교차시켜 놓았다.

 

   과목

요일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체육

미술

음악

기가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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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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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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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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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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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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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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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윤

재명

재윤

재명



이제는 이 약속을 잘 지키는지 지켜 볼 일만 남았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장모님 : "명아윤아 지금 목욕가자"
재명 : "목욕이요? 저는 지난주에 했어요?"
장모님 : "지난주에 언제 목욕탕에 갔어? 안갔잖아?"
재명 : "아빠께서 욕실에서 저 때를 밀어 주셨어요"
장모님 : "그걸로 되겠어? 그럼 윤이는 목욕 안했으니 오늘 가자"
재윤 : "싫어요. 목욕탕 안가요"
장모님 : "안갈려면 마라. 할머니도 안갈란다"

일주일에 한번씩 싸우나에 가서 몸을 담그며 일주일 피로를 푸시는 장모님이 이제는 쌍둥이들이 목욕탕을 안가겠다고 하니 제일 큰 즐거움이 없어졌다. 내가 다시 달래도 보고 설득을 해보지만 녀석들 생각은 요지부동이다. 녀석들이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 점점 내가 내린 결정이나 장모님이 말씀하시는 것에 자기 주장을 달며 반대하곤 한다.

사춘기에 들어선 듯 고분고분하던 여석들이 이제는 비위가 틀리면 곧잘 반항도 한다. 어제는 내가 출근을 하는데 집에서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왔다. 재명이가 학교를 안가겠다고 안방에 들어가 고함을 지르며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침에 쌍둥이들에게 아빠가 회사에 가지고 갈 책이 많으니 아파트 입구까지만 좀 갔다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걸로 서로 다투는 것 같았는데 그 연장선에서 벌어진 사건 같았다. 내가 전화를 바꿔달라고 했지만 녀석이 단단히 골이 났는지 소용이 없다. 나도 화가 나서 "그럼 학교 가기 싫으면 가지 말어"라고 야단도 쳐보았지만 소용이 없다.

집이 가까이에 있었더라면 아마도 집으로 달려가 녀석을 혼냈을 것이다. 잠시후 화를 억누르고 다시 전화를 걸어 슬슬 달래서 일단 학교를 보내면서 저녁때 아빠에게 오늘 아침에 있었던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했다. 엊저녁 야근을 하고 밤 10시 10분에 귀가했더니 재명이가 아직 잠을 자지 않고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책을 들고 나가야 하는 시간이 하필이면 그때 사회선생님이 정해준 아침에 과제준비를 위한 상담전화를 받는 데드라인 시간이었는데 장모님이 무조건 전화를 끊고 아빠 책을 갔다주라고 하니 녀석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모양이다.

나 : "재명아~ 그럼 네가 먼저 아빠가 차를 가지러 내려가면서 '책이 무거우니 책 좀 입구까지 갖다주렴' 하고 부탁했을 때 '제가 여차여차한 일이 있어 지금은 곤란해요. 다음에 부탁하시면 꼭 들어드릴께요'했더라면 이런 오해가 안생겼잖아? 그렇지?"
재명 : "네, 아빠 말씀이 맞아요"
나 : "그리고, 할머니께도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했어야지. 그러면 할머니도 그런 정황을 아셨으면 전화를 끊으라고 하셨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미리 준비물을 챙겼더라면 이런 일이 안생겼잖아. 이제부터는 미리미리 준비물도 잘 챙기고~ 알았지?"
재명 : "네~"

조목조목 잘못된 점과 상황에 따른 대처 아이디어를 알려주니 그제서야 재명이의 마음이 풀리며 얼굴이 펴진다. 이제는 쌍둥이들과 대화나 지시도 일방통행에서 쌍방형통행으로 변해가는 모습니다. 조금은 답답하고 불편하지만 녀석들도 성장해가니 당연히 그래야겠지.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아빠는 이번에 교육감으로 누구를 찍으실 거예요"
"글쎄다. 딱히 이사람이다 하고 떠오르는 사람은 없지만 투표는 반드시 해야지~후보 중에서 공약이 제일 현실적이고 일을 제일 열심히 할 것 같은 사람에게 투표해야지"

아침마다 아파트 입구, 큰길 사거리에는 여지없이 선거도우미들이 나와 90도로 인사를 하며 한표를 부탁하는걸 보고 쌍둥이들이 자꾸 나에게 누굴 찍을 거냐고 묻는다. 녀석들도 투표가 궁금한 모양이다. 요즘 내 휴대폰은 불이날 정도이다. 경기도지사, 시도위원, 교육감, 교육위원 등 여러명을 뽑다보니 이 후보, 저 후보에게서 메시지가 자꾸 날아온다.

선거캠프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솔직히 이런 메시지를 보면 짜증부터 난다. 그리고 화가 난다. 도대체 내 휴대폰번호를 어찌 알았을까? 한달전, 서울 모 구청에서는 구청 직원이 한사람당 얼마씩 받고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유출시켰다가 구속되었다는데 내 정보도 이렇게 돈에 팔려서 각 후보들 선거캠프로 나간 걸까? 하는  불쾌한 상상이 들기 때문이다.

쌍둥이들도 주위에서 이런 저런 교육감이나 교육위원 선거에 이야기들을 듣는 모양이다.
"아빠! xxx후보가 되면 안좋을거래요"
"왜? 뭐가 어떻게 안좋은데?"
녀석들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주워들은 이야기들을 주저리주저리 내뱉는다. 한편으로는 어린 녀석들이 어디서 이런 근거없는 이야기까지 듣게 되었나 어이도 없고 선거 후유증 걱정도 된다. 조용히 듣고 있다가 내가 한마디 했다.
"재명재윤아! 모든 것은 다 좋고 나쁨 양면이 있단다. 너무 지나치면 곤란하지. 그리고 사람이란 자신이 곁에서 직접 지켜보지 않고는 섯불리 예단하고 평가해서는 곤란하단다"

나도 내 기준과 가치를 녀석들에게 들이밀고 싶지 않은 것은 3년전 대통령선거 때 겪었던 불편함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쌍둥이 친구들끼리 "우리 아빠는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xxx후보를 찍는데~", "우리 아빠는 ooo후보를 찍는데..."하며 아빠들이 미는 후보따라 두 편으로 갈려 입씨름하고 함께 놀지도 않는 것을 보았다. 그 넘의 선거가 뭔지 어린 자식들까지 갈리게 만드는지...

아무튼 빨리 선거가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정당이나 정치색을 떠나 진정으로 주민들이나 학생들을 위해 섬기고 봉사할 사람이 선출되어야 할텐데~~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 하나

지난 토요일 농협하나로마트를 갔다. 실내가 더워서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본닛을 열고 오일을 점검하고 나서 본닛을 닫으려니 닫는 방법을 까먹었다. 어떻게 닫지? 본닛을 지지하고 있는 지지대를 흔들어보고 앞으로 밀어보고 살짝 쳐보고, 본닛을 열 때 전면부 옆으로 살짝 밀었던 부분을 다시 밀어보아도 한번 열려진 본닛은 꿈쩍할 생각을 않는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니 점점 초조해진다. 지금쯤 장모님과 큰애가 시장을 다 보았을텐데... 창피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물어볼까? 오늘따라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아하~ 그렇지! 차량안내서를 보면 되겠구나~' 차에 들어가 실내 사물함을 열어 재빨리 차량설명서를 꺼내 읽어본다. 제길~ 여는 방법은 나와있는데 닫는 설명은 없다. 어떡하지??? 등에서는 식은 땀이 계속 흐른다. 다시 밖으로 나와 무심코 본닛을 손으로 잡고 밑으로 살짝 내려보니 헉~~ 그동안 꿈쩍도 않던 본닛이 그냥 밑으로 스스르 내려온다. 그동안 늘 타고나니던 차량 본닛 하나도 닫을 줄 몰라 헤매는 나는 바보다!

# 둘

"쌍둥이엄마가 남겨놓은 그 많은 빚을 떠안고 갚아나가면서 쌍둥이엄마 전혀 원망하지 않고, 장모님 모시면서 애들 키우며 열심히 사는 당신은 정말 바보다"

아내가 내가 미워서 그렇게 많은 빚을 남겼겠나? 우리 가족 잘 살아보려고 주식에 손댔다 그렇게 된 것을... 또 미워하고 원망해본들 무엇하리~ 좋았던 감정만 간직하고 살아가야지! 나는 바보다!


# 셋

"바보같이 착한 당신을 놓고 가려니 내 마음이 놓이지를 않네"

유방암으로 투병하던 한 여인이 있었다. 남편은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 아니 그 여인이 워낙 똑소리나게 해버리는 바람에 맡기고 나는 그냥 뒤만 따라 다녔다. 물건을 고를 줄도, 물건을 살때 흥정을 할 줄도 몰랐다. 그 여인은 하늘나라로 가기 전 남편과 시장을 가면 남편더러 물건을 고르고, 흥정을 하라고 시키고 멀찌감치 뒤에서 지켜보았다. 아직도 나는 물건 흥정에 서투르다. 점원이 부르는데서 고작해야 1~2천원밖에 깎지를 못하겠다. 어휴~ 나는 바보다!

# 넷

"차장님! 이자가 입금이 안되었네요. 지금이라도 매달 얼마씩이라도 원금을 갚아주시면 안될까요?"
"이자는 오늘 입금시킬께요. 원금은 개인회생이 끝나면 매달 얼마씩이라도 꼭 그렇게 할께요"
생전에 아내는 마당발이어서 직장에서 따르는 후배들이 많았고 아내는 그 후배들을 끔찍히도 잘 챙겼다. 아내는 나에게 후배들에게 빌린 돈은 꼭 갚아달라고 유언을 했다. 나는 그러겠노라고 했다. 아내가 하늘나라에 간 뒤 나는 아내의 채무에 대해 상속포기선언을 했다. 그렇지만 아내와 했던 약속에 따라 아내가 후배들에게 빌린 돈은 개인회생이 끝나도 원금만이라도 갚아주려 한다. 나는 바보다!

# 다섯

"차장님! 저희 사내근로복지기금 결산이 잘 되었나 검토해 주세요"
"자료를 보내주시면 검토하여 내일 오전에 연락드릴께요"
보내준 자료를 출력해서 집에 돌아와서는 쌍둥이들 숙제며 준비믈을 다 봐주고 재우고 나서 밤 늦도록 책상 앞에 앉아 검토하여 그 다음날 오전에 결과를 알려준다. 대부분은 감사하다고 말하고 끝내지만 일부는 식사라도 대접하겠다는 것을 괜찮다고 전화를 끊는다. 주위에서는 내 생활도 어려운데 그 정도는 돈을 받고 컨설팅을 하라고 말하지만 나는 사내근로복지기금 이 일이 좋아 그냥 도와주고 싶다. 나는 바보다!

# 여섯

사랑하는 여인이 내 곁을 떠났다. 너무 힘들어해서 잡을 수가 없었다. 잡았으면 나를 떠나지 않았을까? 그 여인이 그랬다. 당신은 바보라고....

바보는..... 바라볼수록 보고싶은 사람이라고....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아버지 하나님! 가정의달 5월이 하루 남았습니다. 5월에는 기도가 소홀했습니다. 어렵고 힘들수록 아버지께 더 가까이 가고 더 간절히 기도하는 믿음의 가정이 되게 해주십시오. 5월에도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해주었고 우리 가족 모두의 건강을 허락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선 우리 가족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하심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쌍둥이들이 자전거로 통학하면서 많이 넘어지고 다치고 했지만 더 큰 상처로 이어지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넘어지고 실수를 통해 앞으로는 넘어지지 않는 방법을 알아갈 것이며 실수를 줄이는 발전이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큰애도 13일간의 힘든 아르바이트 기간동안 큰 사고없이 마치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가족간의 상처도 껴안고 어루만져 주도록 마음을 열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큰애와는 그동안 참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마음을 열고 다시 애비 품으로 돌아와 주어 큰 기쁨이었습니다. 7월 입대전까지 애비 품 안에서 건강히 지내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제대하는 그날까지 국방의 의무를 성실하고 건강하게 할 수 있도록 항상 지켜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쌍둥이들도 기말고사가 딱 한달 남았습니다. 한달동안 PC게임을 멀리하고 오직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켜주십시오.

앞으로 2주 후에는 우리집이 이사를 가야 합니다. 잔금이나 이사대금, 복비 등이 차질없이 준비되도록 돌봐주시고, 불편없이 무사히 이사를 마칠 수 있도록 우리 가족을 지켜주시옵소서.  

한소망교회 비전채플 이전이 1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전 성도들이 한 명의 낙오도 없이 무사히 새 성전으로 입당할 수 있도록 담임목사님과 속교회 목사님, 셀리더들에게 건강과 지혜, 용기를 주시옵소서. 재정적인 어려움없이 일정에 맞추어 입당이 이루어지도록 물질적인 은혜도 함께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한소망교회가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는 역할을 맡기를 간원합니다. 우리 가문이 아브라함의 가문, 록펠러 가문, 워런버핏의 가문처럼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되어 이 민족과 세계를 섬기기를 희망합니다.

지방선거가 딱 3일 남았습니다. 입으로만이 아닌 진정한 몸과 마음으로 우리나라와 지역주민을 잘 섬길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들이 꼭 선출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리고 나라가 천안함사건 등으로 혼란스럽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이 더 이상의 물리적인 충돌이 없이 서로간에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화해함으로써 선진국으로 향하는 힘찬 발길을 계속하게 해주십시오.

존귀하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이번주 로또 1등 당첨자가 한명이란다. 당첨금액만 무려 105억874만9800원이다. 지난주에도 당첨자가 한명으로 혼자서 103억7399만7900원으로 독식했는데..... 로또 추첨번호는 6개, 이 추첨 번호 6개를 모두 맞힐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니 하늘의 도움 내지는 조상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숫자조합이다.

나에게 로또는 희망이다. 지금은 힘들어도 로또에 당첨되면 인생이 역전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산다. 매주 혹은 2주 단위로 로또를 사는데 많이도 아닌 딱 두게임 2000원씩만 산다. 굳이 2를 고집하는 것은 쌍둥이들 때문이다.

지금은 중학교 1학년인 늦둥이 쌍둥이들 때문에 마음 한켠에는 항상 부담이 있다. 늦둥이에다 하나도 아닌 두녀석을 잘 키워야 할텐데, 내가 운 좋게도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한다면 녀석들은 그때 대학 3학년이다. 한참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기에 나는 퇴직을 해야 하니 그 노후 대책을 지금 해놓아야 한다. 또 우리 가족들이 편히 발을 뻗고 잠을 잘 집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사는 집은 월세부담이 커서 살기에 벅차다. 지금이야 고정적인 급여수입이 있다지만 퇴직 이후에 대비해 우리 가족이 거주할 수 최소한의 주거공간은 한시 바삐 만들어야겠다는 나의 절박감을 로또가 유혹한다.

아내는 생전에 로또를 즐겨 사곤 했다. 빚에 시달릴 때, 유방암 투병을 할 때도 한가닥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로또를 즐겨 샀지만 당첨도 잘 되지 않고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자 그 액수를 많이 줄여나갔다. 유방암 투병중이던 2005년과 2006년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나에게 자기가 먼저 하늘나라에 가면 빚도 갚고 집도 사고 우리 가족이 살 수 있도록 꿈에 나타나 로또 번호를 알려줄테니 잠을 잘 때 꼭 머리맡에 메모장을 두고 자라고 웃으며 말하곤 했다.

그런데 정작 로또를 사놓고서는 거의 맞추어 보지를 않는다. 로또 당첨기한은 6개월인데(이 기한을 하반기에는 1년으로 연장하려고 법개정을 서두르고 있단다) 두달전에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보니 서랍안에 그동안에 사서 모아둔 로또용지가 수북히 쌓여있다. 심지어는 9개월전에 산 로또가 있어 그냥 찢어버렸다. 죽은 자식 머시기 만진다고 지급기한이 넘긴 로또가 당첨된 것을 알면 오히려 내 속만 상할 것 아닌가?

나는 로또를 환상이 아닌 희망을 사는 것으로 생각한다. 싱글대디로 혼자 벌어서 살려니 힘들어도 일주일만 더 참자, 혹시 로또에 당첨될지 모르니 극단적인 선택은 피하고 보자 하며 참고 시간을 끈다. 그러면 일주일전 나를 힘들게 하던 문제도 어느새 풀려져 있곤 한다. 로또에 투자하는 돈은 1년이면 52주 곱하기 2000원이면 104,000원, 내 형편에 적지 않은 돈이지만 대신 극단적인 선택과 절망, 포기를 대신한 소멸성 보험금으로 치부해버리며 즐겁게 산다.
만약에 로또가 당첨되면 어디에 쓸까? 딴마음 생기기 전에 하나님께 십일조부터 바치고 빚도 갚고, 서재가 딸린 집도 장만하고, 대학원도 진학하고, 장모님도 집 한칸 마련해드리고, 아버지께서 전립선암 방사선치료 중이신데 치료에만 전념하도록 병원비도 듬뿍 쥐어드리고, 시골 집도 새로 지어드리고... 상상하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잠시나마 행복해진다. 그리고 로또가 아니면  내 힘으로 열심히 돈 벌어서 그렇게 해드리면 되지 하며 분발하게 된다.

이것이 로또가 가진 순기능이 아닐까?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재명재윤 : "아빠! 지금 매고 계시는 넥타이 색깔이 입고계신 양복과 안어울리는데요"
나 : "그래~ 그럼 바꿀까?"
재명재윤 : "바꾸시는 것이 좋겠어요"
나 : "이건 어때?"
재명재윤 : "그게 훨 나아요"

아침에 별 생각없이 넥타이를 매는데 안방에서 내가 넥타이를 매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쌍둥이들이 한 목소리로 양복과 넥타이가 안어울린다고 말한다. 하긴 내가 보아도 분홍색 와이셔츠에 옅은 하늘색 넥타이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내 생전에는 아침이면 아내가 늘 넥타이 코디를 해주었다. 내가 매고 싶은 넥타이도 아내 코디에 따라 바꾸곤 했다. 처음 몇번은 내가 우겨서 매보았는데 어울리지도 않고 하여 그 다음부터는 아내가 시키는대로 했다. 나중에는 넥타이를  잡고 뭘 맬까 망설이면 아내가 눈치를 채고 골라주었고, 아님 아예 "오늘은 무슨 색깔 넥타이를 매고 갈까?"하고 골라달라고 부탁했다.

남자들은 그렇다. 단순하고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또 이것도 아내 기분을 맞추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내가 골라준 것을 기쁘게 매고 출근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 마음과 아내가 골라주는 넥타이를 매지 않고 어울리지도 않은 넥타이를 고집하며 매고 출근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 마음과 어느 편이 편할지는 자명한 일이다. 또 미적센스는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뛰어난 편이다.

'어느새 녀석들이 자라서 아빠 넥타이 코디까지 해주는구나~', '어미 피를 물려받아서 녀석들도 그런 방면은 안목이 있네~' 일순간 무거웠던 마음이 가볍게 변하며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쌍둥이들도 자신들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녀석들이 코디해주는 넥타이를 매고 기분좋게 출근하는 아빠 등 뒤에 대고 큰소리로 "아빠 다녀오세요"를 외친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 일요일 밤 10시 30분부터 오늘 아침까지 57시간을 쌍둥이들과 냉전을 치렀다. 발단은 공부한다고 컴을 켜놓고서 몰래 인터넷에 들어가 호기심으로 이것 저것을 봐놓고서 안보있다고 시치미를 떼고 고집을 부린 것이었지만 더 큰 실망은 잘못을 알면서도 이를 고치지 않은 나약한 태도에 있었다. 물론 나도 월요일과 화요일 강의 교재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힘들었다.

쌍둥이들이 중간고사를 치른지 20일이 지났다. 중간고사에서 기대 이하의 점수가 나오고 그 날은 녀석들이 꽤나 충격을 받은 듯 했다. 하긴 초등학교에서 공부 좀 했다고 너무 자만에 빠져 있었는데 중학교에 가니 출제된 시험문제 수준이 만만치 않았고 학생들 수준도 높았고, 너무 긴장하다 보니 시간안배에도 실수하고...

중간고사가 끝나고 다음날 쌍둥이들과 대화를 했다.
나 : "이번, 중간고사 시험이 어땠어?"
재명 : "어려웠어요"
나 : "윤이는?"
재윤 : "저도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답을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를 한 것이 너무 억울해요"
나 : "그럼 이번에 중간고사를 못본 원인이 뭐라고 생각해?"
재명 : "솔직히 지난 한달반이나 학원수업이 끝나고 아빠 몰래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며 공부를 소홀히 한 것이 주 원인인 것 같아요"
나 : "윤이는?"
재윤 : "저도 같은 생각이예요. 그렇지만 답을 답안지에 잘못 옮겨 쓴 것은 너무 억울해요"
나 : "너희가 시험을 잘못 본 원인을 충분히 알고 있으니 다음 기말고사 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거라"
재명재윤 : "네"

그 이후 20일 동안 녀석들은 이전과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휴일 3일 내내 아침부터 밤 잠자리 들 때까지 아무 말 하지 않고 지켜보니 PC게임, TV만화보기로 3일간을 소일하고 있었다. 말로는 중간고사도 끝났으니 머리를  좀 식히고 다음주부터 도서관을 다니며 본격적으로 공부를 한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그런 벼락치기 공부는 인생이란 긴 승부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자식들에게 원하는 것은 주인의식, 자율형 인간으로 살고 좋은 행위를 꾸준히 습관화 하라는 것이다. 꾸준한 연습을 이길 장사는 없고, 원인을 알면서도 이를 고치지 않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

공부도 습관이다. 쌍둥이들이 학원에서 자기네보다 공부를 못하는 친구가 이번 학교 시험에서 더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억울해 하지만 그 친구는 자만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를 했다. 그 노력이 성적으로 나타났고 이번 중간고사를 통해 쌍둥이들을 앞섰다는 것으로 자신감이 붙었겠지. 처음으로 녀석들과 57시간 냉각기간을 가지니 녀석들도 긴장하며 준비물이며 숙제를 챙기는 것이 나아지는 것 같다. 믿고 지켜보아야지.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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