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 : "명아윤아 지금 목욕가자"
재명 : "목욕이요? 저는 지난주에 했어요?"
장모님 : "지난주에 언제 목욕탕에 갔어? 안갔잖아?"
재명 : "아빠께서 욕실에서 저 때를 밀어 주셨어요"
장모님 : "그걸로 되겠어? 그럼 윤이는 목욕 안했으니 오늘 가자"
재윤 : "싫어요. 목욕탕 안가요"
장모님 : "안갈려면 마라. 할머니도 안갈란다"

일주일에 한번씩 싸우나에 가서 몸을 담그며 일주일 피로를 푸시는 장모님이 이제는 쌍둥이들이 목욕탕을 안가겠다고 하니 제일 큰 즐거움이 없어졌다. 내가 다시 달래도 보고 설득을 해보지만 녀석들 생각은 요지부동이다. 녀석들이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 점점 내가 내린 결정이나 장모님이 말씀하시는 것에 자기 주장을 달며 반대하곤 한다.

사춘기에 들어선 듯 고분고분하던 여석들이 이제는 비위가 틀리면 곧잘 반항도 한다. 어제는 내가 출근을 하는데 집에서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왔다. 재명이가 학교를 안가겠다고 안방에 들어가 고함을 지르며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침에 쌍둥이들에게 아빠가 회사에 가지고 갈 책이 많으니 아파트 입구까지만 좀 갔다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걸로 서로 다투는 것 같았는데 그 연장선에서 벌어진 사건 같았다. 내가 전화를 바꿔달라고 했지만 녀석이 단단히 골이 났는지 소용이 없다. 나도 화가 나서 "그럼 학교 가기 싫으면 가지 말어"라고 야단도 쳐보았지만 소용이 없다.

집이 가까이에 있었더라면 아마도 집으로 달려가 녀석을 혼냈을 것이다. 잠시후 화를 억누르고 다시 전화를 걸어 슬슬 달래서 일단 학교를 보내면서 저녁때 아빠에게 오늘 아침에 있었던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했다. 엊저녁 야근을 하고 밤 10시 10분에 귀가했더니 재명이가 아직 잠을 자지 않고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책을 들고 나가야 하는 시간이 하필이면 그때 사회선생님이 정해준 아침에 과제준비를 위한 상담전화를 받는 데드라인 시간이었는데 장모님이 무조건 전화를 끊고 아빠 책을 갔다주라고 하니 녀석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모양이다.

나 : "재명아~ 그럼 네가 먼저 아빠가 차를 가지러 내려가면서 '책이 무거우니 책 좀 입구까지 갖다주렴' 하고 부탁했을 때 '제가 여차여차한 일이 있어 지금은 곤란해요. 다음에 부탁하시면 꼭 들어드릴께요'했더라면 이런 오해가 안생겼잖아? 그렇지?"
재명 : "네, 아빠 말씀이 맞아요"
나 : "그리고, 할머니께도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했어야지. 그러면 할머니도 그런 정황을 아셨으면 전화를 끊으라고 하셨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미리 준비물을 챙겼더라면 이런 일이 안생겼잖아. 이제부터는 미리미리 준비물도 잘 챙기고~ 알았지?"
재명 : "네~"

조목조목 잘못된 점과 상황에 따른 대처 아이디어를 알려주니 그제서야 재명이의 마음이 풀리며 얼굴이 펴진다. 이제는 쌍둥이들과 대화나 지시도 일방통행에서 쌍방형통행으로 변해가는 모습니다. 조금은 답답하고 불편하지만 녀석들도 성장해가니 당연히 그래야겠지.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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