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명 : "아빠! 지금 어디세요?"
나 : "응, 지금 정발산을 지나 호수공원을 산책하고 있는데. 이제 막 선인장 전시관을 지나고 있다"
재명 : "그럼 몇시쯤 학원에 오실 수 있으세요?"
나 : "앞으로 약 35분쯤...10시면 도착할 수 있겠다"
재명 : "빨리 오세요. 살 것이 있어요"
나 : "뭔데? 학교 준비물이니?"
재명 : "아뇨~ 쵸콜렛이요"
나 : "쵸콜렛?"

금요일, 모처럼 일찍 퇴근하여 쌍둥이들 5월분 학원비를 입금해주고 현금소득공제영수증을 챙겨들고 집으로 왔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그동안 너무 운동을 하지 않아 일주일에 최소한 3일은 운동을 꼭 하리라 작심하고 8시에 집을 나섰다. 정발산을 올라 다시 호수공원을 한바퀴를 도는데 딱 두시간이 걸린다. 그시간이면 쌍둥이들 학원수업이 끝나니 데리고 함께 가면 되겠구나 싶었는데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항상 녀석들 준비물을 사야될지 모르니 외출을 하거나 산책을 나갈 때는 내 주머니 속에 지갑을 넣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마두역을 지나오는데 휴대폰에 불이난다. 내일부터 중간고사라 학원수업이 평소보다 빨리 끝났는지 두 녀석이 교대로 빨리 아파트입구 편의점으로 오라고 난리다. 빠른 걸음으로 걸으니 15분만에 편의점 앞에 도착하니 두 녀석이 편의점 안에서 뭔가를 열심히 고르고 있다. 뭔가 보니 쵸코렛을 잔뜩 쌓아놓고 있다. 평소에는 살찐다고 단 것은 질색인 녀석들인데...

나 : "아니? 왠 쵸코렛을 이렇게 많이 사니?"
재명 : "내일부터 우리 중간고사잖아요?"
나 : "그런데?"
재명 "시험 때 먹으려고요"
나 : "왜 시험때 쵸코렛을 먹니?"
재명 : "쵸코렛 속에는 당분이 들어 있잖아요? 당분이 기억력을 도와주어 시험을 잘 보게 한데요"
나 : "....."

수능때 시험을 잘보아서 한번에 척 붙으라고 엿이며 합격사과, 문제를 잘 찍으라고 포크며 도끼 장식품을 선물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학교 시험을 잘 보라고 쵸코렛을 먹는 것은 금시초문일쎄.....뻔히 얄팍한 상술인줄 알지만 그래도 당장 다음날 치르는 중간고사를 잘보겠다고 사달라는데 사지말라고 말릴 부모가 어디 있으랴? 결국 2개씩 쵸코렛 네개와 배가 고프다고 달걀 두개를 사가지고 집으로 왔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이거 잡으러 갔구먼"
지난 일요일 밤, 6월에 열릴 사내근로복지기금 정모장소 헌팅차 용평리조트 무창포 비체펠리스콘도와 여수 디오션콘도를 1박 2일로 답사하고 왔다. 여수디오션콘도에서 바다낚시체험으로 낚은 농어 세마리를 아이스박스에서 꺼내놓자 장모님께서 불편한 심기가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해 버린다.

다른 때 같으면 이런 귀한 생선은 사서라도 다듬으셨으나 그날은 내가 집을 비운 바람에 꼬박 이틀동안 쌍둥이들에게 시달리느라 피곤하셨던지 싱싱한 자연산 생물 농어를 가져왔는데도 시큰둥한 반응이시다. 쌍둥이들 중간고사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붙어있기만 하면 다투고 우김질하고 장난을 치는 쌍둥이들을 집에 맡기고 애비가 이틀씩이나 집을 비우고 밖에서 놀다 왔으니 서운하실 수 밖에....

지금껏 장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부억에서 생선을 손질해 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내손으로 농어를 손질해 드렸다. 어릴 때 할아버지께서 출타를 하셨다 돌아오실 때나 장에서 생선을 사오시면 할아버지께서는 마당에서 숫돌에 칼을 갈아가며 손수 생선을 다듬어 주셨다. 생선 비늘을 벗기고,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지느러미와 머리, 꼬리를 깨끗하게 손질해서 잘라서 먹기 좋게끔 잘라 토막을 내서 소금으로 간을 맞춰서 부얶으로 넘겨주셨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께서 생선을 다듬는 모습을 곁에서 보고 자란 탓에 나도 억센 농어의 비늘, 지느러미 머리와 꼬리를 능숙하게 손질해 나간다. 장모님께서는 아직도 화가 안 풀리셨는지 계속 이틀동안 쌍둥이들과 있었던 일들을 고자질하시며 나에게 성화를 부리신다. 그러자 옆에서 그런 모습을 쭈욱 지켜보고 있던 막내 재윤이가 불쑥 한마디를 거든다.
"할머니! 아빠가 이틀동안 콘도를 다녀오신 건 그냥 놀러갔다 오신 것이 아니라 사내근로복지기금카페 회원들 정모 때문에 미리 현지답사를 다녀오신 거예요. 아빠를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헐~~ 생각지 않았던 막내 재윤이의 말 한마디에 나에게 향하고 있던 장모님의 불편한 심기가 그만 그 예봉이 맥없이 꺾이고 말았다.
"가재는 게편이라고, 그래도 자네는 애비 편을 들어주는 자식이 있으니 좋겠네"
그렇게 사위와 장모의 잠시 불편했던 한랭전선은 막내의 재치넘치는 말 한마디로 한순간에 막을 내렸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5월 1일부터 5월 3일과, 4일 3일간 쌍둥이들 중간고사일이다. 초등학교 때와는 달리 중학교에 들어간 이후 녀석들이 부쩍 시험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초조해하는 녀석들이 안쓰러워 "공부해라", "벌써 자면 어떡하니?" 등 일체의 지적이나 간섭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휴대폰으로 너무 성적에 스트레스 받지 말라 평소 실력으로 보라고 문자메시지도 보내 본다. 매주 월화수요일은 내가 강남역에서 미래예측과정 수업을 받다보니 집에 오면 빨라야 밤 11시 30분이다. 나도 남들처럼 그저 눈 딱 감고 편하게 살면 되겠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쌍둥이들 뒷바라지를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어 자리를 박차고 강의장으로 향한다.

자식들과 놀아주고 싶고, 함께 대화도 나누고 싶고, 배드민턴도 함께 치고 싶고, 영화도 자주 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생활이 마음 아프다. 그러고 살기에는 지금 내 생활이 너무 절박하다. 매달 어김없이 돌아오는 채무 변제일, 월세 입금일, 녀석들 학원비 입금일, 매달 장모님께 드려야 하는 생활비며....자식들에게 힘든 내색없이 벌어 빈 곳간을 채워가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잠시도 다른 곳에 눈길을 주지 못하게 하고 있다.

녀석들이 부쩍 크는 시기라 작년에 입었던 옷들이 이제는 작아 잠을 잘 때면 배꼽이 드러나 보인다. 상의가 손목 위로 올라가고 하의는 발목이 드러난다. 내 눈에는 왜 자꾸 그런 모습만 보이는걸까? 작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녀석들 옷 한 벌 변변찮게 사주지 못한 미안함이 그 위에 쌓이며 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자식들에게 옷도 사주고 싶고, 맛있는 음식도 사주고 싶고, 자전거도 새걸로 사주고 싶은데 시원하게 해결해주지 못하는 애비 마음은 더 서글프다.

그래도 자식들이 속들은 꽉 차서 애비 힘들어할까봐 용돈 달라는 이야기도, 친구들은 명품 신발에 비싼 메이커 옷을 입고 다닌다고 옷타령, 신발타령을 하지 않고 밝게 커주는 녀석들이 대견스럽고 사랑스럽다. 어려움이 있으면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가족들끼리 더 단단하게 뭉치고, 물질이 부족하면 아껴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부족함을 채워가며 살아갔으면 하는데 용케도 이런 애비 마음을 읽고 잘 생활해주는 자식들이 감사하다.

그젯밤 재윤이가 잠을 자다말고 배가 아프다고 내 옆에서 배를 움켜쥐고 힘들어할 때 가능하다면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었다. 지어미가 하늘나라로 가면서 잘 키워달라고 신신당부한 쌍둥이들, 매일 잠시도 가만히 있지않고 장난하고 싸우는 녀석들의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를 키웠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얼굴을 떠올려본다. 그 분들도 나를 내리사랑으로 키우셨겠지. 아버지께 어제 병원진료 마치고 잘 들어가셨는지 암 수술후 아프신 곳은 없는지 안부전화나 해드려야겠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 28일 밤, 한밤중인 3시 30분에 윤이가 배가 아프다고 나를 깨운다.
윤 : "아빠 배가 아파요~"
나 : "얼마나 아픈데?"
윤 : "많이요~~"
나 : "참을 수 있겠니?"
윤 : "참아 볼께요"
나 : "그래~ 아빠가 배를 마사지 해줄께"

잠결에 윤이 배에 손바닥을 대고 하나님께 기도를 하며 원모양으로 궁글게 돌려가며 맛자지를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하긴 매일 밤이면 잊지 않고 하던 기도도 바쁘다는 핑계로 멈춘지 2주째이니 하나님이 위기에 빠지고 도움이 필요할 때만 찿는다고 나무라는 것만 같다.

윤이는 계속 끙끙 댄다. 표정을 보니 어지간히 아픈 모양이다. 윤이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아프다. 자식이 아프면 부모는 할 수만 있다면 대신 아파주고 싶어한다. 이게 내리사랑이겠지. 지난달부터 학교 급식이 너무 부실하다고 두 녀석들이 한 목소리로 성토했었는데... 어제 저녁에도 명이는 설사를 하고, 내가 미래예측세미나를 마치고 밤 11시 40분에 오나 윤이는 기진맥진하여 거실에서 잠을 자고 있기에 겨우 깨워 잠을 재웠는데... 명이가 학교 급식을 먹은 친구들 중에 몇명이 몸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그냥 흘려들었다.

명이는 밤에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한다고 미리 장모님께 얘기를 하여 지사제도 먹고, 매실액기스를 타서 먹은 모양이다. 자식들 하나같이 몸을 잘 알아서 챙기니 그나마 다행이다. 지 어미가 유방암을 얻고 하늘나라로 가기 전까지 식이요법을 하며 음식을 가려 먹는 걸 보더니 애들이 그대로 따라서 한다.

아침에 명이는 멀쩡하여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고, 윤이는 내가 병원을 들러 진찰받고 링거 한 병을 맞고 등교시켜 주고 나는 출근했다.  점심무렵에 윤이와 통화를 하니 다행히 많이 나아져 목소리가 밝은 걸 들으니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다. 가족들이 이제는 더 이상 아프지 말고 아무일 없어야 하는데... 지금 현재도 하루하루 버티고 살기가 넘 힘들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6월 12일에 실시되는 사내근로복지기금카페 야외정모 장소를 사전에 둘러보기 위해 용평리조트 무창포콘도와 여수 디오션콘도를 1박2일로 다녀왔다. 쌍둥이들이 5월초에 중간고사인데 시험을 코 앞에 두고 휴일 이틀간이나 집을 비울려니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우려했던대로 이틀간 수시로 전화가 걸려오고 메시지가가 날아온다. 쌍둥이들이 서로 잘 도와주고 양보하고 살면 좋으련만 두녀석들이 사사건건 부딪치고 잘 다툰다. 요즘은 중간고사를 앞두고는 예민해진 탓인지 더 자주 다툰다.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또 두녀석들에게 무슨 다툼이 일어났는지 가슴이 콩닥콩닥거린다.

재윤 : "아빠! 친구랑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재명이가 방해해요. 나가라고 해주세요"
나 : "알았다."
재명이에게 방에서 나가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재윤이가 또 메시지가 와서 아직도 나가지 않는다고 짜증을 부린다. 다시 재명이에게 즉시 방에서 나가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재명 : "아빠, 친구가 저도 함께 공부하는것 괜찮다고 해요"
나 : "그래도 재윤이가 데리고 온 친구이고 재윤이가 불편하다니 빨리 방에서 나가거라"

다시 전화가 오지 않는 걸 보니 재명이가 방에서 나간 모양이다. 눈치없는 녀석같으니... 그럼 면전에서 싫다고 할 친구가 어디 있겠는가? 재명이와 재윤이는 유치원, 초등학교를 늘 함께 다녔고 쌍둥이기에 친구들은 대부분 서로 알고 지낸다. 재윤이는 사교성이 좋아 친구랑 잘 사귀는 반면 재명이는 융통성이 부족하여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하는 것 같다.

옛 말에 씨도둑은 못한다고 누가 자식 아니랄까봐 재명이는 내 성격을, 재윤이는 지 어미 성격을 그대로 빼닮았다. 재명이에게 아쉬운 것은 양보와 융통성이다. 너무 맑고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들이 살지 않는다고 너무 원칙적으로 재고 따지고 한치도 손해보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지를 않는 법, 기회가 되는대로 고쳐보라고 충고를 해주지만 고집이 쎈 녀석이라 별 효과가 없다. 시험기간 중에도 재윤이는 시험정보를 잘 알려주는 반면 재명이는 그렇지가 않다. 결국은 재윤이도 지쳤는지 시험정보를 차단해 버린다.

쌍둥이라 두 녀석들이 힘을 합치고 지식과 정보를 나누면 더 좋은 상승작용을 하련만 경쟁이 지나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견제를 해대니 아쉽다. 그러면 결과적으로는 두 녀석 모두 마이너스인데...두 녀석들에게 양보와 화합하라고 하는 것이 내 지나친 욕심일까?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 나아지려나?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쌍둥이들이 올해 정발중학교를 배정받아 다닌 이후 통학 거리가 멀어졌다. 어른인 나야 운동삼아서 정발산이며 호수공원까지 두시간 거리를 너끈히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서 다닌다지만 편안함에 익숙해진 요즘 애들은 어디 힘들게 오래 걸으려 하는가?

올해 초부터 녀석들이 계속 나에게 말한 것들이 있었다. "정발중학교를 배정받으면 걸어서 다녀야 해요?", "정발중학교는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멀지 않아요?", "학교 수업을 마치면 오후 3시나 4시가 넘는데 학원을 가려면 너무 늦지 않아요?" 등등 갖은 핑계를 붙여가며 시위를 벌였지만 나는 짐짓 모른척 했다. 이 모두가 자전거를 사달라는 속내임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애비에게 아무리 말해보아야 소용이 없자 급기야 친구들에게 부탁하여 허름한 중고자전거를 각각 하나씩 구해  집앞 자전거 보관대에 두고는 매일 닦고 기름칠하고, 테이프를 사다가 녹이 슨 곳이나, 페인트가 벗겨진 곳은 붙여가며 애지중지 타고 다녔다. 자기네 욕구와 애로사항을 애비 힘 빌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 가는 모습을 대견하게 지켜보고 있다.

간혹 생각지도 않은 돈이 들어가기도 한다. 지난 일요일에는 재윤이가 친구를 통해 얻은 자전거가 고장나서 버리고 다시 하나를 받았는데 가방을 넣고 다닐 바구니를 달겠다고 겨우 18,000원 남겨진 내 통장을 털어가지를 않나, 재명이도 뒷 바퀴가 옆 타이어를 싸고있는 보호대와 자꾸 걸린다고 타이어를 교체해 달라고 하여 내 돼지저금통까지 열게 만들어 15,000원을 털어가지를 않나.....

장모님은 녀석들 자전거를 사주는 것을 극구 반대하고 있다. 장난꾸러기들이다보니 자건거를 타고 오고가다 사고날 위험이 높다고 완강하게 반대하셨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녀석들은 온실안 화초처럼 키울 것인가? 처음에야 넘어지고 깨지면서 요령과 방법을 배우고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잘 타게 되는거지... 나는 자전거를 대학교 1학년 때에야 배웠다. 자전거도 없었지만 자전거를 타면 자꾸 넘어지는 바람에 자전거를 타는 것을 포기하며 살았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자전거를 늦게 배운 것을 교훈삼아 나는 내자식들은 위험하다고, 가능성이 없고 실패위험이 높다고 삶을 지레 포기하고 움츠리며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 자꾸 부딪쳐보고, 힘든 일에도 도전해보며 지혜와 열정, 자신감을 얻으면서 세상을 개척하고 살아나가게 격려해주고 양육해주고 싶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언제부터인지 내 책상서랍 속에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작은 돼지 저금통.... 주머니에 잔돈이 생기면 밥을 주곤 했다. 아니 잔돈이 무겁고 부딪치는 소리가 귀찮아 잔돈 처리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회사 봉급날은 매월 21일! 봉급날이래야 빚 잔치 하고 나면 당일날 돈이 다 빠져나가 버리지만 그래도 매달 통장에 찍히는 금액을 보며 희망의 불씨를 간직하며 또 한 달을 보낸다. '그렇지~ 이번달로 개인회생을 인가받은지 4년이 되어가는구나! 앞으로 1년만 더 참으면 힘들었던 개인회생도 끝이구나~~'

지난 일요일 오후, 교회를 다녀오니 거짓말처럼 통장에 18,500원만 남겨좋고 지갑에는 단돈 1000원짜리 하나 없다. 장모님과 자식들에게는 돈이 떨어졌다는 말을 하면 불안해하시니 내색을 하지 않고 일요일을 넘기려는데 중간고사 때문에 보충학습을 받으러 학원에 간 쌍둥이들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재명 : "아빠! 저 자건거 뒷 타이어가 자꾸 걸려요. 손좀 보아도 돼요?"
나 : "얼마나 드는데?"
재명 : "이천원이래요"
나 : "그래? 그럼 수리해라. 지금 아빠가 돈 가지고 갈테니..."

수중에 단돈 2천원이 없어 양복 주머니며 가방, 차 콘솔박스를 뒤지니 그럭저럭 동전으로 2000원이 만들어진다. 자전거가게에 가니 재윤이가 친구가 주었다고 자전거를 하나 가지고 있다. 친구가 구해주었다데 중고자전거치고는 꽤 쓸만해 보인다. 재윤이도 가방을 싣고 다니려면 바구니를 달아야 한다기에 가격을 물어보니 12,000원이란다. '휴~~ 다행이다' 통장에 있는 잔액 18,500원을 염두에 두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집으로 오는 도중 재윤이가 준비물이 있다기에 페이펄문구를 들러 4,200원을 사용하니 이제 통장에 남은 돈은 겨우 300원...

재명이가 자건거 수리가 잘못된 것 같다고 다시 손보아야겠다며 또 다시 자전거가게를 가더니 잠시 후 전화가 걸려온다. 뒷 타이어가 낡아 다시 수리해야 한단다. 얼마가 드는지 물으니 15,000원이란다. "헉~~ 녀석 눈치도 없이...이틀만 지나면 봉급날인데 이틀만 더 참으면 안되나?" 재명이는 애비 마음도 아랑곳없이 뒷타이어를 갈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그래 고쳐라! 대신 자전거가게 주인에게는 아빠가 내일 회사에 출근하여 입금해준다고 하고 입금계좌번호를 받아오도록 했다.

월요일에 출근하여 송금해주려다가 수중에 돈이 없어 하루를 넘겼고 화요일에는 15,000원을 송금해주어야 하는데 수중에는 돈 한 푼이 없어 보험대출을 받으려고 보니 대출이율이 연 11.5%라 망설여진다. 녀석들 급식비 통장을 찿기 위해 책상 서랍을 뒤지는데 마침 돼지저금통이 눈에 들어온다.

"아하~~그렇지 돼지 저금통이 있었구나~~" 저금통을 들고 은행에 가서 모두 통장에 입금시켜달라고 저금통과 통장을 함께 넘기니 통장에 40,000원을 찍어준다. 그 순간 40,000원이라는 돈이 그렇게 커보일 수가 없었다. 돼지저금통 덕분에 자전거가게 주인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고, 교육장에 가기 위한 티머니 충전, 미래예측세미나 교육때 필요한 교재구입까지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그렇구나~ 이렇게 힘들 때 쓰려고 다들 저축하고 사는구나!'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그동안 열심히 해오던 신문스크랩을 지난 2008년 10월부터 멈추었다. 강의 원고작업과 내 자기계발 활동(미래예측세미나 참석)이 이어지면서 신문스크랩에 짬을 내기가 힘들었다. 베란다에 신문은 자꾸 쌓여만 가고...두 달 후에는 이사까지 해야 하기에 마음은 점점 조급해져 간다.

토요일과 일요일, 밀린 신문스크랩을 하리라 작심하고 책상에 앉아서 하루 종일 신문스크랩을 하다보니 쌍둥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기사가 자주 보였다. '아하 쌍둥이들에게 신문스크랩을 하나 만들어주면 되겠구나~' 힌트를 얻어 쌍둥이들 용으로 신문스크랩 철을 하나 덤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애비가 말로 "열심히 공부해라", "너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거라", "너희가 되고 싶은 미래 모습을 상상하라" 하며 잔소리를 하는 것 보다는 신문에 난 기사를 모아 스크랩을 해주면 효과가 더 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이 좋은 점은 전국으로 배포되고 신문이라는 공공성과 객관성이 뒷받침되기에 신뢰성이 높아 내 입을 빌리지 않고도 다른 사람들(대리인)의 말을 통해 내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데 효과가 좋다.

초등학교 6학년이 퀴즈대화에서 1등을 하여 4000만원 상금을 받았다는 기사,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공부책을 썼다는 기사, 세계대학의 순위, 고등학교나 대학 입학관련 입시제도 변경, 최고 자리에 오른 사람들과의 인터뷰 기사, 나름대로 잘 나가는 사람들의 동정기사,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 사회기부활동 등에 대한 신문기사를 모아 스크랩을 해주니 내가 보아도 꽤 괜찮은 자료가 된다.

눈치가 빠른 녀석들이니 이러한 기사를 통해 애비가 뜻하는 바를 알겠지. 애비는 단지 학교 공부를 잘 하라는 것은 아니고 꿈을 크게 가지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지고 스스로의 인생을 크게 설계해 나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다만 너무 딱딱하지 않도록 호기심이 많은 녀석들이니 건강이나 키가 크는 이야기, 녀석들에게 관심과 흥미를 느낄 법한 기사를 중간중간 섞어준다.

앞으로 녀석들 책상 위에는 항상 신문스크랩철이 놓여 있고 녀석들은 틈만 나면 신문스크랩철을 들여야 보겠지. 자꾸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지고, 습관이 달라지고 궁극적으로는 삶의 자세가 달라지겠지. 나도 쌍둥이들과 함께 공부하며 생각의 호흡을 맞추어 나가는데 신문스크랩을 활용해 나가려 한다. 그럴려면 그만큼 나도 부지런해져야겠지.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기술과 삶의 질이 향상되어 남자들의 패션은 이제 입고다나는 양복으로는 결정되지 않는다. 이제는 넥타이가 남자들의 패션을 결정한다."

며칠전 식사를 하면서 상사께서 하신 말씀이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네. 요즘은 다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양복 가격도 불황으로 할인을 많이 해서 파는 바람에 어지간하면 양복은 다들 고급 제품으로 사 입으니 양복이 남자들의 멋과 패션을 결정하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 그런데 넥타이는 아니다. 넥타이는 양복의 부속물으로 생각하다보니 대부분 크게 신경을 안쓰고 생활한다. 그러니 넥타이를 보면 그 사람의 패션감각과 수준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아내 생전에는 매년 내 양복이며 넥타이를 아내가 챙겨주곤 했는데 아내가 내 곁을 떠난 이후 넥타이는 내 손으로 사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집에 있는 넥타이들이 모두 유행이 지나고 색깔도 무거워 봄을 맞이하면서 넥타이를 몇개 구입해볼까 하고 한달전부터 뉴코아백화점을 열심히 가보지만 번번히 빈손으로 나온다. 곧 있게될 CFO아카데미 강의를 핑계삼아 넥타이를 딱 하나만 구입하리라 작심하고 뉴코아백화점을 갔지만 역시나 빈손으로 나오게 된다.

지난 월요일 저녁에도 비가와서 쌍둥이들에게 우산을 전해주고 세탁물도 찿을겸 걸어서 뉴코아백화점을 들렀다. 마음에 드는 양복이 있어 슬쩍 가격표를 보니 헉~~ 내 주머니 사정으로는 만만치 않아 도로 발걸음을 돌린다. 안사도 좋으니 제발 한번 입어만보라고 권하는 양복코너 종업원들의 권유조차 견물생심이라고 눈 딱 감고 그냥 저질러버릴 것만 같아 부담스러워 사양하며 도망치듯 빠져나온다. 넥타이를 사러 갔으면서도 정작 넥타이코너 앞에서는 주머니속에 있는 지갑만 만지작거리다 눈길을 외면해버리는 나를 발견하고 피식 웃는다. 넥타이를 보면 사게 될까봐 마음 문까지 닫고 사는 나! 그러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자꾸 넥타이매장을 둘러보고 싶은 이 마음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남에게 선물할 때는 하나에 14만원이 넘는 넥타이도 주저없이 사면서 막상 내가 쓸려고 하면 29,000원도 손이 나가지를 않으니.... 뉴코아백화점 5층 남자신사복 코너를 세바퀴를 돌다가 결국은 빈손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버린다. 당장 두달 앞으로 다가온 아파트 이사며, 쌍둥이자식들 학원비, 매주 먹고 살아야 하는 식료품 구입비를 생각하면 29,000원짜리 넥타이도 내겐 아직 사치처럼 느껴진다. 더 이상 남에게 손을 안 벌리고 세 자식들 뒷바라지 하고 살려면 이렇게라도 욕심을 절제하며 아끼고 살아야겠지.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 아침 머리를 감을 때부터 쌍둥이 두 녀석이 자꾸 티격태격 거리며 전운이 감돈다. 재명이가 머리를 감는데, 재윤이가 화장실 문을 닫지 않아 큰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재윤이 머리를 감을때 거꾸로 재명이가 화장실 문을 닫지 않기에 한소리 했더니 꽝하고 닫아버린다. 뭔가 불만이 있다는 신호이다.

아침을 먹으면서 이내 어제 계란을 몇개 먹었느냐고 언성이 높아진다. 아마 지난 부활절에 두녀석이 받아온 계란 네개(각각 두개씩)를 냉장고에 두었는데 재윤이가 어제 늦게 학교에서 귀하하는 바람에 학원을 부랴부랴 가야 하기에 식사도 제대로 못할 것 같아 장모님이 냉장고에 넣어둔 삶은 계란을 챙겨주어 먹어버린 모양이다.

급기야는 어제 재윤이가 학교에서 늦게 온 이유가 자전거를 수리하느라 그런 거라고 재명이가 폭로하게 되고, 재윤이는 재명이에게 있었던 좋지 않은 일을 고해바치는 상호 폭로전으로 치닫고... 아침에 출근하려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회초리를 들고 재명이를 안방으로 불러들였다. 토라진 재명이를 보니 아침부터 괜히 회초리를 들어 또 마음에 상처만 덧붙이게 될 것만 같아 때리려던 마음을 접고 말로 타이르기 시작했다.

나 : "명아! 명이는 형이잖아? 형이 좀 참으면 안될까?"
재명 : "함께 먹어야 하는데 혼자서 계란을 다 먹어버리잖아요?"
나 : "그럼 계란을 새로 삶아달라고 하면 되잖아? 냉장고에 계란 많이 있잖아?"
재명 : "재윤이는 늘상 그래왔어요. 저만 계속 손해를 본다니깐요.
나 : "우린 가족인데 그까짖 먹는 것 또 손해보면 어떠니?"
재명 : "저는 재윤이랑 함께 사는 것이 싫어요"
나 : "재윤이는 동생이자 우린 가족인데 그럼 가족이 싫으면 재명이가 나가 살아야 하는데 재명이 너 혼자 나가서 살 수 있어?"
재명 : "......"
나 : "우린 가족이야. 왠만한 것 아니면 서로 참고 살자꾸나. 우리 명이는 형인데, 윤이가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동생이 재롱을 부린다고 생각하고 그냥 웃으며 넘겨주면 안될까?"
재명 : "......"

명이 마음속에 동생 윤이를 미워하는 감정이 깊음을 알고 놀랐다. 두녀석이 잘 지내면서도 재윤이는 재빠르게 상황판단을 하고 불리하면 빠져나가버리는데 고지식한 재명이는 항상 걸려서 많이 당하는지라 동생 윤이에게 많이 서운했나 보다.

가족이래야 몇 안되는데 이렇게도 말도 많고 탈도 많고 각자 의견충돌도 많고 자주 싸우니....마음 같아서는 그냥 회초리라도 들어 세 자식 모두 때려주고 싶지만 그마저도 성장과정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미운 감정, 서운한 감정 다 이 내 가슴속에 덮고 살아간다. 그래도 세상 살아나가면서 가족처럼 소중하고 든든한 우군이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녀석들은 철이 들어있겠지.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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