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학원을 마치고 밤 늦게 지산문고 앞을 지나오는데 고등학교 형아들 6명이 자전거로 길을 막고 있기에 길을 좀 비켜달라고 말했더니 한 형아가 자전거를 탄 채 저를 밀어버리는 바람에 땅으로 넘어져 다쳤어요"

학원에서 다녀오다가 재윤이가 무픞이 까져 약을 바르면서 나에게 말한다. 순간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 모 재벌그룹 회장님이 자식이 밖에서 얻어맞고 왔다는 소리를 듣고 조폭들을 동원해 야구방망이를 들고 쫓아가 응징했다는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그 재벌회장은 당시 엄청한 사회적인 비난을 받았고 사과하고 법원에서 사회봉사명령까지 받았다.

당시 사회여론은 온통 그 재벌회장을 성토하느라 들끓었다. '대재벌 회장이사회적인 체면이 있지 자식이 맞고 왔다고 조폭을 동원해 똑같이 응징했다고...' 그때 그 재벌회장이 했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 "내 자식이 밖에서 맞고 들어온 걸 보니 순간적으로 애비 눈이 뒤집히더라고..." 그것이 父情이라는 거겠지.

나도 재윤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만약 그 자리에 그 고등학생들이 있었다면 아마도 그 재벌회장과 똑같이 몽둥이를 들고 뛰어갔을지 모른다. 이사짐을 정리하는데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는다.
"네가 건방지게 큰 형아들보고 길을 비키라고 하니까 그렇지~ 네가 비켜갔으면 됐잖아?"
"아뇨. 제가 지나갈 공간이 없었어요"
"다음부터는 큰 형아들에게 길 비켜달라고 하지 말고 네가 알아서 비켜다녀라"

괜히 다치고 온 막내 재윤이만 탓한다. 재윤이는 다쳐가지고 온데다 나에게 구박까지 들으니 실망이 큰 모양이다. 그래 네가 무슨 죄가 있겠느냐? 길을 막고 수다를 떨며,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불편을 주고 비켜달라고 하는 어린 동생을 무자비하게 타고 있던 자전거로 밀어 쓰러뜨려놓고도 일으켜 세워주지도 않고, 많이 다쳤냐고 걱정은 커녕 마냥 고소해 했을 그 고등학교 형아들이 잘못한거지... 이럴 때마다 왜 착한 사람들이 다치고 아파하고 참고 살아야 하는지 원망이 된다.

세상이 하도 험해서인지 자식들을 밖으로 내보내놓고도 마음이 놓이기가 않는다. 그렇다고 직장도 그만두고 자식들 등하교시키며 뒷바라지만 해줄수도 없는 일... 이래저래 요즘 부모들 마음은 복잡하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달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