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식구들과 강화도에 있는 석모도를 다녀왔다. 서울과 바로 가까이에 강화도가 있는데도
나는 석모도는 처음이다. 집에서 그다지 멀지도 않고 평일인 금요일이었기에 부담도 없어
그만큼 가슴이 설레이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는 안성마춤이었다. 강화 외포리 선착장에서
배를 이용하여 건너며 배 안에서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져주면 갈매기가 달려들어 이를
낚아채가는 모습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부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모두들 가족들과 자주 놀러를 다니며, 강화도에는
그동안 몇번씩 놀러 와서 지리에도 밝고 어디에 가면 식사하기 좋은 지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석모도에도 그동안 수차례씩이나 다녀갔다는 이야기에 그만 나는 죄인이 되고
만다.
가벼운 마음에서 출발했던 나의 마음은 혼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가슴이 찢기는
회한으로 가득찼고 나도 모르게 후회의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평소 집사람은
나에게 휴일이면 어디 놀러가자고 먼저 말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많이 섭섭해 했다.
그렇다! 나는 결혼이후 20년에서 5개월이 모자란 온랜 기간동안 살면서 지금껏 내가
먼저 집사람에게 야외로 놀러 가자고 말을 해본 적이 없다. 그동안 몇번 간 것도
집사람이 회사에 콘도를 신청하여 배정되면 마지못해 따라가는 식이었다.
결혼할 때부터 넉넉하지 못했던 살림살이 때문인지 나는 빚으로 놀러다니는 생활이
그리 탐탁치는 않았다. 일단은 남의 빚과 은행 빚부터 다 해결해 놓고, 우리 아파트도
사놓고 나서 그 뒤에 마음 편히 놀러 다니고 싶었고, 영화나 연극, 놀이공원 등 여유
있는 삶도 미래를 위해 유보하고 나중에 보상해주고 싶었다. 미래를 위해 현재는
계속 자신에게 투자하고 자기계발 노력의 기간으로 생각했고 당연히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여지껏 단 한번도 내가 먼저 놀러가자는 제안을 하지 못했는데, 갑작스레
집사람을 먼저 보내놓고 보니 뚜렷히 이루어 놓은 것도 없으면서 집사람 마음만
불편하게 한 것이 너무도 미안하고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람과 시간은 결코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다음에 빚을 다 갚고, 애들도 키워놓고,
우리 집도 사서 노후에 둘이 손잡고 여행도 다니고 일주일 중에서 하루는 큰애 집에,
다음 날은 둘째 집에, 그 다음날은 막내 집을 들러보며 알콩달콩 살자고 했건만 나에게
큰 짐과 더 이상 지키지 못할 약속으로 남겨놓은채 훌쩍 떠나버린 한 여인을 그리며
나는 석모도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어제 석모도에서 집사람에게 가족들을 데리고 내일 당장 이 자리에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집에 돌아와 내일 강화도를 놀러가지고 하니 가족들이 깜짝 놀란다. 한번도 먼저
놀러가자고 한 적이 없던 내가 그런 제안을 하니 다들 반신반의하며 놀란다.
장모님은 그렇지않아도 10월 31일에 절에서 방생법회를 간다고 연락이 왔는데 가고는
싶은데 몸이 불편하고 사찰까지 오고 갈 일이 까마득하여 포기했는데 잘되었다며
기뻐하며 따라나섰다.
이렇게 나는 석모도를 어제 부서 체육행사로 한번, 오늘은 가족과 함께 한번 연거푸
두번이나 가게 되었다. 마침 집사람 제사를 앞두고 어제 집에 온 큰애까지 데리고
함께 다녀오니 마음이 조금은 홀가분하다. 앞으로는 조금씩 경제적인 어려움이
하나 둘 잘 풀려나가고 있으니 큰 비용부담이 없는 범위 내에서 자주 가족들과 여행도
다니며 살고 싶다. 앞으로는 뒤에 후회를 남기는 그런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
싱글대디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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