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할머니 기일이었다. 나에게 할머니는 그냥 할머니가 아니라 어머니와 같은
분이시다. 어머니가 나를 낳고 1년 2개월만에 돌아가신 후 나를 키워주신 분이
우리 할머니이시다.

더구나 나와 막내 작은아버지가 동갑이니 아마 쌍둥이를 키우는 것과 진배없었으리라.
내가 재명이와 재윤이 사내 쌍둥이를 키우면서 나를 키우셨던 할머니와 할아버지
마음을 뒤늦게나마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어릴적 자라면서 나와 막내작은아버지는
서로 시샘하고 싸우고 다투며 자랐다. 둘째 숙부님과 고모님들이 나를 보면 할머니가
나를 당신 친자식인 막내작은아버지보다 더 신경써서 길렀다고 자주 말씀하신다.
아마도 어미없이 자라는 손주라서 안쓰러운 마음에 더 신경이 쓰여서 그랬으리라....

고향이 너무 멀고, 직장과 애들을 챙겨야 하므로 아침에 아버지 계좌에 10만원을
입금시켜드리고 아버지께는 내려가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화를 드렸다. 네째동생
때문에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버지도 나와 동병상련을 앓고 있는 바
"너도 애들 셋 뒷바라지 하느라 힘들고 살기 어려울텐데 무슨 돈을 부쳤냐?"하시며
연신 고맙다 고맙다를 연발하신다. 직접 제사를 준비하시는 작은아버지 계좌에
입금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집안의 당신 자식이 보내왔다고 아버지께서 작은아버지께
봉투를 내미시는 것이 아버지 어깨를 조금은 가볍게 해줄 것 같아 아버지 계좌로
보내드렸다.

집사람이 생전에 그렇게 할머니 제사날이며, 아버지 생신때 돈을 부쳐드리고, 옷도
사서 보내드려도 고맙다는 말을 잘 하시지 않던 아버지께서 연신 고맙다고 하시는
말을 들으니 왠지 마음이 저려온다. 얼마나 금전적인 고통이 크시면 아버지께서
항상 할머니 제사 때면 매번 송금을 해드릴 때도 안하시던 말씀을 저렇게 몇번이나
하실까? 새삼 장남 역할도 못하고 걱정만 끼쳐드리는 내 자신이 초라해진다.

집사람이 살아있었더라면 이미 제수용품이며 과일을 사서 제사 3일 전에 택배로
부쳤을텐데 이제는 내가 해드리지도 못하니 집사람의 빈 공백이 너무나 크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아마도 어제 제사날에 할머니 손을 잡고 와서 곁에서 오손도손 재미난
이야기를 하고 지냈으리라... 내 어릴적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지난 결혼생활때 내가
고집피운 이야기며, 간혹 가다 술먹고 늦게 들어온 이야기, 쌍둥이들 키운 이야기들을
나눴겠지...

할머니 죄송해요! 못난 손자가 살기에 바빠서 할머니 기일에 내려가 뵙지도 못했네요.
더욱 분발해서 빨리 우리 집안 일으킬께요!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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