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산더미처럼 밀린 일을 잠시 뒤로 미루고 집으로 칼퇴근을 했다. 차가 없으니
평소에는 생기기도 않던 희한한 일이나 바쁜 일들이 자주 일어나 나를 당혹하게 만든다.
바쁘다는 핑계로 2개월째 미루고 있는 다른 회사의 결산재무제표를 오늘은 꼭 마무리하기로
작심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식사를 마치자마자 띠리리~~ 집 전화벨이 울린다.
"아빠~ 저 재윤인데요. 지금 학원에 있는데 배가 무지 아파요"
"그래, 그럼 잠시만 기다려라. 아빠가 곧 갈테니"
집사람이 유방암으로 먼저 하늘나라로 간 뒤로 이제는 자식을 키우는 일이 전적으로 내
책임이 되다보니 자식들이 어디 아프다는 소리만 들어도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며
어떡하나 불길한 마음이 들며 심장이 울렁거린다. 만약 자식들에게 불미스런 일이나
불상사가 생기기라도 한다면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집사람을 무슨 낯으로 다시 만날 것인가
생각하니 머릿속은 온통 재윤이가 무사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 차게 된다.
전화를 끊자마자 반팔 조끼 하나만 걸치고(그나마 지갑과 휴대폰을 담아가야 하니) 츄리닝
차림에 학원으로 달려갔다. 학원에 도착하니 재윤이가 4층 입구 의자에 힘없이 앉아 있다.
"어디가 아프니?"
"배가요. 배가 많이 아파요"
"낮에 뭘 먹었니?"
"낮에 운동회 연습을 마치고 친구 엄마들이 아이스크림을 사오셨는데 너무 많이 사오셔서
모두들 아이스크림을 두게씩이나 먹었어요"
"으이구~~ 그래 준다고 아이스크림을 두개씩이나 먹는 사람이 어디 있니? 우리 재윤이는
정말 못말리겠다. 그나저나 참기 어렵니?"
"네, 힘들어요"
"알았다. 그럼 병원으로 가자"
밖으로 나오니 재윤이가 오한이 나는지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긴팔 잠바를 입고 오는건데... 일단 내가 걸치고 있던 반팔 조끼를 벗어 재윤이에게 입히고
꼬옥 품안에 안아준다. 예전에 쌍둥이들을 키울때 알아둔 소아과병원이 뉴코아백화점 9층에
있는데 그곳은 평일에도 밤 늦게까지 문을 열고 휴일에도 진료를 보기에 그곳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지만 '택시와 여자는 기다리면 안온다'는 속설처럼 빈 택시가 좀처럼 오지를
않는다. 일산에 있는 택시들은 모두 어디를 갔나? 5분정도를 초조하게 기다렸을까 그제서야
빈 택시들이 떼로 몰려오기 시작한다.
병원에 도착하여 이름을 대니 고객명부에 재윤이 이름이 올려져 있어 금새 접수가 된다.
대기순번을 보니 9번째. 그래도 일단 병원에 오니 안심이 된다. 순번을 기다려 의사선생님
진찰을 받으니 병명이 장염이란다. 다행히 설사는 하지 않아 이틀분 약만 처방받아 학원으로
돌아왔다. 몸 상태를 물으니 배 통증이 조금 가라앉은 것 같다고 수업을 받고 가겠다고 하여
학원에서 20분정도 기다렸다가 학원수업이 끝나자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그나마 크게 아프지 않아 다행이다. 집에 오니 찬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고 장모님의
질책이 계속 이어지고... 장모님이 자식들을 나무라니 애비인 내 기분이 영 유쾌하지 않다.
이것이 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이겠지?
김승훈
평소에는 생기기도 않던 희한한 일이나 바쁜 일들이 자주 일어나 나를 당혹하게 만든다.
바쁘다는 핑계로 2개월째 미루고 있는 다른 회사의 결산재무제표를 오늘은 꼭 마무리하기로
작심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식사를 마치자마자 띠리리~~ 집 전화벨이 울린다.
"아빠~ 저 재윤인데요. 지금 학원에 있는데 배가 무지 아파요"
"그래, 그럼 잠시만 기다려라. 아빠가 곧 갈테니"
집사람이 유방암으로 먼저 하늘나라로 간 뒤로 이제는 자식을 키우는 일이 전적으로 내
책임이 되다보니 자식들이 어디 아프다는 소리만 들어도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며
어떡하나 불길한 마음이 들며 심장이 울렁거린다. 만약 자식들에게 불미스런 일이나
불상사가 생기기라도 한다면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집사람을 무슨 낯으로 다시 만날 것인가
생각하니 머릿속은 온통 재윤이가 무사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 차게 된다.
전화를 끊자마자 반팔 조끼 하나만 걸치고(그나마 지갑과 휴대폰을 담아가야 하니) 츄리닝
차림에 학원으로 달려갔다. 학원에 도착하니 재윤이가 4층 입구 의자에 힘없이 앉아 있다.
"어디가 아프니?"
"배가요. 배가 많이 아파요"
"낮에 뭘 먹었니?"
"낮에 운동회 연습을 마치고 친구 엄마들이 아이스크림을 사오셨는데 너무 많이 사오셔서
모두들 아이스크림을 두게씩이나 먹었어요"
"으이구~~ 그래 준다고 아이스크림을 두개씩이나 먹는 사람이 어디 있니? 우리 재윤이는
정말 못말리겠다. 그나저나 참기 어렵니?"
"네, 힘들어요"
"알았다. 그럼 병원으로 가자"
밖으로 나오니 재윤이가 오한이 나는지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긴팔 잠바를 입고 오는건데... 일단 내가 걸치고 있던 반팔 조끼를 벗어 재윤이에게 입히고
꼬옥 품안에 안아준다. 예전에 쌍둥이들을 키울때 알아둔 소아과병원이 뉴코아백화점 9층에
있는데 그곳은 평일에도 밤 늦게까지 문을 열고 휴일에도 진료를 보기에 그곳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지만 '택시와 여자는 기다리면 안온다'는 속설처럼 빈 택시가 좀처럼 오지를
않는다. 일산에 있는 택시들은 모두 어디를 갔나? 5분정도를 초조하게 기다렸을까 그제서야
빈 택시들이 떼로 몰려오기 시작한다.
병원에 도착하여 이름을 대니 고객명부에 재윤이 이름이 올려져 있어 금새 접수가 된다.
대기순번을 보니 9번째. 그래도 일단 병원에 오니 안심이 된다. 순번을 기다려 의사선생님
진찰을 받으니 병명이 장염이란다. 다행히 설사는 하지 않아 이틀분 약만 처방받아 학원으로
돌아왔다. 몸 상태를 물으니 배 통증이 조금 가라앉은 것 같다고 수업을 받고 가겠다고 하여
학원에서 20분정도 기다렸다가 학원수업이 끝나자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그나마 크게 아프지 않아 다행이다. 집에 오니 찬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고 장모님의
질책이 계속 이어지고... 장모님이 자식들을 나무라니 애비인 내 기분이 영 유쾌하지 않다.
이것이 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이겠지?
김승훈
'김승훈의 자식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승훈의 쌍둥이양육일기(20090525) - 아들아! 미안하다. (0) | 2009.05.26 |
---|---|
김승훈의 쌍둥이양육일기(20090522) - 힘들때는 더 어려운 사람을 보라 (0) | 2009.05.23 |
김승훈의 쌍둥이양육일기(20090517) - 고슴도치가 아빠보다 소중하니? (0) | 2009.05.17 |
김승훈의 쌍둥이 양육일기(20090516) - 실과시간 준비물 (0) | 2009.05.17 |
김승훈의 쌍둥이양육일기(20090515) - 스승의날 (0) | 2009.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