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장을 조회해 보니 입금자가 아버지 이름으로 20만원이 찍혀 있다.
지난 토요일 오후에 아버지께서 전화를 주시어 이사는 잘 했는지, 가까이에
있으면 어찌 사는지 들여다보고 싶은데 너무 멀리 떨어져있어서 들여다보지
못하신다고 미안하다며 이사하는데 식사비에 쓰라고 돈을 조금 보내시겠다고
하시기에 그만 두시라고 했는데 기어이 20만원을 보내주셨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지난 5월, 어버이날 때 내려가 뵙지 못해 죄송하다고
내가 송금해드린 돈 20만원을 아버지가 안쓰고 아껴 두셨다가 도로 나에게
보내신 것 같다. 아버지는 내가 너무 안타까운 모양이다. 작년 추석 때는
큰애 규와 쌍둥이 손주를 앞에 앉혀놓고 "너희 아빠는 학교 다닐때 하나도
성가시게 하지 않고 자랐다. 집안이 어려워 학교를 보낼 처지도 되지 않아
남들 가는 학원도, 과외도 시켜주지 못했는데 혼자 공부해서 대학을 들어갔고,
대학을 다닐 때는 입주 가정교사를 하며 집 도움없이 스스로 학비 벌어서
대학을 마쳤다"하시며 장황하게 내가 자라고 공부한 이야기를 하셨다.
아버지께서는 평소 나를 무척이나 대견스러워 하셨다.
그런 자식이 어버지의 불행한 전철을 그대로 따라 닮아가고 있으니 아버지
마음이 오죽 아프시겠는가? 집사람과 사별을 하고, 어린 자식들 데리고 살고,
아버지는 염전 때문에 기획사기꾼들에게 민사소송을 당해 고생하셨고 나는
개인회생을 신청해 이행 중에 있으니... 다른 자식들은 일을 벌리며 손을
내미는데 나는 결혼할 때 달랑 100만원 보태준 것 이외 집사람이 암투병
중일 때도 도와달라고 손을 벌리지 않았다. 당시 아버지도 네째동생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워 큰며느리가 투병중인데도 병원비 한푼 도움을 주지
못하시고 집사람이 하늘나라로 갔다고 전화를 하였는데도 큰며느리 볼
면목이 없다고 집사람 장례식 때도 올라오지를 않으셨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읽었기에 오시면 충격을 받고 건강을 해치실까봐 나도 오시는 것을
말렸다.
아버지께서 보내주신 돈은 세상의 20만원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큰 돈이고
소중하다. 아버지의 눈물과 사랑, 피끓는 父情이 스며있는 돈이기에 나에게는
수억원보다도 더 가치있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버지 저는 반드시 일어섭니다.
저에게 닥친 수많은 어려움을 뚫고 우리 가문을 다시 일으키고 자식들도
훌륭히 키워낼 것입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셔야 합니다.
싱글대디 김승훈
'김승훈의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승훈의 싱글대디칼럼91 - 쌍둥이들의 전과다툼(2008.6.27) (0) | 2009.08.02 |
---|---|
김승훈의 싱글대디칼럼90 - 장모님(2008.6.25) (0) | 2009.08.02 |
김승훈의 싱글대디칼럼88 - 아버지마음(2008.6.23) (0) | 2009.08.02 |
김승훈의 싱글대디칼럼87 - 제자식만 감싸는 부모(2008.6.15) (0) | 2009.08.02 |
김승훈의 싱글대디칼럼86 - 노메달(2008.5.25) (0) | 2009.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