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메일을 정리하다가 쌍둥이 재명이가 아빠에게 보낸 첫 메일일 발견했다.

아빠 사랑해요

보낸이
김재명 
04-03-01 19:27
받는이
<hoon3244@hanmail.net>
보낸날짜
2004년 3월 01일 월요일, 오후 19시 27분 01초 +0900
제목
아빠 사랑해요

아빠께  아빠 안녕하세요

아빠 너무너무사랑해요     학교가서 공부열심히할께요                                                                                                                                                       &nbs! p;                               재재명올림                                   


2004년 3월 1일이면 재명이가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 전날 나에게 보낸 메일이다.
글씨도 문맥도 서투르기만 한다. 그동안 5년 4개월이 훌쩍 지나 지금은 초등학교
6학년, 이제는 컴퓨터며 인터넷 실력도 나를 능가한다. 컴퓨투와 인터넷을 잘하는
큰애 덕분인지 녀석들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모처럼 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재명아, 재윤이 쌍둥이들아! 건강하고 바르게 잘 자라다오.
그래야 아빠가 나중에 나중에 너희를 다 키워놓고 아빠가 할 수  역할 다하고
하늘나라에 가서 너희를 부탁한 엄마를 당당히 만날수 있지....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내일은 기말고사날이다. 요즘은 자식이 상전이라 특히 자식이 학교시험을 치르는
때에는 몇주전부터 부모들은 좌불안석이 된다. 자식이 잘못을 해도 집에서 크게
야단을 치지도 못하고 그저 눈치만 살피며 산다. 밤 10시 학원에서 돌아와 배고프다며
모밀을 먹고 싶다는 말에 말없이 모밀을 끓여 요리하여 대령해 준다.

시험이 뭔지, 성적이 뭔지, 품성이나 인성보다도 앞서가니 마음이 아플 따름이다.
학원에서는 밤 늦게 보충까지 시켜준다. 학원 선생님들은 학생들 성적이 학원과
선생님들의 인기와 생존을 결정하기에 참 열심이다. 지난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별도로 보충을 시켜주기도 한다.

학원에 가면 학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때 학교 성적이 좋게 나온 학생들 이름을
써서 학원 사무실 내 벽면에 쭉 붙여놓고 있다.
'oo초등학교 6학원 전체일등 xxx,'
'oo초등학교 6학원 반 1등 xxx,'
'oo초등학교 6학원 xxx, 평균 98점'
'oo초등학교 xxx,수학 100점'
'oo초등학교 xxx, 국어, 수학 올 100점'

학생들에게는 자부심과 자극을 주고 학원에서 열심히 가르쳐서 이런 좋은 결과를
냈다는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매일 학원에서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애들
학습진도와 학습태도를 알려주며 아버님이 예습복습 좀 챙겨달라고 부탁을 하는
바람에 장모님도 덩달아 "다른집 엄마 아빠는 학교나 학원수업이 끝나면 매일
늦도록 자식 숙제도 챙기며 수업진도를 체크한다는데 자네도 쌍둥이들에게
신경좀 쓰소"하며 나를 압박한다.

이런 살벌한 분위기를 접하다보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그냥 쌍둥이들에게 공부를
맡기며 기다려주는 내 교육방식이 올바른지 잠시 판단이 흐려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인생은 긴 승부이기에 긴 안목으로 보고 자신들이 스스로 판단하여, 스스로 계획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들겠다는 내 교육방식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오늘도 동기부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부르르' 저녁식사를 하는데 진동으로 해 둔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울린다.
멀리 지방에서 상경한 회원사 직원들과 업무관련 논의를 하며 저녁식사를 하는데 시골
둘째작은아버지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이다. 요란한 주변 사람들 말소리 때문인지 금새
밖에서 식사중이라는 것을 눈치채신다.
"승훈이냐! 밖에서 직원들과 식사를 하는 모양이구나. 오늘 쥐눈이콩을 택배로 보냈는데
잘 도착했는지 확인차 전화했다."
"일 때문에 회사 근처에서 식사 중입니다. 그냥 집에서 밥에 놓아 드시기 번거롭게 저희
집에까지 보내주셨어요"
"쥐눈이 콩을 보니 쌍둥이엄마와 쌍둥이들 생각이 나더구나. 보내주면 쌍둥이들 잘 먹을 것
같아서 조금 보냈다"
"아직 집에 들어가지를 못했는데요 집에 도착하면 확인해보고 전화드릴께요. 감사합니다.
 잘 먹을께요"

지난 2005년 5월, 집사람이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고 쥐눈이콩이 암 치료에 효험이 많은
항암식품이라는 기사를 보고 시골집으로 쥐눈이콩을 구해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5월
하순이면 쥐눈이콩은 이미 수확철이라 그 해에는 쥐눈이콩을 파종하지 못해 결국 마을에서
이집 저집 부탁하여 겨우 구해서 보내주셨다. 이듬해 2006년 시골 우리 논두렁에는 온통
쥐눈이콩으로 삥 둘러쌓이게 심었고 집사람이 하늘나라로 가기 전까지 끊이지 않고
쥐눈이콩을 보내주셨다.

밤 11시 15분에 집에 도착해보니 조그만 박스에 막 수확한 듯 싱싱한 쥐눈이콩이 박스 안에
가득 들어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장모님이 이미 1/4쯤 까서 놓아두셨다. 요즘 몸도 좋지
않으신데 그냥 주면 상해서 버린다고 그 아픔 몸으로 일부러 까신 모양이다. 저녁 6시 30분에
회사 일로 늦는다고 전화를 했을때 서운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셨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이럴줄 알았으면 양해를 구하고 좀 더 일찍 들어올껄....

대충 씻고 밤 11시 40분부터 콩깍지를 까지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자란 탓에 이런
콩까기는 잘 하는데 아직 완전히 자라지 않은 것들이 많아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조금만 까고 잠자리에 들려고 했지만 장모님이 내일 또 아픈 몸으로 손대실 것 같아
한줌만 더, 이번 한줌만 더...하고 까다보니 어느덧 열줌이 되고 스무줌이 되고....조금만
더 하며 계속 까다보니 나중에는 큰애까지 합류하여 도와주어 결국 밤 1시 45분에 모두
마칠 수 있었다. 두시간 넘게 거실에 쪼그리고 앉아 콩깍지를 깠더니 눈도 시리고 허리도
아프고 팔다리도 쑤신다. 그래도 나는 젊으니(?) 괜찮지만 장모님은 저만큼을 까시느라
오늘 얼마나 힘드셨을까?

모두 마치고 정리하고 일어서는데 거실에 걸려진 가족사진 속 집사람 얼굴이 오늘따라
나에게 환하게 미소를 짓는 것만 같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 강남역 부근 '성공을 도와주는 가게'에서 열린 '미래예측 전문가과정' 세미나를
마치고 집에 오니 밤 11시 30분이 되었다. 저녁 7시에 세미나가 시작하다보니 6시 10분
대충 책상을 정리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당산역에서 내려 2호선 전철을 갈아타고 부지런히
가도 제 시간에 도착하기가 어렵다. 오늘은 용케도 전철이 잘 연결되어 세미나장 근처에
도착하니 7시 10분이 되었다.

이왕 늦은 것 세미나장에 올라가는 길에 허기가 져 지금이라도 배를 채워두지 않으면
저녁을 건너뛸 것 같아 세미나장 분식점에 들러 주인아저씨에게 이 가게에서 가장 빨리
나오는 음식이 뭐냐고 물으니 비빔밥이란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후딱 비벼서 먹고
세미나장에 들어가니 7시 20분. 다행히 아직 세미나는 시작되지 않았다. 이후 3시간동안
강의와 토론이 진행되었다. 엊저녁 회사 이사회 자료를 작성하느라 새벽 3시까지 잠을
자지 못했던 터라 수업중에 졸까봐 원두커피를 내리 두잔이나 커푸 마셨다.

밤 10시가 되니 가게 종업원들이 퇴근해야 한다고 빨리 수업을 끝내달라고 밖에서 계속
재촉해댄다. 밤 10시 10분 성공을 도와주는 가게를 나와 강남역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밤 늦은 시각에는 지하철을 타는 것보다 직행좌석을 타면 30분정도 빠르다. 이것도 몇번
타보고 비교해 타보면서 알게된 암묵지이다. 마침 정류장에 도착하니 저만치서 기다리는
9700번 버스가 오고 있다. 세미나장에 올때도 그랬는데 오늘은 왠지 교통편이 잘 연결이
된다. 그러나 버스안은 이미 승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러나 이 버스를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기에 비집고 들어갔다. 밤 10시 15분 강남역을 출발한 버스는 별 막힘없이
올림픽도로를 진입하여 시속 70에서 80킬로로 계속 달려 일산 백석동에 10시 55분에
도착했다. 딱 40분 걸렸다. 내려 조금 걸어 백석역부근 버스정류장에서 다시 88번 버스를
갈아타고 집에 오니 늦은 밤 11시 20분이다. 그래도 지하철보다 40분이나 빨리 집에 도착한
셈이다.

오늘따라 큰애가 친구를 만나러 외출을 했는지 안방에는 쌍둥이녀석들이 누가 쌍둥이가
아니랄까봐 잠자는 프즈까지 비슷하게 하며 곤히 자고 있다. 녀석들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빠가 이번주 내내 미래예측과정 세미나 참석, 근로자복지기본법 개정을 위한 간담회
참석, 커뮤니티 번개 참석 등 외부 약속이 많아 너희들 학원 끝나는 시간에도 학원에 들르지
못하겠구나.

우리 사랑하는 아들들!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한단다. 사람은 현실에 안주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퇴보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선배들을 통해 배웠기에 아빠는 긴장의 끈을 놓지않고
열심히 배우는 거란다. 아빠 혼자 힘으로 경제적으로 남들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너희 셋
뒷바라지를 해야 하고 아빠의 자기계발을 위해서도 아빠는 이 세상 마지막 순간까지도 배움의
끈을 놓고 싶지 않구나. 지금 너희들과 더 많은 시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지만 아빠가
현재 하는 배움과 자기계발에 대한 투자가 장차 너희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지금 아빠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아빠는 확신한다. 또한 미래 너희 앞에 더욱 당당한
아빠로 남고 싶으니 우리 가족들 약속한대로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생활에서 최선을
다하는 생활을 하며 살자꾸나.
 
아빠는 아빠의 삶을 너무 사랑하며 소중히 생각한단다. 그리고 자신의 삶은 자신이 책임지고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을 너희도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구나.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월요일, 산더미처럼 밀린 일을 잠시 뒤로 미루고 집으로 칼퇴근을 했다. 차가 없으니
평소에는 생기기도 않던 희한한 일이나 바쁜 일들이 자주 일어나 나를 당혹하게 만든다.
바쁘다는 핑계로 2개월째 미루고 있는 다른 회사의 결산재무제표를 오늘은 꼭 마무리하기로
작심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식사를 마치자마자 띠리리~~ 집 전화벨이 울린다.

"아빠~ 저 재윤인데요. 지금 학원에 있는데 배가 무지 아파요"
"그래, 그럼 잠시만 기다려라. 아빠가 곧 갈테니"
집사람이 유방암으로 먼저 하늘나라로 간 뒤로 이제는 자식을 키우는 일이 전적으로 내
책임이 되다보니 자식들이 어디 아프다는 소리만 들어도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며
어떡하나 불길한 마음이 들며 심장이 울렁거린다. 만약 자식들에게 불미스런 일이나
불상사가 생기기라도 한다면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집사람을 무슨 낯으로 다시 만날 것인가
생각하니 머릿속은 온통 재윤이가 무사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 차게 된다.

전화를 끊자마자 반팔 조끼 하나만 걸치고(그나마 지갑과 휴대폰을 담아가야 하니) 츄리닝
차림에 학원으로 달려갔다. 학원에 도착하니 재윤이가 4층 입구 의자에 힘없이 앉아 있다.
"어디가 아프니?"
"배가요. 배가 많이 아파요"
"낮에 뭘 먹었니?"
"낮에 운동회 연습을 마치고 친구 엄마들이 아이스크림을 사오셨는데 너무 많이 사오셔서
모두들 아이스크림을 두게씩이나 먹었어요"
"으이구~~ 그래 준다고 아이스크림을 두개씩이나 먹는 사람이 어디 있니? 우리 재윤이는
정말 못말리겠다. 그나저나 참기 어렵니?"
"네, 힘들어요"
"알았다. 그럼 병원으로 가자"

밖으로 나오니 재윤이가 오한이 나는지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긴팔 잠바를 입고 오는건데... 일단 내가 걸치고 있던 반팔 조끼를 벗어 재윤이에게 입히고
꼬옥 품안에 안아준다. 예전에 쌍둥이들을 키울때 알아둔 소아과병원이 뉴코아백화점 9층에
있는데 그곳은 평일에도 밤 늦게까지 문을 열고 휴일에도 진료를 보기에 그곳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기다리지만 '택시와 여자는 기다리면 안온다'는 속설처럼 빈 택시가 좀처럼 오지를
않는다. 일산에 있는 택시들은 모두 어디를 갔나? 5분정도를 초조하게 기다렸을까 그제서야
빈 택시들이 떼로 몰려오기 시작한다.

병원에 도착하여 이름을 대니 고객명부에 재윤이 이름이 올려져 있어 금새 접수가 된다.
대기순번을 보니 9번째. 그래도 일단 병원에 오니 안심이 된다. 순번을 기다려 의사선생님
진찰을 받으니 병명이 장염이란다. 다행히 설사는 하지 않아 이틀분 약만 처방받아 학원으로
돌아왔다. 몸 상태를 물으니 배 통증이 조금 가라앉은 것 같다고 수업을 받고 가겠다고 하여
학원에서 20분정도 기다렸다가 학원수업이 끝나자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그나마 크게 아프지 않아 다행이다. 집에 오니 찬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고 장모님의
질책이 계속 이어지고... 장모님이 자식들을 나무라니 애비인 내 기분이 영 유쾌하지 않다.
이것이 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이겠지?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5월은 가정의달답게 각종 가정과 관련된 기념일이나 행사일이 많다. 5월 1일은 근로자의날,
5월 5일은 어린이날, 5월 8일은 어버이날, 5월 11일은 입양의날, 5월 15일은 스승의날이자
가정의날, 5월 18일은 성년의날, 5월 21일은 부부의날... 가장들은 5월 한달을 보내기가 너무
버겁다.

어제가 성년의날이었다. 어제 저녁에 퇴근하여 저녁식사를 하는데 장모님이 한마디 하시는
소리에 얼굴이 뜨거워 몸둘 바를 몰랐다.
"오늘이 성년의날인데 자네는 알고나 있었는가? 다른집 아빠들은 자식이 성년이 되면 데리고
나가 외식도 하고 자식에게 술 한 잔 사주면서 자식이 성년이 된 것을 축하해 준다는데 자네는
큰애가 성년이 된 줄도 모르고 어쩜 그렇게 무관심한가? 자네는 정말 쨔잖한 아빠네. 오늘
내가 규 데리고 나가서 맛있는 것 사주려고 했더니 할머니 돈도 없는데 무슨 돈을 쓰냐고
절대 안나가겠다고 그러지 뭔가?"

내가 일에 파묻혀 정신없이 보내고 쌍둥이자식들 키우는데 신경을 쓰느라 큰애가 성년이 된
줄도 모르고 지냈구나, 큰애는 이제 컸으니 제 앞가림은 스스로 하겠지 하고 믿고 내가
큰애에게 너무 무관심했구나, 성년이 된 큰애 성년의날도 챙겨주지 못한 장모님 말씀대로
쨔잖한 아빠였구나~~~

너무 큰애에게 미안하여 오늘 아침 출근하기 전에 슬그머니 복지카드를 큰애 손에 쥐어주면서
오늘 점심에 할머니랑 함께 좋아하시는 참치집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라고 했다. 지난 5월 5일
 처남과 처남댁이 집에 왔을때 어버이날에는 내가 장모님 좋아하시는 참치를 사드리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어버이날에 홍삼을 선물해드리는 바람에 참치식사 대접은 해 드리지 못해
빚진 기분이었는데 겸사겸사 잘 되었다 싶었다.

일이 바쁘다고 마음까지 가족에게서 멀어지면 안되는데, 집사람이 내 곁에 있었더라면 이런
가족 행사는 정말 잘 챙겼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러나 장모님이 말씀하신 '자네는
쨔잖한 아빠네'라는 말이 내 가슴에 큰 상처로 자리잡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싱글대디로
혼자 벌어서 집사람이 남겨 놓은 빚을 해결하면서 생활비며, 쌍둥이들 학원비에 아파트
월세까지 해결해 나가느라 하루하루가 너무도 힘든데, 매주 장모님께 매주 꼬박꼬박 드리는
생활비며 가족들 식생활비를 감당하기가 너무도 벅차 그냥 주저앉아 모든 것 포기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닌데... 그러나 정말 쨔잖한 아빠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아빠가 아닐까, 그래도 나는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아빠라고 내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아 본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요즘 쌍둥이들이 사춘기에 들어서나보다.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하고 고집도 쎄졌고
누구 말도 들으려 하지를 않는다. 누가 쌍둥이가 아니랄까봐 쌍둥이자식 중 한 녀석이
고집피우면 나머지 한 녀석도 함께 가세를 한다.

"재명재윤아 이번주에는 목욕탕을 함께 가자"
"싫어요. 우리는 집에서 그냥 샤워할 거예요"
장모님이 강하게 반대하신다.
"안돼! 이번주는 목욕탕에 가야 돼. 옷에서 때가 지지를 않고 몸에서 냄새가 나서 안되겠어"
"아빠도 같은 생각이다. 이번 주는 모두 목욕탕을 간다."
"싫어요. 저희는 그냥 집에서 샤워 할래요"

이렇게 한번 고집을 피우기 시작하면 요지부동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내가 한마디를 하면
금새 "네"하고 수긍하고 따르던 녀석들인데 요즘 확실히 변했다. 곧바로 비장의 카드를 꺼내
설득작업에 들어간다.
"재윤아! 아빠는 너처럼 고집스런 자식은 키울 수가 없구나. 너 아빠 도움없이도 혼자 살 수
있니? 그렇지 않아도 아빠는 요즘 너희 뒷바라지가 힘들거든, 네가 혼자 독립할 수 있을 때
그때에는 싫다고 하면 아빠가 이렇게 함께 가자고 하지 않을거야. 그렇지만 할머니 말씀
들으니 아빠는 함께 목욕탕을 가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어. 어떻게 할래? 혼자서
독립해서 나가서 살래? 아니면 함께 목욕을 갈래?"

그제서야 눈치 빠른 막내 재윤이가 머리를 굴리더니 안되겠다 싶었는지 가겠다고 일어선다.
두녀석이 고집을 피울 때는 그중 강하게 고집을 피우는 한 녀석을 제압하면 자동적으로
뒤에 남은 녀석은 따라 온다. 그러면서 녀석들은 나에게 새로운 거래를 시작한다.
"아빠 가면서 고슴도치키우는 이야기를 해드릴께요"
어라~~ 녀석들 슬슬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내 주머미를 털겠다는 수작이구나.
"아빠, 우리가 고슴도치를 암컷으로만 두마리를 살거예요. 고슴도치는 한마리만 사면
우울증에 걸려 빨리 죽기 때문에 새끼 두마리를 분양받을 계획인데 암수 쌍으로 사면
7개월 뒤에 바로 새끼를 낳는데요. 그러면 너무 어려서 새끼를 낳기 때문에 안좋데요.
새끼는 저희가 용돈모아 살건데 아빠가 5월 월급 받으면 집값 5만원만 보조해 주세요"
"음~~ 아빠가 이번달은 컴퓨터를 바꾸느라 돈을 많이 지출했으니 다음 달에 생각해 볼께"

헐~~ 녀석들 별걸 다 알고있네. 목욕탕 온탕에 들어가 있는데 평소에는 두녀석들이
번갈아가며 내 어깨를 주물러주고, 등 때를 밀 때도 힘들다고 내 어깨를 안마를 해주는데
오늘은 녀석들 머릿속이 온통 고슴도치 생각으로 차있는지 내가 두 녀석들 등 때를 힘들게
밀어주는데도 도통 어개를 안마해줄 생각은 않고 그저 고슴도치 이야기만 계속한다.

"재명, 재윤아! 너희는 고슴도치가 아빠보다 더 소중하니? 전에는 목욕탕에 오면 아빠
어깨를 안마해주었는데 이제는 안마해줄 생각은 않고 맨 고습도치 생각만 하네."
그제서야 아니라면 얼른 내 등뒤에 와서 어깨를 겨우 1분간 안마해주고 나가는 녀석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토요일은 쌍둥이녀석 둘 다 3시간 수업이 실과시간이었다.
금요일 밤에 학원 끝나는 시간에 갔다가 곧장 학교수업 준비물이 있다고 하여 손에
이끌려 대하마트를 갔다. 내일 학교 실과시간에 주먹밥에 샌드위치, 토스트 만들기
실습이 있단다.

남자들이 왠 요리냐 싶지만 그래도 남자도 요리를 배워두면 나중에 아빠가 출장을
가게되면 그때는 지들끼리 밥을 챙겨먹어야 하고, 또 쌍둥이들이 크면 그때는 남자
여자 역할이 어디 있겠냐 싶어 "잘 배워두거라. 나중에 아빠에게도 볶음밥과, 주먹밥,
샌드위치 좀 맛있게 만들어 줘. 알았지"하니 두 녀석 모두 "네"하며 웃는다.

형인 재명이는 샌드위치 하나만 만들기로 했다는데, 동생인 재윤이는 오지랍이 넓어
몇가지를 만든다고 한다. 꼭 집사람 성격을 닮아 일 욕심이 많다. 재명이 준비물은
토마토 2개, 매실쥬스, 1회용 접시 5개, 물티슈, 비닐 장갑으로 간단한데 재윤이
준비물은 버터, 우유 PET병 하나, 돼지고기, 유정란 20개, 1회용접시 10개, 식용유,
간장, 깨소금, 참기름, 조미료, 칼, 주걱, 위생장갑, 김가루 준비물만 한보따리이다.

재윤이가 집에 있는 큰 전기프라이팬을 학교에 가지고 가겠자고 하기에 그것은
할머니가 작년 10월에 엄마 제사음식 만들려고 사신 것이니 애지중지 아끼므로
너에게 쉽게 빌려주지 않을 거라고 했더니 장모님이 허락을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대신 준비물을 가져가라고 했더니 이렇게 준비물을 많이 맡아올 줄이야... 흐미~
적당히 눈치껏 맡아오지 누가 엄마아들 아니랄까봐 오지랍도 넓기는... 금요일 밤
11시까지 친구들에게 전화하여 준비물 체크하고 없으면 뛰어가서 슈퍼에서 사오는
걸 보니 마치 집사람 생전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그래서 피는 속이지 못하나 보다.

참기름, 간장, 조미료, 식용류를 담아서 가져가느라 냉장고에 있는 요구르트를 모두
비웠는데 찿아보니 마침 집사람이 여행을 다니면서 쓰기 위해 약국에서 얻어 놓은
약을 담는 조그만 플라스틱 병이 있어 밤 11시 30분이 되어서야 준비물을 모두 갖출
수가 있었다. 짐이 많고 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내가 학교 교실 앞까지 짐을 들어다
주었다.

우리가 발견하지 못해서 그렇지 일상의 행복은 정말 작은 곳에 있는지 모른다.
언제쯤 쌍둥이자식들 요리 솜씨를 맛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으려나?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은 스승의날이다. 쌍둥이들이 저학년이었을 때는 스승의 날이 큰 부담이었는데
6학년이 되고 보니 조금은 덜 한 것 같다.

"스승의날 무슨 선물을 준비해야 하니?"
"선생님이 선물 가져오지 말래요"
"그래도 서운한데 꽃이나 화분이라도 하나 준비해 줄까?"
매년 하던 선물을 올해는 건너 뛸려니 마음에 걸리시는지 장모님이 녀석들에게 제안을 한다.
"우리 교실은 화분도 많으니 그런 것도 가져오지 말래요"

작년만해도 스승의 날에는 미리 선물을 준비하여 챙겨드렸는데 올해는 준비하지 못했다.
어린 쌍둥이들이 있는 줄을 알고 매년 나에게 스승의날에 쓰라고 선물하시던 분이 올해는
어려운지 그냥 지나가고 내 형편도 여의치 못해 전전긍긍하던 차에 오히려 쌍둥이들의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모르겠다. 집사람이 있었더라면 못했어도 예쁜 장미꽃 한다발 만들어
스승의날 아침 등교길에 녀석들 손에 쥐어보냈을텐데....

어제 영재반학급 부모모임 총무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오늘 오후 1시에 영재반에서
모임이 있다는데 회사에서 근무를 해야 하기에 참석하지 못했다. 마음은 학부모 모임에도
함께 하고 싶고 도움도 주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남들은 아빠가 회사일로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면 엄마들이 학교에 자주 가서 자식들 돌봐주고 관철하며 부족한
것들을 챙겨주는데 나는 자식을 둘씩이나 학교에 보내놓고 회사일을 핑계대고 학부모 모임에
조차 거의 나가지 못하니 쌍둥이자식들에게도  미안하고 또 뒤에서 묵묵히 영재학급 학부모
모임을 이끌어 나가는 다른 엄마들에게 미안하다.

"재윤아, 너는 담임선생님이  좋으시니?"
"네, 선생님이 저에게 잘해주시고요 저도 선생님이 좋아요"
"재명이는?"
"저도 선생님이 좋아요. 다른 반은 공부 공부만 하는데 우리 반은 아주 즐겁게 수업을 해요."
쌍둥이들 말을 들으니 요즘 초등학교 6학년이면 선생님들의 귄위를 간혹 무시하고 권위에
도전하며 반항한다고 하는데 쌍둥이자식들은 선생님을 따르고 존경하는 것에 안도가 된다.
학생이 선생님을 존경하고 믿고 따르지 않는다면 아무리 성적이 우수하다고 한들 그 교육은
실패라고 부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시작된 한소망교회 '40일 새벽특별기도회'에 이은 '성경 66권 66일
특별세미나'가 지난주 5월 9일을 끝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이제는 내 생활도 정상적으로
일상궤도로 돌아왔다.

그동안 평일에는 108일동안 새벽기도회에 참석을 하느라 새벽 5시 40분에 일어나 세면을
하고 혼자서 아침밥상을 받아 식사를 하고 6시 20분에 집을 나서는 바람에 가족들과는
아침식사를 함께 하지 못했는데 어제부터는 정상적으로 아침식사를 함께 할 수 있어
아침에 쌍둥이자식들을 깨우는 일이며 세수를 시키고 이부자리를 개는 일, 아침 양치를
시키고 등교준비를 시키는 일 등은 모두 내 몫이 되고 있다.

쌍둥이들이 저녁에는 학원에 다니기 대문에 학원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면 밤 9시 40분,
장모님이 챙겨주시는 저녁 겸 야식을 먹고나면 금새 밤 10시 10분이 훌쩍 지난다.
다음날 학교와 학원 준비물이며 숙제를 하느라 30분정도를 쓰고나면 잠자리에 드는데
끝내고 그냥 잠자리에 든 적이 별로 없다. 일찍 자라고 매일 잔소리를 해도 두 녀석이
장난을 치며, 책도 읽고, 안방에 모기가 있다는 핑계로 무릅이며 팔 여기저기에 물파스를
바르고 뒤척거리다 보통은 밤 11시에야 겨우 잠자리에 든다. 아침에는 깨워도 일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바람에 매일 아침이면 녀석들과 일어나는 것을 놓고 씨름을 하게된다.

그런데 딱 한마디 말만 하면 이불 속에서 일어나기 싫다고 꼼지락거리던 녀석들이 벌떡
일어나 서로 먼저 안방을 나서려 소란을 피우는데 그 한마디 말은 다름 아닌
"오늘 늦게 일어난 사람이 아침 이부자리 갠다"

쌍둥이자식들은 대체적으로 경쟁심이 유별나게 강하다. 두녀석이다보니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한 경쟁심, 칭찬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불꽃튀기는 경쟁을 한다. 지난 1학기
중간고사 결과 쌍둥이 중 큰애인 재명이는 평균 96점, 막내 재윤이는 평균 95점이었다.
두 녀석의 유일한 관심은 친구들과 경쟁보다는 둘 중 누가 더 높은 점수를 받았는가이다.
비교대상이나 경쟁대상이 같은 반이나 학년 친구가 아닌 쌍둥이 둘 사이이다.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쌍둥이들 두녀석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을 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건전한 경쟁이 두 녀석들을 자극하여 더 열심히 공부하도록
유도하는 것 같아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 같다. 다만 두녀석간 경쟁이 너무 과열되어
형제간의 우애를 해치지 않도록 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유도한다.
항상 행동을 예의주시하며 자니치게 감정을 자극하는 언어나 비하하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는지 하지않은 행동을 했다고 거짓으로 상대방을 고자질을 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하고
보다 더 큰 틀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조절해 준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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