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쌍둥이인 재명이와 재윤이를 '쓰리둥이'라 부른다.
늦둥이에 쌍둥이로 나왔고, 집사람이 예기치않은 유방암으로 하늘나라로 먼저
가고 난 이후 나에게는 이제 희망둥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집사람과
나를 빼어 닮은 자식을 볼 수가 없기에 먼저 가기 위해 녀석들을 나에게 남겨두고
간 것만 같아 마음이 더 애처롭기만 하다.

매일 저녁 학원시간이 끝나는 9시 50분에 학원에 가서 녀석들을 데리고 오면서
"재명 재윤이는 아빠의 희망둥이다"라고 말하곤 한다. 제발 닮지 말기를 그토록
간구했던 지 애비의 전철을 그대로 빼닮아 에미없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이 애비의 기막힌 심정을 녀석들이 조금이라도 알기나 하리오마는 그렇게
부를 때마다 "네!"하며 씩씩하게 대답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솟구치는
녀석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집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본다.

재명이는 기관지가 좋지 않은지 감기를 달고 산다. 어제도 아이스크림을 먹지
말라고 장모님이 그토록 신신당부를 했건만 몰래 아이스크림을 먹고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재윤이는 집사람이 하늘나라로 간 그날 충격 탓인지 시력이
급속히 떨어져 그 이후 안경을 쓰게 되었는데 요즘 어지럽다고 하여 지난주
안과를 데리고 가니 눈에 바이러스성질환이 있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하여
약을 먹고 있다. 오늘도 놀토지만 오전 10시부터 학원 보충수업이 있어 부랴부랴
두 녀석을 데리고 이비인후과(재명), 안과(재윤)이를 데리고 가서 진료를 받고
학원에 늦지 않도록 내려주고 나는 곧바로 출근을 했다. 요즘 감사원 감사
중이라 요구하는 자료가 너무 많아 어제 요구한 자료를 월요일날 제출하려면
오늘 출근을 해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너희들은 돈꾸러미들이야!"하고 눈을 흘기면 "그래도 아빠는 저희가 아빠의
희망둥이라고 말하셨잖아요. 우리는 아빠의 희망둥이인걸요"하며 웃음을 짖는다.
요즘 두 녀석 모두 6월분 용돈을 쓰지 못해 안달이 났다. 재명이는 어제 500원으로
조그만 문고판 만화책을 샀고, 재윤이는 무얼 살까 고민중이다.

살아가면서 가족처럼 소중한 자산은 없다. 포기하려고 했다가도 가족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서곤 한다. 지쳐 쓰러져 있다가도 '내가
우리 가정의 마지막 보루이지! 내가 쓰러지면 안되지'하며 다시 일어서게 된다.

오늘 쌍둥이들 병원에 갔다가 기다리면서 LEMON TREE 2008년 5월호를 보니
지난 4월 3일부터 2주간 레몬트리 홈페이지에서 부부간의 트러블을 묻는 설문을
실시하여 부부들의 주요 불만(주로 여성들의 불만이라 생각됨) 5가지를 열거하였다.
1.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이 너무 원망스럽다.
2.아이 키우느라 너무 피곤해서 남편이 내 몸에 손만 대도 싫다.
3.남편의 외도로 부부간의 신뢰가 완전히 깨졌다. 결혼을 지속하는게 의미가 있을까?
4.남편은 시부모 얘기만 꺼내면 화부터 내고 나에게 참으라고 강요한다.
5.아이 교육에 대한 의견이 너무 달라서 남편과 매일 싸운다.

그러나 아무리 배우자가 밉고 매일 싸워도 살아서 지금 내 곁에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죽으면 싸울 수도, 볼 수도, 대화를 나눌 수도, 자식들 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상의할 수도 없는데.... 사람들은 배우자가, 부모님이, 자식들이
살아 내 곁에 있다는 것,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달려가 얼굴도 보고, 얼싸안을
수도 있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줄 모르고 산다. 행복은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 3월부터 쌍둥이 녀석들이 할머니와 형 지갑에서 돈을 꺼내다가 쓰는
나쁜 버릇이 생겨서 고민이 많았다. 문제는 할머니와 형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돈을 꺼내 쓰고서도 아직 어려서인지 양심의 가책이나 잘못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이를 어찌 해야 하나....

지난 3월에도 내 지갑에서 통도 크게 야금야금 5만원이나 꺼내서 친구들과
어울려다니며 불량식품도 사먹고, 피씨방가서 게임도 하며 쓰다가 걸려
혼쭐나게 엉덩이를 회초리로 때려주고 다시는 안그러겠다고 지 어미 영정사진
앞에서 다짐까지 받았는데 그것도 잠시, 지난주에 또 장모님과 큰애 지갑에서
돈을 꺼내 쓰다가 형에게 걸린 모양이다.

3월에만해도 내가 쌍둥이들에게 용돈을 주는 것이 좋겠다고 하자 애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 사주는데 무슨 용돈을 주냐며, 오히려 애들에게 돈을 주면 그
돈으로 불량식품을 사먹으라고 등을 떠밀어 가르치는 것과 같다며 펄쩍 뛰시며
반대하시던 장모님도 이제는 한풀 꺾여 나에게 앞으로 매일 쌍둥이들에게
1,000원씩 용돈을 주면 어떻겠냐고 넌즈시 묻기에 녀석들 용돈은 제가 알아서
결정하겠다고 말하고 4일 동안을 끙끙 앓으며 고민을 했다.

용돈을 주자니 이제 막 돈쓰는 재미를 붙인 녀석들에게 돈 쓰는 것을 더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고, 그렇다고 안 주자니 계속 장모님과 큰애
지갑에도 손을 꺼내갈 것이고, 집에서 돈을 가져가지 못하면 나중에는 학원이나
밖에서 남의 물건이나 돈에 손을 대지는 않을지 도무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녀석들이 공부는 잘하는데,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녀석들이 5학년이 되면서 막 사춘기에 들어선 것 같았다.

집사람이 살아있었더라면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하면서 대처하련만
이제는 나 혼자서 녀석들을 키워야하다 보니 그만큼 애들 양육에 대한 책임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집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집사람이나 나 어느 한쪽이 혼내고
나머지 한쪽은 끌어안는 방법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나 혼자서 아버지의 권위와
어머니의 자상함을 겸해야 하니 더 신경이 쓰인다. 짐승을 몰 때도 한쪽에는
퇴로를 열어두어야 하는 법, 무조건 돈을 안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또 돈을
가져갈 때마다 매번 체벌을 가하는 것만이 최선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폭력은 폭력을 낳고 잘못을 저지른 후 몸으로 때우며 그만이라는 생각에 젖게
만들 수도 있기에 고심 끝에 일단은 녀석들을 믿고 용돈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단, 기준은 월 얼마씩 기본급에 성과와 연동한 성과급을 가미하기로 했다.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이 종업원복지이니 거기서 힌트를 얻어 한달 기본 용돈을 한녀석당
10,000원으로 하고, 기말시험에서 전교 1등을 하면 추가로 30,000원, 반에서
1등을 하면 20,000원을  2등은 10,000원을 주고, 학원에서 매달 보는 월말평가에서도
1등을 하면 10,000원을, 2등을 하면 5,000원을 추가로 더 주기로 하되
용돈기입장을 반드시 쓰기로 녀석들과 약속을 하고 어제 만원씩을 주었다.

여지껏 용돈다운 용돈을 주지 않았는데 아마도 녀석들도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다
보니 얻어먹는 것도 한계가 있고 사주고 싶고, 사먹고 싶은 것도 있었을 것이고,
해보고 싶은 것, 사보고 싶은 책도 있었을 것이다. 애비에게 말하면 필요한 것을
다 사주겠지만 잔소리를 듣거나 거절당하는 것이 더 많으니 녀석들도 그동안
스트레스를 꽤나 받았을 것이다. 앞으로는 내가 필요한 것 중에서 기본적인 것만
사주고, 자신들이 사고 싶은 것은 자신들의 용돈을 모아 사도록 하면 돈에 대한
중요성도 느끼고 저축하는 습관도 키우고 짜임새있게 돈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본다.

오늘부터 2박3일로 학교에서 수련회를 떠났는데, 아마도 장모님이 추가로 준
용돈 5000원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어제 준 6월분 용돈 10,000원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용돈기입장을 보면 녀석들의 씀씀이와 절제력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 퇴근하기 전에 지방 캠퍼스에 있는 큰애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탁한 것을 등기로 보내면서 목소리나 듣고 싶었다.

중학교때 애비와 어미와 무던히 싸우며 인터넷과 컴퓨터가 좋다고 정보고등학교로
진학한 큰애인데, 대학은 취업을 생각해서인지 생소한 소방행정학과를 진학했다.

한참 공부를 해야할 고등학교 2학년 초에 어미가 유방암말기 판정을 받고 3학년 때에도
집사람 간병하느라 큰애 뒷바라지를 많이 해주지 못했는데, 걱정하지 말라며
그래도 원하는 학과에 진학하여 작년 9월에 지 어미 눈 감기 전에 수시에 합격하여
합격증을 보여주어 자식 수험생활에 짐이 될까봐 병상에서 노심초사하던 지어미가
편히 눈을 감게 해주었던 녀석이었다. 지금은 지방의 대학 기숙사에서 숙식하며
학교 생할을 하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애비 곁을 떠나 보내려니 왠지 마음이 허전하다.
그래도 집사람이 떠나고 없던 지난 겨울에는 큰애가 옆에서 말동무도 해주고,
동생들 방학숙제도 챙기며 내 짐을 덜어주려 애썼고,
집사람이 생전에 했던 그대로 매일 밤이면 너무 늦게 일하지 말라고
빨리 주무시라고 채근하며 내 주변을 얼씬거리며 시위를 하기도 했는데,
날씨가 추워지다보니 하루 세끼 따뜻한 밥으로 잘 챙겨먹고 다니는지,
옷은 춥지않게 잘 챙겨입고 다니는지, 집에서는 아침 잠이 많아 꼭 깨워야 일어나는
녀석인데 아침이면 늦지않게 일어나 수업시간에 지각하지 않고 다니는지,
학교생활은 잘 적응하며 다니는지, 외골수인 성격에 친구들과는 잘 사귀고 지내는지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것을 보니 나도 별수 없는 대한민국의 애비인가 보다.

지난 9월 초만해도 한살 위 이종사촌 형인 민규와 같은 방을 쓰고 있어
멀리 보내놓았지만 그래도 위안이 되었는데 민규가 군입대 때문에 먼저 휴학을
하고 서울 집으로 올라오는 바람에 기숙사 방에서 혼자서 지내려니 적적할텐데...

예전에 내가 중고등학교 때 자취하며 학교를 다닐 때는 직접 연탄불 갈고,
쌀을 씻어 연탄불 위에 솥을 얹어 밥을 해서 먹고 다니고,
반찬거리도 재료를 사서 만들어 먹고 김치도 직접 담구어 먹고
냉장고도 없이 애를 먹던 예전에 비하면 콘도같은 독립적인 기숙사에서
침대에서 잠을 자고, 냉난방 되고, 기숙사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호강스런
생활이지만 품 밖의 자식이라고 찬바람이 부니 걱정이 앞선다.

엊그제 콘도사 직원들과 식사를 하고 밤늦게까지 과음을 하고 들어온 날,
쌍둥이 녀석이 큰애에게 아빠가 요즘 술 많이 드신다고 일렀던 모양이다.
나에게 술을 줄이고 건강 챙기라고 전화가 오고,
쌍둥이에게 "너희는 자꾸 아빠 힘들게 하지 말라"하며 타일렀다는 말을 들으니
떠나있는 큰애가 더 애틋해진다. 이게 다 자식을 둔 대한민국 애비들의 한결같은
마음이겠지...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어제 일요일에 쌍둥이 중 막내인 재윤이는 두번 울었다.

첫번째는 요즘 컴퓨터 게임과 TV를 통해 만화영화를 너무 자주 보기에 어제
하루만 보지 말라고 조치했다. 그랬더니 안방에 들어가 펑펑 눈물을 흘리며
꺼이꺼이 서럽게 운다. 마음이 아파 안방에 들어가 재윤이를 품에 안고 왜
우는지? 아빠 조치가 뭐가 잘못된 것인지를 조심스레 물었다. 그랬더니 자기
나름대로 논리를 편다.

"아빠! 요즘 학원수업을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렇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매일 보는 테스트에서도 틀리지 않고 그래서 보충도 받지 않고 있어요. 요즘은
중간고사 기간이라 토요일에도 보충수업을 받고 있어요. 일주일 내내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힘든데, 일요일에라도 컴퓨터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데 그것도 못하시게 하시면 우리는 너무 숨 막혀요!"

"휴~~~ 그래, 네 말도 일리는 있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대신 일주일
동안 학교와 학원 수업 잘 듣고, 숙제도 잘 하는 조건으로 컴퓨터 게임을 하도록
조치해 주었다.

두번째는 저녁 식사후 KBS드라마 대조영을 보지 말고 그냥 일찍 자라고 했더니
또 두녀석 모두 방 안에 들어가 훌쩍 훌쩍 서럽게 운다.
"대조영을 못보는 것도 스트레스로 쌓이니? 다음 주에 재방송보면 되잖아?"
"대조영은 재방송이 안되거든요. 대조영은 재미있고, 역사공부도 되잖아요?"
"좋다. 지금 9시부터 잠을 자고, 시작하는 9시 45분에 한번 깨워주마, 대신 그
시간에 깨워도 한번에 안일어나면 아빠는 더 이상 책임 못진다."
"네!"

한번 잠에 곯아 떨어진 녀석들이 밤 9시 45분에 깨운다고 쉽게 일어나겠는가?
아침에 일어나니 두 녀석들 입이 퉁퉁 부어있다. 아침 식사시간까지도 꽁하고
토라져 있기에 참다 못해 한마디 쏘아 부쳤다.
"아빠는 막내인 재윤이를 정확히 한번 깨웠고, 그때 못 일어난 너희 책임이 더
크다. 그리고 아빠나 가족보다도 대조영 드라마가 더 소중하니?"

그제서야 튀어나온 입이 조금은 들어간다.
갈수록 고집도 세어가고, 자기 의견도 강하게 주장하는 것을 보니 커가나 보다.
그러나 가족보다는 자기 편의 위주의 떼쓰기가 더 많아 이해를 시키고 달래는데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엄마가 있으면 안으로 애들을 감싸면서 메마른
정서를 다독거릴텐데, 엄한 아빠 역할에 그동안 익숙해진 나에게는 아무래도
부드럽게 애들을 이해시키고 다독거리는데 익숙하지 않아 조심스럽다.

뜨거운 열정을 식혀가며, 안으로는 부드러움으로 예민한 두 녀석들 뒷바라지를
하려니 강과 약을 겸비하여 지도한다는 것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철없는 두녀석들은 이보다 더한 주장도 할 것이고, 때론 행동으로
저지를텐데, 등을 토닥거리며 수습하며 때론 내 혼자서 가슴앓이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 답답함도 느낀다. 그러나 내 아픔이 애미없는 자식들의 아픔보다
더 클것일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고 비뚤어지지 않도록 잘 키워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애들 언행은 사소한 일이라도 지나치지 않고 관심있게 지켜보다
보니 신경이 곤두서기도 한다.

그러나 집사람이 간 이후 여지껏 해 온 것처럼 향후에도 나는 잘 해 낼 것이다.
자식양육은 부부 중 결국 산 자의 몫이니까...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쌍둥이인 재명이와 재윤이는 고집이 아주 쎄다.
확실한 증거를 들이대야 그제야 고집을 꺾는다.

오늘도 재윤이 녀석이 감기약을 먹는데, 점심때 먹는약과 아침, 저녁때
먹는 약이 다르다며 한사코 아침 약 먹기를 거부한다. 아침 약 가운데
갈색의 작은 약이 있는데 그것을 먹으면 잠이 온다며 학교 수업시간에
지장이 있다고 끝까지 안먹겠다는 것이다.

장모님과 재윤이 사이에 30분 정도 실랑이가 있었고,
결국은 재윤이가 갈색 약을 빼고 감기약을 먹었다. 쌍둥이 녀석들 고집이 쎄다.
어쩌면 아빠와 엄마 고집을 그대로 쑥 빼닮았는지 모른다. 게다가 요즘은
TV나 인터넷을 통해 줏어듣는 정보가 많아서인지 옆에서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확실한 증거를 들이대지 않는 한 어지간해서는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런 녀석들을 지켜보고 있으면서 나는 녀석들의 의견이 큰 무리가 아니면 그냥
존중해주는 편이다. 살다보니 사람은 자신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태어나 딱
한번 살다가는 소중한 삶인데 부모가 시키는대로, 부모의 의지대로, 부모가 원하는
판박이처럼 살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다만 너무 지나치고 무리한 고집이나 주장은
적당한 선에서 제지를 시키지만 각자의 개성껏 살게 해주고 싶다.

두 녀석이 싸울 때도 장모님만 안 계시면 그냥 제풀에 꺾일 때까지 두고 싶다.
둘이서 치고 박고 싸우면서 타협과 화해하는 법을 녀석들 스스로 배우고 깨닫게
하고 싶다. 나도 지금 포스코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동갑인 막둥이 삼촌과는
아주 어려서부터 항상 라이벌 의식이 있었고 대학교에 진학해서까지도 다투고
살았다. 당시는 광주에서 둘이 자취를 하면서 살았는데 내가 대학을 졸업후
ROTC를 지원하여 장교로 임관했을 때 막내삼촌은 2학년 2학기때 군입대를
하여 병장이었다. 항상 삼촌과 조카라는 혈연관계에서 형성된 위계질서로 나는
복종만을 강요당했는데 군 입대를 하니 장교(소위)와 병(병장)으로 군
계급관계에서 상하관계가 처음으로 뒤바뀐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삼촌과 나는
진정으로 서로를 존중하게 되었다.

나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진정한 마음의 화해를 했는데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 녀석들에게 양보와 화해를 강조하고 강요한들 먹히겠는가? 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다 해결되겠지... 그리고 애비는 그 사이에 많은 안타까움과
속앓이의 시간을 인내하며 보내게 될 것이고...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 부서 회식이 있어 늦게까지 식사를 하고 당산역에서 일산 집으로 출발하면서
10시경에 큰애에게 문자를 날렸다. "아빠 당산역에서 지금 출발한다"

예전에는 집사람은 눈치가 빨라 문자를 보내면 버스 정류장이나, 아파트 입구까지
나와있기라도 했는데... 싱글대디인 내 입장에서 애들에게 이러한 환대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줄 알면서도 한번쯤은 환상에 젖어보곤 한다.

요즘 겨울방학이라 큰 애가 집에서 쌍둥이동생들을 챙겨주니 그나마 마음의 부담을
덜게 된다. 아까 8시경에 집으로 전화를 하니 쌍둥이들과 오늘 읽은 위인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집에 늦게 가도 집사람이 "고생했수!" 한마디만 하면
쌓였던 피로가 금새 풀리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청량제와 같은 이야기를 해줄 사람도
없고 힘들다고, 오늘 중요한 일을 했다고 마음속 이야기를 나눌 대화상대가 없다보니
하루의 피로가 고스란히 쌓여가는 것만 같다. 부부는 아무리 웬수지간이라도 살아서
대화를 나누는 그 자체가 축복이다. 그래도 오늘은 밤 10시 55분에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 큰애가 얼른 일어나 나를 반갑게 맞아주니 적적함과 외로움이 조금은
해소가 되는 것 같다.

나를 닮아, 아니 나보다도 훨씬 더 융통성이 없는 큰애를 보면 걱정이 된다.
요즘 신세대들은 알콩달콩, 살갑게 대해주어야 하는데 큰애는 누굴 닮았는지 도무지
살가운데라고는 찿아볼 수가 없으니....

나중 애인이라도 생기면 그때는 좀 변할려나?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여보! 지금부터 딱 1년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쌍둥이들 아직 정신 못차리는 3학년이니, 4학년까지 1년만 더 키워놓으면 그때부터는
자기네들이 스스로 앞가림을 할 수 있고 사리분별을 할 수 있을테니.... 그러면 나도 조금은
마음을 놓고 갈 수가 있을텐데..."

집사람이 생전에 그토록 더 갖고 싶어했던 1년하고도 두달이 훌쩍 지나갔다. 이틀후면
2007년 한 해가 또 지나간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1년, 우리 가족과 함께 하고 싶었던
1년이라는 시간을 나는 어찌 보냈는가?

다행히 그 1년동안 별다른 동요없이 명이와 윤이가 잘 이겨내 주었다.
명이와 윤이는 흔들림없이 학업에 열심이다. 명이는 이번 2학기 시험에서
한 문제만 더 맞았어도 반에서 1등을 했을텐데 아쉽다고 할 정도로 공부도 잘 따라가고
있다. 하늘은 가족 중에 한사람을 데려간 대신 가족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었고
이전부다 더 아끼고 단단하게 결속시켜 주었다.

그러나 "사내근로복지기금 회계실무" 책자를 발간하기로 했던 계획은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홀로서기를 하는 내내 가정과 회사 일,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와 커뮤니티 관리를 병행하기가
만만치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한 해이기도 했다.

1년 중 대부분은 회사 근무시간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 명이와 윤이를 챙겼다.
아마도 이런 나의 시간배려와 장모님의 뒷바라지가 있었기에 명이와 윤이가 학교와
학원의 학습진도를 잘 따라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회사 일도 내가 야근을 하지 못하는
관계로 업무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날 끝내지 못한 일은 집으로 가져와 밤 늦도록
해가며 처리했고, 부족한 시간 속에서도 커뮤니티에 많은 칼럼과 글을 올렸다.

싱글대디는 아빠를 대신할 사람이나 대타가 없다. 예전에는 내가 회사 일이나 커뮤니티,
강의 관계로 사람을 만나도 집사람이 있어 빈자리가 없었으나 이제는 금새 표시가 생긴다.
TWO WAY의 선택권에서 ONESIDE WAY라는 절대권을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고독을 느꼈지만 고독하다고 누구에게 말하지 못했던 기간이기도 했다.
부부가 얼굴을 맞대고 함께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고, 쇼핑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한 이불 속에서 손을 꼬옥 잡고 잠을 잘 수 있는 이들은 정녕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화상대가 있다. 힘들고 외롭고, 아프고, 고민거리를 서로 전할 상대가 있기에 남에게
털어버리면 그 상처나 고통, 아픔은 절반으로 줄어들거나 그냥 세월 속으로 쉽게 묻어
보내버릴 수 있다. 그러나 대화상대를 잃은 나는 그래서 외로움과 아픔을 글로 대신 써야
했다. 글이 유일한 고민이나 스트레스의 해소통로가 되었던 셈이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 토요일은 놀토였다.

쌍둥이 재윤/재명이가 학교를 갔다 집에 오니 낮 12시 30분이 되었다.

모처럼 칼국수나 먹자고 장모님을 졸랐다. 집안 기둥역할을 하던 딸을 먼저 하늘나라에
보내고, 날 때부터 기른 첫 외손주마저 올해 3월초 멀리 나주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여
대학 기숙사에 들어간 이후 부쩍이나 적적해 하시는지라 토요일이라 좋아하는 칼국수를
대접해 주고 싶었다. 치아가 좋지 않아 고기를 별로 드시지는 않은데 일산칼국수집
닭칼국수는 잘 드시고 좋아하신다.


집사람이 살아있을 때는 우리 가족 꼭 한달에 두서너번 꼭 닭칼국수로 외식을 하였으나
지난 2005년 5월초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은 이후 닭칼국수가 암환자에게는 좋지 않다고
하여 일체 먹지를 않았다. 자연히 외식 기회가 줄어들게 되었다. 집사람은 괜찮다고 본인
개의치 말고 가족들 외식을 하라고 성화였지만 남은 가족들 마음이 환자를 두고 먹는
음식이 목에 넘어갈 리가 있겠는가!


도착하니 역시나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맛있는 집은 어디에 있더라도 항상 손님이 찿는 법, 10분을 기다려서야 겨우 자리를 잡았다.
요즘 재명/재윤이가 크려는지 식사량이 많이 늘어 나보다도 더 많이 먹는다. 큰 그릇의
칼국수를 다 먹고서도 부족한지 내 쪽 그릇을 자꾸 넘보기에 조금 덜어주니 그 마저도 싹싹
다 비운다. 이만원으로 우리 가족 모처럼 맛있는 외식을 하였다.


요즘 들어 부쩍 잘 싸우는 쌍둥이 녀석들 때문에 장모님이 힘들어 하신다. 4학년이 되었으니
이제는 자기 주장이 강해지는 시기이니 둘 사이 의견충돌이 생기는 것은 자주 자연스런 현상이다.
요즘은 사사건건 의견충돌도 잦고 심할 때는 고성에 육체적인 충돌까지 있는 모양이다. 억센
사내 녀석들인지라 연로하신 장모님이 다루고 길들이기에는 벅차신지 요즘에는 부쩍 힘들다고
하시면서도 하룻밤 주무시고 나시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새 잊으신다. 나도 평일에는 거의
외부 약속을 하지 않고 곧장 퇴근하여 집으로 와서 재명/재윤이 숙제도 거들고 함께 지내고 있다.


칼국수를 먹고 와서, 토요일이라 그동안 통제하고 있던 PC게임을 허락하자 PC게임에
몰두해 있는 두 녀석들! 이렇게 PC게임을 시켜주면 그 시간 동안은 조용하다. 장난은 다소
심하지만 그래도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학교와 학원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지난 15일 사무실에서 회식을 하면서 마포에서 먹은 소고기보다도 더 행복한 식사이다.
마포에서 회식할 때에는 소고기 1인분이 23,000원 이었고 사무실 식구 6명이 식사를 하는데
금액이 무려 275,000원이 나왔었다. 오늘 우리 네 가족이 먹은 칼국수 값은 고작 이만원으로
마포 식당의 소고기 1인분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나에게는 그때 보다도 훨씬 더 큰 행복함과
충만감을 느끼게 한다.


일에 미쳐 열정적으로 지내는 사람은 가족과 동료들을 소홀히 하기 쉬운 법, 그래서 가정생활은
대개 이혼을 하거나 별거에 이르는 등 개인적인 삶은 불행한 편이다.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하고 지켜야 할 것은 가정이다. 아무리 일이 바빠도 가족과 주위를 둘러보는 삶의 여유가
절실한 요즘이다. 
가족의 행복은 물질보다는 가족 서로간의 아껴주고, 사랑하고 배려해주는
사소함에 있음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어제는 회사에서 일이 많았다.
이사회가 열려 자료 준비, 진행, 마치고 나서 회의록 작성, 회의록 결재...

2007년 임금인상(안)이 어제 결정되어 관련 규정을 개정하여 다시 상정해야 한다.
항상 12월 끝자락에서 임금이 결정되다보니 실무자들만 쌍코피가 터진다.

2007년 임금인상 을 상정하기 위해 규정개정(안)을 작성하고, 개인별 임금인상액을
따져보고, 부족한 계정은 예비비를 사용하여 예산을 채워야 한다.

2007년 손익추정도 해야 하고....

남들은 모두 퇴근하고 혼자서 사무실에 남아 새벽 한시 넘어서까지 작업을 하다
집에 퇴근해보니 밤 1시 40분이 되었다. 거실은 책과 노트며 문구, 평소 쌍둥이들이
앉아서 공부하는 작은 공부상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밤 12시 넘어서까지 쌍둥이
녀석들이 잠을 자지않고 아빠를 기다리며 숙제를 했다고 한다. 내가 주섬주섬
책이며 노트, 학원교재를 챙겨 정리를 해주었다.

장모님은 엊저녁 쌍둥이 녀석들이 밤 늦도록 공부한다고 시끄럽게 하는 통에 잠을
설쳤다고 정신이 없고 기운이 없으시다고 연신 불평하신다.

이런 일이 생길까봐 어제 밤 10시에 집으로 전화를 하여
큰애에게 밤 10시에 쌍둥이들을 재우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큰애의 말도 듣지 않고 숙제를 해야 한다고 우긴 모양이다.

공부를 하고,
숙제를 하겠다고 하니 큰애도 말리지를 못한 모양이다.

이렇게 쌍둥이들이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으니 내가 회사에서 밀린 일 때문에
야근을 하고 싶어도 생각을 접고 일찍 퇴근을  해야 한다.
쌍둥이들이 누굴 닮아 저리도 고집들이 쎈지...
그러한 고집을 공부하고 세상을 리드해 나가는데 사용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 될 것이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초등학교 재명이와 재윤이가 다니는 학원도 변화가 심하다.
쌍둥이 녀석들이 다니는 학원에도 반기에 한두번씩 학부모 세미나를 개최하곤 한다.
외부 강사를 모셔다 세미나를 열며 학원 자랑과 홍보를 곁들인다.

오늘은 논술교재를 집필한 모 교수를 모셔다 세미나를 하는데, 참석하여 들어보면
나름대로 재미도 있다. 강사가 지난 2006년 서울대 논술시험에 출제된 문제인
"개미가 몸집이 지금보다 백만배로 커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참석한 학부모들에게
그대로 던진다.

"잡아다 일을 시킨다"
"개미와 인간들의 싸움이 될 것 같다"
"잡아다 훈련시켜 쇼에 출연시켜 돈을 벌어야겠다. 새끼를 낳아 분양하면 돈벌이가
짭짤하겠다" 등 다양하고 많은 답들이 나온다. 논술은 답이 없다. 그럼에도 시험에서는
합격하는 자와 탈락하는 자가 생긴다. 서울대의 채점기준이 있어 이 잣대를 가지고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채점기준은 창의력 40점, 논증력 30점, 이해분석력 20점, 표현력 10점이라고
한다. 결국은 이번에 학원에서 논술과정을 개설하였으니 신규로 학생을 모집하기 위한
사전 포석인 셈이다. 강의장 바깥에는 이번 기말고사에서 전교에서 1등과 2등, 3등을
한 학생 명단을 큼지막하게 게시해 놓고 전교 1등은 한달 수업료 100% 면제, 2등과
3등을 한 학생은 한달 수업료의 50%를 면제해 준다고 하며 세미나에 참석한 학부모들을
보이지 않게 자극시킨다.

남들은 전교에서 1등을 하고, 특목고 반에 편성되어 공부를 한다는데 눈에 불꽃이 튀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기를 쓰고 방학동안 하는 기본 과목에 더해 각종 세미나
과목까지 특강에 등록하게 만드는 법이다. 가계에 무리가 가는 줄을 알면서도 자녀
뒷바라지 해주는 못하는 능력없는 부모라는 소리는 듣기 싫어 무리를 하게 되나 보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때는 공부를 등한시해도 중학교때부터 정신을 차려 공부하면 곧장
우등생이 될 수 있다는 소리는 전설이 되어가는 것 같다. 점점 교과과정이 가르치기
어려워지고 내용도 심화되어가는 것 같다. 아직은 내가 재명이와 재윤이를 가르칠 수는
있으나 1~2년 뒤에도 가르칠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우등생은 스스로가 아닌 부모의
관심과 사랑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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