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명아, 뉴코아백화점 지하에 가보니 고슴도치가 한마리 가격이 십만원이나 하던데..."
"아빠! 쉿~~~ 아직 할머니께는 비밀이예요"
눈치 빠른 장모님은 금새 녀석들의 의도를 간파하시고 한마디 거드신다.
"할머니는 너희 키우기도 힘들어서 고슴도치 못키워~~"
"아이~~ 할머니는 저희가 그냥 알아보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 친구 중에 고슴도치를
집에서 키우는 친구가 있는데 그친구가 그러는데 고슴도치는 키우기가 쉽데요. 먹이만
주면 오래 산데요. 수명이 10년이나 된데요."

일주일전 쌍둥이 녀석들이 내게 다가와서 고슴도치를 사서 키우고 싶다고 했다.
녀석들이 무언가 몰입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좋다. 그리고 그것이 건전한 것이라면
나는 굳이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하긴 1년전 녀석들의 좋지않은 손버릇과 PC게임
중독으로 인해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이를 고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다름아닌
식충식물 키우기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그냥 밥만 준다고 해결이 되나? 청소며 물주기
등 번거로운 뒷감당을 해야 하는 것은 장모님이나 내 역할이기에 마냥 좋다고 환영할
만한 것은 아니다. 반드시 녀석들과 사전에 거래를 하여야 한다.

이번 고슴도치 구입도 구입 뿐 만아니라 먹이를 계속 공급하는 문제며, 우리안 청소,
키우는 장소 등 골치 아프고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리고 공부를 등한시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아빠! 고슴도치는 혼자 키우면 우울증 걸려서 오래 못산데요. 그래서 한쌍을 사서
키우는 것이 좋데요""(헉~~ 한마리도 아니고 두마리 씩이나?? 그럼 식비도 두배?)
"아빠 고슴도치 이름을 우리가 정했어요. 하나는 고슴이, 하나는 도치, 이름 괜찮죠?"
"고슴도치는 분양받으면 더 싸데요. 재명이랑 저랑 지금 용돈 86,000원 모았거든요.
고슴도치는 저희가 용돈을 모아 살테니까 아빠가 집하고 먹이 56,000원을 대주세요"

쌍둥이녀석들이 일단 고슴도치를 사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매일 와서 귀찮을 정도로
재잘거린다. 인터넷도 들어가 가격을 알아보고, 키우는 방법도 읽어보고 서로 대화를
나누며 연구하고... 이렇게 '쌍둥이네 고슴도치구입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쌍둥이녀석들 뒷바라지에 키우기도 벅찬데 우찌 고슴도치부부까지 키울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 장모님이 모처럼 영등포를 나가서 지인을 만나고 오시더니 말씀하시네요.
"무자식이 상팔자여~~"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그제서야 오늘 나가서 들은 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지인은 재혼을 하셨는데
재혼시에 지인도 자식(아들)이 한명, 배우자쪽도 자식(딸)이 한명 있었고 그후 결혼하여
낳은 딸자식이 한명, 합해서 자식이 셋이 있습니다. 막내딸은 결혼을 했다가 이혼하고
지금은 미국에서 공부를 하며 혼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첫째 딸은 진즉 출가하고, 지금은 지인되시는 분이 낳은 첫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아들이 나이가 사십중반에 들어섰는데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속을 썩이는
모양입니다. 나이도 그렇고 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딸자식이 하나 있는데도 영업용택시
기사를 하면서 번 돈은 몽땅 술을 마시는데 쓰고 집에는 돈 한푼 갖다주지 않아 딸은
학원비가 없어 학원에도 보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친척의 사업체를 돌봐주며 생활비라도 벌던 지인의 남편분마저 작년 봄에 고혈압으로
쓰러져 집에서 요양중이라 고정수입도 없는데 그나마 지인의 남편분이 낳으신 큰딸이
쌀이며 반찬도 팔아서 보내주고 생활비를 대주는 덕에 그럭저럭 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큰사위가 사업을 하는데 그나마 장사가 잘 되어 도움을 많이 준다고 합니다.

지인분은 큰 딸을 키울 때만 해도 잘 나가던터라 본인이 낳은 딸자식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키울 때 구박을 참 많이 했는데도 변함없이 잘해주니 미안하고 키울 때 잘해줄껄 하는
후회가 든다고 합니다.
 
반면에 본인이 낳은 아들자식은 영업용 택시기사를 하면서도 본인 휴대폰요금조차 낼
돈이 없어 엄마에게 돈 달라고 손을 벌리고, 돈이 없다고 거절하자 집안에 있는 화분을
방바닥에 던져 깨부수고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무서워 경찰에 신고하여 경찰이 출동하고
119구급차가 와서 진정제를 놓아주어 겨우 수습이 되는 한바탕 큰 소동을 최근에 겪은
모양입니다.

한달 전에는 손자의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전화가 와서 학교에 들렀더니 손자가 도통
공부를 하지 않고 성적이 반에서 뒤에서 5등이라고 제발 집에서 신경 좀 쓰라고 하는
소리에 창피하여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더랍니다. 그 자존심 강한 지인분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으면 '자식이 웬수고,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신세한탄을 했을까?

그 이야기를 들으니 비록 나는 물질적으로는 가진 것이 넉넉하지 못하여 마음고생은
하지만 반듯하게 자라주는 큰애와 쌍둥이자식이 때문에 보람과 웃음을 잊지않고 살고
있으니 감사함과 행복함을 느낀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우리집은 매주 해야하는 일이 정해진 날짜가 있다. 토요일은 일주일분 시장을 보는
날이고 일요일은 오전에 목욕탕을 다녀와서 교회를 가는 날이다. 이런 규칙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어 말을 하지 않아도 토요일은 시장을 하는 날로 인식하고 반찬이며
음식물 사용도 토요일에 시장을 보는 것으로 맞추어 조절을 하기 때문에 토요일
아침이면 냉장고가 텅 비게 된다. 그러면 토요일 낮에 시장을 봐서 다시 채우고...

매주 장모님께는 20만원을 생활비로 고정적으로 드리고, 시장을 보는데도 세자식들이
특히 쌍둥이자식들은 한참 크는 시기라 식성이 좋아 일주일에 장보는데만 족히 20만원이
넘게 든다. 마트를 가보면 보이지 않게 물건값이 많이 올라 있다. 우유값도 그렇고
음료수값도 그렇고, 생선값도 그렇고, 농산물 가격도 많이 올라서 회사 봉급은 수년째
제자리인데 물가는 계속 올라만 가니 생활이 참 버겁다는 느낌이 든다. 여기에
사교육비도 내릴 줄 모르고 올라만 가니....

장모님과 함께 재명이를 데리고 근처 대하마트를 갔다. 카프리썬을 세일하기에 두박스
(7,600원), 간장 1병(7,200원), 동치미냉면 2개(4,650원, 6700원), 닥터캡슐 1줄(3,400원),
불가리스 1줄(장모님, 3,800원), 딸기요플레 1개(2,200원), 불가리스키위 1줄(2,300원),
미역 1개(1,080원), 조기 두드룹(18,000원), 갈치(16,000원), 찰토마토 1박스(17,800원)
바나나(17,800원), 쇼핑봉투 50원 도합 94,760원이 들었다.

쥬스류를 사지 못해 다시 운동삼아 세탁물을 들고 뉴코아백화점까지 걸어갔다.
세탁물을 맡기고 지하 킴스클럽을 들러 불러보며 부족한 물품을 추가로 구입했다.
동치미물냉면 1개(5,360원, 이 상품은 킴스클럽이 세일을 하여 대하마트보다 쌌다),
닥터캡슐 1줄(3,900원), 선키스트포도쥬스 1개(큰애가 먹는 쥬스 5,500), 당근농장
3개(8,940원), 뉴질랜드산 키위 2개(5,960원), 꿀호떡 1개(990원) 합계 30,650원에
장바구니를 가지고 가니 50원 할인하여 30,600원을 지불하고 오는 길에 딸기가
먹음직스러보여 1팩 2,000원, 녀석들 낮 간식으로 계란빵을 4,000원어치 사가지고
왔다. 짐이 무거워 버스를 타고 오는데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환승을 하면서 그만
내릴 때 버스카드를 요금창에 대지 않고 내리는 바람에 환승버스요금 할인을 받지
못했다. 쩝~~ 800원이 순식간에 날라갔네.

어릴적 할아버지가 외출을 다녀오시면 항상 손에 과자나 떡을 가져오시곤 했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외출을 하시는 말에는 언제 오시나 손꼽아 기다리곤 했는데,
시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어릴 때 할아버지가 외출을 하시고 집으로
돌아오실 때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사가지고 가는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 모습을 상상하면 무거문 쇼핑가방이 그다지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먹고싶어 산 음식은 가장 싼 990원짜리 꿀호떡 하나지만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 모습, 자식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끼며
내일의 희망을 쏜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한소망교회 '성경통독 66권 66일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출근하는 길에 쌍둥이들이
일어났나 집으로 전화를 하니 재명이가 반갑게 받는다.
"아빠! 오늘 일찍 오세요"
"알았다. 아침은 먹었니?"
"네, 지금 먹고 있어요"
"학교 잘 다녀오거라"
"네, 아빠도 일찍 오세요"
"알았다"

오늘은 정국장님이 일찍 퇴근하자고 재촉을 하신다. 6시 5분에 퇴근을 하는데 파천교를
지나니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밀려 있다. 오늘이 어버이날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일찍 퇴근을 서두르는 모양이다.

띠리리~~ 집에서 전화가 걸려오고 재윤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빠! 오늘 학원에서 칭찬쿠폰으로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어요. 학원으로 직접 오세요.
저희가 그동안 모은 칭찬쿠폰으로 맛있는 것 많이 사드릴께요"
"그래 알았다"

마음 조이며 겨우 집에 도착하니 오후 6시 45분,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양복을 갈아입고
가려니 장모님이 얼른 가라고 채근을 하신다.
"재명재윤이가 기다릴테니 얼른 가보소"
결국 양복도 갈아입지 못하고 곧장 학원으로 향했다. 백마공원길은 요즘 한창 공사중이다.
멀쩡한 길을 도로포장을 새로 한다고 벽돌을 걷어내고 길을 다 헤쳐놓았다. 경제도 좋지
않은데 이런데 주민들의 소중한 세금을 써야 하는지 영 못마땅하다. 서둘러 발길을 재촉해
학원에 도착하니 저녁 6시 55분.

학생들로 붐벼야 할 학원이 얼레~~ 너무 조용하다.
"재명이와 재윤이 없어요?"
"재명이와 재윤이는 30분전에 집으로 간다고 갔는데요"
"엥~~ 지금 집에서 오는 길인데... 오늘 칭찬쿠폰으로 파티 한다던데..."
"칭찬파티는 5시에 시작해서 한시간 전에 끝났는데요"
"........"

파티는 한시간 전에 끝났고, 녀석들은 집에 오지도 않았고...갑자기 불길함이 엄습해오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녀석들이 어디를 갔나? 설마???? 작년에 한동안 학원에서 공부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몰래 피씨방을 드나들다 걸린 적이 있었는 그때 기억이 떠오른다.
'아니야~~다음부터는 절대 안그런다고 아빠와 굳게 싸나이대 싸나이로 약속을 했는데...
더구나 오늘은 어버이날인데"

발길은 어느덧 분주하게 근처 피시방을 향하고 있었다. 학원 맞은편에 있는 엄지PC방을
들어가니 초등학생부터 중학생들이 지하 1층 어두컴컴한 방을 가득 메우고 연신 PC자판을
두들기며 요란한 음향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다. 흡연석과 금연석이 엄연히 구분되어
있다지만 온통 담배연기로 자욱하다. '저 애들도 집에다는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겠지' 싶으니 내 마음이 더 조급해 진다. 조금 떨어진 젠PC방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다시 목욕탕 건물까지 걸어가 2층 아레나PC방을 올라가 둘러보니 다행히도
쌍둥이들 모습은 보이지를 않는다.

그럼 지금 이 시간에 어디를 갔단 말인가? 터덜터덜 힘없이 집으로 걸어오는데 휴대폰이
울리며 낯선 전화번호가 뜨며 재윤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빠! 지금 어디세요?"
"응, 너희 학원 옆 육교밑인데... 지금 어디에 있니?"
"저희 지금 한신아파트 305동 옆이예요. 그럼 지금 금방 갈테니 육교 위에서 기다리세요"
"알았다. 빨리 오너라"

마두공원까지 걸어가 5분정도 기다리고 있으니 또래 학원친구 5명과 함께 걸어온다.
"백송마을에 가면 4층자리 놀이기구가 있어요. 친구들과 함께 거기에 가서 놀았어요"
"아빠는 너희들이 또 PC방을 갔나 하고 놀랬잖아"
"에이~ 아빠도~ 저희가 다시는 PC방 안간다고 약속했잖아요?"
"참, 그랬지"
녀석들에게는 차마 아빠가 세군데 PC방을 둘러보았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싸나이 대
싸나이로 손가락을 걸고 아빠와 했던 약속을 잘 지켜주고 있는 쌍둥이자식들이 대견하며
감사하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내일은 어버이날, 한달전부터 시골 아버지와 어머니께는 무슨 선물을 보내드려야 할지,
모시고 사는 장모님께는 또 무슨 선물을 해드려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옷을 사서
보내드리기도 그렇고 그냥 돈으로 부쳐드리기로 마음먹고 시골 집으로는 어제 이번에
새로 출간한 '사랑하지만 한번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등기로 보내드리고 오늘
아버지 통장으로 10만원을 송금해 드렸다.

장모님께는 우리 가족에 대한 책을 썼다는 말을 못드리고 있어 늘 사다드리는 건삼 6년근
15편짜리를 두개 오늘 구입하여 내일 아침에 드리려고 한다. 매일 새벽 5시 30분, 나보다
항상 먼저 일어나 내 새벽밥을 챙겨주시고 쌍둥이들 아침이며, 오후 간식, 저녁까지
준비해주신다. 회사에서 야근으로 늦는 날이면 건강 잘 챙기라고, "자네마저 아프면 불쌍한
이 새끼들 누가 뒷바라지 하겠는가?" 하시며 건강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 주신다.

매일 밥상에도 올라오는 가장 크고 굵은 생선은 "이건 아빠가 먹고 일 열심히 해서 너희
뒷바라지 해야 한단다"하시며 내 앞에 놓아 주신다. 내 대신 우리 가족들 챙겨주시며
살림을 도맡아 해주시는 장모님께는 뭐라 감사의 말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1988년 4월 결혼과 함께 같이 모시고 살면서 큰애를 낳자 지금까지 길러주시고, 이제는
쉴만한 때 쌍둥이자식들이 덜컥 들어서는 바람에 다시 두 사내녀석들 키우고 뒷바라지
하느라 편히 쉬어보지 못하셨다. 2006년 11월 집사람이 먼저 하늘나라에 가면서 쌍둥이들
뒷바라지를 부탁하는 바람에 연로하신 몸으로 계속 녀석들 뒷바라지를 해주고 계신다.

내가 매일 자식들 먹고, 입고, 자는 것에 신경쓰지 않고 회사 일과 내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가 장모님 덕분이다. 여유가 되면 치아도 새로 해드리고
싶고 매년 건강진단도 받게 해드리고 싶은데 생활에 여유가 허락하지 않아 안타깝기만
하다.

집도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여 넓은 방도 하나 쓰시라고 드리고 싶고, 그토록 원하시는
침대도 하나 사드리고 싶고, 일주일에 한번은 온 식구들과 함께 나가 외식도 시켜드리고
싶고, 가끔은 집안일 잠시 떠나 머리 식히시라고 여행도 보내드리고 싶다. 그리고 빨리
차를 장만하여 마음이 울적할 때 먼저간 딸 체취를 느낄 수 있도록 청아공원에도 자주
모시고 다니고 싶다. 이러한 희망이 빨리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내가 열심히 삶을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윤이에게 저녁 식사후 곧장 양치를 하라고 했다.
윤이는 아마도 3분간 꼼꼼하게 양치를 했지만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명이가 윤이가 양치질을 1분밖에 하지 않았다고 고자질을 하자(실제
확인하지도 않고 1분밖에 양치를 하지 않았다고) 명이 말만 믿고 막내 윤이에게
다시 양치를 하라고 말했지만 윤이는 억울하다며 계속 하지않고 항변하였다.

"윤이! 어서 가서 다시 양치질을 해! 이건 아빠의 명령이야."
"아빠! 저 정말 3분넘게 양치질을 했단 말예요. 저 정말 억울해요"
"그걸 본 사람이 없지 않니? 잔말말고 가서 다시 양치를 하란 말이야"
계속 미적거리며 양치질을 하지 않고 입이 부어 버티고 있는 윤이에게 나는 아빠의
지시에도 따르지 않는 자식은 필요없다며 막 화를 냈다. 평소 쌍둥이자식들이 고집이
쎄고 무슨 일을 시켜도 즉시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미적대는 나쁜 습관이 있는데 이번
일에 평소 가지고 있던 섭섭한 감정까지 더해져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아빠가 하라고 하면 해야지, 웬 말이 그렇게 많아"하며 더욱 큰
목소리로 화를 냈다.

나중에 큰애가 내 옆에 와서 윤이는 3분넘게 정말 양치를 했다고 설명을 하는데도
한번 자존심이 상한 나에게 큰애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언성이 높아지고 화를
낸 표정이 심상치 않다고 분위기가 심각함을 느낀 윤이가 그제서야 내 눈치를 보더니
얼른 내 옆에 와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한다.
"아빠!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나는 애써 눈길을 피하며 용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기를 5번....

"네가 뭘 잘못했니?"
"아빠가 양치질을 다시 하라고 했는데도 제가 하지 않고 그냥 버티고 있었어요"
어제가 어린이날이 아니었던가. 나는 못이기는 체하며 표정을 누그려뜨리며 그제서야
마지못해 용서를 해주는 수순을 밟았다.
"다시는 오늘같이 버티기행동을 하지 말고, 아빠가 하라면 이유불문하고 즉시 하거라"
"네, 아빠.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나 곰곰히 돌이켜보니 윤이가 한 행동에는 하등의 잘못이 없었다.
내가 명이의 거짓정보에 죄없는 윤이를 나무랐고 억울해하는 윤이에게 아빠의
일방적인 권위로써 눌렀을 뿐이었다. 결국 아빠의 권위와 윽박지름 때문에 윤이는
제대로 행동을 해놓고도 항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한 것이다. 평소
자식들에게 올바른 판단기준을 가지고 소신껏 살라고 내가 가르쳐놓고 나는 내 기분과
내 권위의 잣대에 맞추어 살기를 강요한 셈이 되고 말았다.
 
너무도 부끄럽고 옹졸했던 내 행동에 대해 오늘 교회를 다녀와서 윤이에게 용서를
구했다. "윤아! 어제는 아빠가 큰 잘못을 했다. 명이형의 거짓 정보를 믿고 제대로
양치질을 한 너를 많이 혼냈고, 억울함을 항변하는 너에게 아빠 지시를 듣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야단을 쳤구나. 아빠가 어제는 정말 잘못했구나. 아빠를 용서해주렴"

뜻하지 않았던 나의 사과에 윤이도 당황해하며 "아빠 저도 어제 잘못했어요. 아빠가
다시 양치를 하라고 했을 때, 얼른 다시 했으면 되는데 억울하다고 몇번이나 버티며
아빠를 화나게 했어요. 저도 잘못했어요" 그러자 옆에 누워있던 명이도 벌떡 일어나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한다. "아빠, 저도 어제 윤이가 제대로 양치를 했는데 같이 양치를
하려고 1분밖에 하지 않고 금방 나왔가고 거짓말을 했어요. 용서해주세요"
"그래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우리 가족 서로 질투하지 말고 서로 사랑하며 살자"
"네"

비록 어린 자식이지만 내 잘못한 일에 대해 솔직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니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아빠! 오늘 새벽기도회 다녀오셨어요?"
"응"
"목사님이 오늘 어린이날이라고 특별히 어린이들에게 잘해주라고 안그려셨어요?"
"그런 말씀 전혀 없었는데...."
"...."
"오히려 어려운 고난 앞에서 현재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라고 하시던데.."

막내 윤이가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그냥 베시시 웃어넘긴다.
이번 어린이날이 마지막 맞는 어린이날이라고 눈을 뜨자마자 합창을 한다.
"할머니는 선물 뭘 주실거예요?"
"형아는 무슨 선물 줄꺼야"
"아빠는 무슨 선물 주실꺼예요"
마치 선물을 미리 맡겨놓기라도 한 듯, 빨리 선물을 내놓으라고 안달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여 온다.

'아빠는 뽀뽀 한번, 아니 특별히 뽀뽀 두번 해줄께"
"에이~~ 그런것 말고요. 진짜 선물이요"
"규야~ 극장 상영하는 영화 중에서 우리 가족 모두가 가서 관람할 수 있는 괜찮은 영화
없나 한번 알아봐라"
"그제 밤에 극장 가보았는데 올해에는 볼만한 영화가 하나도 없어요"

"낮에는 치킨이나 사주게"
쌍둥이녀석들이 지난주부터 치킨이 먹고 싶다고 아우성이었다. 한참 크는 시기라 요즘은
고기가 먹고 싶다고 고기투정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장모님께서 녀석들의 고기투정하는
이야기를 기억하시고 이틀전 처남과 처남댁이 어린이날이라고 건네준 봉투를 염두에
두셨는지 점심때 치킨을 시켜주라고 말씀하신다.

"차가 있으면 오늘 애엄마에게나 갔다오면 좋은데, 어버이날은 평일이라 가지도
못하는데....차를 빌릴 수 있으면 한번 빌려보지 그러는가?"
어제 출근길에 정국장님 차안에서 5월 5일 외출계획이 있느냐고 넌즈시 여쭈어보니
공교롭게도 5월 5일날이 장인어른 추도일이라 아침 일찍 부천 역곡을 가야한다고 한다.

사람은 비록 지금 가진 물질이 없어도 가족이 헤어지지 않고 한 지붕밑에서 함께 사는
그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깨닫지 못한다. 비록 내 소유 집도 없어 금년 6월에 집을
팔겠다는 주인집 전화통화에 가슴에 덜컥 내려안고, 차도 없어 집사람이 잠들어있는
청아공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어린이날임에도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쌍둥이자식들
어린이날 선물을 걱정하지만 그래도 한 지붕밑에서 한 솥밥을 먹으며 세 자식들이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는 행복하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물론 가난하다고 꿈까지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서는 안된다.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하며 살 것이다. 지금의 불편이 미래에는 편리함으로 바꾸도록,
지금의 부족함이 미래에는 풍족함으로 채워지도록 내 삶을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올해 초부터 올해가 마지막 어린이날이라고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고 다녔는데 드디어 이틀 후면 녀석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어린이날입니다.

쌍둥이자식들이 올해 초딩 6학년입니다. 참 세월 빨리 지나갑니다. 엊그제 지어미 하늘나라로 갔을 때가 초딩 3학년이었는데, 지 어미 하늘나라로 간 것보다 친구들이 엄마없는 애라고 놀릴까봐 학교 선생님께는 알리지 말라고 하던 녀석들이 벌써 6학년이라니...

애비가 보기에는 아직 앞가림도 못하는데, 학교 준비물도 건성이고 "오늘은 학교 준비물 없니?"하고 챙기면, 그제서야 마지못해 학교 알림장을 뒤적거리다
"아빠! 미술 준비물이 있는데요" 하는 소리에 일하던 손을 멈추고 츄리닝 바람으로 문구점으로 뛰어갑니다.
 
입고 나간 옷도 몇번이나 잃어버리고, 겨울에는 멀쩡히 쓰고간 모자를 잃어버린건 부지기수이고, 우산도 비오는 날 아침에 멀쩡히 쓰고 나갔는데 비가 개인 오후에 집에 올 때는 빈손으로 돌아온 날이 많습니다. 원 정신은 어디다 두고 다니는지....

옷도 챙겨 입으라고 매일 아침 언성을 높여야 겨우 입고 나갑니다. 그나마 정한 당번제도(한명은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또 한명은 안방 청소 및 이부자리 펴기)가지고 매일 다투곤 합니다.

그래도 지들 실속 챙기는 것은 미리부터 안달입니다.
"올해 어린이날 선물로 뭘 바라니?" 물어도 그냥 삐식삐식 웃기만 하고 도통 대답을 하지 않으니 뭘 원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휴대폰은 중학교에 진학하면 사주기로 했고, 그렇다고 아빠가 요즘 너무 힘드시니 바라는 것 없다고 그냥 어린이날을 넘길 녀석들은 아닌데....

"그럼, 어버이날은 하나뿐인 아빠에게 너희는 뭘 해 줄꺼니?"하고 물으면 "저희가 무슨 돈이 있나요?"하면 한발 뒤로 쑥 빠집니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불리하면 미꾸라지 같이 이리저리 잘도 빠져 나가는 녀석들...

그나저나 요즘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않은데, 속시원하게 답은 주지 않지 애비 고민은 점점 깊어져 갑니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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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주 링크나우 내책쓰기 클럽에서 '사랑하지만 한 번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출간하고도 정작 집에다는 책을 냈다는 말 한번 벙끗하지 못했습니다. 가정사 특히 자식들과의 관계를 너무 적나라하게 쓰다보니 애들이 알면 상처받고 난리칠까봐 솔직히 두려웠습니다.

글은 사실감이 있어야 독자에게 공감을 얻게 됩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꾸미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어서 글이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사실 우리의 삶을 돌이켜보면 기쁨의 순간이 2%라면 나머지 98%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고민하고 투쟁한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이번 공동집필한 책의 주제가 가정의달을 맞이하여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자는 취지이다보니 자연히 살아오면서 행복했던 순간보다는 가족간 갈등, 힘들었던 시간, 사건과 사고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고 그 힘들었던 순간 순간을 참고 이겨내고 문제와 갈등을 풀어나가는데 글의 대부분을 할애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연히 우리 기족의 아픈 과거와 감추고 싶었던 어두운 지난 시절 이야기가 많이 등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책의 인세는 전액 외부 공익단체(현재는 유니세프가 가장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음)에 기부하기로 한 바 책을 냈다고 하여 제 손에 들어오는 것도 없어 자식들에게 아빠가 책을 냈다고 자랑할 수도 없어 책이 출간된지 며칠이 지났지만 가족들에게는 말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혼자 꿍꿍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사가 밖으로 알려진다고 하면 유독 자존심이 강한 큰애와 쌍둥이자식들이 난리칠텐데...아빠가 너무 큰 사고를 치는 바람에, 언젠가는 녀석들이 알게 될텐데 이를 어찌 해결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합니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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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이 한가족처럼 지내는 서사장님 생신이라 넥타이를 선물하기 위해
영등포 모 백화점을 나갔다.
 
넥타이 매장을 들러 가격을 살펴보니 젠장, 가격들이 넘 비싸다.
괜찮은 것은 죄다 10만원이 넘으니....평소 내 지론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넥타이는 자기 돈으로는 못산다. 누가 선물해주면 몰라도...)
 
판매원이 추천해주는 넥타이 세개를 앞에 놓고 흥정을 한다.
남자들은 흥정이라봤자 건성이다. 판매원이 부르는 가격에 대충 구입해 버린다.
그넘의 체면 때문에 깎아달라는 말 한마디가 도통 입에서 떨어지지가 않는다.
 
"이거 얼마예요?"
"네, 105,000원인데요"
"너무 비싸네"하며 한발짝 슬쩍 물러난다.
그러자 판매원 아가씨가 한발 다가선다.
"얼마정도 예상하고 오셨는데요?"
"7~8만원정도 예상했는데..."(얼굴을 찡그리며 자못 심각하게...)
(잠시 판매원의 고민하는 얼굴 표정이 연출되며)
"지난주까지 20%할인행사를 했었는데, 그럼 20% 할인한 가격으로 드릴께요"
 
일순간 밀려드는 후회감...
(흐미~~~ 그런줄 알았으면 6~7만원이라고 말할껄.. 그랬으면 만원을 더 깎는건데...)
 
카드를 넘겼으니 흥정은 끝난 셈이다.
결국 105,000원서 21,000원 깎은 84,000원에 넥타이를 사가지고 왔다.
 
다시 한번 아내의 빈자리가 그리워진다.
집사람은 물건값을 너무도 기술적으로 잘 깎는 바람에
"혹시 장사하세요?"라는 소리를 너무도 많이 들었다(실제로 완구가게도 1년반 했고)
덕분에 나는 옆에서 흥정하는 장면을 흥미롭게 지켜보곤 했다.
 
3년전 집사람이 국립암센터에 입원해 유방암 투병중일때 이런 내 성격을 알고선
안타까운 눈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쳐다보며 말하곤 했다.
"세상물정 모르고, 물건 값도 제대로 깎을 줄도 모르는 물러터진 당신에게 우리
쌍둥이자식들과 엄마를 맡겨놓고 먼저 가려니 내 마음이 놓이지를 않네"
 
이제는 독하게 마음먹고 살아야지,
집사람이 했던 것처럼 물건 값도 제대로 깎고 살아야지...
 
2009.1.30.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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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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