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올해가 마지막 어린이날이라고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고 다녔는데 드디어 이틀 후면 녀석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어린이날입니다.
쌍둥이자식들이 올해 초딩 6학년입니다. 참 세월 빨리 지나갑니다. 엊그제 지어미 하늘나라로 갔을 때가 초딩 3학년이었는데, 지 어미 하늘나라로 간 것보다 친구들이 엄마없는 애라고 놀릴까봐 학교 선생님께는 알리지 말라고 하던 녀석들이 벌써 6학년이라니...
애비가 보기에는 아직 앞가림도 못하는데, 학교 준비물도 건성이고 "오늘은 학교 준비물 없니?"하고 챙기면, 그제서야 마지못해 학교 알림장을 뒤적거리다
"아빠! 미술 준비물이 있는데요" 하는 소리에 일하던 손을 멈추고 츄리닝 바람으로 문구점으로 뛰어갑니다.
입고 나간 옷도 몇번이나 잃어버리고, 겨울에는 멀쩡히 쓰고간 모자를 잃어버린건 부지기수이고, 우산도 비오는 날 아침에 멀쩡히 쓰고 나갔는데 비가 개인 오후에 집에 올 때는 빈손으로 돌아온 날이 많습니다. 원 정신은 어디다 두고 다니는지....
옷도 챙겨 입으라고 매일 아침 언성을 높여야 겨우 입고 나갑니다. 그나마 정한 당번제도(한명은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또 한명은 안방 청소 및 이부자리 펴기)가지고 매일 다투곤 합니다.
그래도 지들 실속 챙기는 것은 미리부터 안달입니다.
"올해 어린이날 선물로 뭘 바라니?" 물어도 그냥 삐식삐식 웃기만 하고 도통 대답을 하지 않으니 뭘 원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휴대폰은 중학교에 진학하면 사주기로 했고, 그렇다고 아빠가 요즘 너무 힘드시니 바라는 것 없다고 그냥 어린이날을 넘길 녀석들은 아닌데....
"그럼, 어버이날은 하나뿐인 아빠에게 너희는 뭘 해 줄꺼니?"하고 물으면 "저희가 무슨 돈이 있나요?"하면 한발 뒤로 쑥 빠집니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불리하면 미꾸라지 같이 이리저리 잘도 빠져 나가는 녀석들...
그나저나 요즘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않은데, 속시원하게 답은 주지 않지 애비 고민은 점점 깊어져 갑니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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