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윤이에게 저녁 식사후 곧장 양치를 하라고 했다.
윤이는 아마도 3분간 꼼꼼하게 양치를 했지만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명이가 윤이가 양치질을 1분밖에 하지 않았다고 고자질을 하자(실제
확인하지도 않고 1분밖에 양치를 하지 않았다고) 명이 말만 믿고 막내 윤이에게
다시 양치를 하라고 말했지만 윤이는 억울하다며 계속 하지않고 항변하였다.
"윤이! 어서 가서 다시 양치질을 해! 이건 아빠의 명령이야."
"아빠! 저 정말 3분넘게 양치질을 했단 말예요. 저 정말 억울해요"
"그걸 본 사람이 없지 않니? 잔말말고 가서 다시 양치를 하란 말이야"
계속 미적거리며 양치질을 하지 않고 입이 부어 버티고 있는 윤이에게 나는 아빠의
지시에도 따르지 않는 자식은 필요없다며 막 화를 냈다. 평소 쌍둥이자식들이 고집이
쎄고 무슨 일을 시켜도 즉시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미적대는 나쁜 습관이 있는데 이번
일에 평소 가지고 있던 섭섭한 감정까지 더해져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아빠가 하라고 하면 해야지, 웬 말이 그렇게 많아"하며 더욱 큰
목소리로 화를 냈다.
나중에 큰애가 내 옆에 와서 윤이는 3분넘게 정말 양치를 했다고 설명을 하는데도
한번 자존심이 상한 나에게 큰애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언성이 높아지고 화를
낸 표정이 심상치 않다고 분위기가 심각함을 느낀 윤이가 그제서야 내 눈치를 보더니
얼른 내 옆에 와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한다.
"아빠!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나는 애써 눈길을 피하며 용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기를 5번....
"네가 뭘 잘못했니?"
"아빠가 양치질을 다시 하라고 했는데도 제가 하지 않고 그냥 버티고 있었어요"
어제가 어린이날이 아니었던가. 나는 못이기는 체하며 표정을 누그려뜨리며 그제서야
마지못해 용서를 해주는 수순을 밟았다.
"다시는 오늘같이 버티기행동을 하지 말고, 아빠가 하라면 이유불문하고 즉시 하거라"
"네, 아빠.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나 곰곰히 돌이켜보니 윤이가 한 행동에는 하등의 잘못이 없었다.
내가 명이의 거짓정보에 죄없는 윤이를 나무랐고 억울해하는 윤이에게 아빠의
일방적인 권위로써 눌렀을 뿐이었다. 결국 아빠의 권위와 윽박지름 때문에 윤이는
제대로 행동을 해놓고도 항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한 것이다. 평소
자식들에게 올바른 판단기준을 가지고 소신껏 살라고 내가 가르쳐놓고 나는 내 기분과
내 권위의 잣대에 맞추어 살기를 강요한 셈이 되고 말았다.
너무도 부끄럽고 옹졸했던 내 행동에 대해 오늘 교회를 다녀와서 윤이에게 용서를
구했다. "윤아! 어제는 아빠가 큰 잘못을 했다. 명이형의 거짓 정보를 믿고 제대로
양치질을 한 너를 많이 혼냈고, 억울함을 항변하는 너에게 아빠 지시를 듣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야단을 쳤구나. 아빠가 어제는 정말 잘못했구나. 아빠를 용서해주렴"
뜻하지 않았던 나의 사과에 윤이도 당황해하며 "아빠 저도 어제 잘못했어요. 아빠가
다시 양치를 하라고 했을 때, 얼른 다시 했으면 되는데 억울하다고 몇번이나 버티며
아빠를 화나게 했어요. 저도 잘못했어요" 그러자 옆에 누워있던 명이도 벌떡 일어나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한다. "아빠, 저도 어제 윤이가 제대로 양치를 했는데 같이 양치를
하려고 1분밖에 하지 않고 금방 나왔가고 거짓말을 했어요. 용서해주세요"
"그래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우리 가족 서로 질투하지 말고 서로 사랑하며 살자"
"네"
비록 어린 자식이지만 내 잘못한 일에 대해 솔직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니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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