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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저 영재반 숙제를 하려면 오늘 늦게까지 노트북을 써야 해요""너무 늦지는 않도록 해라"
쌍둥이들이 숙제를 하겠다고 하며 시키지도 않았는데 밤 늦도록 책상에 앉아있다.
어떤 날은 새벽 두시 넘어서까지 책상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숙제를 하는 녀석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밤이 늦었구나. 그만 자려무나"
"조그만 더 하면 끝나요. 끝내고 잘께요. 아빠 먼저 주무세요"
집에 있는 내 노트북을 쌍둥이들이 차지한지 오래 되었다. 요즘은 숙제를 하는데도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상용화되고 보편화되었다. 포털에 가면 백과사전, 검색,
지식인 기능이 모두 들어있어 번거롭게 사전을 찿으려 들지를 않는다.
며칠전 재윤이와 재명이에게 물었다.
"공부가 힘들지 않니?'
"아뇨. 재미있어요. 친구들은 숙제를 해오지 않아 애단맞았는데 저는 모두 해가지고
가니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어요"
아무리 머리 좋은 사람도, 공부를 즐기면서 하는 사람에게는 당하지 못한다.
쌍둥이 녀석들이 즐거움으로 공부를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쌍둥이다보니
공부를 하면서 은근히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며 자라는 것 같다. 오늘 신문기사에
어머니의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가계재무구조와 사교육비 지출 행태'에 따르면
어머니의 학력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2004년 중3의 경우 어머니가 고졸 학력인 가계를 기준으로 할 때 중졸 이하 학력인
경우 기준보다 6만원 적게, 대졸이상 학력인 경우에는 기준보다 7만6000원 많게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녀가 성장해 고2가 됐을 때는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2006년 고2때 어머니가 고졸 학력인 가계를 기준으로 하면 중졸 이하는
기준보다 12만원이 적었으며 대졸 이상은 22만9000원 기준보다 많았다.
유대인 사회에서는 유대인과 비유대인 남녀가 결혼할 경우 유대인으로 분류되는 중요한
기준이 있다고 한다. 유대인남편+유대인아내와 비유대인남편+유대인아내는 유대인가정으로
분류하는 반면 유대인남편+비유대인아내인 가정은 유대인 가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것은 가정교육에서 어머니가 차지하는 중요성, 특히 영적인 면에서의 중요성을 반증해
주는데 이번 금융경제연구원 발표자료와도 일맥 상통하는 것 같다. 집사람의 부재가
많이 아쉽기만 하다. 집사람이 있었으면 더 많이 격려해주고 힘이 되어 주었을텐데...
지금 내가 가진 열정의 원천도 초등학교 6학년 초부터 나를 집에서 떠나 더 큰 도시에서
자취하면서 교육받도록 특단의 배려를 해주신 할아버지의 교육열에 기인하는 것 같다.
나도 내가 할아버지로부터 받고 배운 배움에 대한 목마름과 열정을 자식들에게 그대로
베풀며 양육하게 되는 것 같다. 더구나 뒷바라지를 해줄 어미가 없으니 아비가 어미의
몫까지 두배로 역할을 대신하며 살아야지!
2009.4.15.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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