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처럼 일찍 퇴근하여 카페에 올라온 답글을 올리고 있는데 쌍둥이녀석들이 일찍 학원에서 돌아왔다. 지난주 가출이라는 큰 일을 치르면서 애비가 힘들어하는 모습, 온 가족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더니 녀석들이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

책상에 나란히 앉아 숙제를 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데 행복한 감정이 밀려온다. 행복은 물질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여느집처럼 쌍둥이들은 저희들만의 독립된 방도 없고, 책상도 없다. 잠은 안방에서 나와 쌍둥이 셋이서 뒤엉켜 자고, 책상은 거실에 하나 있는데 의자는 두개(아파트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때 누가 버린 것을 멀쩡하여 가지고 와서 활용하고 있다)를 놓고 공부를 한다. 좁다보니 움직일 때마다 부딪치고 부자유스럽지만 불평없이 잘 지내고 있다.

오는  6월 20일이면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도 2년 전세기간이 끝나 비워주어야 한다. 주인이 팔려고 1년반 전에 내놓았는데 팔리지를 않자 집을 수선해서 살다가 팔겠다고 한다. 1층이라 전셋값도 쌌고 사내녀석들 셋이라 아랫층 신경쓰지 않고 그동안 잘 지냈는데, 우리집 여건에 딱 맞는 집이었는데 비워주려니 아쉽다. 이사온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 임대기간이 끝나간다니 2년 임대기간이 왜 이리 빨리 돌아오는지 야속하다. 아마도 집 없는 서민들만이 느끼는 마음이겠지. 요즘 뉴스에 아파트 전세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현재 전세보증금 3500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여 이번에는 월세를 많이 올려주어야 할 것 같다. 내년 5월에야 개인회생 5년이 끝나고 혼자 벌어서 생활해야 하는 싱글대디인 나에게 추가적인 월세부담은 너무 힘든데 왜 또 이런 경제적인 어려움을 주는지.....

집을 옮기고 추가적인 자금을 마련할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지만 그래도 쌍둥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주는 모습에서 위안을 삼아본다. 급여 대부분이 빚을 갚는데 나가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 뿔뿔이 떨어지지 않고 한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신기하리만치 일이 생긴다. 하늘은 그 사람이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난을 준다는데 사실인가 보다. 이 모두 하나님께 감사할 일이다.

하루를 마치고 쌍둥이들을 재우며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세계가 전쟁 멈추고 사이좋게 살게 해달라고, 해적선에 납치된 우리나라 선원들이 무사히 귀환하게 해달라고, 서해에서 침몰한 천안함의 해군 장병들이 기적처럼 무사히 귀환하게 해달라고, 아버지 건강이 하루빨리 회복하게 해달라고, 백병원에 있는 상채친구 와이프의 쾌유(쌍둥이들은 상채친구 딸 수연이와는 유치원 친구이다)를, 한소망교회 비전채플의 무사 완공, 우리 가족의 건강과 오는 5월 1일날 실시되는 쌍둥이들의 중간고사, 우리집 이사를 놓고 기도를 올린다.

기도를 마치고나면 어느새 녀석들은 잠이 들어 있다. 내 기도가 이제는 녀석들에게 자장가처럼 들리나 보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와 경제적인 고난이 우리 가족을 힘들게도 하지만 강하게 단결시키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 평화롭게 잠든 쌍둥이들의 얼굴에서 나는 애비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함을 만끽한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강원도 원주 귀례에 있는 장인어른 산소에서 개구리를 보고 신기해하는 쌍둥이들,,,
무섭지도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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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쌍둥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내가 시도한 첫 작업이 녀석들을 자율형인간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스스로 머리를 감고, 밥과 반찬도 골고루 스스로 챙겨 먹고, 학교 책가방이나 학원책가방과 준비물도 스스로 정리하고, 등교하는 시간도 자율적으로 조정하여 행동에 옮기도록 훈련하고 있다.

하지만 장벽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내부, 장모님의 장벽이 너무 높다. 오늘 아침에도 재윤이 머리를 감겨주지 말라고 당부를 했건만 기어이 화장실에 들어가셔서 샤워기를 틀어주고 샴푸도 손에 짜서 머리도 감겨주고, 아침 밥상에서는 예전처럼 반찬도 녀석들 숫가락에 하나 하나 올려주신다.

아침에 등교하기 전까지 계속 뒤를 따라다니며 양치질 해라, 옷 갈아입어라, 책가방 정리해라 큰소리를 내시며 채근하시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려도 '아직 어린데, 요즘 공부하느라 피곤한데' 하시며 이를 말리는 나에게 오히려 일을 한다고 자식들 일에 무심하다고 서운해하시는 장모님을 어이 해야 할지.....

쌍둥이들도 이런 장모님의 과잉보호 때문에 학교가 끝나고 오거나 학원 수업을 마치고 오면 장모님 방으로 들어가 "할머니! 피곤해요"하며 어리광을 부린다. 내 앞에서는 잠시 스스로 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내가 없으면 예전 습관으로 도로 원위치가 되어 버린다. 집안의 중심, 특히 교육의 중심은 애비가 되어야 함에도 자꾸 내 양육방침과 의도와 배치되는 쌍둥이들은 유아적인 습관에 계속 젖도록 만드시는  장모님을 어이 해야 할지 난감하다. 완고하신 분인데 나이를 드실수록 더 본인 주장이 강해져가니 갈등과 부담이 커져만 가고 집에 있기가 부담스러워진다.

지금껏 살면서 장모님 의견과 말씀이라면 전적으로 수용하고 양보해왔던 것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결혼 이후 계속 장모님을 모시며 살아오면서 장모님 아니 아내의 뜻에 거스르는 일은 하지 않으며 살아왔지만, 싱글대디로서 비록 장모님이 집안 살림을 맡아서 해주시지만 이제부터는 마찰을 감수해가면서 내 삶의 방식대로 자식들을 끌고 나가는 것이 과연 옳은지 고민이 깊어져만 간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오늘은 금요일, 한소망교회 특별새벽기도회에서 성금요일 성찬예배가 있었던 날이다. 찬송에 이어 마태복음 제26장 17절에서 30절을 교독하며 예수님의 마지막 만찬 장면처럼 성찬예식을 진행했다. 의식이 진행되는 내내 내 눈에는 쌍둥이자식들이 아른거렸다. 고난주간 하이라이트인 성금요일 성찬예식에 쌍둥이자식들이 함께 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꼬?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 5시 15분에 눈을 떠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새벽특새에 쌍둥이들을 데리고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어제 윤이가 감기에 걸려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프다고 아침도 먹는둥 마는 둥 앓아 눕는 바람에 내가 주민등록 이전도 할 겸 녀석을 데리고 병원에 들러 약을 처방받아 학교에까지 태워주고 출근을 했다. 장모님과는 어제 아침부터 보이지 않은 신경전을 벌인 셈이다. 학교에 학원에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공부만 하기에도 힘들고 피곤할텐데 추운 날씨에 꼭두 새벽부터 쌍둥이들을 교회 새벽기도회에 끌고 나가서 감기 걸리게 만들었다고....

더 이상 장모님과 부딪히기 싫어서 곤히 잠들어 있는 녀석들을 두고 나만 조용히 일어나 세면하고 옷을 챙겨입고 교회에 나왔는데 막상 성찬전을 보니 후회가 밀려든다. 이 얼마나 은혜스러운 자리인데 두녀 석들을 깨워 함께 데리고 나올껄~~~

특새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잠자고 있는 명이와 윤이를 깨웠다.
나 : "명아 윤아, 아빠 새벽기도회를 다녀왔다. 오늘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히신 날이라 성찬예식을 진행했단다"
재명 : "아빠, 그럼 우리를 깨우시지 그러셨어요"
나 : "....."

그래~ 새벽기도회에, 성찬예식에 가고 싶어했던 너희들 마음을 애비는 다 안다. 세상에 고난없는 성공이 어디 있겠는가? 너희들의 그 아름다운 마음만으로도 아빠는 감사하고, 하나님이 너희에게 많은 축복을 주실 것을 확신한다. 아빠는 오늘 아침 너희들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재명 재윤아~ 사랑한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부활주일을 앞두고 이번주는 각 교회마다 고난주간행사가 진행중이다. 한소망교회에서는 일주일동안 매일 새벽 5시 30분부터 새벽특별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주 쌍둥이자식들과의 큰 사건을 겪고 나서 명이와 윤이는 이번 주부터 아빠랑 매일 새벽기도회에 나가기로 약속을 했다.

첫날 월요일은 새벽기도회에 나가서는 담임목사님이 설교를 하는데도 민망하게 두녀석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졸고 있다. 새벽 5시 20분, 공기도 쌀쌀한데 그래도 싫다는 기색없이 잘도 따라와주는 녀석들이 비록 졸기는 해도 기특하기만 하다. 하긴 지난주 가출사건과 몰래 학원을 핑계대고 PC방에가서 게임을 하다 들켰으니 주도권을 애비에게 모두 빼앗긴 셈이지.

2년전 새벽기도회 때는 녀석들이 무려 한달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회에 참석을 한 기록이 있다. 사람은 힘든 일이나 과정을 마치고 나면 성취감과 함께 자신감이 생긴다. 이런 특새기간이 녀석들을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강하게 하고 영적으로 단련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 어미가 유언으로 '교회 잘 다니거라'라고 부탁한 이후 쌍둥이들은 교회에 빠지지 않고 잘 다니고 있다. 나도 주일예배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말라고 격려해주고 있고 주일이면 나랑 함께 교회에 다니니 외롭지는 않다. 사춘기에 접어든 시기인데도 어미의 빈자리를 의식하지 않고 상황에 잘 적응해가는 녀석들의 이면에는 종교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고 감사하게 된다. 가족간에 종교가 같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큰애는 장모님 영향으로 불교인데 지켜보는 중이다. 사실 큰애와의 갈등도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상당부분 종교갈등에 기인함을 느낄 수 있다.

날씨가 춥거나 바람이 불고 집안에 일이 있으면 교회를 가지 말았으면 하는 장모님과 주일예배는 타협하지 말고 가라는 나와의 보이지 않은 갈등, 한없이 챙겨주시려는 장모님과 이제는 홀로서기를 하고 자율적으로 일하도록 지켜보아야 한다는 내 의견이 자주 충돌한다. 특히 이번주 새벽기도회에 나가는 것을 장모님이 매우 못마땅해 하시니 서먹서먹해진다.

목사님 설교를 마치고 통성기도를 하는데 뒤에 계신 분이 방언으로 통성기도를 하는 걸 듣더니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두 녀석이 낄낄거린다. 하긴 녀석들이 방언이 뭔지 알겠는가? 그건 방언이며 하나님과 통하는 천국언어라고만 짧게 이야기를 해 줄 수 밖에...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상황 #1

재명 : "아빠! 재윤이에게 문자가 왔어요"
나 : "뭐라고 왔는데?"
재명 : "저보고 사과하라고요."
나 : "그럼, 명이의 자존심보다는 가족이 우선이니 일단은 사과하렴"
재명 : "...."
재명이는 사과문자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그러다 온 가족들이 닥달을 하자 한시간만에 결국 사과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재명 : "아빠 재윤이에게 문자메시지가 왔어요"
나 : "뭐라고 왔는데?"
재명 : "정말이지? 라고요"
나 : "그렇다고 하라. 아침밥은 먹었는지 물어보아라"
재명 : "아침은 친구집서 먹고 있고 곧장 교회로 간데요"

상황 #2

청소년부 예배가 끝나는 시간에 한소망교회 달림방으로 오라고 했다.
학원보충수업이 있다고 하니 차로 데려다 주어야 할 것 같았다.
재윤이에게 또다시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온다.
재윤 : '아빠 저희 학원이 4시에 닫아서 선생님집에가서 보충한데요'(2:02 pm)

상황 #3

결국 쌍둥이녀석들은 두시 5분에 교회를 들리지 않고 집으로 갔다.
한소망교회 셀모임을 마치고 오랜만에 정발산을 오르는데 왠지 몸이 예전같지가 않다. 그리고 쌍둥이들 말에 왠지 신뢰가 가지 않아 학원으로 전화를 했다.
나 : "서울학원이죠?"
서울학원 선생님 : "네 맞습니다."
나 : "오늘 몇시에 문을 닫죠?"
서울학원 선생님 : "오후 8시에 닫습니다"
나 : "우리 애들이 오늘 학원이 오후 4시에 문을 닫는다고 학원선생님께서 집으로 오라고 하여 보충을 해주신다는데 사실인가요?"
서울학원 선생님 : "학원은 저녁 8시에 문을 닫고 학원 선생님들은 휴일에 학생들을 집으로까지 오라고 하여 보충을 실시하지 않습니다"
나 : "그럼 쌍둥이들은 학원에 왔나요?"
서울학원 선생님 : "오늘 안왔는데요"

상황 #4

집에 있는 큰애를 시켜 근처 PC방을 모두 가보라고 했다. 결국 어제 들렀던 PC방에서 두 녀석을 발견했다고 큰애에게 휴대폰으로 연락이 왔다. 대담하게도 5,600원을 외상으로 하고 두 녀석이 PC게임을 하고 있었단다. 내가 가서 외상 PC게임대금을 갚아주고 두 녀석 이름을 삭제해 달라고 했더니 자기는 알바생이니 사장이 와야 삭제를 시킬 수 있다고 한다. 알바생이 곧장 사장을 휴대폰으로 연결시켜 주었다.
나 : "14세미만 학생들이 PC방을 자유롭게 들어와도 되나요?"
사장 : "법적으로 문제는 없습니다.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인데 불법이라면 제가 하겠습니까? 다만 부모님들이 명단을 삭제시켜 달라고 하거나 받지 말라고 하면 그렇게는 해드립니다."
나 : "그럼 일단은 명단을 삭제시켜 주시고, 차후에는 쌍둥이들이 오더라도 돌려보내 주십시오"
사장 :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상황 #5

PC방을 나오면서 재윤에게 말했다.
나 : "윤아~ 아까 아빠에게 휴대폰으로 했던 말 사실이니?"
재윤 : "네"
나 : "그래~ 그럼 따라오렴"
서울학원에 들러 아까 전화로 확인한 사항을 그대로 확인했다. 학원 문 닫는 시간, 선생님들이 휴일에 개별적으로 보충을 하지 않는 다는 것, 그리고 쌍둥이들이 오늘 학원을 오지 않았다는 것 모두가 거짓이었다.

점입가경, 갈수록 태산이다. 신뢰는 한번 잃으면 회복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저녁에 다음주 학교 준비물을 모두 사가지고 와서 준비를 끝낸 후 두 녀석을 앞에 앉히고 리더가 될 사람은 왜 정직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PC게임이 왜 위험한지, 떨어진 신뢰감을 회복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각오와 다짐을 받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끝으로 이틀간의 길고도 길었던 재윤이의 가출사건은 마무리했다. 이것도 두 녀석이 성장하는 과정의 진통이겠지.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상황 #1

재윤 : "아빠 아빠~ 마법천자문 18권이 나왔어요"
나 : "그래 알았다. 아빠가 사줄께"
토요일 오후 7시 23분, 휴대폰 전화기 속에서는 숨 넘어가는 듯한 재윤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녀석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책이 마로 마법천자문이다. 학원 보충수업이 끝나고 서점에 들른 모양이다. 농협하나로마트만 가면 제일 먼저 마트내 서점으로 달려가 그 책이 나왔나 살펴보곤 했다. 지금껏 1권부터 17권까지 모두 사주었으니...보아하니 책을 사주어도 한자는 잘 보지도 않고 만화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녀석들이 책을 즐겨 읽는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그렇지 않아도 금요일에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예스24에서 마법천자문 18권이 나왔다고 문자메시지가 와서 두 녀석을 데리고 서점에 가서 사주려던 참이었는데.....

상황 #2

재윤 : "아빠~ 재명이 때문에 속상해요"
나 : "왜 울어? 울지 말고 이야기해봐~"
재윤 : "재명이가#@%&#$*&~~~"
나 : "너희 밖에서 또 싸웠니? 이그 챙피해.... 집에 가서 보자"
재윤 : "아뇨~ 재명이가~~"
나 : "할 말이 있으면 집에 가서 이야기하고 빨리 집에 들어가라. 전화 끊는다"
7시 27분, 그 사이에 녀석들이 서점에서 싸운 모양이다. 늘상 잘 다투고 싸우니 화해하니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상황 #3

재명 : "아빠 재윤이가 아직 집에 안들어왔어요"
나 : "지금 몇신데... 알았다. 아빠가 재윤이랑 통화해볼께"
밤 8시 23분, 집에서 윤이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전화가 걸려온다. 내가 전화를 걸어도 전화기를 꺼놓았다는 메시지만 들려온다. 8시 42분, 9시 8분에도 집에서는 아직 재윤이가 오지 않았다고 전화가 걸려온다.

상황 #4

OO문고에 들렀다. 마법천자문 18권을 사면서 넌즈시 물었다.
나 : "혹시 여기 쌍둥이들 오지 않았나요?"
종업원A : "아~쌍둥이들이요? 아까 둘이서 싸우는데 대단했어요."
종업원B : "한 애가 일방적으로 당하던데요. 머리까지 붙잡혀 흔들고..."
종업원A : "너무 심해서 제가 부모님께 연락하려고 그랬어요"
얼굴 낯이 뜨거워 허둥지둥 계산을 치르는둥마느둥 미안하다면 얼른 빠져 나왔다.

상황 #4

밤 9시가 넘었는데도 윤이는 들어오지 않는다. 윤이에게 연신 전화를 해도 휴대폰이 꺼져있다는 메시지만 반복적으로 들려와 문자메시지만 보냈다.
'윤아 속상하지? 아빠가 명이 혼내줄께~~ 윤이 주려고 마법천자문18권 샀다. 사랑한다'(9:00pm)
'재윤아 지금 어디니? 너무 늦구나. 아빠에게 전화주렴'(1.45am)
'윤아 윤이 집에 아직 들어오지 않으니 걱정이 되는구나. 전화주렴'(1:53am)
'윤아 어디 있니? 아빠에게 전화하렴. 윤아 사랑한다.'(6:48am)

상황 #5

명이를 불러 자초지종을 들어보았다.
나 : "어떻게 된 일이니 자초지종을 아빠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해봐"
재명 : "아까 오는 길에 서점에를 들렀어요. 책을 보다가 윤이에게 가니 윤이가 몰래 비닐을 벗기고 만화책을 읽고 있는 거예요. 그러더니 다짜고짜 '너, 내 약점 잡았지?'하며 말하지 말라며 나를 윽박지르는 거예요.제가 대답을 하지 않으니 저를 막 괴롭힌 거예요"
나 : "그럼 머리를 잡히며 일방적으로 당한 애가 너니?"
재명 : "네, 창피해서 저는 그냥 도망나왔어요. 윤이가 보보유치원 앞까지 막 따라왔어요"
음~ 전후상황이 짐작된다. 윤이가 비닐이 씌워진 만화책을 몰래 뜯어 보다가 명이에게 들켜서 서점종업원들과 아빠에게 야단맞을까봐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명이는 약속을 하지 않으니 윽박지른거고 간섭한다고 다투다 싸움으로 번진거로구먼.

상황 #6

자정이 지나고 밤 1시 40분이 지나자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어 밖으로 나왔다. 우선 쌍둥이들이 자주 가는 인근 네군데 PC방을 둘러보았지만 윤이는 없다. 그 늦은 시각에 고딩정도 되어보이는 애들이 게임에 열중인 모습을 보니 남의 일 같지 않다. 마지막 들른 한 PC방. 방안을 둘러 보았으나 윤이는 없어서 나오려는데 종업원이 친절하게 묻는다.
종업원 : "뭘 도와드릴까요?"
나 : "우리 애가 있나 하고요"
종업원 : "자녀 이름이 어떻게 되죠? 확인해봐 드릴께요"
나 : "김재윤입니다"
종업원 : "기록이 있네요. 27일 오후 4시면 토요일 오후 4시에 다녀간 기록이 있네요"
나 : "언제까지 했는지는 기록이 안나옵니까?"
종업원 : "그건 안나오는데요.."

PC방을 나왔는데도 참 찜찜하네. 괜히 PC방을 들른 것 같다. 차라리 윤이가 PC방을 갔다는 것을 몰랐더라면 좋았을걸....가출에 가지않기로 약속한 PC방까지 간 것도 알게 되고...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어제 아버지께서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하셔서 오늘 전립선암 수술을 받으셨다. 아침 7시 30분부터 준비하여 8시부터 수술이 시작되어 12시 45분까지 무려 4시간 45분간 수술을 받으시고 회복실에서 1시간 30분정도 회복실에 계시다가 오후 2시 15분쯤 병실로 내려오실 때까지 내내 가슴을 졸이며 아버지 수술이 잘 되기만을 기도했다. 병실에 오셔서도 수술한 상처부위 통증 때문에 연신 고통스러워 하시는 아버지를 뵈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아내도 2006년 유방암이 뇌로 전이되어 방사선치료를 하였지만 20% 정도는 치료가 되지 않아 마지막으로 뇌에 전이된 암세포를 직접 약물치료하기 위해 머리에 오마야관 시술을 했었다.

오마야관 시술동의서를 써주고 수술실에 들어가 시술을 받는 동안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며 아내가 겪을 고통(머리를 드릴로 뚫어 오마야관을 심는 작업)을 생각하니 저절로 눈물이 흘러 내렸다. 나중에 집도한 의사분이 그 고통스런 시술작업을 웃으면서 덜 아프게 해달라고 말하며 얼굴도 찡그리지 않고 참아내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아내는 그렇게도 잘 참아냈다. 나중에 병실로 돌아오자 얼마나 아팠냐고 위로를 하니 "마지막인줄 알고 체념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이런 첨단 시술이 있어 수술을 받게 되어 오히려 감사하지"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아내의 고통을 지켜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불과 4년도 채 되지 않아 아버지의 수술을 보게 되니 마음이 착잡하다. 원래 전립선암 3기는 교과서에는 수술을 하지 않고 방사선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으로 되어있다는 여의도성모병원의 담당의사 설명이 있었지만,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긴 후 다행히 전이가 되지 않았고 요즘은 의술이 발달하여 수술을 해도 치료성과가 높아져 수술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주치의교수님의 설명, 무엇보다 아버지께서 수술을 하시겠다고 결심을 하셔서 수술을 하였지만 막상 수술을 마치고 돌아와 고통스러워 하시는 모습을 뵈니 자식으로서 아무런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하는 내 처지가 죄스럽기만 하다.

아프지 말아야지, 나는 아프지 말아야지. 아내를 먼저 하늘나라에 보내고 나 마저 아프면 않되지. 부모님께 걱정 끼치지 않고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아프지 말아야지~ 쌍둥이자식들 뒷바라지 하려면 내가 아프면 않되지. 내가 하고 싶은 일들,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아프면 안되지~ 이제는 운동도 매일 꾸준히 하고, 운동도 하고, 수면도 부족하지 않게 취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그렇게 살아야지~~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2박 3일로 정발중학교 체험학습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쌍둥이들이 강원도 횡성으로 떠나는 바람에 집에 오니 안방이 휑하다. 원래 월요일과 화요일은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주관으로 열리는 미래예측세미나에 고정적으로 참석하기 때문에 집에 오면 으례 밤 11시 40분. 평소 이 시간이면 녀석들은 안방에서 이리 저리 뒹굴하며 곤히 잠자는 시간인데....

오랜만에 안방에서 나 혼자서 독방 차지하고 수면도 방해받지 않고 싱글다운 싱글 밤을 맞이하겠네... 여기서 싱글은 싱글벙글의 줄임말이라는데... 편히 두 발 뻣고 잠을 잘 것 같은데 막상 누워있느니 뭔가 허전하다. 오늘따라 코 끝을 스치는 방안 공기도 차갑게 느껴진다. 1997년 11월 쌍둥이들이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줄곧 녀석들은 안방에서 내 옆에 재우며 키우고 살아온지라 자꾸만 쌍둥이들이 잠자던 자리를 돌아보게 된다. 태어나 강보에 쌓여서부터 내 옆에서 키웠으니 녀석들 잠버릇이며 습관들, 행동들이 모두 그려지고 예견이 된다. 특히 잠버릇이 고약한 탓에 아내 편히 잠자게 해주려고 내 잠자리는 항상 아내와 쌍둥이들 가운데였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있으려니 쌍둥이들이 내 옆구리를 찰 것만 같다.

두 녀석 모두 잠버릇이 고약하다. 이불을 차는 것은 기본이고(이불을 덮어주면 차버리고 그러면 다시 덮어주고 다시 차고...) 재명이는 자면서 이를 뽀드득 뽀드득 가는 버릇이 있고, 재윤이는 자면서 코를 살짝 골면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안방을 갈고 다니면서 잠을 잔다. 어떤 날은 머리가 재명이 발아래에 있다가 재명이 발에 차여 코피를 쏟기도 한다. 이제는 녀석들 체격이 제법 커져서 밤중에 녀석들에게 몇번씩 발길질을 당하고나면 꽤나 아파서 밤 잠을 설치기도 한다. 밤중에 몇번씩 장롱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어야만 하룻 밤이 지나갈 정도이니 녀석들의 코 고는소리, 이빨 가는 소리, 장롱에 부딪치는 소리가 이제는 마치 자장가처럼 익숙하게 들린다.

잠을 자려해도 아직 추울텐데 녀석들 이불은 잘 덮고 자는지, 감기는 걸리지 않았는지,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차 멀미는 하지 않았는지(유독 재윤이가 차 멀미가 심하다), 밤에 잠은 잘 자는지, 잠을 자면서 이불은 잘 덮고 자는지, 밥은 잘 먹고 지내는지 딱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래저래 걱정 때문에 자꾸 잠자리를 뒤척이게 된다.  자식을 낳아 키워 보아야만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데 나는 지천명이 넘어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는 중학생이 되었건만 워낙 장난이 심한 개구장이 녀석들인지라 밖에 내놓아도 애비 마음은 항상 노심초사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자식들은 내 품안에 끼고 살 수는 없는 일, 이런 때라도 한번씩 애비 품을 떠나서 밖에서 생활도 해보고, 가족 품안을 떠나 단체생활도 해보아야겠지.... 이런 과정을 통해 자립심과 사회성도 기르고 변화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지혜도 갖춰나가게 되겠지.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마을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다들 내 싱글대디 생활을 걱정하며 더 늦기 전에 재혼해야 하지 않느냐며 의사를 떠보곤 한다. 회사 사람들도 그러고 친구들도 다들 그러니 요즘은 사람을 만나는 자리가 부담이 된다. 가족들 특히 자식들에게는 아빠의 재혼이 민감한 사안이다. 지난 금요일 문득 쌍둥이들의 반응이 궁금하여 재명이와 재윤이가 학원 끝나는 밤 11시에 데리고 오면서 넌즈시 물었다.

나 : "명아윤아~ 아빠가 재혼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

아내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처음 꺼내는 아빠의 갑작스런 재혼 이야기에 두 녀석이 눈을 똥그랗게 뜨며 긴장된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묻는다.

재명 : "재혼이요? 엄마가 재혼하지 말라고 그러셨잖아요?"

나 : "헐~~ 언제? 엄마는 아빠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재명 : "엄마가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어요?"

나 : "아빠는 엄마가 유방암을 얻고나서 투병생활하고 하늘나라에 갈 때까지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많이 대화하며 생활했었는데 엄마가 아빠에게 재혼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점점 녀석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나 : "엄마는 아빠에게 '자식이 셋이나 되고, 빚만 주렁주렁인 당신에게 어느 여자가 시집을 올까?'하며 아빠에게 미안하다고, 아빠가 불쌍하다고 늘 그렇게 말했는데...."

재윤 : "아빠는 결혼하지 마세요!"

나 : "아니, 그럼 아빠는 지금처럼 계속 혼자 살라고?"

재명 : "저희가 있잖아요? 우리랑 함께 살면 돼죠?"

나 : "그건 간단하지 않을텐데... 너희는 아빠랑 살고 싶어도 와이프들이 함께 살기 싫다고 반대하면 어떡해?"

재명 : "설마, 그런 여자들이 있을려고요?"

나 : "요즘 신세대 여자들은 사부모 모시고 살자고 하면 당근 싫어하지~ 만약 재명이 와이프가 시아버지 모시고 사는 거 싫다고 반대하면 어떡할래?"

재명 : "음~~ 그럼 그런 여자 고르면 돼죠?"

나 : "피식, 네 마음대로 되어주면 좋지만 쉽지가 않을꺼야. 그리고 아빠가 아프기라도 하면 서로가 힘들잖아? 아빠는 너희들에게 짐이되는 존재는 정말 되기 싫은데.... 아빠는 너희 빨리 대학 졸업시켜 놓고 글도 쓰고 강의도 하고 여행도 하며 아빠의 생활을 즐길거야. 너희들도 아빠에게 짐이 되지 않기~ 알았지?"

다른 집 아이들은 "아빠 편하신대로 하세요" 한다는데 우리 자식들은 세 녀석들 모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아빠 재혼을 반대하니, 비록 한번 던져본 말이었지만 기분이 영 개운치가 않네. 휴~~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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