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처럼 일찍 퇴근하여 카페에 올라온 답글을 올리고 있는데 쌍둥이녀석들이 일찍 학원에서 돌아왔다. 지난주 가출이라는 큰 일을 치르면서 애비가 힘들어하는 모습, 온 가족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더니 녀석들이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

책상에 나란히 앉아 숙제를 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데 행복한 감정이 밀려온다. 행복은 물질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여느집처럼 쌍둥이들은 저희들만의 독립된 방도 없고, 책상도 없다. 잠은 안방에서 나와 쌍둥이 셋이서 뒤엉켜 자고, 책상은 거실에 하나 있는데 의자는 두개(아파트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때 누가 버린 것을 멀쩡하여 가지고 와서 활용하고 있다)를 놓고 공부를 한다. 좁다보니 움직일 때마다 부딪치고 부자유스럽지만 불평없이 잘 지내고 있다.

오는  6월 20일이면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도 2년 전세기간이 끝나 비워주어야 한다. 주인이 팔려고 1년반 전에 내놓았는데 팔리지를 않자 집을 수선해서 살다가 팔겠다고 한다. 1층이라 전셋값도 쌌고 사내녀석들 셋이라 아랫층 신경쓰지 않고 그동안 잘 지냈는데, 우리집 여건에 딱 맞는 집이었는데 비워주려니 아쉽다. 이사온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 임대기간이 끝나간다니 2년 임대기간이 왜 이리 빨리 돌아오는지 야속하다. 아마도 집 없는 서민들만이 느끼는 마음이겠지. 요즘 뉴스에 아파트 전세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현재 전세보증금 3500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여 이번에는 월세를 많이 올려주어야 할 것 같다. 내년 5월에야 개인회생 5년이 끝나고 혼자 벌어서 생활해야 하는 싱글대디인 나에게 추가적인 월세부담은 너무 힘든데 왜 또 이런 경제적인 어려움을 주는지.....

집을 옮기고 추가적인 자금을 마련할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지만 그래도 쌍둥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주는 모습에서 위안을 삼아본다. 급여 대부분이 빚을 갚는데 나가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 뿔뿔이 떨어지지 않고 한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신기하리만치 일이 생긴다. 하늘은 그 사람이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난을 준다는데 사실인가 보다. 이 모두 하나님께 감사할 일이다.

하루를 마치고 쌍둥이들을 재우며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세계가 전쟁 멈추고 사이좋게 살게 해달라고, 해적선에 납치된 우리나라 선원들이 무사히 귀환하게 해달라고, 서해에서 침몰한 천안함의 해군 장병들이 기적처럼 무사히 귀환하게 해달라고, 아버지 건강이 하루빨리 회복하게 해달라고, 백병원에 있는 상채친구 와이프의 쾌유(쌍둥이들은 상채친구 딸 수연이와는 유치원 친구이다)를, 한소망교회 비전채플의 무사 완공, 우리 가족의 건강과 오는 5월 1일날 실시되는 쌍둥이들의 중간고사, 우리집 이사를 놓고 기도를 올린다.

기도를 마치고나면 어느새 녀석들은 잠이 들어 있다. 내 기도가 이제는 녀석들에게 자장가처럼 들리나 보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와 경제적인 고난이 우리 가족을 힘들게도 하지만 강하게 단결시키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 평화롭게 잠든 쌍둥이들의 얼굴에서 나는 애비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함을 만끽한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달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