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년이 끝나고, 초등학교가 끝나고 중학생이 되니 돈으로 때워야 할 일들이 많다. 쌍둥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니 교복 사야지, 가방 새로 사야지, 실내화주머니, 실내화, 필기구, 필통, 학원교재 등 새로 장만해주어야 하는 것들이 많다.

내가 자랄 때, 나도 동갑인 막내삼촌이 쓰던 책이며 전과를 물려받아 썼다.(할아버지께서 삼촌과 조카를 같이 국민학교에 입학시킬 수 없다고 삼촌은 여덞살, 나는 아홉살에 입학을 시키셨다) 국민학교 때는 새 교과서로 공부를 해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지만 좌우지간 어릴 때는 새 책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이 대단했기에 쌍둥이들이 새학기가 되면 새로운 필기구, 필통, 연필깎기를 산다고 하면 대부분 그대로 사주고 관대하게 넘기게 된다.

그러나 멀쩡한 연필, 절반도 더 남은 연필을 서랍에 쳐박아두고 새로 사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걸 보면 속에서는 울화통이 치미는 건 어쩔 수 없다. 도무지 절약이나 물건 아끼는 걸 모르고 사는 녀석들...부족하면 사달라고 하고, 그때마다 필요해서 그런가보다 생각되어 사주는데 서랍이며 가방을 뒤지면 멀쩡한 필기구들이 쌓여있다. 풍족함과 윤택 그리고 근검절약과 낭비는 엄연히 구분되어져야 하고 실천되도록 가정에서 가르쳐야 한다.

녀석들이 버린 연필과 지우개는 버리기 아까우니 주워서 내가 쓰게 된다. 언젠가는 녀석들도 애비 마음을 읽고 따라해 주겠지 하고 사는데 도통 진전이 없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심해지는 것 같다. 공책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쓴 것이 별로 없다. 재우개도 절반 아니 멀쩡한데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고 새로 사겠단다. 아껴쓰라고 하면 잔소리를 한다고 싫어하고, 참고 살자니 속만 부글거리고....돈을 부담하는 지출의 주체는 애비인 나인데 왜 내가 자식들에게 큰소리조차 치지 못하고 사는 걸까?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한 풀 꺾이는 시기는 자식이 처음으로 부모 말에 반항하고 대꾸하고 덤비는 때라고 한다. 여지껏 고분고분하던 자식이 눈을 부릅뜨고 부모에게 대들 때 부모들은 한편으로는 '내 자식이 벌써 이렇게 컸구나!' 하는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자식에 대해 놀람과 반가움, 다른 한편으로는 부모말을 거부하는 자식에 대한 서운함과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힘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무기력함이 느껴져 만감이 교차한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자식들, 마음을 터놓고 자식들 일을 상의할 아내가 먼저 하늘나라로 가버려 나 혼자서 잔소리하고 설득시키고 고민하고 가슴앓이를 해야 하는 요즘 내 처지가 참 부답스럽다. 더구나 큰애와의 갈등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어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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