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명이가 수능을 마친 날, 식사를 하면서 오늘 자유로청아공원에 함께 다녀오기로 약속을 했다. 기일 전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수능을 마치고 홀가분하게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 5일을 미루었다.
애들 엄마가 벌써 하늘나라에 간지 9년이 지났다. 부부가 살다가 사별을 한다는 것은 부부 서로에게 너무도 가혹한 벌이다. 더구나 어린 자식이 있을 경우는 더더욱..... 초등학교 2학년에 암 말기 판정, 1년 6개월 투병생활 끝에 쌍둥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에 자꾸 눈에 밟힌다는 쌍둥이들을 두고 우리 곁을 떠났으니....... 그후 남겨진 빚과 싸우며 어찌 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는 기억조차 떠올리고 싶지 않다.
납골당 안 모습은 9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변한 것은 나이를 먹은 내 모습과 그동안 몰라보게 성장한 쌍둥이모습.... 유골함과 유족을 가르는 유리문이 마치 저승과 이승을 가르는 경계처럼 느껴진다. 어미를 잃고 두려움에 떠는 세자식을 데리고 흩어지지 않고 여지껏 잘 살았고 초등학교 3학년짜리를 수능까지 보고, 막내는 올해 초에 대학까지 진학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그래도 하지 않았나 위안해 본다.
오는 길에 일산에 살면서 자주 갔던 송가네칼국수집에 들러 점심겸저녁 식사를 했다. 송가네갈국수도 오랜만에 가보니 이전을 했다. 하긴 벌써 9년 전이니... 내가 주차한 차를 주차한 사이에 쌍둥이들이 먼저 들어가니 여사장님이 애들을 몰라본다. 식당에 들어선 나를 보고서야 그 어린 쌍둥이들이 이렇게 많이 컸냐고 놀란다. 이어서 "애들 엄마는 안와요?" 묻는데 말문이 턱 막히며 울컥해진다. '하늘나라에 갔어요' 할수도 없고...... 하긴 예전에 일산에 살 때는 다니던 한소망교회 옆이라 우리 가족이 칼국수를 먹으러 자주 오곤 했는데 식당 사장님 눈에는 우리집 사정을 알리도 없으니 엄마가 보이지를 않으니 궁금했겠지.... 칼국수와 만두맛도 여전하다. 나중에는 음료수까지 한병 서비스로 주신다.
10년전, 그 당시만 해도 죽도록 힘들었는데 세월이 약이라고 지나고보니 이제는 미소가 지어지고 그 어려움을 잘 이겨낸 내 자신에게 오늘은 스스로 칭찬과 격려를 하며 환하게 웃을 정도로 삶에 여유가 생겼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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