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밤 10시 30분부터 오늘 아침까지 57시간을 쌍둥이들과 냉전을 치렀다. 발단은 공부한다고 컴을 켜놓고서 몰래 인터넷에 들어가 호기심으로 이것 저것을 봐놓고서 안보있다고 시치미를 떼고 고집을 부린 것이었지만 더 큰 실망은 잘못을 알면서도 이를 고치지 않은 나약한 태도에 있었다. 물론 나도 월요일과 화요일 강의 교재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힘들었다.

쌍둥이들이 중간고사를 치른지 20일이 지났다. 중간고사에서 기대 이하의 점수가 나오고 그 날은 녀석들이 꽤나 충격을 받은 듯 했다. 하긴 초등학교에서 공부 좀 했다고 너무 자만에 빠져 있었는데 중학교에 가니 출제된 시험문제 수준이 만만치 않았고 학생들 수준도 높았고, 너무 긴장하다 보니 시간안배에도 실수하고...

중간고사가 끝나고 다음날 쌍둥이들과 대화를 했다.
나 : "이번, 중간고사 시험이 어땠어?"
재명 : "어려웠어요"
나 : "윤이는?"
재윤 : "저도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답을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를 한 것이 너무 억울해요"
나 : "그럼 이번에 중간고사를 못본 원인이 뭐라고 생각해?"
재명 : "솔직히 지난 한달반이나 학원수업이 끝나고 아빠 몰래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며 공부를 소홀히 한 것이 주 원인인 것 같아요"
나 : "윤이는?"
재윤 : "저도 같은 생각이예요. 그렇지만 답을 답안지에 잘못 옮겨 쓴 것은 너무 억울해요"
나 : "너희가 시험을 잘못 본 원인을 충분히 알고 있으니 다음 기말고사 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거라"
재명재윤 : "네"

그 이후 20일 동안 녀석들은 이전과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휴일 3일 내내 아침부터 밤 잠자리 들 때까지 아무 말 하지 않고 지켜보니 PC게임, TV만화보기로 3일간을 소일하고 있었다. 말로는 중간고사도 끝났으니 머리를  좀 식히고 다음주부터 도서관을 다니며 본격적으로 공부를 한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그런 벼락치기 공부는 인생이란 긴 승부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자식들에게 원하는 것은 주인의식, 자율형 인간으로 살고 좋은 행위를 꾸준히 습관화 하라는 것이다. 꾸준한 연습을 이길 장사는 없고, 원인을 알면서도 이를 고치지 않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

공부도 습관이다. 쌍둥이들이 학원에서 자기네보다 공부를 못하는 친구가 이번 학교 시험에서 더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억울해 하지만 그 친구는 자만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를 했다. 그 노력이 성적으로 나타났고 이번 중간고사를 통해 쌍둥이들을 앞섰다는 것으로 자신감이 붙었겠지. 처음으로 녀석들과 57시간 냉각기간을 가지니 녀석들도 긴장하며 준비물이며 숙제를 챙기는 것이 나아지는 것 같다. 믿고 지켜보아야지.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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