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하나

분기마다 열리는 학교 동창모임은 항상 부부동반으로 모인다. 함께 다정히 손잡고 오는 모습, 오손도손 대화하며 함께 사는 모습이 부럽다. 자란 가정환경과 생각이 다른 생면부지의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하여 20여년이 넘게 함께 살다보니 이제는 서로 눈빛만 보아도 마음을 읽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요즘 건강 때문에 술을 많이 권하지 말라고, 요즘 한약을 먹고 있어 술을 주지 말라고 읍소하는 동창 부인의 마음에서 남편을 사랑하고 건강까지 챙기는 찐한 부부애를 느낄 수 있다. 나는 그저 혼자서 술로서 허전함을 달랠 수 밖에...

# 이야기 둘

나 : "재명아 아빠랑 목욕탕 가자"
재명 : "이번주 안가면 안되요? 이제는 더워서 목욕탕에 안가도 되잖아요"
나 : "그럼 재윤이가 아빠랑 갈거지?"
재윤 : "저도 친구랑 약속이 있어요. 저녁때 집에서 그냥 샤워할래요"
나 : "......."

매주 토요일마다 반복되는 실랑이다. 이제는 녀석들이 컸다고 애비랑 목욕탕에 함께 가려하지 않는다. 사내자식을 둔 아빠들이 가장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들들 앞세우고 목욕탕에 가서 자식들 등 밀어주고, 자식들이 등을 밀어주는 거라는데 나는 이제 이런 즐거움도 끝나가나 보다. 아내 생전에는 일요일마다 아내 따라 목욕탕 가는 것이 지겨웠는데 이제는 거꾸로 함께 목욕탕에 가줄 사람이 그리우니...

# 이야기 셋

"재명재윤아! 아빠 등 좀 밀어주렴"
"저 지금 바쁜데요"
"잠깐이면 되잖아?"
"지금 공부 중이예요"

아내 생전에는 내가 등을 밀어달란 소리를 안해도 내가 샤워를 하면 먼저 와서 때타올로 등을 힘 있게 밀어주었는데 자식들은 애비가 등 좀 밀어달라고 사정을 해도 잘 들어주지 않고 미적거린다. 억지로 떠밀려 와서 등을 밀어도 건성으로 민다. 좀 힘있게 밀라고 해도 힘이 없단다. 자식들에게 부모는 뒷전이고 자신들 일이 우선이다. 그러면서도 자신들 일은 빨리 해달라고 조르고 안해주면 해줄 때까지 옆에 지키고 서서 숨 넘어가게 들볶아댄다. 너희가 해주기 싫은 때가 있는 것처럼 애비도 해주기 싫을 때가 있고, 너희가 바쁜 것 이상으로 애비는 더 바쁘단다.

# 이야기 넷

장거리 운전시 아내 생전에는 조수석은 아내 자리였다. 항상 먹을 것을 미리 준비해서 입이 심심하지 않도록 해주었고, 졸지 않도록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먼 거리도 심심하지 않게 다녀올 수 있었다. 이제 조수석은 막내 차지가 되었는데, 간식을 챙겨주기는 커녕 차에서 냄새가 난다고 투덜대고, 멀미한다고 투정부린다. 간식도 거꾸로 내가 자식들 챙겨 먹여야 한다.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대접만 받으려는 자식들! 아빠는 운전하랴~ 억지로 나선 자식들 비위 맞추랴 더 피곤하거든~~

# 이야기 다섯

"내가 없더라도 옷은 항상 깔끔하게 하고 다녀"
"옷차림이 꽤죄죄하면 남들은 마누라없이 혼자 사는 홀애비티를 낸다고 나를 욕할거야"
아내 생전에는 내 옷 코디는 아내 담당이었다. 하늘나라로 가기전 아내는 자신이 없더라도 남에게 홀애비 티를 내지 말라고 옷은 더 잘 챙겨입고 다니라고 신신당부했다.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 양복을 입을 때나 넥타이를 맬 때 고민을 한다. 몇개 안되는 옷을 두고서도 이 색깔 옷을 입으면 어울리려나? 이 옷에 이 넥타이가 어울리려나? 와이셔츠는 무슨 색으로 입을까?

# 이야기 여섯

장모님 : "자네~ 감기 걸렸는가?"
나 : "아~ 예"
장모님 : "자네가 감기걸리면 쌍둥이들에게 곧장 옮기네"
나 : "그래서 병원 가려고요"
장모님 : "내일 아침 일찍 병원에 가소"

쌍둥이들과 57시간 냉전을 치르며 거실에서 이틀간 잠을 자다보니 그만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지난 겨울에도 가기가 안걸렸는데~~ 자업자득인가? 쌍둥이들도 내 옆에 오는 것을 꺼리고 장모님은 쌍둥이들에게 감기 옮긴다고 빨리 병원을 가라고 안달이시다. '휴~ 내 몸 걱정해주는 사람은 없고 다들 감기 옮길까봐 난리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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