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쌍둥이들의 기말고사가 끝났다. 그동안 11월 한달간 숨 죽이며, 녀석들 얼르고 달래느라 간 하나를 빼놓고 살았던 것 같다. 이번 기말고사 시험과목 수는 총 11과목... 수요일 세 과목, 목요일 세 과목, 금요일 세 과목, 토요일 두 과목. 아무리 생각을 해도 중학생들에게 시험과목수가 11개는 너무 많은 것 같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매년 시험때마다 되풀이 되었던 전과나 참고서 경쟁은 없었지만 대신 교과서 분란이 있었다. 재윤이가 체육교과서를 분실하여(재윤이 말로는 집에 싸가지고 왔는데 없어졌단다. 그럼 체육교과서가 발이 달려서 도망갔겠나, 날개가 달려 날아갔겠나?) 재명이 교과서에 요점정리를 해두었고, 재명이는 자기 책이라고 안빌려주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하루 전이라도 미리 이야기를 했으면 미리 요점정리를 해둔 부분을 복사라도 해주었겠지만 금요일에 당장 시험인데 아침에 나보고 어떡하라고?
금요일 아침, 언성을 높이며 다투는 두 녀석을 보다못해 집에 있는 프린터로 부랴부랴 복사를 하는데 중간에 토너가 없단다. 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왜 하필 이런 중요한 때 토너가 떨어진담. 절반만 복사를 하고 나머지는 학교 가는 길에 문구점에서 복사를 하라고 돈을 쥐어주고 출근을 했는데 재명이가 억울하다고 난리를 친다. 문구점 사장님이 뒷부분 세 페이지를 그만 깜박 놓치고 복사를 안했는데 하필이면 그 세 페이지에서 다섯문제나 나왔다고 한다.
이번에는 지난 중간고사 때 보다는 성적이 많이 오를 것 같다고 두 녀석 표정이 밝다. "으이그~ 이넘들아! 지난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이 그게 성적이냐고?"하는 말이 나오려는걸 겨우 참는다. 이번에는 그래도 두 녀석들이 서로 요점정리를 하여 정보도 공유하는 등 나름대로 힘을 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고등학교 진학 때 내신성적이 2학년부터 반영이 된다는데 2학년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성적 향상이 되어야 할 텐데... 이래저래 걱정이다.
일단은 PC게임에서 관심을 차단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고, 마침 재윤이 스마트폰까지 고장이 나서 속으로 얼마나 다행인지 쾌재를 부르고 싶다. 스마트폰을 초등학교 졸업기념으로 너무 일찍 사주었던 것이 후회가 된다. 공부에 집중을 못하고 자꾸 휴대폰에 신경을 쓰고 문자질에, 음악파일을 다운받아 듣고 다니는 등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이참에 윤이 휴대폰도 아예 없애버릴까? 그럼 녀석이 난리칠텐데...
쌍둥이아빠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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