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명아윤아 너희 고양이 키우고 싶니?"
재명재윤 : "네"
나 : "아빠는 고양이는 싫은데 고슴도치는 어때?"
재명재윤 : "고슴도치는 쌍으로 키워야 오래 살 수 있데요"
나 : "그럼 쌍으로 키우면 되지~"
재명 : "아빠 차라리 고양이로 키워요. 고슴도치는 똥오줌을 싸기 때문에 자주 청소를 해주어야 하는데 고양이는 똥을 싸도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습성 때문에 자기가 싼 똥을 모래속에 몰래 묻어버리니 냄새가 나지 않는데요"
나 : "그런데 고양이를 키우면 어디서 키우지?"
재윤 : 책상 밑에다 집을 마련해주면 되죠?"
나 : "그럼 똥을 싸야 하기 때문에 겨울에도 베란다문을 열어놓아야겠네. 그러면 겨울에 집이 너무 춥지 않을까?"
재윤 : "고양이는 똥오줌을 잘 가리니 괜찮을 거예요"
나 : "대신 조건이 있다~"
재명재윤 : "뭔데요?"
나 : "기말시험 때 150등 이내에 들면 안될까?"
재윤 : "둘이 중에서 한 명만 들면 되죠?"
나 : "아니지, 너희 둘 다 들어야지. 어때? 할 수 있겠니?"
재명재윤 : "한번 노력해 볼께요"
나는 고양이가 싫다. 그래서 지난 5월 10일,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오기 전에는 1층에 살면서 1층 정원에 야생고양이들이 득실거렸다. 나중에는 고양이가 새끼까지 낳아서 13마리까지 있었다. 이사를 하면서 세자식들이 나에게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자고 졸라댔지만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너희 세 자식 키우기도 아빠는 벅찬데, 무슨 고양이냐?"하며 딱 잘라 거절했다.
그런데 재명이가 품었던 수의사 꿈도 녀석이 매일 보고 살던 고양이를 이사 후에 보지 못하면서 함께 사라져가게 되고, 공부에도 소홀하게 되면서 성적까지 동반 하락하게 된 것을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고양이 이야기를 꺼내니 쌍둥이자식들 눈이 반짝거리고 얼굴이 환하게 펴진다.
지난주 외박을 나왔던 큰애가 쌍둥이들이 공부를 소홀하게 된 원인이 쌍둥이들이 꿈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삶에 대한 목표조차 사라져 공부에 흥미가 없고, 공부에 대한 열정이 생기기 않게 된 것이며 그 열정과 관심이 PC게임으로 옮겨진 것이라는 설명에 나도 수긍이 갔다. 생각해보니 재명이가 수의사가 되겠다고 장래 희망을 바꾸게 된 계기가 고양이들이었고 공부에 시들하게 된 시기가 우리집이 이사한 이후로 시기가 일치되었다.
"이제 게임에 대한 생각을 공부로 바꾸어 집중할 수 있겠지?" 내 물음에 밝게 대답하는 쌍둥이들에게 다시 희망을 가져 본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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