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윤이가 모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어제 혁이가 재윤이에게 전해주라고 뉴욕양키스 로고가 새겨진 모자 두개를 놓고 갔단다. 어제 학교를 마치고 정아가 모자를 주겠다고 하자 재명이 왈,
"저는 아빠차럼 되길 싫어 모자 안써요"
헐~~~ 아빠도 결혼전에는 머리숱이 무지 많았거든~~~ 힘들게 살다보니 힘들어서, 특히 니들 둘 낳아서 키우느라 아빠가 스트레스를 받고 고생하는 바람에 탈모가 더 진행이 됐거늘~~ 너희를 낳자마자 일주일만에 우리나라가 IMF구제금융 신청하는 바람에 환율이 두배, 세배 뛰는 바람에 분유값 배로 올랐지, 기저귀값 배로 올랐지, 각종 물가 뛰었지..... 어휴 그때를 생각만 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지는데...
쌍둥이들 낳았던 1997년 1학기부터 늦었지만 석사과정 대학원을 다녔었다. 대학원에 입학한지 두달만에 애가 들어선 것 같다는 아내의 말을 듣도 얼마나 놀랐던지, 그리고 낳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고민했던 속사정을 녀석들은 짐작이나 할까? 지금의 내 모습에 속상하기 보다는 그저 살아있다는 사실, 지금 아내를 빼고는 나머지 가족들이 흩어지지 않고 한 집에서 모여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는 애비 마음을 녀석들은 짐작이나 알까?
애비 머리숱이 많이 빠지는 것을 보고 지들 탈모를 걱정하는 것은 어찌 생각하면 당연지사처럼 생각되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왜 그리 서운하던지~~~ 시골 아버지도 그렇고 내 동생들도 한결같이 탈모가 심하니 유전이 아니냐며 걱정하며 애비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녀석들~ 그저 웃어야지.
이 반찬은 탈모예방에 좋다고 하면 젖가락이 한번이라도 더 가는 걸 보니 쌍둥이들도 탈모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모양이다. 3일전 모자를 쓰면 탈모예방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재명이가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다. 외모가 그만큼 중요해져 간다는 사회 흐름인데 어이하나? 그러면서 차에 타자마자 명이가 맘에 드는 모자 하나를 잽싸게 손에 집는 바람에 두녀석간 20분정도 실랑이를 벌렸다니, 그저 웃어야지....그러나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고 가족간의 사랑인데~~
쌍둥이아빠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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